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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세계 TS물-122화 (122/295)
  • 122회

    황녀 면회

    회랑에서 안뜰을 내다보면 감옥 이름처럼 검은 뱀 형상을 본뜬 석상이 똬리를 튼 모습으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감옥치고는 장엄한 건축물이지만,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아서일까.

    바다 밑에 가라앉은 배처럼 차갑고 우울한 분위기가 구석구석 스며들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수장은 긴 통로 앞에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죄인은 이 통로 끝에 있습니다."

    왜 멈춰서는 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옆을 보지 마십시오."

    "왜요?"

    갑자기 통로가 시끄러워졌다.

    "여자다!!"

    "여자 목소리다."

    "아직 어려!"

    "풋풋한 보지다!"

    …나는 간수장의 경고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통로에 한 발짝만 들어서면 옆면은 벽이 아닌 철창.

    수감자들이 통로를 지나는 사람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간수장은 내가 죄수들이 내뱉은 말이나 행동에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해준 것 같다.

    "제 등만 보고 따라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간수장 등에 바짝 붙었다.

    통로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내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난리 나겠네….'

    나는 3초 후의 미래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우오옷!!"

    "오오오!"

    "야. 빨리 일어나. 저것 좀 보라고!"

    나를 시야에 넣은 죄수들은 쇠창살과 한 몸이 될 것처럼 붙어서 헐떡거렸다.

    나와 교미하고 싶어 하는 수컷들의 시선에 살짝 우쭐해서,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걷는다.

    못 참겠지?

    "저년 엉덩이 좀 보라고!"

    "씨발. 젖가슴은 또 어떻고? 세상에!"

    "신이시여! 저년의 보지에 넣을 수 있게 하소서!"

    "꺼내줘! 당장!"

    죄수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간수장은 자주 겪는 일이라 감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흥분해서 날뛰는 건 처음 봅니다."

    "음."

    나는 모른 척했다.

    엉덩이 실룩거리며 걷지 않았어도, 상황은 비슷했겠지만.

    도발적인 걸음걸이로 몸매를 과시한 탓에 죄수들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대형 구장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이 일어났을 때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환호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수십 명의 수감자는 원숭이처럼 철창을 잡고 뛰어대거나, 쇠창살 사이로 팔을 뻗어 어떻게든 내 몸에 닿으려고 애썼다.

    거의 모든 수감자가 일어나서 쇠창살에 다닥다닥 붙어 나를 지켜본다.

    급기야 바지를 내리고 발기 자지를 흔들면서 나와 섹스하는 흉내를 내는 놈도 있었다.

    그놈을 시작으로 수감자 절반이 바지를 내리고 나한테 자지를 과시했다.

    "절대 옆을 보지 마세요."

    간수장은 앞장서서 걸으면서 경고했지만,

    나는 이미 흥미진진하게 죄수들의 자지를 구경하고 있었다.

    "흐응…."

    "하아! 하아! 이리 와! 보지에 넣어줄게!"

    "엉덩이 대! 그 꼴리는 엉덩이 실룩거리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그만! 물러서라!

    형량을 늘리고 싶나?"

    간수장의 위협에도 죄수들은 굴하지 않았다.

    짐승처럼 섹스할 생각밖에 없는 눈으로 자지를 흔들고 있다.

    내 얼굴, 내가 걷는 모습, 숨 쉬면서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젖가슴, 다리가 교차하면서 실룩거리는 엉덩이.

    대놓고 죄수들의 딸감으로 쓰이는 중이었다.

    [【그림의 떡】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욕정하게 만들기】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불쾌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아가씨."

    갑자기 죄수들이 조용해진다.

    …내 목소리 들으려고?

    "괜찮아요. 늘 겪는 일이거든요."

    간수장도 내 젖가슴을 흘깃 보았다.

    마성의 젖가슴이라니까.

    뽀얀 속살을 다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까요?"

    "혼자 나갈게요.

    철창 앞에 다가가지만 않으면 되잖아요?"

    "그렇습니다."

    "안내 감사합니다."

    간수장은 나를 남겨놓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죄수들이 아우성친다.

    "보지 보여주고 가!"

    나는 쭉 안으로 나아갔다.

    여기서부터는 조용하다.

    아멜리아 황녀는 한참 안쪽에 있는 작은 독방에 갇혀 있었다.

    문에 뚫린 작은 창으로 아멜리아를 엿본다.

    "밖이 소란스럽구나."

    아멜리아는 이쪽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허름한 옷에 야윈 모습이지만, 그래도 황녀는 아름다웠다.

    화려한 금발에 녹색 눈.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다.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이쪽을 홱 돌아봤다.

    내 목소리는 기억하나 보네.

    "면회야."

