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106화 (106/295)

106회

오크 격멸"물러나지 마라!"

"제국의 승리를 위하여."

"서안 황자님이 분투하고 계신다!"

두메른이 서안 황자를 혈안이 되어 쫓는 동안, 제국군은 밀릴지라도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끈질긴 놈들."

제국군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음은 코스카의 표정에 드러났다.

"왠지 우리가 애먹고 있는 것 같다. 부옥."

부옥이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왔다.

"황자님이 지휘하고 있어서야."

사람을 하나로 뭉치는 일은 어렵지만, 해낸다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황자님이 직접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도망칠 병사는 없다.

이렇게 되면 오크 측이 사용하는 "암컷 방패"는 역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상대한테 물러날 수 없다는 각오를 심어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제국군은 잘 해내고 있지만, 황자님이 가장 위험한 전투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도 짊어지고 있다.

두메른이 황자님을 쓰러뜨리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예상 밖의 분전으로 오크 측에도 피해가 발생하자, 부옥이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시현. 치료해야 한다. 하얀 암컷 데려와야 한다."

"…."

부옥이 말에 탄 나를 올려다 봤다.

"시현?"

"죽기 싫으면, 조용히 있어."

"부, 부옥…."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어.

최악의 경우 두메른과 싸우게 될지라도, 나 혼자 하는 수밖에…!

"밀린다. 퇴각하라!"

어?

황자님이 병사를 물렸어?

퇴각하는 제국군을 앞에 두고, 오크들이 함성을 질렀다.

"쫓아라! 나는 황자를 죽이겠다."

"수컷은 죽이고!"

"암컷은 범한다!"

두메른이 말에 올라타면서, 상황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뿔뿔이 흩어진 제국군.

도망치는 황자를 쫓는 두메른.

그러나 애써 만든 포위 진형을 버리고 도망치는 이유가 뭐지?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두메른을 끌어들이려는 연기가 분명해.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오크는 이미 주력 부대를 둘로 나누었는데, 여기서 코스카와 헤어진다면….

내 생각을 읽었는지, 두메른이 말을 꺼냈다.

"시현. 걱정하지 마라."

"누가 걱정했다고."

"이곳 지형은 우리가 더 자세히 알고 있다. 이미 기형을 우회시켰으니, 황자는 도망치지 못한다."

"우회시켰다고?"

"그렇다. 덫을 깔 줄 아는 건 황자뿐만이 아니지."

패주한 황자님은 정말로 갈 곳을 잃은 상태였다.

근처에는 팔뚝만 한 화살을 맞고 쓰러진 제국 병사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화살이다….

"용살궁을 어디서 구했지?"

황자가 두메른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국의 황녀는 삼장과 동맹을 맺었다.

용살궁은 황녀가 직접 들여온 물건이지.

그러한 사실도 모르고 여기까지 왔는가?"

"아멜리아가…."

"뻔한 퇴로를 골랐구나. 황자여.

화살비를 맞고 죽을지, 내 손에 죽을지 택하라."

"신사적이군."

황자와 눈이 마주쳤다.

두메른은 나와 황자의 시선 교환을 깨닫고,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유치하게….

"암컷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지."

"시현이 너와 좋은 관계를?"

"물어볼 텐가?"

두메른이 황자님한테 과시하듯, 내 젖가슴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수컷들 사이에 껴서, 이게 뭐야.

붙잡힌 공주님도 아니고….

"이미 끝난 것 같으니 관두지.

화살 비를 내려라. 두메른."

"그런 최후를 원한다면."

두메른이 팔을 들었다.

어딘가 모습을 숨기고 있을 기형에게 신호를 주기 위해.

나는 비르를 내보내 황자님이라도 구출할 생각이었다.

"쏴라!"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메른의 신호가 떨어졌는데도…!

"늦지 않았군."

황자님의 눈빛에 의기가 어렸다.

"별동대는 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두메른."

"…."

두메른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바로 깨닫지 못했다.

아스테가 무언가 해냈어.

화살 공격이 없다는 건, 즉….

기형이 죽었어?

"어떻게 미리 알았지?"

"미리 안 게 아니다.

아스테는 쭉, 너희가 위치를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활을 쏜 순간 위치가 드러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위치가 잠깐 드러났다고 상대가 대응하기 전에 찾아가 적진을 초토화한다?

현대 병기도 없는 이런 세계에서 그런 전술이 가능하단 말이야?

"용살궁을 몰랐을 리 없잖나. 두메른.

헤나가 화살에 맞아 죽을 뻔할 때 끼어든 게 나라는 걸 잊었나?"

두메른이 당했다.

당시에는 나도 황자님이 아멜리아를 쫓느라 정신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황자님은 어느 하나 놓친 게 없었어.

여기 온 순간부터 승리하기 위한 구상을 착실하게 쌓아가고 있었다.

