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회
오크 격멸눈을 떴을 때는 피의 권역이었다.
…뭐야.
어쩌다 여기로 굴러떨어진 거지?
"끄응…."
숙취가 느껴진다.
난폭한 교배섹스의 후폭풍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나 했는지 몰라도, 중간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으니….
살짝 방심했을 뿐인데 보지에서 정액 덩어리가 몽긋몽긋 솟아올랐다.
[태내의 아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영양 77% 경험 72% 애정 196%]
이게 오직 두메른과 섹스해서 나온 수치라는 게 놀랍다.
왕은 왕이네.
지금쯤 뻗어 있거나, 내가 없어서 근처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겠지만….
신경 안 써.
나는 권역으로 온 김에 권속들을 만나기로 했다.
세이나와 비르는 그리 먼 곳에 있지는 않았다.
잔잔한 수면을 따라 걷다가, 중간에 배가 산처럼 솟은 오크를 만난다.
처음에는 부옥인 줄 알았지만….
덩치가 훨씬 크다.
결정적으로, 피부가 붉었다.
왠지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안녕…?"
붉은 오크는 모 유명한 게임의, 잠만 자느라 길을 비켜주지 않는 괴물 같은 체형이었다.
너무 많은 공기를 넣은 풍선 같아.
"부."
…오크가 짤막하게 말했다.
"마마."
"역시 그렇지…?"
나는 참담한 심정에 휩싸였다.
이런 놈을 어디다 써먹어.
과도한 영양이 문제였나?
…이 붉은 오크는, 부옥과 나의 자식이 틀림없었다.
간파.
[붉은 오크][레벨 1]
[힘 201 민첩 2 지혜 1 회복력 3]
[父 오크 부옥][ 母 시현]
[좆집 목록]
[없음]
[태교 목록]
[【비열한 배신섹스】- 받는 피해를 반감한다]
[【누구나 싸지르고 만족하는 보지】- 힘 UP]
[【음란한 착정 섹스】- 구속 능력 UP]
[【남편에게 허락받은 불륜섹스】- 고통 내성]
[【소프트한 배신섹스】- 받는 피해를 흡수한다]
[【우두머리의 씨를 받는 최상급 암컷】- 치명적 공격 내성]
[【수컷 중의 수컷에게 탁란 섹스】-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태교 목록을 보니 절로 발그레해진다.
…버프가 좋기는 하네.
쓸만할지도 모르겠어.
"이름을 지어줄게."
"부엑."
"…."
"부에엑."
"확, 부엑이라고 지어버린다."
"부욱?"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을 두고 뭘 하는 거람.
"너는 이제부터 부욱이다."
"부욱."
알아들은 것 같다.
"두 다리로 설 수는 있어?"
나는 부욱의 두꺼운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푹신푹신하다.
"부욱."
부욱이 두 다리로 섰다.
별로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접힌 살에 파묻혀 있던 자지도 섰다.
워낙 거구다 보니 암컷을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여자를 다룰 때는 섬세하게 해. 알았어?
깔아뭉개거나 하면 안 된다."
"북."
대답은 짧고 간결하네.
마음에 든다.
정신파가 없었으면 당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몰랐겠지만.
갑자기 부욱이 나를 껴안았다.
"앗."
"마망."
"나 말고. 엄마는 여자가 아니야."
"마망. 마망."
그냥 어리광부리는 건가?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가만히 있었다.
부욱이 날 껴안고 섬세하게 몸을 비빈다.
이 정도면 다른 암컷도 괜찮겠어.
"그래. 엄마야."
나는 부욱의 어리광을 온몸으로 받아줬다.
한창 응석 부릴 때다.
"네 누나 만나러 가야 하니까, 놓아줄래?"
"부…."
"필요할 때 부를게."
"부욱!"
곧 사람 말도 하겠지?
어쩌면 비르처럼, 할 줄 알아도 안 쓰는 걸 수도 있다.
혈족간 의사소통은 정신파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비르와 세이나에게 소리 없이 다가갔다.
둘이 붙어서 뭔가 하고 있다.
"흐읍!"
"케켁!"
대련…?
세이나가 어느새 내 허리께 오는 소녀로 자랐다는 것도 놀랍지만,
비르를 상대로 대련하고 있다는 건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비르 오빠. 더 강하게 해줘요!"
"비릇!"
비르는 무려 벼락의 칼을 들고 세이나를 상대하는 중이었다.
동생을 위험하게 하려고 그랬을 리는 없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련 상대로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들었겠지.
납득이 가는 움직임이었다.
세이나는 가련한 소녀라는 게 믿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비르를 현란하게 따돌리고,
오빠가 쓰던 쌍검 중 하나인 여신의 칼을 자기 수족처럼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르가 돌풍처럼 몰아치고 있다면, 세이나는 물이다. 상대에 맞춰 거칠어지기도 하고, 부드럽게 받아치면서 꺾이지 않는다.
세이나의 발놀림으로 수면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었고, 검이 부딪칠 때마다 강렬한 금속음과 함께 불씨가 꽃잎처럼 흩날렸다.
