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회
검문소 돌파그런데…….
"이것밖에 없었어?"
멀쩡한 여성복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대부분 겁탈당할 때 찢어졌거나, 소변으로 더러워져서 입을 게 못 돼."
드디어 제대로 된 옷을 입나 싶었는데.
결국, 나와 트리샤는 속옷을 대부분 드러낸 노출증 환자 같은 차림새를 하게 되었다.
안 입은 것보다 창피한데….
"그런 큰 젖가슴을 다 드러내고 다니면 창피하지 않아?"
트리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외투 주든가."
"대신 바지는 네가 입었잖아."
그렇다.
우리는 옷을 나눠 가지는 과정에서, 가릴 수 있는 부위가 한정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출 부위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나는 가슴, 트리샤는 엉덩이.
비키니도 아니고 젖꼭지만 간신히 가린 속옷에 핫팬츠─안 찢어진 바지가 이것뿐이었다─
트리샤는 외투로 궁둥이만 가렸을 뿐, 밑에 입은 팬티가 절반은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아니, 이 정도면 매우 노골적이다.
어중간하게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트리샤의 볼이 빨갰다.
"그 고블린은 어디 갔어?"
"잠시 떨어뜨려 놨어."
"그렇구나. 하긴…. 아무리 제 자식이라도, 고블린 같은 걸 믿을 순 없지."
권역에 관해 감추고 싶어서 대충 둘러댔을 뿐인데, 그녀 나름대로 이유를 만들어 믿은 듯하다.
나한테는 나쁠 게 없는 오해였다.
옷 다음에는 신발이다.
다행히 여자 신발은 차고 넘쳤다.
트리샤는 가볍고 신기 좋은 샌들을, 나는 발목 위까지 덮는 작업용 신발을 신었다.
군화 끈 묶듯이 단단히 고정하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여기, 호신용 무기."
잡동사니를 뒤지던 트리샤가 작은 단검을 챙겨주었다.
무장까지 마친 후에는, 값 될만한 것이 있는지 뒤졌다.
귀중품을 몇 개 챙길 수 있었지만, 쓸만한 배낭은 찾을 수 없었기에 주머니에 넣을 정도로 챙기는 게 고작이었다.
마지막으로 수통을 물에 채워서 허리띠에 걸었더니, 그리운 묵직함이 느껴졌다.
"길은 알아?"
트리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몰라."
"그러면 길은 내가 찾아볼게. 시현은 주변 경계를 부탁해."
나 혼자 이 산을 벗어날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트리샤는 제법 믿음직했다.
기억을 더듬어 산에서 내려가는 그녀를 뒤따라 걷는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
"북쪽으로 열린 탐색지대야."
"탐색지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머리를 세게 맞았거든."
"저런."
어린애도 안 속을 핑계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듯했다.
"모험가들이 탐험할 수 있게 열린 지역을 말하는 거야.
그전까지는 미개척지였으니, 사람 발이 닿지 않은 장소라고도 할 수 있지."
"모험가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야?"
"지금 같은 상황에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 훌륭한 모험가지."
비르가 대신 싸워준다고 해도 모험가 생활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여길 벗어나면 뭘 하면서 먹고 살지도 중대한 문제였다.
우리는 날이 저물 무렵, 완만한 비탈로 접어든 산길을 내려와서 사람 키보다 약간 높은 철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병소처럼 보이는 데 기분 탓인가?
조잡하지만 감시 초소도 있고,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도 있다.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
"제국의 검문소야."
"이런 외진 곳에?"
"보통 아냐? 마물이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니까."
방어 진지 역할도 겸하는 것 같다.
"그럼 대체 뭘 검문하는 건데?"
"무허가 모험가, 밀수꾼, 정신이 오염된 여자들."
우리가 검문 대상이었군.
마침 갑옷 입은 경비병이 이쪽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정지. 누구냐? 손을 내보이고 천천히 다가와라."
"어쩌지?"
"제국병을 건들면 현상수배 돼. 얌전히 따르는 게 좋아."
나는 트리샤의 조언대로 양팔을 들고 경비병을 다가갔다.
검문소 입구를 병사 한 명이 혼자 지키고 있는 것도 이상한데, 놈은 묘한 말을 꺼냈다.
"오늘은 재수가 좋군. 고블린들끼리 너희를 두고 다투기라도 했나 보지?"
나와 트리샤는 말없이 서로를 흘깃 보았다.
"잘생긴 오빠. 다들 바쁜 것 같은데, 들여보내 주면 안 돼요?"
트리샤가 하는 짓을 보고 닭살이 돋았다.
평소 성격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어쩌면 내가 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을 그녀가 대신해준 셈이다. 나는 경비병의 눈치를 봤다.
"우리가 좀 바쁘긴 하지.
죽여달라고 설치는 고블린들, 따먹어달라고 엉덩이를 흔드는 여자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거든."
"…."
안쪽에서 여자 신음이 들리는 것 같은데.
