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57화 (57/295)
  • 57회

    위기가 너무 강하다"크아악!"

    "두메른! 설마…."

    아멜리아는 처음으로 눈에 띄게 당황한다.

    두메른이 쓰러지는 건 그녀에게도 예상 밖의 사태였음이 분명했다.

    나는 아멜리아가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았다.

    "지랄하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 쌍년아…!"

    "으읏…. 이럴 리 없다.

    두메른이 쓰러질 리 없어. 내가 마왕의 사도로 눈여겨본 자인데…!"

    "작작좀 해!"

    황녀의 뺨을 때린다.

    아멜리아는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나를!

    감히 황녀인 나를 때려? 아버님한테도 맞은 적 없는 나를!"

    "더 맞을래?"

    "시현 씨! 실랑이 벌이고 있을 틈은 없어요."

    이제 부옥과 친한 걸 감출 필요는 없지?

    "부옥! 황녀님은 네가 맡아. 싫다고 해도 놓아주지 마."

    "부옥. 금발 미녀 껴안기 자신 있다. 부옥."

    "싫엇!"

    그때 비명과 같은 날카로운 정신파가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비르가 두메른의 손에 잡혀 걸레처럼 쥐어짜이는 중이었다.

    "비르!"

    "꺄악. 서방님!"

    "키르릇!?"

    유피넬과 쿠키가 재빨리 치유 마법을 시전하지만,

    비르는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분노한 두메른의 양손에 붙잡혀 피를 쏟아냈다.

    그 두려운 광경에 헤나와 클로라가 창백한 얼굴로 얼어붙었다.

    "내 몸에 상처를 입힌 상으로 알려주마. 마법사.

    이 마법은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봉인하는 것'이 목적인 마법!

    파괴를 목적으로 개량하였으니 실패작이다!"

    "뭐…라고…?"

    물의 사슬이 끊어졌다.

    두메른이 성난 황소처럼 돌격해서, 어깨로 헤나를 받아버렸다.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날아간 헤나는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고 축 늘어졌다.

    "꺄아악! 헤나!"

    클로라도 두메른의 폭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손바닥을 맞고 튕겨 나가 바닥을 한참 뒹굴고, 침묵.

    "좋다!"

    아멜리아의 표정이 환히 밝아졌다.

    "두메른. 잘하고 있다. 날 보호해라! 저 오크가 내 옥체를 건드리지 못하게!"

    상황이 좋지 않아.

    도망쳐야 해!

    "유피! 네 서방님 데리고 포탈로 도망쳐!"

    "으, 응! 시현아. 죽으면 안 돼!"

    나는 권역 포탈을 열었다.

    유피넬은 쿠키와 함께 포탈로 들어가 몸을 감춘다.

    두메른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흑발 암컷. 재밌는 재주를 쓰는군. 그런 마법은 본 적도 없다."

    아니, 시발.

    오크 주제에 마법은 왜 그렇게 잘 아세요?

    대학원, 박사 과정 다 밟은 오크냐?

    하지만 대답해줄 이유는 없지!

    헤나, 클로라. 미안하지만, 나는 먼저…!

    "부오옥! 부옥을 버리고 도망치지 마라. 부옥!"

    "윽!?"

    부옥이 내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맞아. 이 새끼 엄청난 겁쟁이였지!

    웬일로 도움 되나 했더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될 때만 도움이 되는 거였어!

    "이거 놔! 날 붙잡으면 어떻게 해. 이 멍청아!"

    "부오옥. 시현이 기분 좋게 해줬다.

    부옥이 죽게 두지 마라."

    "놓으라고!"

    "직접 몸으로 통과하는 수밖에 없는 듯하군."

    어느새 두메른이 내 근처에 바짝 붙었다.

    안 돼.

    나, 나는 사로잡히면 도망칠 수 없어!

    "이거 놔. 난 갈 거야!"