대련은 세이나의 승리로 끝났다.
내가 온 걸 알아차린 비르가 공세를 늦춘 순간, 세이나는 바로 비르를 밀치고 검 끝을 목에 향했다.
…둘 다 대단하네.
박수라도 칠까?
"앗…!"
세이나는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못된 장난을 들킨 아이처럼 황급히 검을 등 뒤로 숨겼다.
"엄ㅁ…. 어머니."
어머니?
나는 살짝 웃고 말았다.
아기였을 때와는 인상이 다르네.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자기 몸가짐에 신경 쓸 때가 됐구나.
세이나는 예쁜 소녀로 자라나 있었다.
'자라나 있었다'는 말은 딱 맞다.
애들은 금방 자란다지만, 며칠 신경 안 썼다고 또 다른 버전의 세이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격이니까.
예쁘기는 정말 예쁘다.
어린애 두고 이런 몹쓸 소리 하면 안 되겠지만, 나중에 엄청난 미녀가 되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미모였다.
머리칼은 세미 롱 헤어,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귀여운 얼굴형에, 나를 쏙 빼닮은 복숭아색 눈동자.
살짝 들어간 허리와 봉긋한 가슴이 이제 소녀에서 숙녀로 자라가는 중간 과정에 있는 느낌이었다.
"안녕. 세이나."
"제가 비르 오빠에게 부탁했어요. 얼른 강해져서 엄… 어머니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
"혼내려는 거 아니야.
그리고, 엄마라고 불러도 돼."
세이나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네…. 엄마."
"둘 다 안아줄게. 이리 와."
"비르."
비르는 고개를 돌렸다.
또 어른스러운 오빠 행세하려고?
나는 비르가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세이나. 오빠가 양보해주네."
"이제 저도 어린애 아니에요…!"
"뭐 어때. 다 커도 엄마 품이 그리울 수 있지."
"…."
세이나는 갈등하다가, 총총 뛰어와 내 품에 안겼다.
칼은 어느새 놓은 뒤였다.
"엄마."
"그래. 엄마야."
"밖에서 싸우고 있죠. 저도 돕고 싶어요."
"음…."
우리 혈족 최강 전력이 세이나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딸에게 살생부터 가르치는 건 저항감이 든다.
"저는 괜찮아요. 엄마의 도움이 되는 게 우리의 기쁨이에요."
비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그래. 너희는 내 자식임과 동시에 권속이었지.
"알았어. 세이나."
"정말요? 엄마…!"
세이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네가 내 젖 먹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실 엊그제 맞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세이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움찔했다.
"놀리지 마세요. 엄마."
"옷 예쁘네. 누가 줬어?"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 쓰였는데….
여기에 여성용 아동복이 있었던가?
"유피넬 언니가 만들어 줬어요.
여자아이는 헐벗고 다니면 안 된다고 해서…."
"…."
세이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유두를 향한다.
나는 지금 전라였다.
"…엄마는 괜찮아.
아이가 아니라서."
"이제 저도 알 건 알아요. 엄마는 수컷과 교ㅂ…."
나는 세이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트리샤와 유피넬이 뭐라고 했는지 뻔하기 때문이다.
"읍읍!"
"…엄마가 순화해서 다시 말할게.
서방님이랑 사랑을 나누고 왔어."
"사랑…."
세이나가 중얼거렸다.
"사랑이에요?"
"그래. 사랑이야."
휴….
평소에는 나를 오글거리게 하는 단어가, 지금은 날 살렸다.
추잡한 어휘는 세이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방금 하려던 말은, 성인이 되면 하렴."
"네, 엄마."
세이나는 온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혹시 천사인가?
이렇게 예쁜 딸을 내가 낳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비르. 동생들 불러 봐. 선물 줄게."
"비르르!"
세이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거예요? 엄마가 헤어지기 전에 준 거!"
"그거 맞아."
"와!"
"그렇게 기뻐?"
"네!"
축적된 정기를 받는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세이나. 선물 받을 때, 어떤 느낌이야?"
"엄마가 제 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에로틱한 설명이 나오는 바람에 당황했다.
그런 느낌이구나.
혈족은 어머니인 나를 중심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만큼, 둘도 없는 포상이 되는 듯하다.
"새 동생도 생겼으니 나눠서 받자."
"네!"
양보라는 개념은 따로 말해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제와 깨닫는 것도 우습지만, 특수 임신이 아주 편리한 스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축적된 정기를 나누어 준비하는 동안, 비르는 동생들 및 고블린 부대의 일원들을 모아 대기시켰다.
두목 노릇 제대로 하네. 우리 비르.
제일 많이 줘야지.
잠재력을 생각하면 모든 정기를 세이나에게 몰아주는 것이 맞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우리 혈족의 평화다.
"우와! 엄마가 많아요."
세이나가 신이 나서 말했다.
"…."
그러게.
정기 존나 많네.
입에 담지도 못할 추잡한 성생활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서큐버스의 삶은 단순하고 음란한 것 같다.