예정된 것처럼 아스테가 나타났다.

기형의 머리를 들고.

"받아라."

아스테는 무심하게 기형의 머리를 집어 던졌다.

"기형 님!"

"기형 님이다."

"이렇게 빨리…."

두메른이 있는데도, 오크들이 동요하고 있어.

…이건 정말 큰 굴욕이다.

차마 두메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첫 습격 때 우리를 염탐했군.

유리검과 함께."

유리검이 황자를 대신해 말했다.

"적 전력을 분석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를 이겼다고 생각하나?"

"물론.

유능한 두 마법사의 희생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죽인다."

두메른이 말에서 뛰어내려, 아스테 앞에 착지했다.

아스테는 피하지 않고 검 끝을 내린 채 두메른과 마주 섰다.

둘의 기백이 팽팽하게 맞부딪친다.

"시현. 아스테의 지원을 부탁한다."

황자님이 말했다.

"…."

두메른은 황자의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나한테 등을 보인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스테 앞에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혼자 남아도 싸우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수컷의 등처럼 보였다.

두메른.

그동안 정들었지만, 그러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겠어.

우리 서로 해야 할 일을 할 뿐…!

나는 권역 포탈을 열었다.

"황자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오크들이 우왕좌왕했다.

"비르!"

비르는 고블린 부대와 함께 포탈에서 걸어 나왔다.

오크들이 왜소한 고블린을 보고 긴장을 푸는 것도 잠시.

비르의 몸에서 벼락불이 맹렬한 기세로 터져 나왔다.

여신 특제 "벼락의 칼"

그러나, 비르의 강함은 그게 아니다.

지금껏 권역에서 갈고 닦은 힘을 마음껏 선보일 때다.

나는 비르를 선봉으로 내세워 명했다.

"모조리 죽여!"

"카아악!"

"두메른 님을 도와라!"

"고블린 따위!"

결전이다.

깔끔하게 이겨주겠어.

백 마리를 넘는 오크 무리에 맞서, 비르가 돌격한다.

벼락같은 칼부림이 오크의 두꺼운 가죽을 가르고 목을 도려낸다!

"카악!"

"키에에!!"

비르의 활약에 힘입은 고블린들이 민첩한 동작으로 오크의 급소를 난자하며 날뛰었다.

체급으로 찍어누르려고 해도 소용없다.

권역에서 자란 고블린은 일반 고블린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소량이기는 해도 내 정기까지 받고 성장을 앞당겼으니, 오크 두 마리는 너끈히 썰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비르는 어느 정도일까.

혼자서 수십 마리의 오크를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카악! 죽인다!"

"붉은 고블린을 먼저 잡아라."

"그에엑!"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흩뿌렸다.

…이 정도는 비르로 충분해.

어느새 두메른과 유리검의 싸움도 시작돼 있었다.

두 사람의 전투에는 누구도 감히 끼어들 수 없다.

살아서 모험가들의 전설이 된 유리검의 참격이 두메른을 덮친다!

"크으윽!!"

두메른은 몸을 날려 거리를 좁혔지만, 아스테는 현란한 움직임으로 따돌리고 검을 휘둘렀다.

두메른이 피를 쏟았다.

"우리도 돕겠습니다!"

황자님 곁을 지키던, 제국의 정예 병사들이 비르를 지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자 탄력을 받은 비르와 고블린 부대는 일방적으로 오크를 학살했다.

"끄악!"

"두메른 님!"

이제 더는 전투가 아니야.

소탕이다.

비르는 오크를 휩쓸어 없애는 작은 재앙이었다.

두메른은 부하들의 비명을 등지고 아스테와 싸웠다.

"이게 무슨…!"

뒤늦게 도착한 코스카와 단창 부대는 상황을 살피고 안색이 파래졌다.

"시현!"

나는 애써 무시했다.

"단창 부대. 제국군을 제압하라!"

"우오옷!"

오크 정예가 전투에 참여했다.

지금부터는 비르만으로 버거워.

나는 부욱을 불렀다.

"저, 저건 뭐야!"

"붉은 오크?"

"엄청나게 커…!"

"우리 편이에요."

나는 당황하는 제국 병사들에게 말했다.

"부욱을 앞세워 나아가세요."

"아, 알겠습니다!"

"부욱."

제국 병사들은 태평한 얼굴로 나아가는 부욱을 위해 길을 텄다.

그러자 오크들이 눈치를 보다가 부욱의 배에 검을 찔러 넣지만….

부욱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세상에…."

…나도 병사들처럼,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무슨 탱크야?

비르가 체급을 극복하는 강함을 보여주는 존재라면, 부욱은 체급 차이의 절대적인 강인함을 과시하는 존재였다.

몸에 꽂히는 칼을 부러뜨리면서 오크들을 짓밟는다.

