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96화 (96/295)
  • 96회

    충돌오크가 암컷을 손에 넣겠다고 선언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야.

    격투기의 KO 예고와 닮았어.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걸 알 텐데,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두메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결국, 우리는 숨겨둔 패를 하나씩 드러내야만 할 때가 온다.

    첫 전투는 오크의 압승이었다.

    "으아악!"

    "두메른이다."

    "「힘의 두메른」이 나타났다!"

    …헤나와 클로라가 안 보여.

    일반 병사들이 두메른을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두메른은 주변을 정리할 생각으로 정찰 중인 제국군의 소규모 부대부터 싸그리 때려잡았다.

    수컷은 즉시 살해당하고, 매력적인 암컷은 바로 오크에게 깔려 강간당한다.

    "싫어!"

    "아아악!"

    갑각류 껍질 벗기듯이 갑옷을 해체당한 여자들은 성욕을 드러낸 오크들에게 붙잡혀 범해졌다.

    그런 일이 눈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었다.

    두메른은 피칠갑한 몸으로 당당히 개선하고 나한테 다가온다.

    나는 두메른이 몹시 낯설게 느껴져서 오금이 저렸다.

    괴물…이야.

    "시현. 어땠지?"

    "…뭐, 뭐가?"

    "가장 큰 공훈을 세운 건 누가 보아도 나였다."

    왕인 네가 그래도 돼?

    "입맞춤해라."

    "어…?"

    두메른은 보란 듯이 나를 껴안았다.

    "꺅!"

    "우와."

    유피와 트리샤가 탄성을 지른다.

    나는 방금까지 제국군의 척추를 부러뜨리던 팔에 단단히 안겨서 입맞춤 당했다.

    저항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츕…. 츕…."

    "시현. 사랑한다."

    "서방님…."

    몸이 녹는 것 같아.

    두메른이 나를 열렬하게 요구하고 있다.

    암컷으로서 보답하지 않으면 안 돼.

    전투의 열기로 달아오른 근육질에 젖탱이를 문지르며, 기특한 암컷에 몰입한다.

    그것이 오크 진영에서의 내 역할이었다.

    "자신 있어? 두메른."

    "음?"

    "…오크 진영은 장군을 둘이나 잃었잖아. 아스테가 올지도 모르고, 헤나도 제법 강하고…."

    "그런 걸 걱정하고 있었군."

    "걱정한 건 아니고."

    "내가 널 가질 자격이 있는 우수한 수컷이라는 걸 몸소 증명할 좋은 기회다."

    "뭐?"

    "지지 않겠다. 절대로."

    나는 두메른의 낯부끄러운 선언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졌다.

    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뭐라는 거야.

    사랑해 섹스보다 더 부끄러워!

    "꺄…."

    "어머. 부끄러워라."

    트리샤는 보는 눈 신경 쓰지 않고 웃는다.

    "방해되는 것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마친 후, 시현은 내 암컷이 되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

    두메른의 자신감은 나를 향한 구애, 그 자체였다.

    보고도 믿기 어렵지만, 두메른은 아스테와 싸웠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그것이 오크의 생리였다.

    "시현! 시현! 시현!"

    "하얀 암컷도 따먹는다!"

    "우오오!"

    이 녀석들, 섹스에 미쳤어.

    진영에 매력적인 암컷이 추가될수록 전투력이 증폭하고 있잖아.

    집단 광기야?

    사람도 집단으로 싸울 때 뜻이 하나로 뭉치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하나로 뭉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는 반면,

    오크들은 달라.

    진영에 예쁜 여자.

    더 많은 예쁜 여자가 추가될수록 강해지고 있어.

    나와 유피, 트리샤는 오크의 기운을 북돋는 토템이었던 셈이다.

    이 추측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신에 가까워졌다.

    "두메른 님. 적의 거점을 발견했습니다."

    "직접 간다. 안내해라."

    "옛!"

    오크들은 할당된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흐으응…. 싫어…!"