내가 축적한 정기는 1,174개였다.
이 중 400개를 비르한테 주고, 임무에 도움을 준 고블린 부대원들에게 소량을 지급했다.
그다음은 우리 혈족의 대들보, 세이나.
350개를 나누어 준다.
나는 거대한 하나의 정기 덩어리에 손을 집어 넣어, 세이나의 몫을 꺼냈다.
"이건 세이나 거야."
"고마워요. 엄마…!"
세이나는 정기를 흡수하고,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응…. 하아…. 엄마가 잔뜩 들어와요."
"…."
리액션을 보고 역시 내 딸이구나 싶었다.
정기 먹방 같은 게 있었으면 별풍선으로 하늘을 수 놓았을지도.
"부."
다음은 막내, 부욱이다.
"부욱은 처음이었지."
"부욱."
부욱은 내가 준 정기를 한입에 먹어 치웠다.
"꺼억."
"…."
부욱이 더 달라는 듯이 손을 내민다.
이제 없는데.
"엄마! 부욱이한테 조금 나눠줘도 돼요?"
"응."
세이나는 부욱한테 달려가서, 정기를 직접 먹여 주었다.
"이거 먹어. 막내야."
"부욱."
부욱은 세이나의 몫을 나누어 받고, 웃는 상이 되었다.
과도한 식탐은 꼴사납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막내니까 이해해야지.
세이나가 막내를 챙겨주면서 예쁘게 웃는 걸 보면, 화도 나지 않는다.
아, 막내한테도 좆집이 있어야겠지….
나는 비르를 쓱 보았다.
"비르. 트리샤를 막내한테 주려고 하는데. 어때?"
"…."
비르는 살짝 머뭇거렸다.
트리샤의 섹시한 엉덩이가 눈앞을 아른거리는 모양이다.
"새 좆집 생기면 우선권 줄게."
"비릇."
비르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내 얘기했어?"
양반은 못 되는지, 트리샤가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처럼 알몸에, 다리 사이로 질싸 당한 정액이 질질 흐르는 중이었다.
"트리샤 언니도 많이 사랑받았네요."
"응? 아…. 이건 교배섹…."
트리샤는 내 눈총을 받고 말을 바꿨다.
"…맞아. 듬뿍 사랑받은 거야."
"엄마랑 같네요."
"시현이랑은 비교할 수 없지. 시현이가 받은 사랑은 어마어마하거든."
"…."
나는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트리샤. 너도 정신 차려 보니 권역이었어?"
"응.
네가 두메른의 교배 프레스로 정신을 잃고, 얼마 안 가서 나도 기절했던 것 같아."
"…교배 프레스가 뭐예요?"
"…."
"…."
나와 트리샤는 눈을 마주쳤다.
"어,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뜻이야."
"아…."
"세이나. 잠깐 동생들이랑 놀아주고 있을래?
엄마는 친구랑 얘기 좀…."
"네!
필요할 때 불러주세요. 엄마."
세이나는 꾸벅 인사하고는, 부욱한테 뛰어갔다.
"미안."
"괜찮아. 이런 환경에 방치한 내 잘못도 있으니…."
"그래도, 유피넬이 세이나를 잘 돌봐줬어."
"응, 세이나한테 들었어."
정신 오염의 무서운 점은 언뜻 봤을 때는 정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말 몇 마디 해보면 비정상이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지만, 대놓고 섹스에 몰두하는 모습은 타락한 직후에 자주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섹스를 보채기만 할 때가 오염이 더 심한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
유피넬은 교배섹스를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결 다르다.
쉴 때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때를 기다린다.
내 딸에게 예쁜 옷을 선물할 정도로 상냥하다.
"유피도 여기에 있는 거 아니야?"
나는 트리샤의 말을 듣고 권역 내를 탐색했다.
소요 시간은 3초에서 5초가량.
유피는 근처에 있었다.
"아헤…."
발라당 자빠진 꼴로.
흠씬 범해진 흔적이 보지에 그대로 남아 있다.
기절했는데도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게 유피넬 다웠다.
"왜 다들 여기에 와 있는 거지?"
"기절하기 직전에 본능적으로 포탈을 연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숨넘어가는 소리 내면서「자지 님, 살려주세요! 시현이, 죽어버려요」 했거든."
트리샤는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실감 나게 연기했다.
"…돌아가야겠어."
"서방님 곁으로?"
나는 트리샤의 허리를 쿡쿡 찔렀다.
"앗. 아하하! 미안해. 미안. 찌르지 마."
"어차피 여기 있어 봐야 할 것도 없어."
"세이나는 네가 여기에 있었으면 하는 눈치인데."
"알아."
하지만, 여기는 볼 게 너무 없어.
"좀 더 나은 곳을 마련해 줘야지."
"흐응. 뭐, 잘 결정하기를 바랄게.
우리는 모두 시현을 따라 한 배에 탄 셈이니까."
한 배….
그러고 보니, 아멜리아도 그런 말을 했었지.
"어떤 결단을 내려도, 우리가 너를 미워하는 일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