    두메른의 두꺼운 팔이 나를 휘감았다.

    "그 반항적인 눈빛까지 내 취향이다."

    좆됐다.

    이 새끼가 이렇게 셀 줄이야.

    황자님의 경고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암컷을 방에 가둬라."

    두메른은 쩌렁쩌렁 울리게 말했다가,

    주변에 오크 시체밖에 없다는 걸 깨닫고 바닥을 기어가는 부옥에게 눈을 돌렸다.

    "부옥. 살려주심시오. 뭐든 하겠습니다!"

    "이 못난아!"

    나는 부옥의 머리를 팍팍 짓밟았다.

    "그럼 네가 직접 관리해라.

    다시 돌아서면 용서하지 않겠다."

    "알겠습니다. 부옥!"

    부옥은 군기가 바짝 들어 대답했다.

    죽음의 공포 앞에는 다 부질없구나.

    부옥을 버리려고 한 내가 화낼 자격이 있을까?

    시발. 그딴 자격 알 게 뭐야!

    "에라이. 한심한 놈아!"

    나는 화풀이로 부옥을 마구 짓밟았다.

    "부홋. 부옥.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부옥."

    "그만."

    두메른은 나를 끌어당겨 번쩍 들었다.

    세상에, 한 손으로 들렸어?

    "내가 갈 때까지 흑발 암컷을 잘 지켜라. 이 임무로 너를 살려둘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겠다."

    "존명!! 시현이는 오직 두메른 님의 암컷입니다. 부옥!"

    "아이를 가졌나?"

    "보면 몰라?"

    "그 아이는 낳게 해주지. 다음에는 내 아이를 배라."

    "…."

    어련하시겠어.

    나는 체념하고 몸에서 힘을 뺐다.

    대체 무슨 꿈을 꾼 거지?

    [숙녀「피의 어머니」가 깔깔 웃고 있습니다]

    [숙녀「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 미소를 짓습니다]

    [숙녀「방탕한 황후」가 수컷을 홀리는 당신의 매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함정이었구나.

    릴리스는 알고 있었던 거야.

    우리 일행이 두메른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나를 처음부터 속였나?

    그건 아니겠지.

    그러면 애초에 도와줄 이유가 없다. 돕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알아서 굴렀을 테니까.

    잠시 잊고 있었다.

    초월자들에게는 내가 애쓰다가 사로잡히는 것조차 즐거운 이벤트라는 걸.

    이번에는 고블린 소굴보다 훨씬 깊은 수렁에 발을 디딘 기분이다.

    도망칠 수 없을지도… 몰라….

    "시현 씨를 놔줘."

    "음?"

    나는 고개를 들었다.

    혼자 남은 케인이 칼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병신아. 도망가!"

    나는 케인의 표정을 보고 말리는 게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제 아이와 여자를 위해 죽겠다는 남자의 표정이다.

    "이 여자의 짝인가?"

    "그래!"

    "그러면 긴 말 하지 않겠다. 힘으로 차지해라. 그것이 우리 오크의 방식이다."

    "하아앗!!"

    두메른은 달려오는 케인의 목을 잡아 비틀었다.

    우드득.

    털썩.

    "……."

    나는 눈을 돌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온몸이 떨렸다.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해도… 초월자들은 이건 이것대로 꼴린다며 내버려 두겠지?

    …케인이 죽었는데도 나란 놈은 자기 생각만 하고 있네.

    평소 험하던 입도 이럴 때는 조용하다.

    웬만한 분노는 죽음의 위기 앞에서 조절되는 법이다.

    케인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다.

    어쩌다 섹스해서 아이를 가졌을 뿐.

    그게 사랑의 결실은 아닐지라도, 마지막에 보여준 케인의 용기는 칭찬받을 만했다.

    나는 두 눈을 뜨고 쓰러진 케인의 등을 가만히 지켜봤다.

    "푸흡."

