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51화 (51/295)
  • 51회

    인생의 절반 손해우리는 헤나를 따라 달렸다.

    클로라는 숨이 차게 뛰면서도 날아오는 화살을 물로 된 장벽으로 저지한다.

    "쉽게 놓아주지 않을 모양인데."

    헤나는 멈춰서서 혀를 찼다.

    이유는 알고 있다.

    우리는 아멜리아를 쫓아 일직선으로 숲속에 들어왔는데, 추격자들은 우리의 동선을 읽고 앞서 이동한 후 진을 치고 있다.

    "그냥 돌파하면 안 되나요?"

    케인이 헉헉대며 말했다.

    "…침입자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함정을 가동했을 거야.

    발판 함정이라도 밟고 무력화되는 날에는, 신한테 기도드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좀 더 빨리 밟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멜리아가 다 들리게 중얼거렸다.

    나는 바로 아멜리아의 손에 있는 반지란 반지는 모조리 빼버렸다.

    "뭐 하는 짓이냐! 감히 황녀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조용히 해. 이제 너도 똑같은 신세니까. 우리가 여기서 잡히면, 다 같이 오크의 정액받이야."

    아멜리아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도, 돌려줘…!"

    "아이템 믿고 까부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이쪽이야!"

    우리는 헤나가 뛰는 방향으로 달렸다.

    황녀님 반지가 좋기는 좋네. 몸이 가벼운데?

    발이 땅에 닿지도 않는다. 마치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헤나. 정면에 한 마리 있어!"

    "알아!"

    헤나의 손에 불꽃이 맺혔다.

    "파이어 볼트!"

    맞았다!

    다들 멈춰서서 맞은편을 바라본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맞았는데 반응이 없어…?

    나무 사이로 키가 4m는 되는 오크가 걸어 나왔다.

    한눈에 놈이 <기형 오크>라는 걸 알았다.

    "으윽…!"

    "끔찍해!"

    이놈은 왜 온몸이 살구색이야.

    미치광이 과학자의 끔찍한 실험체처럼 뒤죽박죽 섞인 이목구비에, 엄청나게 긴 팔.

    그냥 이 세상 생물이 아닌 것 같았다.

    "하필이면…!"

    헤나는 마력이 없어.

    내가 도울 차례다.

    "비르!"

    "카악!"

    기형 오크는 긴 팔을 채찍처럼 휘둘러 공격했다.

    그러자 공격 범위에 있던 나무는 태풍에 휘말린 것처럼 뜯겨 나간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위력이었다.

    비르가 쥔 칼에서 벼락불이 뿜어져 나왔다.

    "클로라. 지원 마법!"

    "응!"

    헤나는 화염비를, 클로라는 수압 커터로 동시에 기형 오크를 공격한다.

    기형 오크는 크게 휘청거렸지만, 어떤 공격에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무슨 몸이 저래?

    "시현. 오크들이 몰려올 거야. 도망쳐야 해!"

    "먼저 가. 헤이스트 링으로 따라갈게!"

    나는 비르와 함께 동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번 후, 기형 오크를 뿌리치며 내달렸다.

    뒤에서 반드시 갚아주겠노라고 선포하는 듯한 끔찍한 포효가 울려 퍼진다.

    금세 케인을 따라잡았지만, 다들 표정이 좋지 않다.

    지금쯤 다들 같은 생각 하고 있겠지.

    큰일 났다.

    오크의 추격을 뿌리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톱니 오크를 쓰러뜨렸다고 해서 자만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고작 조금 더 발을 디뎠다고 이런 마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잠시 쉬자. 마력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

    헤나와 클로라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숨을 골랐다.

    "아멜리아. 우리 다 잡혀서 좆되게 생겼으니, 방법이 있으면 늦기 전에 말해."

    "나는 두메른을 알고 있다.

    오크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퍽이나 그러겠다."

    발정 난 오크들이 제일 먼저 달려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사실 외모순으로 따져보면 우리는 다 위험하다.

    케인은 죽을 게 뻔하고.

    "크, 큰일 났어요."

    클로라가 벌벌 떨었다.

    "10마리, 아니 30마리…. 여기는 오크 소굴이에요. 수가 너무 많아요!"

    "뭐?!"

    시발. 좆됐다!

