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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TS물-134화 (134/295)
  • 134회

    발차기 실패

    "아무 일 없었다."

    "황실에 의리 지키는 거야?

    어차피 네 손으로 다 조질 거였으면서."

    "왜 내 과거에 관심을 가지는 거냐?"

    "화해하려면 응어리진 감정부터 풀어야 하잖아."

    "화해?"

    아멜리아가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네가 뭘 안다고 함부로 떠들어?!"

    "…미안."

    나는 살짝 떨어졌다.

    아멜리아는 슬라임을 꽉 껴안고 젖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러니까….

    작은 오라버니, 서안 황자님과의 오해는 풀 수도 있잖아."

    "우리 사이에 오해는 없다. 나는 제국을 공격한 범죄자다."

    "왜 공격했는데?"

    "…."

    "네 첫 지령을 아직도 기억해.

    내가 산에서 나오자마자 처음 겪은 사건이었으니까."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추리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인용구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현장에는 꼭 증거만 남는 게 아니다.

    살인 사건을 예로 들면, 피해자의 시신에 범죄자의 의도가 남기도 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아멜리아는 그냥 제국을 공격한 게 아니라….

    여자를 욕보이는 걸 즐겼지.

    단순히 비뚤어진 욕망의 소유자라서 그랬을까?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아멜리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

    "나를 가엾게 여기지 마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해 봐."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

    "다른 이야기?"

    "네가 알려준 은신처에는 고양이도 있었지만, 디네스가 사전에 설치한 게이트도 있었어."

    "대체 왜…?"

    "일이 잘 풀렸어 봐.

    너는 용살궁으로 무장한 숙련된 오크 부대를 손에 넣게 되잖아.

    디네스한테도 보험이 필요했겠지."

    삼장은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라고 지겹게 들었다.

    두메른, 디네스, 카펠라.

    이 셋이 절대 서로 협력할 일이 없다고 가정해 보면, 디네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용살궁은 도시의 어둠에 숨어있는 자신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마물에게는 큰 위협이다.

    디네스는 두메른이 카펠라를 견제하면서,

    여차하면 쉽게 제압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을 거야.

    "길게 얘기할 게 뭐 있어?

    내가 안 갔더라면 고양이는 죽었을 거야. 디네스의 하수인에게."

    입을 열 이유로는 충분하지.

    그래도 제국의 멸망을 원한다면 결정적인 단서는 주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슬라임을 꼭 안고 있는 아멜리아의 모습에서는 그런 낌새를 느낄 수 없었다.

    "…게이트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디네스의 계획은?"

    "혼란을 틈타 수도를 점령할 생각이다."

    "황제까지 단숨에 처리하려고?"

    "폐하는 수도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별택에서 여자나 안고 있겠지."

    "너한테 계획을 언제 실행할지는 알려줬어?"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다.

    두메른이 없어졌으니까, 거리낄 게 없겠지."

    "빨리 찾아야겠군…."

    "…."

    아멜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디네스의 모략이 성공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멜리아가 뭘 더 우선시하는지 오늘 알았다.

    "고양이,

    침대 밑에 숨으려면 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이 있을래?"

    "…."

    "뀽!"

    고양이는 자신감을 어필하며, 아멜리아의 품에서 응석 부린다.

    그러나 황녀님의 표정은 어두워지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모든 걸 잃었다.

    이제는 부질없는 바람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부질없기는 왜 없어.

    고양이가 살아 있잖아. 네 가족 같은 거 아니야?"

    "그래. 가족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아멜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고맙다. 시현."

    "…."

    "하지만, 이 아이는 네가 데려가라."

    "어째서?"

    "슬라임은 많이 먹는다.

    도저히 감옥에서 기를 수는 없어."

    그렇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네.

    아멜리아를 감옥에서 꺼내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식량을 조달해주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굶어 죽기 직전까지 갔던 애를 다시 굶주리게 할 수는 없겠지.

    소중한 가족이라면 더욱더….

    "알았어. 내가 맡을게."

    "마지막에 고양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내 처분이 정해졌다."

    나는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

    마지막이라면… 아멜리아가 죽어?

    "왜 그런 표정을 짓느냐.

    내 파멸을 누구보다 많이 바랐으면서."

    "그건 그렇지만…."

    제길.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네.

    정이라도 들었나….

    "잘 돌봐다오.

    추잡한 여자라고 해서 미안했다."

    "…."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아멜리아는 스스로 범한 죄의 대가로 죽는다.

    내가 구해낼 명분도 없을뿐더러, 그래서도 안 된다.

    "뀽!! 뀽뀽!"

    슬라임은 갑자기 오열하며 아멜리아에게 달라붙었다.

    이별을 직감한 것이다.

    "그러지 마라.

    겨우 참고 있었는데…."

    아멜리아는 눈물을 터뜨렸다.