    그때, 아멜리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눈이 확 돌아서 아멜리아를 노려보았다.

    "뭐가 웃겨?"

    "만용으로 미련하게 죽는 모습이 우습구나."

    "아멜리아…."

    아멜리아. 결심했다.

    너는 나보다 험한 꼴을 당하게 해주마. 반드시.

    "건방진 년. 눈 깔지 못해?"

    아멜리아는 내 뺨을 양쪽으로 두들기고, 헤이스트 링을 빼서 다시 자기 손에 끼웠다.

    "그 추잡하게 돌출된 가슴과 엉덩이로 오크들과 놀고 있어라.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면서 말이야."

    "황녀. 이 여자는 내 물건이다."

    두메른이 말했다.

    "상처입히지 말고 깔끔히 떠나라."

    계집애, 손 맵네.

    나는 입안에 맺힌 피를 아멜리아의 얼굴에 뱉었다.

    "퉷!"

    "이, 이게!"

    "그만."

    두메른이 거석 같은 몸으로 가로막자, 아멜리아는 단념하고 물러났다.

    "아멜리아 황녀. 무슨 일로 왔지?

    풋내 나는 마법사 계집애나 몇 명 선물로 주려고 온 건 아닐 테지."

    "정예 오크 백 마리를 다오."

    "벌써 다 썼나?"

    "고블린은 도움이 안 돼."

    "아직 움직이기는 이르다. '유리검'이 우리 진영을 휘젓고 있으니."

    아멜리아는 팔짱을 끼고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러니 내가 하겠다.

    태평한 제국을 안쪽에서 곪아 터지게 해주겠다. 아직도 현실을 깨우치지 못한 신민들을 계몽할 군대를 다오."

    "미쳤어? 그 짓을 또 하겠다고?"

    우리가 고블린들을 막지 못했더라면 일어났을 일을.

    아멜리아는 자기 손으로 다시 일으키려 한다.

    정신 오염 수치만 낮았지, 미친 게 분명하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강대한 제국은 새로 만들면 돼."

    "내키지 않는군.

    유리검을 잡을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

    "힘의 두메른이라 불리는 자가 언제 그리 겁이 많아졌지?"

    "겁과 신중함을 구별하지 못하는구나. 아멜리아 황녀."

    아멜리아는 갑자기 나를 보며 다른 얘기를 꺼냈다.

    "그 여자가 꽤 마음에 든 것 같은데."

    "흠. 그래서?"

    "어찌 보면, 내 덕에 잡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으악. 망할 년.

    나를 교섭 재료로 써먹지 마!

    "웃기지 마. 내 젖가슴, 네가 키웠냐?"

    "어때. 예쁜 목소리로 떽떽 울어대는 게, 조련할 보람이 있지 않겠느냐?"

    "그 점은 몹시 동의한다."

    동의하긴 뭘 동의해. 시발!

    "하얀 머리 여자는 놓쳐서 아쉽지만, 나머지 계집들도 봐줄 만하고."

    "그래. 내가 이곳에 끌어들였지.

    성내의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그런 걸 계획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지."

    "좋아하는 말?"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다."

    아멜리아는 거만하게 턱을 치들었다.

    "곧 알게 될 거야. 누가 옳았는지."

    "알려줄 필요 없다. 잘 싸우는 정예 오크 백을 내줄 테니, 내가 이 여자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방해하지 마라. 그것이 조건이다."

    "푸흐흐…."

    쌍년.

    지금 열심히 웃어 둬라. 내가 뭘 당하든, 그보다 심하게 해줄 테니까.

    "유쾌하구나.

    다소 불쾌한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갚고도 남음이다.

    내 이름과 명예를 걸고, 너희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노라."

    "인간을 배신한 황녀에게 명예가 있었나?"

    "너희 오크에게도 명예가 있지 않으냐? 인간을 죽여 얻는 명예가.

    나는 결국 선지자로 알려질 것이다."

