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128화 (128/295)
  • 128회

    데이트, 곤란.

    이것들, 온몸에 달라붙을 생각으로….

    라곤은 내 젖과 엉덩이를 빤히 노려보았다.

    "원래 복장이 나을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다시 기본 폼으로 돌아왔다.

    전신 타이즈가 더 야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내 몸의 굴곡진 부분이.

    "특수한 의상이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모험가는 자기 장비에 애착이 깊은 법이지요."

    구박당할 줄 알았는데, 그냥 넘어가서 놀랐다.

    어쩌면 나를 향한 기대치가 바닥을 찍어버린 걸지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자님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내 얼굴에 쓰여있나 보다.

    '황자님 보러 왔음'이라고.

    나는 얌전히 노파의 뒤를 따라 황자님 방을 향했다.

    "무언가 알아낸 게 있나?"

    "주모자는 역병의 디네스.

    제국의 슬럼가에서 약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인가.

    십 년도 전에 처리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아있었군."

    "선대 황제의 무덤에 길이 있다는데요.

    한 번 찾아볼까요?"

    서안 황자님은 난감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선대 황제의 무덤….

    나도, 큰형님도 감히 발을 들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하려면 은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그곳을 건드릴 만한 단서가 없어 보이는군."

    "위치라도 정확히 밝혀내면 해볼 만할 텐데요."

    "슬럼에 가보겠나?"

    나는 뜨끔했다.

    슬럼에서 했던 매춘 행위들이 떠올라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다면, 몸을 파는 여자 행세는 여러모로 유리하다.

    창녀는 인류의 가장 오랜 직업 중 하나 아닌가.

    그런데도 뜨끔한 구석이 있다면, 내가 떳떳하지 못하게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신애한테 부탁한 일도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아멜리아가 다른 말은 하지 않던가?"

    "아…. 음."

    대뜸 고양이를 보살펴 달라고 했지.

    보고할 사항인가?

    나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보다 좀 더 신경 쓰이는 말도 있었다.

    "본인이 원래부터 정신이 오염된 취급이었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

    서안 황자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단지 그것만으로 좋지 않은 일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얘기는 밖에서 떠들면 아니 된다. 황족의 치부에 얽힌 이야기이니."

    "예."

    "어머니가 산책 중에 변고를 당하신 적이 있다."

    "돌아가셨나요?"

    "아니. 지금도 멀쩡히 살아계시지."

    살아계시는데, 변고라는 말을 붙일 정도의 일….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불행한 사고였지.

    폐하께서는 그때부터 정신이 오염된 여자를 극도로 혐오하게 되셨다."

    "그게 아멜리아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폐하는 아멜리아를 무척 아끼셨다.

    여덟 살 때쯤이었나…. 그녀가 마물과 함께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

    폐하의 병이 도졌겠군.

    사랑하는 여자를 마물에게 빼앗긴 마음의 병이.

    "아멜리아는 아직 어렸다.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할 때였지만, 오해가 두 사람을 갈라놓았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도,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파국에 이르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게 원인이네요.

    아멜리아의 상상을 초월하는 증오심 같은 것."

    "모르지.

    본인이 입을 열려고 하지 않으니까. 형님들이라면 알지도 모르지만…."

    "같이 있던 그 마물은 어떻게 됐는데요?"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서안 황자님은 그 자리에 없었던 모양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빠였어도 어린 딸이 모르는 고블린과 같이 있었으면 식겁했겠지.

    아내가 산책 중에 변고를 당했다면 더욱더.

    좆도 안 궁금하다고 생각했던 아멜리아의 과거 속에는, 예상대로 그녀가 이런 마음을 품게 된 원인이 있어 보였다.

    한 사람의 불행한 유년기를 엿본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지만….

    "형님들은 여동생이 투옥돼 있는데 뭘 하고 있어요?"

    서안 황자님은 손을 꽉 쥐었다.

    "아…. 황자님 탓을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폐하의 엄명이다. 황족은 누구도 아멜리아와 면회할 수 없어."

    "…."

    그랬지.

    황제 폐하의 견제가 아니었으면, 서안 황자님은 진작 여동생을 보러 갔을 사람이다.

    괜히 상처를 후벼판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너한테 아는 사실을 전부 털어놓았다는 게 신기하구나."

    "…아."

    나는 앉은 자리가 불편해서 고쳐 앉으며 눈을 돌렸다.

    뭐라고 말하지?

    "무슨 마법을 썼느냐?"

    "…."

    서안 황자님은 땀을 뻘뻘 흘리는 날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심한 짓을 했느냐?