    권역으로 도망칠까?

    붙잡히면 정액변기행이 틀림없다.

    서큐버스인 내가 이런 위기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최근 섹스를 즐기기도 했고.

    하지만, 섹스라는 건 기본적으로 상대에 따라서 감상이 많이 달라지는 법이다.

    나 같은 경우 최소한 인간이라면 그래도 괜찮은데.

    괴물로 넘어가면 허용치를 힘차게 돌파해 버린다.

    오크의 자지에 꽂혀 정액 변기가 되는 내 모습을 상상했더니, 등골이 오싹했다.

    그건 안 돼!

    "결사항전 뿐이야."

    헤나는 갑자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붙잡히느니 온몸을 불사르고 죽겠어."

    "다 같이 살 방법을 모색해 봐요…!"

    케인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나 여기서 타락하는구나. 상대가 오크라니, 내 보지와 작별 인사 해야 할 것 같아."

    트리샤는 트리샤대로 멘탈이 나갔고.

    "해보자. 모두 죽일 필요는 없어.

    한쪽만 돌파해서 빠져나가면 되는 거잖아?"

    거기에, 이쪽은 힐러가 둘이나 있다.

    부상자가 나와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우리는 오크가 어느 방향으로 나와도 대응할 수 있게 원으로 뭉쳤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오크의 그림자….

    "비르. 공격해…!"

    "부옥! 공격하면 안 된다. 부옥!"

    "뭐야?"

    못난이 오크. 어디서 봤는데?

    "넌 뭐야?"

    "부옥이다. 부옥!"

    왜 이놈이 여깄어?

    지금부터 오크 정예들과 한바탕 칼부림하려는 찰나에.

    "흑발 암컷 일행, 따라온다. 부옥. 부옥이 안전한 곳으로 안내한다. 부옥!"

    "안전한 곳?"

    이걸 믿어도 좋을까?

    "빨리 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부옥!"

    "알았으니 그 소리좀 내지 마. 부옥, 부옥 시끄러워."

    "부오옥."

    나는 뒤를 돌아봤다.

    "어떻게 할까?"

    "아는 사이야?"

    "조금. 좋은 인연은 아니지만."

    "불타 죽는 것보다는 나아 보이네."

    "부옥. 안내해!"

    "부오옥!"

    우리는 뒤뚱거리는 부옥을 따라서 달렸다.

    대체 어떻게 추격자의 눈을 피하려는 거지?

    같잖은 수작질 하면 멱을 따버릴 테다.

    "이쪽이다. 부옥!"

    "여기는…."

    부옥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교묘하게 위장된 지하실 입구였다.

    "윽. 무슨 냄새야."

    트리샤의 반응을 본 부옥은 괴상한 소리로 웃었다.

    "오크 똥이다. 부옥.

    입구에 발라서 위장했다."

    "안에다가도 발라놓은 건 아니지?"

    "부옥!! 오크 깔끔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씻는다."

    "그건 깔끔한 게 아니야. 더러운 새끼야."

    "빨리 들어가야 한다. 시간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내가 제일 먼저 발을 디뎠다.

    부옥은 모두 들어온 걸 확인한 후 맨 마지막에 문을 닫았다.

    곧 성난 오크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그나저나 이 안은 왜 이렇게 좁아?

    다들 뒤엉킨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었다.

    "부옥."

    "읍."

    갑자기 뜨뜻미지근한 게 내 얼굴을 뒤덮었다.

    그게 부옥의 면상이라는 걸 알았을 때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이 났다.

    좀, 떨어져…!

    "흑발 암컷…."

    이 녀석…! 왜 들이대.

    부옥은 움직일 수 없는 나를 붙잡더니, 비르가 황녀에게 했던 것처럼 내 입을 빨아들였다.

    "읍. 흐읍…. 흡…!"

    숨 못 쉬겠어.

    이 새끼가…. 흐읏….

    [【오크와 츄츄】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좁은 곳에서 숨 막히게】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마물들이 좋아하는 시현이】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오랜만이라고 아주 신났네.

    업적창은 어두워도 보이고 지랄이야.

    "츄루룹. 츕. 츕. 츕."

    ~~아. 미치겠네.

    이런 한심한 병신한테 입이나 츄츄 빨리고….