    나는 잠시 둘을 내버려 두었다.

    "왜 아무 말도 없느냐."

    "위로라도 해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는 묻지 않는구나."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

    "왜?"

    "품위를 지켜야 하니까."

    나는 무언가 모순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어렴풋이 느낀 위화감이다.

    황녀는 제국을 등졌으면서도 황실의 권위를 부정하지 않는다.

    가족과 조국을 등질 정도로 증오심을 품었으면, 나 같으면 이름까지 버리고 싶었을 텐데.

    대체 뭐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나는 아멜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나한테 말해 봐. 아멜리아."

    "…."

    "널 도와줄게."

    그때, 책으로 위장 중이던 황금 촉괴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야?

    정신파를 해석한 나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감방 근처에 누가 있다고?

    시발….

    황금 촉괴가 허벅지 가터 링으로 돌아온다.

    누구지? 누가 보냈지?

    뻔하잖아.

    아멜리아의 감방을 감시할 사람이 누군지는!

    절대 선한 의도가 아니야.

    내 표정을 읽은 아멜리아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말끝마다 건방지고 무례하구나!"

    짝!

    나는 따귀를 맞았다.

    "썩 꺼져라.

    너 같은 년과는 나눌 얘기는 없으니."

    "…실례했습니다. 황녀님."

    아멜리아는 달라붙으려는 슬라임을 억지로 떼어냈다.

    "가라…."

    나는 권역 포탈에 슬라임을 집어넣고 감방을 나왔다.

    감시는 흑사 감옥을 벗어나도 계속 따라왔다.

    어쩌지?

    아멜리아의 연기 덕에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이다음이 문제다.

    황자님 곁으로는 갈 수 없어.

    나를 아멜리아한테 보낸 게 서안 황자님이라고 알려주는 꼴이다.

    간수장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털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걸 미리 알려줄 이유가 없다.

    은밀하게 덮을 순 없을까?

    나한테는 그런 재주가 없었다.

    …몸으로 꾀어내는 거라면 모를까.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일부러 별궁과 떨어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나아갔다.

    사람들 눈길이 닿지 않는 곳.

    즉, 슬럼가다.

    추적자 입장에서는 끌어들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는 미끼다.

    무방비하게 걸어 다니는 건 자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어두운 골목길로 나아갔다.

    긴장하는 바람에 땀이 흐른다.

    추파를 던지던 남자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어….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흑의를 입은 남자가 내 뒤에서 나타났다.

    "윽…!"

    뒤에서 꼼짝없이 붙잡힌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는, 촉수 갑옷의 힘을 빌려 남자의 팔을 뿌리쳤다.

    "!"

    예상 밖의 힘에 당황한 듯, 흑의인이 크게 뒤로 물러났다.

    상대는 성인 여성을 제압할 생각으로 덤볐다가 당황했을 뿐.

    역량 차이는 확연했다.

    "서안 황자와 같이 다니던 모험가로군."

    내 정체는 어렵지 않게 간파되었다.

    "두메른을 물리쳤다고 들었는데…."

    "…."

    "힘쓰는 건 특기가 아닌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뭔 소리야.

    촉수 갑옷으로 제일 세진 게 힘일 텐데….

    "대화로 풀죠?"

    내가 황자님과 같이 다녔다는 걸 알면서도 건드렸다는 건, 더 높은 사람의 지시를 받았다는 증거.

    흑의인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몸을 낮췄다.

    "아멜리아 황녀에게 접근하는 자는 어떻게 해도 좋다는 명을 받았다."

    "…."

    "그게 이런 아름다운 여자라니, 득 본 기분이군."

    좋아….

    상대가 고자거나 게이일 가능성은 없어졌다.

    일단 유혹했어.

    상대는 내 몸에 강한 흥미를 나타냈다.

    그것만으로 벌써 이긴 기분이었다.

    죽이지는 않겠지?

    나는 씩 웃었다.

    건방진 암컷 마인드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저 나름대로 삼장에 관해 조사 중이었어요. 안 될 일인가요?"

    "안 될 거 없지.

    서로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나는 모험가를 존중하는 편이야."

    "그럼…."

    "확인은 해야지.

    그게 내 일이니까."

    흑의인이 바지에서 발기한 자지를 꺼냈다.

    인적 드문 곳이라고 자랑스럽게 꺼내서 보여주네….

    나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얌전히 있어. 그러면 나쁘게 보고하지는 않겠다."

    "싫다면 어쩔 건데?"

    "그것도 좋지."

    흑의인이 천천히 나한테 접근했다.

    얌전히 보지 대주는 건 자존심 상해서 못 하겠고.

    한 번 비벼보기는 해야지?

    혹시 알아?

    아까처럼 따귀로 참교육하고 무릎 꿇릴 수 있을지.

    나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살폈다.

    촉수 갑옷이 활성화된 덕분에 몸이 아주 가볍다.

