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143화 (143/295)

143회

슬라임 동굴

우리는 다 함께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발에 차가운 물이 닿는다.

물 높이는 발목에 잠길 정도.

고드름 같은 종유석이 천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놀랍게도, 포탈 건너편은 동굴이었다.

신애는 두리번거리다가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신애?"

"쉿."

나는 신애의 시선을 따라갔다.

맞은편에 은은한 불빛.

길어진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자는 말이지? 나는 신애와 바짝 붙어서 몸을 숙였다.

"…."

신애의 체온이 느껴진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 온기가 몹시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림자가 사라졌다.

하지만, 무언가가 빠르게 수면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다!

내가 놀라서 패닉에 빠지는 짧은 순간에, 신애는 뛰쳐나가서 그것과 대치했다.

"신애!"

"뀽!"

바로 따라 나가자, 눈앞에는….

귀여운 분홍색 슬라임이 있었다.

몸집은 슬양이의 반 정도….

"…여기는 슬라임 굴인 것 같네요."

"디네스 패거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아지트를 버리고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잘됐습니다."

신애는 분홍 슬라임을 처리할 생각인지, 눈을 날카롭게 뜨고 단검을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전부 처리하고 쓸만한 게 없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응."

"뀽!"

"어라."

슬양이는 생각이 다른 것 같은데?

놈은 마치 수컷처럼 암컷을 지키고 나섰다.

그 애가 마음에 드는구나?

신애는 난처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시현 님."

"내가 시킨 거 아니야.

슬양아, 걔가 좋아?"

슬양이는 움찔하더니 몸을 부르르 떨면서 쑥스러움을 나타냈다.

분홍색 슬라임은 방방 뛰며 슬양이와 달라붙는다.

…두 탱글탱글한 젤리가 달라붙어 쭈읍 쭈읍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신애도 전의를 상실한 듯 무기를 내려놓았다.

"제가 악당 같네요."

"사람을 잘 따르기는 해도, 내 명령을 듣게끔 조련돼 있지는 않아."

"정말입니까?"

신애가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아는 사람의 애완 슬라임을 맡아주기로 했어."

"그런 중요한 얘기를 지금…."

"…화났어?"

"아닙니다.

저는 시현 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줘. 들을게."

신애가 볼을 부풀린다.

"시현 님은 안 들어주시잖아요."

"의견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유익해."

"화가 나는 게 있습니다."

"응?"

"'애완 슬라임'이라니, 어처구니없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드문 일인가?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기르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한데."

슬양이는 새로 만난 여자친구와 몸을 비벼대느라 바쁘다.

자기 얘기하는 줄도 모르고.

"적어도 제가 자란 마을에서는,

슬라임이나 고블린과 놀아났다가 마을 공용 변기로 전락하는 여성이 많았고…."

"…."

"그중에는 제 어머니도 있었어요."

웃음기가 가셨다.

신애 앞에서 함부로 슬라임 얘기 꺼내면 안 되겠다….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신애는 살짝 후회하는 듯했다.

"임무 중에 애완 슬라임은 방해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놓고 가자."

"…."

신애가 큰 눈을 깜빡거렸다.

"진짜 안 들어줄 줄 알았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슬양이 의견도 들어 보자."

"예…."

나는 교미 중인 슬양이에게 다가갔다.

"슬양아. 여자친구랑 여기에 있어."

"뀨웅."

서운해 보이네.

하지만, 신애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 동굴에는 디네스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끝까지 탐색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어.

"착하게 있어. 알았지?"

"뀽."

여자친구는 슬양이가 마음에 든 것 같다.

다시 서로 하나가 되어 찰박찰박 물소리를 내며 교미하는 모습을 보니,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고 물어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다.

슬라임의 유연한 움직임에서 에로틱을 느낀다.

여자와 섹스할 때는 어떨까?

나는 잡념을 떨치고 신애 곁으로 돌아왔다.

"가자."

우리는 물소리가 나지 않게 가장자리에 붙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앗. 차가워….

종유석이 떨군 물방울을 맞고 몸서리친다.

슬럼을 벗어났으니, 의상도 변경해야지.

나는 촉괴들에게 정신파를 보내, 전신 타이즈 폼으로 변경했다.

촉수 갑옷은 이래 봬도 아주 따뜻하다.

살아있는 생물체를 옷처럼 두르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전신 타이즈의 내피는 촉괴들의 빨판이나 돌기로, 천연덕스럽게 걸어가는 지금도 보지와 젖가슴을 빨고 있다.