    나는 사전에 간수장에게 받은 마스터키로 감방문을 열었다.

    아멜리아는 의자에 앉아 뻣뻣하게 굳어 있다.

    내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하다.

    아멜리아를 붙잡았던 그 숲 이후로 처음이다.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어도…!"

    아멜리아는 잊었던 분노를 떠올린 듯 나를 노려봤다.

    "나만 아니었어도. 뭐?"

    "…."

    "더 큰 사고 치면서 돌아다니다가 칼 맞고 즉결 처형당했겠지."

    "어쩌면 내가 황제 폐하의 가슴팍에 칼을 꽂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원하는 게 아빠 가슴에 칼 꽂기라면 이미 성공한 거 아냐?"

    "네가 뭘 알아?"

    "복수하고 싶은 거야? 가족들한테."

    "천박한 것. 닥쳐라. 몰락했을지라도, 네가 입을 놀리는 상대는 제국의 황녀다!"

    나는 아멜리아를 무시하듯, 그녀의 감방에 있는 딱딱한 침대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살풍경하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다 떨어진 너덜너덜한 책장에 더럽혀진 교화용 책 몇 권이 남은 정도.

    더러운 변기와 딱딱한 바닥. 그보다 더 딱딱한 침대….

    황녀에게는 무척 고통스러운 환경이겠지.

    자업자득이다.

    "내 앞에서 황녀라는 말 들먹이지 마.

    너는 그냥 악질 범죄자야. 썅년아."

    "뭐, 뭣…!"

    "안 들렸어? 다시 말해줘?"

    어휴. 얘 오빠만 아니었어도….

    아멜리아는 반박 한마디 못하고 입술을 깨문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정신이 오염된 더러운 여자라는 건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온갖 더러운 괴물에게 몸을 대주고 창피하게도 살아있는 더러운 년!"

    "…."

    아멜리아는 내게 독설을 쏟아부었다.

    이 세계에 와서 순결을 지킬 기회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더럽다면 더럽지.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한 번 참았다.

    "맞아. 나는 온갖 괴물에게 몸을 대주고 다녔어."

    아멜리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섹스하면서 산책할 수 있다는 거 알아?"

    "듣기 싫다. 내 머리까지 오염되게 할 셈이냐?!"

    "기겁하기는."

    "나를 놀리려고 왔구나. 네가 잡은 년이 얼마나 비참한 꼴로 갇혀있는지 보고 싶어서."

    "…."

    나는 한숨을 쉬었다.

    "황녀인 너를 그런 이유로 만나게 해줄 것 같아?"

    아멜리아는 무언가 알아차린 듯했다.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작은오빠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보냈는지.

    알아차렸다면 굳이 말할 필요 없다.

    서안 황자님이 너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여기에 찾아왔다는 것만으로 증명되었으니까.

    이제 일할 차례다.

    "아멜리아. 너는 국가 반역죄로 여기에 갇혀있어. 알고 있지?"

    "네년 입으로 확인받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너 말고도 있잖아."

    "…."

    나는 아멜리아와 눈을 마주치고 진지하게 말했다.

    "도움 되는 얘기를 들으러 왔어.

    나는 형사도 아니고, 취조 같은 거 할 줄 모르거든.

    유도신문 같은 건 안 해. 있는 그대로 물어볼 거야."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쉿."

    아멜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한 번만 물어볼게. 아멜리아.

    힘들게 입씨름하지 말고 한 번에 끝내자.

    네가 솔직하게 말해주기만 한다면 아무 짓도 하지 않을게. 그냥 돌아갈 거야."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나는 네가 싫어. 너도 내가 싫겠지만,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랑은 말 섞는 것도 싫어."

    "…."

    "나는 내게 주어진 일만 수행하면 그것으로 족해.

    그다음에는? 여기서 세상을 저주하든지 자살을 기도하든지 마음대로 해. 나는 관심 없으니까."

    "아주 거만하구나….

    지옥 같은 황실에서 버텨온 나를 말 몇 마디로 구워삶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아멜리아.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야.

    나는 말싸움하러 온 게 아니라고. 나한테 구실을 주지 마."

    "구실?"

    "너를 괴롭힐 구실 말이야."

    "아하하하!"

    아멜리아는 폭소를 터뜨렸다.

    "나를 괴롭혀? 고문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주제도 모르는 년!

    하찮은 가문도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나와 말 섞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알아야 할 네가?"

    나는 아멜리아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봤다.

    자신을 생각해주는 유일한 가족이 '거친 수단도 상관없다'며 나를 의지했다는 사실을 알면, 뒤늦게라도 반성할까?

    천만에.

    이런 년은 똑같이 당해봐야 안다.

    아멜리아가 무고한 마을 처녀에게 했던 것처럼, 마물에게 흠씬 강간당해봐야 깨닫는다.

