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서큐버스 보쌈밝은 달빛 아래, 작고 못생긴 괴물들이 있다.
크기는 사람의 절반 정도.
길쭉한 귀와 큰 코, 지저분하고 우둘투둘한 녹색 피부와 기분 나쁜 눈초리를 보니 강하게 연상되는 단어가 있었다.
고블린.
의심할 여지 없이,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다.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내가 가진 상식들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걸 느꼈다.
"키르륵. 키륵."
고블린들은 맛있는 냄새라도 맡은 것처럼 종양 덩어리 같은 코를 쉴 새 없이 킁킁거리며 이쪽으로 접근했다.
"케히아. 케히아."
'암컷의 냄새'
고블린이 그렇게 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블린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한국어를 쓴 사람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의식한 순간 편의에 맞춰 조정된 것 같다는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둔한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슬슬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암컷의 냄새라, 단체로 짝짓기할 암컷 고블린이라도 찾는 중인가?
처음 보는 미지의 생물체가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는지 궁금했던 나는, 지그시 훔쳐보다가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암컷이 근처에 있기는 했다.
방금까지 읏, 읏 신음을 참으며 질싸를 듬뿍 받은 암컷이.
작은 괴물들이 필사적으로 찾던 암컷 냄새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깨닫고 형언할 수 없는 창피함으로 볼이 달아올랐다.
고블린들은 작은 기척도 놓치지 않았다.
"윽!"
눈을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물러났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판타지 세계 속 생물체와 조우했다.
심지어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중간에 놓인 벽이, 나를 미지의 체험으로 이끌었다.
다시 앉아서 구멍을 본다.
얇고 긴 녹색 팔이 쑥하고 뻗어 나왔다.
"케히아. 케히아!!"
나는 고블린의 손을 잡아봤다.
그러자 고블린은 상상치도 못한 힘으로 내 손목을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윽?!"
나는 급한 대로 고블린의 팔을 나뭇조각으로 찔러서 손을 놓게 했다.
앙상한 녹색 팔은 아쉬운 듯이 허공을 뒤적거리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괴물은 괴물.
인간에게 호의적인 생물은 아닌 듯했다.
"키륵. 키르르."
고블린들은 단념한 듯 자리를 떠났다.
한 마리만 빼고.
유독 못생긴 놈이었다.
고블린도 잘생김과 못생김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피부에 부스럼도 많고, 눈도 짝짝이에, 하여튼 진짜 개성적으로 못생긴 놈이었다.
그놈은 미련이 남는 듯 계속 구멍을 보고 있었다.
"…야. 내 말 들려?"
나는 슬쩍 얼굴을 들이댔다.
그러자 고블린은 갑자기 구멍으로 입을 처박고 혀를 내밀었다.
으악!
나는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갑자기 얼굴부터 처박으러 오다니, 뭐 하는 놈이야?
혀 길이를 자랑하는 것처럼 돌기가 잔뜩 돋은 촉수 같은 혀를 뻗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케르무!"
케르무….
'특등급 암컷'?
그 짧은 아이 콘택트로 등급까지 평가해주다니, 고맙기도 하지.
나는 고블린의 코에 손가락을 튕겼다.
"으비비!"
고블린이 당황하며 멀어진다.
"야, 가지 마."
떠나려는 것 같아서 억지로 붙잡는다.
"키르륵. 케르무. 두나라만"
내 존재를 다른 고블린에게 알려야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좋은 건 같이 알자 이건가?
고블린 사회에도 그런 규칙이 있다니 놀랍지만, 말을 알아들을 정도의 지성이라면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어때?"
"키르륵?"
"특등급 암컷. 케르무. 혼자만 알아."
나는 우선,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케르무. 삽벙신?"
나더러 미쳤냐고 되묻는 중이다.
대화를 시도하는 암컷이 지금까지 없었나 보네.
수컷이라고 정정해주고 싶지만, 일단은 넘어간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으니까.
"날 여기서 꺼내줘."
"케르무 커내조?"
사람 말을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다.
혀가 너무 길어도 발음이 어려운 모양이군.
입안에 공간이 부족한지 내놓고 다니는 꼴이 참 볼품없다.
"나쁜 새끼가 날 가둬놨어. 여기서 나가고 싶어."
"비그그."
알아듣기는 했을까?
대화가 안 되면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작다.
소란 떨다가 아저씨한테 들켜서 뚝배기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참고로 뚝배기=머리다.
못 미더운 파트너지만, 나도 못 이긴 아저씨를 힘으로 꺾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무리 멍청해도 밖에서 문을 열어주거나 내가 도망치는 동안 시간을 벌어주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딱 그 정도만 바랄 뿐이다.
내가 변태 털보 아저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이 못생긴 고블린에게 달려있다.
고블린은 한참 동안 기분 나쁜 눈초리로 날 쳐다보다가 말했다.