    "놓아 줘!"

    "엄마…!"

    패배한 여병사들을 좆집 삼아 하반신에 장착하고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는 오크들.

    제국군은 암컷 갑주를 걸친 오크를 상대로 패퇴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늦은 밤이 될 때까지 승리, 승리, 승리만을 반복하며 오크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옥…. 오옥…!"

    "응, 응오…!!"

    "오크 자지 죠아…."

    여병사들의 신음이 야릇하게 바뀔 때쯤에는, 오크 진영 전체가 광란의 섹스 파티 상태였다.

    오크들이 한 번이라도 지나간 땅은 정액으로 더럽혀져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살아남은 오크들은 흥분과 꼴림을 자지에 모아, 사로잡은 여병사 보지에 모조리 때려 넣고 있었다.

    "앙…. 흐으응…!"

    "응, 응…. 아…!!"

    "싫어. 죽여줘…. 죽여줘어…!!"

    "아, 안에 싸주세요…. 안에, 안에 싸주세요…!"

    "오크의 늠름한 자지 좋아…!!"

    젊은 여자들의 신음, 한탄, 절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말하는 내용만 들어도 오염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알 수 있었다.

    "대단하네…."

    트리샤가 중얼거렸다.

    오크의 박력 넘치는 섹스에 푹 빠진 유피는 벌써 클리토리스와 유두를 문지르며 야한 냄새를 풍기는 중이었다.

    "으응…. 아…. 교배섹스 기분 좋아 보여. 나도 끼고 싶어."

    "저렇게 섹스에 미쳐 있는데 우리는 왜 안 건드릴까?"

    "…우리는 특별한 공을 세운 오크에게 주어지는 포상이니까."

    이미 엄청나게 주목받고 있지만, 피칠갑한 두메른이 주시하는 암컷을 건드릴 놈은 없다.

    유피와 트리샤를 상품으로 만든 건 나지만, 암컷 특별 대우는 두메른의 선언이 시발점이었다.

    내 몸을 포상으로 내놓은 것.

    처음에는 사기 진작을 위해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광경을 보라.

    오크 사회에서 암컷은 상시 따먹히는 존재. 자기 다리로 서 있는 여자는 우리를 빼면 없다시피 하다.

    두메른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돌림빵 당하고 있었겠지.

    싸울 때도 끼고 다니는 걸 보면, 오크에게 암컷이란 흥분제 겸 진정제.

    떼어놓을 수 없는 도구다.

    "우리는 순서대로 1등 상, 2등 상, 3등 상 같은 거네?"

    "그런 셈이지."

    "누가 1등인지는 명확하고."

    왜 나를 보면서 말하는데?

    "2등은 유피…. 내가 3등이야?"

    "나보다 트리샤가 더 예쁜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아아, 절정의 미녀 둘 사이에 끼어 있어서 서럽다."

    "서럽기는. 코스카가 네 뒤태를 보면 눈이 돌아갈걸?"

    "으흠…."

    트리샤는 살짝 쑥스러운 듯 볼을 붉게 물들였다.

    이렇게 평범한 대화는 대체 얼마 만이지?

    따지고 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지만.

    우리는 역설적으로, 오크 진영 가장 깊은 곳에서 안전한 여자들이었다.

    "아무리 공을 세워야 한다지만, 두메른이 시현이를 상품처럼 내놓을 줄은 몰랐어."

    트리샤가 말했다.

    "의도한 걸 거야."

    "일부러?"

    "…."

    이걸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싶어서 진한 현타가 왔다.

    "완전한 독점이 무리라면, 따먹기 어렵게라도 만들어서 다른 수컷에게 노출될 기회를 줄이고 싶었겠지."

    "두메른. 로맨티스트네. 오크답지 않게."

    "…내 말이.

    거기에, 이성적이기도 해. 부하들에게 자신이 공정한 리더라고 어필하는 데 성공했잖아."

    "…."