설마….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해방된 여자라고 하면 한 사람뿐이다.
나는 안 좋은 예감을 느꼈다.
"너희는 보아하니 정신이 나간 것 같지는 않고.
모른 척 해줘도 좋아. 하지만…."
"꺅! 고마워요."
"너는 남아라."
경비병이 나를 지목했다.
당황한 나머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초리가 마음에 안 들어. 어딜 노려보고 있어?"
젠장. 표정 관리가 안 됐구나.
예쁘게 웃으며 비위를 맞춰주려니 속이 뒤틀려서 못하겠다.
원래부터 그런 걸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내가 괜히 영창을 갔다 왔겠는가?
발로 뛰어서 결과를 인정받는 거라면 모를까. 애교로 실수를 무마하는 행동이 자연스레 나올 리 없었다.
"대답 안 해? 인성 문제 있어?"
트리샤가 나와 경비병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얘가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서 그래요.
봐주세요. 네?"
"흐음."
젖가슴에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내 몸을 보고 있다는 걸 감출 생각도 없는지, 굉장히 노골적이었다.
경비병은 입고 있던 갑주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풀어 해치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고개 들어."
"……."
"고개 들라니까?"
제발, 시현아.
고집부리지 마….
고블린한테 깔려서 복종 섹스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뻣뻣했던 목을 푼다.
스윽….
경비병이 갑자기 나를 안았다.
"으븝!?"
그대로 키스당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개새끼는…!
"츄루룹. 입 벌려."
"아븝, 읍, 읍!?"
"정신이 오염됐는지 검사해주마."
트리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지켜봤다.
이게 검사라고? 눈 마주치자마자 성추행하는 게 무슨 검사야!
"자. 남자의 자지다. 빨리 섹스하고 싶다고 말해!"
"우읍! 읍…."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경비병의 팔에 단단히 붙들린 채로 혀를 빨린다.
곧 머릿속이 추잡한 키스 소리로 가득 찼다.
"츄룹. 츄루룹."
아니, 키스조차 아니다.
거의 나를 마시고 있는 것 같다.
경비병의 자지가 딱딱하게 발기해서 내 배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볼수록 꼴리네. 너 이름이 뭐야?"
"…으읍…. 우븝…."
"빨리 말해. 섹스해버린다."
"시, 시현…."
"예쁜 이름이네. 시현이?"
닥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입마개 당해서 그대로 쏙 들어간다.
자지 비벼대면서 키스하지 마….
방금 만났는데, 내가 네 와이프야?
"섹스 보채 봐. 시현아. 하고 싶지?"
"안 해…."
"츄루룹. 이래도? 자지 비벼대도 섹스 안 해?"
"아읏…. 츕…."
무슨 자신감이야.
입 빨면서 자지 비벼댄 정도로, 섹스하고 싶어질 줄 알고.
귀에서 열이 났다.
"섹스 하고 싶다고 인정해! 이 젖탱이 쥐어짜면서 박아줄 테니까."
눈을 질끈 감았더니, 놈은 내 목덜미를 감싸고 입을 먹어치울 것처럼 달라붙었다.
속이 안 좋아.
고블린이랑 키스했을 때보다 더….
"으에엑."
경비병은 내가 헛구역질하는 걸 보더니 잠시 떨어졌다.
"……."
"……."
짧은 침묵 후. 경비병은 갑주를 다시 주워 입었다.
"흠흠….
정신 오염자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으으…."
"괜찮아?"
트리샤가 내 등을 토닥거렸다.
"확 게워내도 돼."
"하, 하지 마. 등 두드리지 마."
남자랑 키스해서 속이 메스껍다.
하지만, 딱딱한 자지로 달라붙어서 비벼댄 탓에 허리 부근은 뜨겁다.
…몸이랑 머리가 명백히 따로 놀고 있는데?
나는 또 검사라는 명목으로 무슨 짓을 당하는 게 두려워져서, 입가의 침을 닦고 진정한 후 말했다.
"…가족들이 보고 싶은데. 들여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통행증은?"
"없어요."
"흐음. 그러면 좀 어려운데."
"그런 짓을 하고도…?"
"어, 어허! 정신 오염자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규범이다. 내 잘못은 없어요. 아가씨!"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으윽.
들여보내 줄 테니 대장이랑 얘기해 봐.
저 건물에 있어."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쉽네.
하지만, 익숙해지면 안 될 것 같은 달콤함이다.
[【귀여워해 줄 거지?】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예상대로 검문소 안에는 머리가 하얀 여성이 건장한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보였다.
"신경 쓰지 마."
트리샤가 말했다.
"우리는 우리 일만 해도 바빠."
"알고 있어."
우리는 제국 경비대장 앞에 섰다.
"너희도 모험가인가?"
덩치가 곰 같은 사람이었다.
털보 아저씨보다 체격이 크다.
사로잡히면 어떻게 될지 상상했더니, 심장이 마음대로 뛰었다.