중간중간 손바닥으로 툭 밀치면 상대는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방어 진형 같은 게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것은 무기술에 숙련된 오크라 할지라도 피해갈 수 없는 벽이었다.

코스카와 부욱이 마침내 맞닥뜨리지만.

"크윽!!"

코스카는 부욱을 뚫지 못했다.

"공격해! 일제히 뚫어라."

"부욱?"

"무슨 가죽이 이렇게…!"

"부우욱."

부욱이 손을 뻗어 코스카의 목을 조른다.

코스카는 무기를 떨구고 발버둥 쳤다.

부욱의 구속 공격….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욱은 【음란한 착정 섹스】의 효과로 남들 배로 강력한 구속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붙잡기, 껴안기, 깔아뭉개기 같은 상대의 동작을 제어하는 기술에 보정이 붙는다고 볼 수 있겠지만….

코스카가 탈출하지 못할 정도라면, 대체 어느 정도의 세기로 붙잡고 있는 거지?

마른 침이 절로 넘어갔다.

"크윽!"

다른 오크들이 코스카를 구출하기 위해 일제히 부욱을 밀어붙였다.

하나, 둘, 셋… 여덟 마리?

부욱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지만, 창 찌르기가 사타구니에 들어온 순간 깜짝 놀란 듯 코스카를 놓아버렸다.

저런….

살짝 시차를 두고, 부욱의 정신파가 전해졌다.

자지가 아프다고….

….

창으로 찔렸는데, 그게 다야?

어떻게 돼 먹은 맷집이야.

"조금만 버텨. 부욱."

하는 수 없지.

"네 누나를 부를게."

빨리 끝내야 해.

이쪽은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일부러 외면하고 있지만, 코스카 부대는 "암컷 갑주"와 "암컷 방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에 휘말려 비명을 지르는 여자도 적지 않았다.

고블린 부대에 있는 신관 고블린 쿠키는 같은 편만 회복하는 방침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희생자들까지 신경 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가능하면 헤나와 클로라도 깔끔하게 구출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심호흡하고, 우리 혈족의 최강 전력을 호출했다.

…세이나.

"…."

세이나는 이미 와 있었던 것처럼, 권역 포탈 앞에 서 있었다.

위풍당당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소녀.

검을 든 도색 눈의 소녀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세이나가 정확히 얼마나 강한지는 모른다.

그냥 존나 세리라 생각하고 있을 뿐.

"엄마."

"응."

"오크 아저씨들을 전부 죽이면 돼요?"

"죽여.

사람은 건들지 않고. 할 수 있겠어?"

세이나는 오크의 몸에 강제로 묶여 있는 암컷들을 흘낏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어요."

"맡길게."

세이나가 움직였다.

제국 병사들, 심지어 적들까지도 세이나가 나타나자 무슨 일인가 싶어 주목했다.

겨우 내 허리께 정도 오는 작은 소녀가 검을 들고 전쟁터에 나타났으니 쳐다볼 만도 하다.

그러나….

세이나는 자신이 보호받을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단 한 번의 검격으로 모두에게 깨우쳤다.

검압으로 폭발이 일어나, 건장한 오크 셋이 허공을 날았다.

사지가 찢긴 채로.

"뭐야…."

"바, 방금 그거."

"검으로 친 거야?"

세이나는 오빠에게 물려받은 여신의 칼 한 자루로, 오크를 순식간에 베어넘겼다.

헉. 유리검보다 더 센 거 아니야?

오크 상대로는 그럴지도 모른다.

온갖 태교 버프를 가지고 태어난 세이나는【오크의 끈질긴 임신섹스】버프로 오크를 상대할 때 다섯 배나 강해진다.

거기에 【엉덩이 흔들며 사죄하기】 때문에 인간형 적을 상대할 때도….

에이, 시발. 관두자. 구경하면서 자괴감만 늘어나네.

태교들 이름이 왜 이래?

요약하면, 세이나는 오크를 상대할 때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검압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황당한 전투력 때문에, 두메른과 아스테도 잠시 싸움을 멈추고 돌아볼 정도였다.

이제는 소탕을 넘어서 섬멸.

세이나는 오크 중 가장 뛰어난 정예도 감당할 수 없는 강함이었다.

비르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오크 사이를 누비며, 암컷 갑주를 피해 오크의 급소를 벤다.

비르처럼…?

나는 비르와 세이나가 대련할 때의 움직임을 잠시 떠올렸다.

'비르의 움직임을 흡수한 건가…?'

한때 초월자의 간섭으로

세이나한테 최상급의 태교 버프가 들어간 적이 있다.

그 효과는… <한번 본 기술을 습득한다>

"흡!"

닮았어.

비르가 한 번의 칼부림으로 적들의 목을 동시에 떨굴 때와 비슷해.

그러나 세이나의 검 놀림은, 압도적인 기량 탓에 더욱더 진화한 기술처럼 보였다.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코스카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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