    유피와 트리샤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시현, 서방님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시현이한테도 봄이 왔네."

    "시발. 그런 거 아니야."

    강하게 부정하니까 긍정하는 것 같잖아.

    마음에 안 드네.

    양반은 못 되는지 두메른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시현."

    "…또 키스해달라고?"

    "부탁한다."

    왜 내가….

    제국군을 많이 쓰러뜨린 상으로 키스를 해주고 있는 거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다가가서 두메른을 껴안고, 힘껏 발돋움한다.

    "고개 숙여…."

    "흠."

    두메른이 나를 마실 것처럼 빨아댔다.

    변태 같은 키스에 온몸이 저릿저릿하다.

    내 몸은 온종일 두메른과 섹스하던 나날을 잊지 못한 듯했다.

    자석을 맞댄 것처럼, 지금 당장이라도 순식간에 결합해서 섹스할 것 같은데….

    두메른은 내게서 떨어졌다.

    "아…."

    "코스카한테 얘기는 들었다.

    뒤에 있는 건 네 친구라지? 한 명은 낯이 익군."

    "안녕하세요. 자지가 씩씩한 오크 왕님. 저는 유피넬이에요."

    "트리샤야. 전 마법 도적. 함정 해체와 후배위 섹스라면 맡겨 줘."

    "다친 오크를 치료하거나 질내사정 받는 일이라면, 저를 써주세요."

    "좋은 재능들이군. 전에 큰 도움을 받았지.

    하지만 암컷이 오크를 도울 방법은 원래 하나뿐이다."

    "…."

    유피는 숨죽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 방법이 뭔데요…? 가르쳐 주세요."

    "친구들을 데려가도 되겠나?

    괜찮은 활약을 해준 놈들이 있거든."

    "나는 안 가도 돼?"

    "적의 본대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현을 안으려면 송사리의 목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냥 평소에 여기저기 대주고 다닌, 만만한 보지인데…."

    두메른이 나를 껴안고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나는 정신 없이 혀를 할짝거리다가, 몸을 자지에 문지르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떨궜다.

    창피해….

    "날 믿어라. 네 보지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코스카는 다시 네 허리에 손을 걸치기 위해, 뭐든지 할 기세였어."

    "제국군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너만 내 옆에 있다면."

    "윽!"

    나는 두메른의 팔을 꼬집었다.

    "그런 거 하지 말랬지."

    "…너는 나와 함께 간다. 시현."

    "어?"

    "혼자 두겠다고 한 적은 없다. 내 침실로 가자."

    "우리는 저쪽에 가면 돼요?"

    유피넬은 가장 열렬하게 난교가 벌어지는 장소를 가리켜 말했다.

    "그전에 다친 놈들 상처를 봐주면 고맙겠군.

    트리샤는 야간 경계를 부탁한다. 적은 마법사니, 마법 함정을 해체하는 일이라면 맡겨도 되겠지?"

    "역시 왕. 보는 눈이 있네.

    슬쩍 둘러본 후에 나도 참여할게. 시현이랑 즐거운 밤 되길 바라."

    …진짜 하는구나.

    싸우러 나와서까지.

    나는 두메른의 팔에 안겨 막사까지 이동했다.

    옷을 하나씩 벗고, 두메른 위에 몸을 겹친 후 열렬하게 입맞춤한다.

    "츄루룹. 쮸웁. 쯉…."

    "친구들이 있을 때와 달리 적극적이군."

    "…나는 수치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야."

    "정말인가?"

    "츕…. 츕…. 몰라. 인마…. 얌전히 입 대."

    "오오…."

    "쪼옥…. 쯉…."

    나는 트리샤가 낮에 했던 것처럼.

    두메른의 몸에 알몸으로 착 달라붙어서 키스 펫이 되었다.

    눈이 마주치는 걸 신호로 입술을 맞대고 혀를 할짝거리며, 뱀이 교미하듯이 뒤얽힌다.

    밖에서 다들 미친 것처럼 섹스하고 있으니까.