"다막."
'알았다'는 뜻이다.
"아저씨는 자고 있을 거야. 숨어들 수 있겠어?"
"쿤른 이바가."
자기한테 맡기라고?
고블린한테 계획이 있는 것 같았다.
놈은 날이 밝으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되도록 빨리 부탁해."
나는 아침까지 기다리는 것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언제 문이 열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보지를 대주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한 번 더 거칠게 섹스하면 처녀막보다 소중하게 지켜온 '심상의 막'이 안전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다.
고블린은 손가락 하나를 세우고 말했다.
"인간 하나. 고나크라투."
못생긴 고블린의 선언이었다.
사람 하나를 죽여주겠다는.
나는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구해준다면 누구든 고맙지 않을까.
그때, 구멍으로 냄새나는 돌기 덩어리가 쑥하고 솟아났다.
"웁…!"
역한 냄새 때문에 손으로 코를 막고 물러났는데도, 엄청난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워 숨이 막혔다.
그건 고블린의 자지였다.
왜 구멍에 이걸 넣었는지, 나는 즉시 이해했다.
"케르무. 필모."
'대가'….
자신이 해주는 일만큼, 무언가 해달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구나.
오히려 내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대담하게 나오는 꼴을 보니, 영리하다고 해도 좋을 듯했다.
그래, 나는 거절할 수 없다.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사이에 벽이 없었다면, 고블린이 원하는 건 섹스였을지도 모른다.
"손으로 해줄게."
"입보지."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케르무 입보지."
나는 견적을 보기 위해 고블린의 자지를 살펴봤다.
아저씨보다는 작지만, 덩치에 비해 사기적으로 큰 성기.
피부병을 의심케 하는 오돌토돌한 돌기가 뿌리부터 기둥까지 세밀하게 돋아나 있다.
그 돌기 사이로 한참 동안 방치되어 굳은 체액이 심각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안 돼. 못 해!"
매일 강간 당하는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한 번쯤은 참고 빨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버린 몸' 하며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도, 하기 싫은데 당하는 것과 자발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일단 내 선택권이 없다. 씨발.
혀 깨물고 죽는 게 간단했으면 처음에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양보할 수 있는 건 손딸까지.
일병 때의 마음가짐으로 더러운 화장실 한 번 청소한다고 생각하지 뭐.
한 번은 막힌 변기가 역류해서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넘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기분이 지금과 비슷했다.
"케르무. 커내조?"
"입으로는 못 해. 싫으면 가!"
나는 선을 긋고 초강수를 두었다.
고블린은 내 단호한 태도에 풀이 죽었는지,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던 좆도 스르륵 작아졌다.
진짜 가면 어쩌지?
내일은 털보 아재한테 '색시야. 빨아 봐' 같은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적 갈등으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살기 위해 더러운 자지를 빨아야 한다면, 나는 빨 수 있는 인간인가?
강시현……!!
구멍에서 자지가 쑥 빠졌을 때, 나는 헉하고 숨을 삼켰다.
"야, 야…!"
고블린은 돌아섰다가 나를 보며 실쭉거렸다.
씨발. 속 보이는 새끼.
그런다고 빨아줄 것 같아?
"손으로… 해준다니까. 가지 마."
"케르무. 커내조?"
"그래. 꺼내줘."
"입보지."
고블린은 대놓고 내 얼굴을 보며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입보지."
나는 이를 악물고 고블린을 노려봤다.
물론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말로 고블린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가……."
"가?"
"가슴 만지게 해줄까…?"
말한 직후, 죽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케히아. 이히힉."
고블린이 다가와서 손을 뻗는다.
"약속해. 가슴 만지게 해주면 도와주는 거다."
"쿤른 이바가."
나는 구멍과 가슴의 높이를 맞춘 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러자 고블린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으로 내 젖가슴을 움켜쥐고 희롱했다.
주물럭주물럭.
"사, 살살 해."
고블린의 손가락이 젖가슴에 사정없이 파고든다.
누더기를 찢으려 하길래, 나는 다급히 고블린의 손목을 잡고 말렸다.
"옷은 건드리지 마. 가슴만 만져."
그러자 고블린은 아랫가슴부터 움켜쥐고 유두를 꼬집었다.
"흐읏."
벽에 가슴을 붙이고 눈을 감는다.
고블린을 기쁘게 할 마음은 없다. 계속 느끼는 몸을 의식에서 떼어놓지 않으면,
금세 살살 녹아내리는 목소리로 신음하게 될 것 같아서, 가능한 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블린의 애무는 갈수록 집요해졌다.
서프보드로 젖가슴 물결을 타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사방팔방 미끄러지며 빅 젖을 만끽하고 있다.
남자일 때 만져보기는커녕 구경도 못 해본 야한 젖가슴을 괴물 새끼가 만끽하고 있다.
내가 대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물조물….