두근두근….
"꼴을 보니 통행증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
통행료는 있나?"
"네. 있습니다."
나는 트리샤와 함께 소굴에서 챙긴 귀중품 일부를 꺼냈다.
"지나가라. 못 본 일로 해주겠다."
"저, 혹시….
밖에 있는 여자는 통행료를 내지 못했나요?"
"그래. 거기에 심각한 정신 오염자더군.
보호자 없이는 검문소를 지날 수 없다."
"근처에 아무도 없었습니까?"
"…그 여자의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데려가도 소용없을 거라고 말렸지만, 고집을 꺾지 않기에 제안했다."
"제안?"
경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문소의 모든 병사가 한 번씩 보지를 쓰게 해주면 내보내 주겠다고."
"케인이 그걸 받아들였나요?"
"에둘러 말했네. 그녀에게 받아야 할 통행료가 있다고. 그걸 받지 못하면 보내줄 수 없다고."
반쯤 협박한 거잖아.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르를 꺼내면 승산을 알 수 없는 사투가 벌어질 테고, 내가 지든 비르가 이기든 결과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없습니다."
경비대장이 솥뚜껑 같은 손으로 내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읏."
다들 성 관념이 어떻게 돼 먹은 거야?
처음 보는 여자의 젖가슴을 주물럭주물럭 만지는 게 말이 돼?
"모험가를 하기에는 아까운 몸이군.
너희들이 정액받이를 거들면 하룻밤 섹스한 후에 풀어주지. 어때?"
참아.
참아라, 시현아.
"지랄하지 마. 머리 대신 깡통 달았냐?"
이대로 꼼짝없이 범해지겠구나 싶었는데, 경비대장은 순순히 손을 뗐다.
"내가 오해했군.
즐거운 여행 되길 바라네."
휴.
"가자. 트리샤."
트리샤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룻밤 섹스하는 정도라면 좋아요."
"뭐?"
아차.
얘도 정신 오염자였지!
트리샤는 혀를 내밀고, 대놓고 음란한 표정으로 경비대장을 꼬셨다.
"대장님. 섹스하려면 어디로 가면 돼요?"
"야!"
"호오. 제안을 받아주겠다는 뜻인가?"
"아니, 나는…."
"빨리…. 보지 급해요."
야, 시발!
너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해!
나는 트리샤를 붙들고 속삭였다.
"너, 더 심해지면 어쩌려고…."
"사람끼리 섹스하는 건 괜찮아. 병사님들 자지 맛좀 보고 가자♥"
"이 건물을 나가서 왼쪽으로 쭉 가면 된다. 병사들이 좋아할 거야."
"시현아. 섹스하고 보자!"
"아니, 나는…!!"
문을 박차고 나간 트리샤를 말릴 틈도 없이, 경비대장의 두꺼운 팔이 내 허리에 걸렸다.
끌려가면서 발버둥 친다.
"안 해. 안 한다고!"
"나 혼자로는 부족한가? 책임지고 열 명 분은 해주지."
발이 떴어…!?
경비대장은 갑주를 풀고 자기 몸 위에 나를 걸치더니, 내 젖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흐윽…!"
"싫어하는 척 하며 당하는 콘셉인가?"
"씨발…."
나는 열심히 발버둥 치다가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닫고 축 늘어졌다.
"…조건이 있어."
"조건?"
"콘돔 껴줘.
…가슴 사이에 있으니까."
경비대장은 내 젖가슴에 파묻혀 있던 콘돔 케이스를 꺼냈다.
"키스는 하지 마. 성희롱도 금지야. 그냥 섹스만 해."
놈은 말없이 몽둥이 같은 자지에 콘돔을 끼워 넣었다.
"듣고 있어?"
"오직 보지에 넣는 것만 허락하겠다는 뜻인가?"
"그냥 나 혼자 검문소 통과하면 안 돼?"
"동료를 버리고 가면 안 되지. 아가씨."
그놈의 아가씨.
닭살이 돋아 견딜 수 없다.
"자. 똑바로 끼웠네."
"…확인해볼게."
경비대장이 내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놀랄 틈도 없이, 나는 허리를 붙잡히고 물건처럼 들려서 보지에 삽입 당했다.
찹♥
"아긱…!"
옷도 안 벗기고. 어떻게….
내려보니 핫팬츠를 속옷과 함께 옆으로 젖혀서, 그대로 박은 게 보였다.
수수께끼가 풀렸군.
나는 젖가슴을 만지려 드는 손을 툭 쳐내고 씩씩거렸다.
"보지만…. 흐읏…. 보지만 쓰라고. 개새끼야…."
"입이 험하군."
"꼽냐? 꼬우면 네가 박히는 입장이 돼보든가."
제길.
자지가 워낙 커서 그런지 자꾸 숨이 찼다.
보지 움찔움찔하기만 해도 기분 좋아서, 벌써 갈 것 같다.
"그런 것도 좋지."
경비대장이 성난 자지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