    아멜리아는 웃으며 떠났다.

    재수 없는 년. 악독한 년. 얼굴만 예쁘면 뭐 해?

    "여자들을 옮겨라."

    "부옥! 존명."

    또 잡혔다.

    쓰라린 실패로 눈물이 난다.

    울 틈도 없이 방에 갇혀 칼을 찬다.

    본래 죄인의 목에 거는 형틀이지만, 우리는 아래로 찬다.

    똥구멍 주름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다리를 벌리고 고정하는 역할이다.

    몸부림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크들이 쓰는 감금 방은 성 내부에 있어서 그런지

    고블린 소굴보다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고, 청소도 주기적으로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여자를 욕보이려는 목적이 명백하기 때문에, 눈에 치이는 것마다 무서운 도구들이 가득했다.

    큼직한 벽난로 옆에 고문 도구가 줄지어 있다.

    내 생각에는 불에 지져서 쓰기 편하라고 저기에 걸어둔 것 같은데.

    보기에도 무서워서 눈을 돌렸다.

    "오크는 저런 거 안 쓴다. 부옥."

    "그럼 왜 걸려 있는 거야?"

    "인간들이 썼던 도구다. 부옥.

    여기는 인간들이 심문할 때 썼던 방이다."

    잘 아네….

    그보다, 나를 안심시켜주려고 꺼낸 말인가?

    "…미안하다. 부옥.

    부옥 겁 많다. 죽고 싶지 않다. 케인처럼 용감해질 수 없었다."

    "알아."

    나도 살 궁리만 했으니까.

    "날 위해 죽으라고는 안 할 테니, 따르는 척해.

    상황이 바뀌면 다시 날 도와줘."

    "알았다. 부옥."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으…. 응…."

    트리샤가 눈을 떴다.

    "나…. 읏…."

    어떤 상황인지 깨달은 트리샤의 표정은, 씁쓸함으로 물들었다.

    "잡혔구나."

    "응. 또 잡혔어."

    "…미안해. 내가 정찰에 실패하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 운이 나빴어."

    두메른이 그랬던가.

    운도 실력이라고.

    지금 같은 상황에는 사무치는 말이다.

    "으읏…. 하아…. 다른 애들도 다 잡혔어? 케인은?"

    "…죽었어."

    "…그래."

    트리샤는 모든 걸 받아들인 듯했다.

    "이만하면 오래 버텼지.

    보지 타락하면 시현의 애완동물로 길러 줘."

    "뭐야. 그게."

    "미리 말해두는 거야. 머리 이상해지기 전에."

    나는 실소했다.

    장기 기증 동의도 아니고….

    "그래. 유용하게 써줄게."

    하지만 질질 짜는 것보다는 낫다.

    "마법사들이 깨어날 때가 문제네.

    자존심 강한 두 사람은 정말 견디기 힘들 텐데."

    "또 선임 노릇을 하는 거야?"

    "시현이도 구속 교배섹스 권위자잖아?"

    "무슨 경력처럼 말하지 마…."

    다리 활짝 벌리고 있는데 차분해지는 게 창피하다.

    오래 해본 일인 듯 자연스럽네.

    이러면 안 되는데.

    "상대는 고블린도 아니고 오크잖아."

    "…그랬지. 지금 몰래 탈출하면 안 돼? 비르 불러서."

    묶여 있어도 포탈은 열 수 있지.

    유피넬, 쿠키, 비르를 불러서 칼을 풀어달라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르의 정신파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쯤 유피넬과 쿠키가 함께 달라붙어서 치료하고 있겠지.

    "아직은 안 돼."

    "부옥이 허락하지 않는다. 부옥."

    "네 허락 같은 건 상관없고."

    "부오옥…."

    왜 풀 죽고 지랄이야.

    울고 싶은 건 난데.

    "으응…."

    곧, 정신을 잃었던 두 사람이 깨어났다.[작품후기]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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