    오염되어 가면서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나는 유피를 통해 배웠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오직 견디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던 나에게, 오염된 후에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가르쳐 준 친구가 유피넬이다.

    오염되기 전에는 어떤 마음인지도 말이다.

    당장이라도 비르를 불러 강간하고 싶다.

    아멜리아가 예쁜 얼굴로 엉엉 우는 걸 보고 싶은 욕구가 커질 대로 커져서 터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 참았다.

    그래, 한 번.

    아멜리아가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나를 여기로 보낸 서안 황자님을 위해서.

    딱 한 번 참는다.

    "세이나."

    나는 권역 포탈을 열었다.

    아멜리아는 붉은 포탈을 보고 경계하며 의자에서 일어나 감방 구석까지 물러났다.

    "엄마?"

    세이나가 귀여운 얼굴로 걸어 나와, 감방을 두리번거린다.

    "여기는 어디예요?"

    "감옥. 죄지은 사람이 가는 곳이야."

    "엄마. 죄지어서 붙잡혔어요…?"

    세이나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아니. 저 아줌마가."

    아멜리아는 세이나를 알아본 듯하다.

    "많이 컸지?"

    나는 세이나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를 도와줘. 세이나."

    "응! 무슨 일이든 말해요. 엄마."

    심호흡한다.

    세이나를 이런 일에 이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다.

    나는 세이나를 떼어 놓고 일어났다.

    "우리 대화를 잘 듣고 있어. 세이나."

    "네!"

    아멜리아는 내가 듀롯이 든 병을 꺼내는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뭔지 알아?"

    "…."

    침묵으로 일관하시겠다?

    세이나의 능력이 뭔지 알고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아멜리아는 세이나가 급성장한 이유도 모를 테니까.

    내 능력은 아멜리아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마물과 친하게 지낸다는 인상 정도는 있겠지만, 비밀에 근접하지는 못해.

    "이건 듀롯이라는 이름의 마약이야.

    제국 수도 슬럼가에서 나돌고 있었어. 네가 활동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말이야."

    "…."

    아멜리아는 입을 열지 않는다.

    나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듀롯에 관해 아는 걸 전부 말해.

    이 약을 만드는 자와 네가 어떤 관계인지도."

    "하하."

    아멜리아는 건조하게 웃었다.

    "어설프구나.

    설령 관계되어 있다고 해도 그런 어설픈 심문으로 아는 걸 말하겠느냐?"

    "너는 대답만 해.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단, 대충 생각해선 안 돼."

    "…."

    내 태도에서 무언가 느꼈는지, 아멜리아의 표정이 긴장감으로 경직되었다.

    "지난 1년간, 네가 해온 일을 전부 복기하는 거야.

    진실하게 말해라. 그래야 너를 도와줄 수 있으니까."

    "…네가 날 돕는다고? 우습구나."

    아멜리아는 지독하게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다.

    누구도 날 돕지 않아."

    "대답해.

    이 약을 만든 자와 너는 관계가 있나?"

    "없다. 애초에 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군. 밑조사부터 다시 하는 게 어떠냐?"

    나는 약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세이나를 보며 말했다.

    "세이나.

    아멜리아의 말은 참이야?"

    "…."

    세이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엄마를 속이고 있어요."

    아멜리아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놀랄 만도 하지. 세이나의 능력을 몰랐을 테니까.

    세이나는, 태교 버프【개변태 알리바이 섹스】의 효과로 거짓을 간파할 수 있다.

    완전 사기 스킬 아니냐고?

    사기 스킬 맞다.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껏 부각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쓸 일이 없어서다.

    주로 내 행보와 연관이 있다.

    무책임 보지섹스나 농밀한 교배섹스에 거짓 간파가 왜 쓰이겠는가?

    연기하더라도 어느 정도 파트너와 합의가 된 상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라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도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흥이 깨진다!

    거기에, 엄마가 농밀한 교배섹스 하는 걸 세이나한테 보여주는 것도 좀 그렇고….

    아무튼.

    아멜리아는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이나는 거짓말이라는데?"

    "무슨 소린가 했더니.

    어린애가 아무렇게나 지껄인 말 아니냐."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

    아멜리아는 위협을 느낀 듯 몸을 움츠렸다.

    "세이나는 들어가. 오빠 좀 불러줄래?"

    "네!"

    세이나와 교대하듯, 큰오빠 비르가 나타났다.

    "시, 싫어…!!"

    악몽이 떠오른 듯, 아멜리아는 비르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고.

    나와 비르는 뜻이 일치한 듯 함께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케케케."

    "비르. 키스해."

    비르가 아멜리아의 몸에 달라붙었다.

    "꺄아악!!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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