    화내지 않을 테니 솔직하게 고해라."

    "심한 짓 했습니다. 차마 말하지 못할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겠지?"

    "네."

    "그러면 됐다.

    네 방식에 동의했으니, 뭐라고 하지 않으마.

    이것이 돌고 돌아서 아멜리아를 구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아멜리아는 처형입니까?"

    "차라리 처형이면 다행이겠지…."

    …?

    무슨 뜻이지?

    서안 황자님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마치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하다.

    "황자님?"

    "후우."

    황자님은 대뜸 내 몸을 훑어보았다.

    "시현. 나갈 채비를 해라."

    "갑자기요?"

    반사적으로 되묻자 황자님은 살짝 기가 막혔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네게 작위를 내린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약식이라고는 해도 다른 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내 말에 되묻는 일 없기를 바란다."

    나는 창피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죄송합니다…."

    친구 같아서 긴장이 풀어지네….

    그래도 황자님은 싫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 주겠다.

    라곤에게 말해 두었으니, 가서 적합한 옷으로 갈아입거라."

    "알겠습니다."

    라곤 할멈은 미리 알고 있었구나.

    오늘 일이 있을 예정이라는걸.

    인사하고 밖으로 나오니 라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시지요."

    "아, 네."

    "걸음걸이에 주의하십시오."

    "…네."

    나는 의상실로 안내되었다.

    배우들의 무대 의상을 모아놓은 것처럼 곳곳에 화려한 의상들이 눈에 띈다.

    하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내 사이즈를 쟀다.

    "실례하겠습니다."

    땀 냄새 날 텐데.

    살짝 부끄럽다.

    …하녀들이 아래쪽으로 갈 때는 정액이 샐까 봐 긴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씻고 오는 건데.

    "장비는 제가 맡고 있겠습니다."

    라곤 할멈은 벗으라는 말을 완곡히 했다.

    …어쩔 수 없지.

    "맡아주시지는 않아도 돼요."

    나는 정신파를 보내 촉수 갑옷을 해제했다.

    알몸을 드러내는 건 더욱더 부끄럽다.

    남자들한테 보여주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들 앞에서 알몸이 되는 건 생소한 경험이었다….

    라곤은 나를 자세히 뜯어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하녀들은 살짝 놀란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왜 그러는데…?

    남자들 생각이야 뻔히 알아서 무섭지 않지만,

    여자들은 내 몸을 보고 무슨 생각 중일까.

    속으로 욕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곤 님. 저…."

    하녀 중 한 명이 내 가슴을 재다가 띄엄띄엄 말했다.

    "이 크기에 맞는 옷은…."

    "…."

    "…방법을 찾아라. 그게 너희들 일이다."

    하녀들이 비상 회의에 들어갔다.

    내 엉덩이와 젖탱이에 맞는 드레스를 찾기 위한….

    나는 그동안 알몸으로 있었다.

    "씻고 와도 될까요?"

    "아이들이 도와줄 겁니다."

    아니, 혼자서….

    라곤의 명을 받은 하녀들이 나를 모시며 이동한다.

    남의 손으로 씻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창피했다.

    귀족이 되면 이런 것도 익숙해져야 하나?

    귀엽게 생긴 하녀들이 내 몸을 흥미진진하게 관찰하고 있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너무나 예쁜 피부라서, 무심코…."

    "…."

    고맙다고 해야 하나?

    "봐도 돼요."

    "실례하겠습니다."

    씻기려면 봐야지.

    하녀들은 반라로 욕실에 들어와 내 몸과 머리카락을 씻겨주었다.

    어, 나쁘지 않은데?

    거품을 내어 손으로 젖가슴을 문지른다.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한숨을 내쉰다.

    "아름다우셔요…."

    갑자기?

    나는 당황한 나머지 헛기침했다.

    "앗. 죄송해요….

    크고 부드러운, 예쁜 가슴이라고 생각해서…."

    …여자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음. 좀 크긴 하죠."

    어색하게 맞장구친다.

    하녀들이 내 젖가슴에 몰려들었다.

    어째 구경거리가 된 기분인데.

    "여기저기 좀 더럽죠?"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더니, 하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전혀요. 정말 깨끗해요…."

    …참.

    촉괴들의 미용 서비스를 받고 있었지.

    잔뜩 질싸 당한 것 말고는 더러워질 이유가 없다.

    가만, 그렇다는 건….

    "앗…."

    하녀들이 내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을 발견했다.

    …모른 척해줘.

    "…실례하겠습니다."

    아니, 실례하지 마!