    입을 다물면 다무는 대로 잇몸이나 치아를 할짝거려서 참을 수 없다.

    결국 혀를 섞는 꼴이 되었다.

    츕. 츕. 쪽. 쪽.

    숨 막혀….

    이쪽은 호흡 곤란이 올 것 같은데, 부옥은 내 얼굴에 거친 숨결을 불며 두툼한 혀로 할짝거렸다.

    "햑. 어딜 만지는 거야!"

    "앗…! 제가 만지고 싶어서 만진 게 아니라…."

    헤나와 케인은 한물간 러브코미디를.

    이쪽은 종족의 벽을 뛰어넘은 추잡한 키스를 선보이고 있다.

    "츄루룹. 쯉. 쯉."

    "무슨 소리야…. 이게…?"

    "쮸루룹. 쪼옥."

    그만….

    그만 빨아대라고…. 이 새끼야….

    "저리 비…켜!"

    내가 몸부림치자, 무언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게 주저앉으면서 와장창 무너져내렸다.

    넓은 공간에 나오니, 불빛이 방안을 밝혔다.

    "내 은신처다. 부옥."

    "위에서 떨어진 거야?"

    "원래는 몸을 굽히고 내려오면 된다. 부옥."

    나는 비르한테 명령해, 부옥을 흠씬 두들겨 팼다.

    "아프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앗!"

    "그걸 먼저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이 개새끼야!"

    "살려주심시오! 잘못해뜹니다!"

    "불 켜는 법도 알았지? 어?!"

    "흑발 암컷과 키스 좋았다…. 부옥…."

    "뒤져. 그냥 뒤져!"

    나는 케인이 말릴 때까지 부옥을 밟았다.

    "흑발 암컷…. 임신해도 강하다."

    "하아. 하아…."

    그냥 비르한테 맡길 걸 그랬다.

    때리는 내가 지치네.

    워낙 통통하고 때리기 좋아서 그런지 샌드백처럼 스트레스 푸는 맛이 있었다.

    "야. 오크. 여기는 뭐야? 너 혼자서 만든 게 아닌 것 같은데."

    "잘 모른다. 부옥. 원래부터 있었다. 똥 싸다 찾았다."

    참 도움이 되는 답변이군.

    "제국의 귀족이 쓰던 방 같아.

    잉크를 보니 버려진 지 한참 지난 것 같고. 목적은 불명."

    "방공호… 라고 생각해요."

    헤나는 클로라와 함께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아멜리아. 뭐 아는 거 있어?"

    황녀님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한다.

    골치 아프군.

    상황이 이런데 비협조적인 태도라니.

    마음 같아서는 확.

    [숙녀「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 너무나 적절한 공간이라고 귀띔합니다]

    [신사「속사라고 불러주실까」는 방금 보던 걸 마저 보고 싶다고 합니다]

    [신사「최면의 신」이 시현의 암컷 타락을 원합니다]

    [신사「요승」은 기가 센 붉은 머리 마법사를 눈여겨봅니다]

    신사·숙녀들 메시지 때문에 오히려 정신이 들었다.

    이런 생각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잠잠해지면 나가자."

    우리는 조금씩 흩어져서 방안을 살피는 시간을 보냈다.

    바닥과 벽, 천장은 전부 차가운 석재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의 높이는 사람 키의 세 배 정도.

    방의 너비는 모든 사람이 뿔뿔이 흩어져서 4m씩 거리를 두고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넓었다.

    안쪽에는 잉크병이 놓인 책상이 있고, 벽에는 불빛을 머금은 촛대가 일정 간격으로 배치돼 있다.

    양초는 새것이었는데, 부옥이 조달한 듯했다.

    자주 들락날락했던 모양이다.

    구석진 곳에서 정액 냄새도 난다.

    쪼그려 앉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여자를 데려와 겁탈한 흔적처럼 보였다.

    청렴한 오크 따위 없겠지만, 역시 믿을 수 없는 놈이다.

    뭘 바라는 걸까?

    "부옥. 흑발 암컷. 예쁘다. 신부 삼고 싶다."

    하느님.

    진짜 저한테 왜 그러십니까?

    "가까이 오지 마."

    "비르릇. 마마 근처에 오지 않는다."