"전방에 슬라임이네요. 꽤 많은 듯합니다."

"우글우글하네."

색깔도 다양하다.

붉은색, 청록색, 검은색, 갈색, 남색….

하나하나로 놓고 보면 예쁘지만, 뭉쳐 있으면 어딘가 기괴하다.

마치 거대한 군집 같았다.

저 안에 들어가면 어떤 느낌일까….

아니, 자꾸 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신 오염 면역인 거 맞지? 나.

"그런데, 소리 내도 상관없어?"

"네. 작은 소리로 말하면 괜찮습니다.

슬라임은 진동으로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에, 은밀하게 움직이면 됩니다."

"잘 아는구나."

"한때 잡고 다녔거든요."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밑바닥 시절에는 일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신애는 단검을 쥐고 조용히 읊조렸다.

"하지만, 사심이 담기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죠."

"…."

눈이 무서워.

무뚝뚝할 때는 킬러 같아.

"어머니는 아직 살아 계세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슬라임 둥지에서, 함께 사육 받고 있죠."

"그건…."

뭐라고 말해야 할지….

가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정신이 오염된 여자를 살려놓기 위해 슬라임과 살게 두다니.

"저는 어머니처럼 될 바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 겁니다."

나는 신애의 손을 쓱 잡았다.

"시현 님?"

"안 좋은 기억에 매몰되지 마.

우리는 할 일만 마치면 잽싸게 빠져나갈 거야. 맞지?"

"…네. 실례했습니다."

신애의 볼이 붉어졌다.

"황자님께도 한 적 없는 얘기를….

시현 님 앞에서는 하게 되네요."

"상관한테 할 수 없는 얘기도 있잖아.

그럴 때는 친구한테 얘기하면 돼."

"친구…."

고요한 동굴.

물방울이 수면으로 떨어지는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저는, 시현 님의 친구인가요?"

"응."

"듣기 좋은… 따스한 말입니다."

이렇게 마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예쁘다고 감탄해 버린다.

신애의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살피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면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시현 님."

"무, 무슨 생각?"

"저렇게 많은 수의 슬라임을 한 번에 상대하면 위험합니다.

구석으로 조용히 빠져나가죠."

"아, 작전 얘기였구나."

떨렸다.

예쁜 여자가 되어도, 예쁜 여자와 마주 보는 건 설렌다.

남자로 살아온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제 뒤를 따라와 주세요."

"응."

신애가 몸을 낮추고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는 슬라임이 잔뜩 뭉쳐 있는 통로를 지나기 위해, 구석에 몸을 붙이고 천천히 발을 뗐다.

맨발이라서 다행이야.

까슬까슬한 암석 표면을 발바닥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중간부터는 네 발로 엎드려 기어갔다.

신애의 튼실한 궁둥이에 바짝 붙어 따라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분명히 쉬운 일인데, 심장 박동으로 들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슴이 뛰었다.

신애도 긴장하고 있을까?

닌자…가 아니라, 신애와 같은 특수한 첩보원에게 이런 상황은 일상 같겠지.

응?

눈앞에 뭐가 흔들거리고 있다.

슬라임이 뻗은 촉수.

뭐야, 신애가 지나갈 때는 이런 거 없었는데…?

소리를 내어 부를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신애와 나 사이에 진자 운동 중인 촉수 하나.

고개를 들어 보니 종유석에 매달려 있는 슬라임이… 엄청나게 많았다!!

"히끅."

나도 모르게 딸꾹질이 났다.

지상에 있는 건 일부에 불과했어.

저것들이 다 떨어지면… 슬라임에 휩쓸려 질식하고 말 거야!

나는 손발이 떨려서 제대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때.

내 앞에서 흔들리던 촉수는 갑자기 신애의 엉덩이에 '착' 하고 붙었다.

"힛."

신애의 입에서 귀여운 소리가 나왔다.

말이 엉덩이지, 슬라임이 포착한 건 신애의 가장 깊고 예민한 부분….

엉덩이를 벌린 틈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보지였다.

신애가 당황한 눈치로 나를 돌아본다.

'내가 한 거 아니야'

손을 가로젓는다.

신애는 보지에 슬라임의 일부가 붙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손을 댈 수 없나?

신애는 내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촉수를 떼어보려고 했지만….

쭈으읍.

"흑…."