    하녀들이 거품을 내어 부드러운 손길로 내 보지를 쓰다듬었다.

    설마, 달리 더러운 곳이 없다는 건….

    이제부터 보지만 집중적으로 씻겨진다는 얘기?

    싫어! 내가 할래!

    "여기까지만, 나머지는 내가 할게요…."

    "저희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라곤 님께서 진노하실 거예요."

    "아앗…. 으…."

    하녀의 가늘고 예쁜 손가락이 외음부를 훑더니 보지 구멍으로 쑥 침범해, 속을 긁는다.

    아….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고 움찔거렸다.

    귀여운 하녀의 손가락이 빨라진다. 알게 모르게 클리토리스까지 문지르는 걸 보면, 씻기기에 '이런 서비스' 까지 포함돼 있는 듯했다.

    받아들이면 되잖아.

    견딜 수 없을 만큼 창피하다.

    여자끼리 이러는 거 이상해.

    …엥?

    아니, 원래는 남자였으니까….

    귀여운 여자애가 성기 만져주는 게 싫을 리 없잖아.

    어색하고 민망하다.

    이미 서큐버스의 삶을 받아들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나는 보지를 손가락으로 애무 당하면서 극심한 정체성 혼동을 느꼈다.

    이런 기분이 싫어서, 여자의 몸으로 여자와 얽히는 건 피해왔던 건데….

    찔걱찔걱찔걱.

    "기분 좋으신가요…?"

    "…아…. 앗…. 앗…."

    "많이 나오네요♥"

    나도 알아.

    질싸 많이 받았으니까….

    보지로 정액 계속 나오겠지.

    혼자 하면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걸리는 보지 세척을, 남의 손에 맡기고 있다.

    쥬걱쥬걱쥬걱….

    "아…. 앙…. 윽…. 씻기고 있는 거 맞죠?"

    "네. 맡겨주세요."

    하녀들이 내 목덜미와 젖가슴에 손을 얹는다.

    거기는 이미 깨끗하다면서…!

    "흐으응."

    나는 눈을 감고 몸을 맡기기로 했다.

    혼란이 차츰 가라앉으면서 결론이 났다.

    털이 수북한 아저씨들이 모여 앉아 내 몸을 씻겨주는 것보다는, 이쪽이 좋다고.

    몸의 물기를 닦아내는 것도 하녀들 몫이다.

    피부 칭찬만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촉촉한 물 피부를 과시하며 밖으로 나왔더니, 다른 조는 긴장된 표정으로 내 드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시착.

    가슴이 좀 허전하다 싶었는데, 입은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드레스가 마치 유두에 걸려 있는 것처럼, 윗가슴은 완전 노출이었다.

    이게 최선이었나?

    라곤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떠신가요?"

    하녀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겠지?

    이 옷. 원래 있던 걸 내 몸에 맞게 바꾼 것 같은데….

    "좋아요."

    하녀들이 안도한 기색이다.

    나는 난생처음 코르셋도 껴보고, 힐도 신었다.

    이때쯤부터 뭔가 좆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을 여성스럽게 치장하다니.

    처음 있는 일 아니야?

    나는 긴장감으로 속이 쓰려오는 듯했다.

    "이걸 입에 물어주세요."

    "뭘…요?"

    "향초입니다."

    "읍."

    "삼키지는 말고 머금어 주세요."

    입에서 향기 나게 하려고?

    라곤이 다가와 품평하듯 나를 쳐다봤다.

    "일어나서 걸어보시겠습니까?"

    어떻게 걸어.

    힐 같은 건 신어 본 적이… 있기는 있었다.

    현대에 있을 무렵, 동생이 새로 샀다고 자랑하길래 신고서 보디빌더처럼 포징하다가 굽이 나가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걸 신어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어나서 천천히 걸어보았다.

    하녀들이 감격한 눈치다.

    나도 내 모습을 보고 놀랐다.

    천박하고 야릇한 젖탱이까지는 가릴 수 없었지만, 내 성의 없는 코디로 묻혀 있던 여성스러움이 드레스 차림으로 폭발했다.

    …그걸 본 내 감상.

    속이 메스껍다.

    …으으윽.

    이건 내가 아는 내 모습, 시현이의 모습이 아니야.

    젖탱이랑 엉덩이 드러내고 걷는 모습만 봐 왔더니, 이렇게 순수하게 예쁜 모습은 적응이 안 된다.

    라곤은 드레스를 입은 날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역시나 바탕은 좋습니다.

    제가 봐온 여성분들 중에는 황후님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