"케히아. 젖보지."
"닥치고…. 만지기나 해."
고블린은 내 젖에 달린 유두가 마음에 들었는지, 당기거나 문지르면서 적극적으로 가지고 놀았다.
그 탓에 '심상의 구체'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출렁거리는 게 아니라 뭉툭한 막대로 꾹꾹 누르는 것처럼 막이 움푹 패고, 탄력대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생소해서 견디기 힘든 감각이었다.
"그만……."
나는 고블린의 손을 잡고, 놓아주기를 희망했다.
그러자 고블린은 더욱더 내 젖가슴을 강하게 움켜잡고 빠르게 주물렀다.
"흐윽."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절정해서 만족한 거 아니었나?
날 그렇게 괴롭혔던 열기가 허리 부근에서 다시 피어올랐다. 그것도 아까보다 더 뜨겁고, 강렬하게.
나는 허벅지를 오므리고 고블린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런….
이런 작은 괴물의 팔조차 뿌리칠 수 없다고?
"아, 아…!"
"케르무. 젖보지!"
"앗. 그만…. 그만해…. 충분히 만졌잖아."
고블린은 멈추지 않고 유두를 잡아당기며 내 젖가슴을 희롱했다.
주물럭주물럭.
"큿…. 이 새끼가!"
나는 고블린의 팔을 꼬집었다.
깜짝 놀란 고블린은 손을 빼고, 나는 간신히 젖 주무르기에서 해방되어 숨을 골랐다.
"학…. 학…."
가슴은 위험하다.
다시는 교섭 재료로 쓰면 안 되겠어.
밖이었으면 무슨 짓을 당했을지…….
"대가는 지불했어. 약속 지켜라."
고블린은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를 손으로 훑어내며 힐쭉 웃었다.
"케르무. 필모. 입보지."
약속은 간단히 깨졌다.
내 젖가슴은 대가로 지급된 게 아니라, 고블린의 체험판 놀이로 소모된 것이다.
실의가 커서 화도 나지 않았다.
작달막한 괴물에게 놀아난 병신.
젖가슴을 타협점으로 삼은 건 실수였다. 고블린이 몇 번이고 다시 요구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남자의 생리에 대해 잘 알면 뭘 해? 써먹지를 못하는데.
하지만 써먹으려면 써먹을 수 있다.
고블린의 교활함이 오히려 나를 냉정하게 만들었다.
볼품없고 추한 생김새 때문에 얕잡아 봐선 안 돼.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물론 자지 빨기는 죽어도 못 한다.
설령 털보한테 강간당하다 죽는다고 해도, 내가 내 의지로 입에 자지를 넣고 빨아대는 일은 없을 거다.
"케르무. 필모. 나파타."
고블린은 흥미를 잃은 것처럼 등을 돌렸다.
"야."
나는 여전히 고블린이 내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앉아 있었다.
그 상태에서 누더기를 옆으로 젖혀, 젖가슴을 드러냈다.
"케르무!"
"자지 대."
"필모. 입보지."
"그건 안 돼. 하지만……."
나는 젖가슴을 드러낸 채로, 손을 허공에서 살살 움직이며 자지를 훑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소, 손으로 기분 좋게 해줄게…."
고블린은 내 도발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싫어? 손으로 뽑아주는 거."
"케르무! 필모!"
놈은 허겁지겁 뛰어와서 구멍에 자지를 처박았다.
나는 지저분한 자지 때문에 코를 막고, 한숨을 쉬었다.
빨리 끝내자.
내 손이 닿자마자, 고블린은 몸을 흠칫흠칫 떨면서 자지를 더욱더 단단하게 발기시켰다.
"……좋냐?"
"케르무. 케르무우웃!"
좆같은 새끼.
이쪽은 음식물 쓰레기에 손을 처박은 기분인데, 좋단다.
자지를 잡은 이상 주도권은 넘어온 거나 마찬가지다. 왜냐, 모든 남자는 성인이 될 무렵에 자지를 다루는 테크닉을 마스터하기 때문이다.
어떤 여자도 남자의 손딸 테크닉을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자한테 손딸 받고 싶어 하는 이성애자는 없겠지만, 지금의 나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우효!"
고블린은 천박한 소리를 지르며 움찔거렸다.
"좀 씻고 다녀라. 씹새야."
나는 자지를 빠르게 훑어내면서 말했다.
다른 자지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네.
손바닥으로 자지의 맥박을 느끼면서 쉴 새 없이 자극한다.
가장 중요한 건 힘 조절이다.
너무 세게 쥐어서 아프거나 불편한 느낌이 들면 상대가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자극이 부족하면 충분히 즐길 수 없다.
나는 고블린의 자지를 움켜쥐고, 고블린이 가장 좋아하는 세기를 찾아낸 후 멈추지 않고 흔들었다.
쓱쓱쓱.
"우…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