    비르가 으름장을 놓자 부옥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찌그러졌다.

    잘한다. 우리 비르.

    "오늘은 여기서 자는 수밖에 없겠네요."

    케인이 말했다.

    다들 생각은 했겠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다.

    헤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소비한 마력을 회복하려면 반나절은 쉬어야 해."

    "피곤해요."

    클로라는 벌써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자는 건 좋은데,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불침번 순서를 정하자.

    부옥이 개수작 못 하게 막기 위해서라도 있어야 해."

    "부오옥…."

    부옥의 뱃살은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처럼 축 처진다.

    …기분 나빠.

    "구석에 가 있어."

    "부옥…. 부옥이 구해줬다. 흑발 암컷 일행. 부옥이 구했다."

    "알아. 그래서 안 죽이잖아. 씹새야."

    "…부오옥…. 흑발 암컷 무섭다…."

    "마망. 비르 믿고 자."

    "비르?"

    비르는 패기만으로 부옥을 구석에 몰아넣었다.

    "마마. 푹 자."

    "혼자서 괜찮겠어?"

    "비르. 안 자도 끄떡없어."

    오….

    믿음직한데?

    "불침번은 비르야."

    "흐암. 다행이네."

    "붉은머리 마법사."

    갑자기 비르가 헤나를 지목했다.

    "뭐, 뭐야?"

    "비르와 허그한다. 필모!"

    오랜만에 듣는 말이군.

    비르는 헤나에게 대가를 요구했다.

    즉, 그녀들을 지키는 건 유료 서비스라는 뜻이다.

    "큿….이게….

    마력 다 쓴 마법사 상대로, 무슨 치졸한 협박을…!"

    "그냥 한 번 안아줘.

    다른 뜻은 없을 거야."

    "하아…. 내가 이딴 짓을 하게 되다니…."

    "비릇!"

    비르는 클로라와 헤나를 번갈아 가며 껴안고 시시덕거렸다.

    "꺄아…."

    "읏…. 이 녀석…. 몸 비비지 마."

    "가슴은 안 돼요."

    "부옥. 나도…!"

    부옥은 거대한 자지를 덜렁거리며 클로라에게 다가갔다가, 워터 캐논을 맞고 석벽에 처박혔다.

    "부오옥…."

    죽은 거 아냐?

    하여튼. 비르가 맡아주면 안심하고 잘 수 있다.

    "시현아. 같이 자자."

    트리샤가 나한테 달라붙는다.

    "황녀님을 봐줘. 케인한테 맡기면 덮칠지도 몰라."

    "시현 씨. 저를 그런 사람으로 봤습니까?"

    "그런 놈이잖아. 너."

    "…시현 씨 말곤 안 해요! 시현 씨가 너무 야해서…."

    "으악. 그 이상 말하지 마!"

    오그라들어. 시발!

    나는 반쯤 진심으로 케인을 때렸다.

    잠시 후.

    우리는 자리를 깔고 잘 준비를 마쳤다.

    "나는 이런 곳에서 잘 수 없다. 침대를 가져와라."

    "그런 게 어딨어?"

    "아.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진짜?

    클로라는 마법으로, 사람 수만큼 물침대를 만들었다.

    굉장해! 젤리 같아.

    "호오. 이 정도면 써줄 만 하구나."

    아멜리아는 눈부신 금발을 로브 밖으로 빼내고, 물침대에 걸터앉았다.

    저 얼굴로 사연이 있다고 말하면 뭐든지 용서해버릴 것 같다.

    무고한 사람들을 팔아넘겨도 될 사연이 있을 리 없지만.

    반면….

    "부옥."

    부옥은 편안하게 누운 우리들을 처량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쌍하지는 않다.

    못생긴 오크를 누가 동정하겠어?

    [신사「인생의 절반 손해」가 오크를 모르는 건 손해라고 합니다]

    자려던 찰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돌발 퀘스트 - 오크의 자지를 몰랐다니 인생 절반 손해 봤어]

    [【후원자】 - 인생의 절반 손해]

    [동료들 몰래 오크를 침대로 끌어들여 질내사정 섹스 받는다♥]

    보상 - 태어날 아이를 위한 최상급 버프]

    …….[작품후기]오늘 시현이의 지명도는 3,162 !!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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