슬라임은 이미 암컷 냄새를 맡기라도 한 것처럼 신애의 보지를 집요하게 빨아들였다.

이 녀석, 보지라는 거 알고 빠는 것 같은데?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간파를 사용했다.

[슬라임의 체액…… 피부나 점막으로 스며들어, 인간 여자를 발정 나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미약을 분비하고 있잖아.

빨리 떼 주지 않으면 신애가 보지 절정해.

나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신애가 나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건드리지 마?

그러면….

쭈으읍.

"응…."

쭈읍 쭈읍. 쭈읍 쭈읍♥

신애는 기특하게 보지를 빨리면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킨다….

뒤에서 그 야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기분이란….

"하…아…."

신애의 속옷이 젖고 있다.

저건 슬라임의 체액일까. 신애의 애액일까.

나는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신애가 기어가는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가끔 중간에 멈춰 흠칫거리며, 보지를 무방비하게 빨린다.

클리토리스 자극으로 절정하는 중인 듯했다.

아마도 처음… 아닐까.

그것도 슬라임에게 보지 빨리기로, 절정하고 있다.

나까지 민망해서 견딜 수 없었다.

좀 전까지 진지한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슬라임이 뻗은 촉수는 거의 두 배 길이까지 늘어나면서도, 신애의 보지를 포기하지 않고 쭈읍 쭈읍 빨다가…

우리가 거의 안전한 곳에 나왔을 때 떨어졌다.

"앞에 또 다른 불빛이 있습니다."

신애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 태연하게 나를 바라봤다.

모른 척해줘야지. 나도….

"여기도 슬라임이 있네."

"공격하겠습니다."

신애는 주저 없이 칼을 빼 들었다.

슬라임의 수는 네 마리….

나는 슬양이가 얼마나 착하고 순한 슬라임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신애가 다가가서 단검끼리 부딪치는 금속음을 내자 온몸에 길쭉한 가시를 세우고 달려들었다.

슬양이의 몸통 박치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이다.

"흡!"

하지만, 신애는 날아오른 슬라임을 한 호흡에 해체했다.

여러 번 죽여본 솜씨를 여기서 보네.

죽은 슬라임은 탱글탱글함을 잃고 딱딱한 덩어리가 되어, 단순한 물건처럼 변해버렸다.

이번에는 신애가 먼저 몸을 날렸다.

두메른의 허벅지만 한 놈들을 자그마한 단검으로 모조리 썰어버리는 모습을 보니,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뒤에서 구경했다.

"잘한다. 신애!"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아."

남은 한 마리가 이쪽으로 돌격했다.

으악. 이놈은 몸 안에 사람 뼈도 있어.

식인 슬라임이냐?

촉괴들아. 부탁해!

나는 날아오른 슬라임을 시원하게 걷어찼다!

펑!

족히 20m는 날아간 것 같은데?

충격으로 죽은 것 같다.

역시 내 킥, 쓸만하다니까?

족구로 단련된 순발력을 얕보지 말라고.

"뭐, 이 정도는 기본이지. 놀라지 마."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

나는 발을 내리고, 식인 슬라임의 잔해를 둘러보았다.

"문지기인가?"

"그런 듯합니다."

우리 눈앞에는 석재로 된 그럴싸한 문이 있었다.

정황상, 우리가 앞서 처리한 슬라임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게임에서 나오는 고대 던전의 입구를 보는 듯했다.

"어쩌지?"

가던 길에 문이 나왔지만, 우리는 나아갈 수 없었다.

석재 문은 척 보기에도 엄청나게 두꺼웠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열 수 없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에는 내 머리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나게 큰 열쇠 구멍이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이런 열쇠가 어디에 있겠는가?

"열쇠 구멍 같네요."

나는 벌써 신경질이 났다.

"이런 열쇠가 어딨어?"

진짜 게임이었으면,

이 문에 딱 맞는 열쇠가 어딘가 숨겨진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주변을 탐색해 보겠습니다."

"나도 찾아볼게."

청소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식인 슬라임을 찾아냈다.

시원스럽게 발차기로 제압하고, 어딘가 부족한 것 같아서 짓밟기로 마무리한다.

"후후."

좆밥이네.

고블린만도 못 하잖아?

왜 이런 애들한테 죽었을까. 그 뼈의 주인은.

"응?"

엉덩이가 좀 무거운 것 같은데?

촉괴의 정신파를 받고 뒤를 돌아보니,

식인 슬라임이 두 마리나 내 등에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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