    나까지 브레이크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이게 오크들의 세상….

    "오늘 좀 대단하던데."

    "음?"

    "네가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의지하고 싶어졌나."

    "…."

    "수치스럽게 생각할 필요 없다.

    암컷이 강한 수컷에게 의지하는 건 자연의 섭리다."

    "힘의 두메른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나왔어?"

    "그래."

    "…수컷은 모조리 죽이고. 암컷은 모조리 범하고?"

    "그래."

    나쁘지 않아.

    나는 두메른의 딱딱한 근육에 부드러운 젖탱이를 문지르면서 아첨했다.

    "피는 언제 닦았어?"

    "너를 보기 전에 닦았다.

    그 물 뿌리는 암컷이 있으면 좋겠군. 몸을 씻기 편해질 테니까 말이야."

    "…클로라…?"

    "불 뿜는 여자가 있으면, 음식을 조리하기 편해지고…."

    "풋."

    "능력 있는 암컷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헤나와 클로라 같은 대단한 마법사를,

    '물 뿌리는' '불 뿜는' 같은 표현으로 뭉뚱그릴 수 있는 대범함이 부럽다.

    "나는 능력 없는데.

    꼴리는 섹스 하는 것 말고는."

    "그건 우리 오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두메른."

    큰일이다….

    정말 큰일이야.

    "나는….

    이제 네가 죽으면 좀 슬플 것 같아."

    "…."

    "미안. 지금 말한 건 잊어줘."

    "넣겠다."

    두메른이 내 엉덩이를 꽉 붙잡았다.

    꼼짝없이 삽입 당하겠구나,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적이닷!"

    "제국군의 기습이다!"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독한지를.

    맹수를 잡기 위해 몇 날 며칠이고 쫓아서 숨통에 작살을 꽂고야 말았던 수렵인 시절부터,

    인류의 가장 강한 무기는 언제나 존나 버티기였다.

    줄여서 존버!

    "두메른!"

    "흠. 섹스는 잠시 미루자. 시현."

    "얼른 가 봐."

    두메른은 나한테 입맞춤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급한 대로 속옷만 걸치고 따라 나갔더니, 밖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게에엑!"

    "으가악!"

    "즐거웠어? 바비큐 파티다. 이 혐오스러운 돼지 새끼들아."

    불길을 등지고 나타난 헤나는 정말로 불의 여신이 세상을 정화하라고 내려보낸 사도처럼 보였다.

    치명적인 기습이다.

    알고 있었다.

    방탕함이야말로 오크의 약점…!!

    기세를 탔을 때는 아무도 막을 수 없지만, 승리에 취해, 섹스에 취해 있을 때는 흔들기 쉽다.

    헤나와 클로라가 끝까지 보이지 않았던 이유.

    힘을 온존하며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제국군은 비장한 표정으로 창을 꼬나 쥐고 외쳤다.

    "한 놈에게 셋! 한 놈에게 셋 붙어라. 가슴, 배, 머리를 찔러라!"

    "오오오!"

    "오크를 응징하라!"

    "제국을 위하여."

    "제국을 위하여!"

    위험해.

    완전히 둘러싸였어. 어디를 둘러봐도 제국군뿐…!

    "거기, 너!"

    "으, 으앗…!"

    나는 밀려서 엉덩방아를 찧고 제국군 병사를 올려다봤다.

    "…."

    병사는 나를 보고 숨이 멎은 듯 가만히 있더니, 내게 손을 뻗었다.

    "아가씨. 제국군 병사 아런입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어? 응…?"

    "어서! 저 오크들이 당신을 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생각해 보니 제국군이 나를 공격할 이유가 없구나.

    비르한테 사람을 죽이라고 시킨 적은 없기 때문에, 고블린 테이머 시현은 벌써 잊힌 듯했다.

    나는 내민 손을 멍하니 보았다.

    "충격을 받으셨군요. 실례지만, 제가 안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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