    무리한 동작도 연습 없이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호오.

    그런 큰 젖탱이를 달고 싸울 생각인가?"

    "별로 특기는 아니지만….

    그냥 당하면 재미없잖아?"

    "큭큭. 재미있겠군."

    그렇게 얕보다가 훅 가는 거야.

    UFC 시청으로 단련된 내 격투술을 보여주겠어.

    현대인의 지식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일단 잽을 날려서 거리를….

    아니야.

    체격 차이가 이런데 무슨 타격이야.

    달라붙어서 확 관절기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마친다.

    좋아. 와라!

    흑의인이 달려들었다.

    "읏!"

    나는 깜짝 놀라서 옆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

    흑의인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놀란 걸 어쩌라고….

    "오지 마!"

    나는 잽은커녕 발로 흑의인을 밀어냈다.

    "흐음!"

    타격이 있었나?

    발차기로 갈까? 좋아. 손대기는 무서우니까 발차기로 가자.

    나는 침착하게 세운 전략을 통으로 폐기하고, 흑의인이 다가온 순간 다리를 높이 뻗어 하이킥을 날렸다.

    "이얏!"

    어!?

    내 발차기, 개 빠른데?

    완전 날짐승인데!?

    이겼다고 생각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발이, 흑의인의 손에 허무하게 붙잡히기 전까지는.

    "…앗."

    "뭐가 앗이냐. 괜히 있어 보이는 척 까불기나 하고…."

    "아…."

    최근 적립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였던 건방짐이 와르르 무너진다.

    남자가… 더 강해….

    못 이겨…!

    발을 뺴기 위해 허리를 비틀지만, 흑의인은 빙긋 웃으며 나를 벽까지 밀쳤다.

    나는 한쪽 다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하이킥 자세로 박제된 것처럼 붙잡혔다.

    수치심으로 볼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비, 비켜."

    "건방진 년이."

    학.

    다리 찢느라 벌어진 보지 구멍에 자지가 들어왔다.

    예고도 없이, 발차기하는 중에….

    "아…. 앗…."

    흑의인은 히죽거리며 허리를 바짝 붙였다.

    "아, 죽이는데. 이 보지…."

    나는 이어서 젖탱이를 툭툭 맞았다.

    "또 까불어 봐.

    발차기해 보라고."

    "윽…. 흐윽…."

    창피해….

    그냥 처음부터 섹스로 교섭할걸.

    이런 창피한 꼴까지 당하다니, 뭐 하는 거야. 진짜로….

    나는 속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우스꽝스럽게 패배하고 그대로 보지 섹스까지 당한다.

    처음부터 노선을 접대 섹스로 잡았으면 이것저것 유리한 조건을 달아 아첨했을 텐데….

    당장은 자존심 상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뭐라고 말해 봐. 응?"

    "아…. 앗. 아…!"

    내가 더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고 확신한 듯,

    흑의인은 내 다리를 더욱더 찢고 핫팬츠 틈새로 보지를 찌걱찌걱 쑤셔댔다.

    상대를 죽이는 게 목적이면 수단은 많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얘는 황제 폐하 직통 핫라인 같은 거야.

    그러니 죽여도 문제, 살아도 문제.

    흠씬 패서 굴복시킬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게 유혹하는 편이 좋은데.

    "아…. 앙…. 앗…."

    "발차기해 보라니까?"

    "…."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발차기하는 시늉을 했다.

    "야앗…!"

    물론, 꽉 붙잡혀 있어서 가동 범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앙탈 부리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큭큭큭."

    "읏…. 으…."

    "기특하군.

    내 말대로 하면 불이익은 없을 거야."

    제길.

    갑질에 익숙한 것 좀 봐.

    이런 놈한테 아첨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

    흑의인은 복면 아래로 히죽거리며 내 젖탱이를 꽉 움켜쥐었다.

    "대답은?"

    "…."

    대답을 안 하니 보지에 물어보겠다는 듯이 허리를 흔들어댄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흐윽…!"

    "남자한테 힘으로 이길 수 있을 줄 알았어?"

    "…아…. 앗…. 아니요…."

    "주제를 모르는 건방진 보지. 혼쭐 내주마. 이렇게!"

    "흐윽…!!"

    흑의인이 내 보지에 좆두덩을 치댔다.

    나는 금세 느끼는 걸 숨길 수 없게 되었다.

    한쪽 다리로 서서 바르르 떨면서, 보지 즙을 질질 흘리는 꼴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흑의인은 실실 웃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발차기해 봐! 얼른.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야…앗…. 야앗…!"

    보지 팡팡 당하면서, 무릎 밑으로 다리를 폈다 올렸다 한다.

    [【굴욕의 발차기 섹스】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참교육 당해야 정신 차리는 보지】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씨….

    나는 입술을 앙다물고, 꾹 참았다.

    이제 하는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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