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충 이세계 TS물-1화 (1/295)

1회

여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 기왕이면 예쁜 여자로

"아, 시발."

비 맞으면서 삽질하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강시현 상병님. 또 욕하십니까?"

"욕 안 하게 생겼냐?"

진지 공사 중에 비가 내리는데!

아무리 군대라도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하던 일 멈추고 돌아간다.

비전투손실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대가 같은 산에 올랐는데 한쪽에만 비가 내리고

다른 쪽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게 우리 소대가 비를 맞으면서도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였다.

이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군인이라는 게 그렇다.

"야. 강시현!"

"상병 강시현."

"너 또 영창 가고 싶어? 욕설 쓰지 말라니까!"

"부소대장님. 우리 진짜 철수 안 합니까?"

부소대장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뭐 어쩌겠냐. 저쪽에는 비가 안 온다는데. 소대장님이 가셨으니 기다려 봐."

…통화만으로 이쪽 상황을 알아먹으면 좀 좋아.

소대원들은 지친 기색이 뚜렷했다.

온몸이 젖어서 춥다 보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

일병 문지환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그쪽 취향이십니까?"

"아니 븅신아. 그 얘기가 아니라, 여자로 태어나면 군대 안 가도 되잖아."

"저는 그래도 남자로 사는 게 좋습니다."

"예쁜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

"예쁜 여자도 고충이 있지 않겠습니까?"

"고충은 무슨. 못생긴 남자의 고충만 하겠냐?"

"풉."

"어? 너 웃었냐?"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얼굴 보고 웃었지. 뒤질래?"

"강시현 상병님은 이름도 중성적이지 않습니까. 여자 되면 완전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왠지 기분 더러운데?

"근데 여자가 된다면 욕부터 줄이셔야지 말입니다.

아무리 예뻐도 욕쟁이면 깨지 않습니까?"

"그건 그래."

살면서 이름이 여자 같다는 소리는 몇 번 들었지만, 소위 '여성스러움'과 친하게 지낸 적은 없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은 시기도 없고,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의심한 적도 없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병역이라는 무거운 의무에 지쳤을 뿐.

"그래도 기왕 태어날 거라면 예쁜 여자로 태어나서 호의호식하면 좋았을걸."

"예쁜 여자는 거의 치트키 아닙니까?"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웃고 있었더니, 몸이 조금 따뜻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낙석!"

어어?

빗물로 토사가 무너졌는지 데굴데굴 굴러오는 돌덩이를 피하다가 몸이 기울었다.

"강시현 상병님!"

나는 경사진 비탈로 굴러떨어졌다.

구르는 와중에도 창피해서 빨리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숨을 못 쉬니까 덜컥 겁이 났다.

이거 좆된 거 아니야?

"무슨 일이야!"

"강시현 상병님이 미끄러져서…!"

날 내려다보는 소대원들의 표정을 보고 좆됐음을 확신했다.

이대로 죽나?

아직 여자랑 섹스도 못 해봤는데!

씨발.

[숙녀「피의 어머니」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눈앞이 이등병 시절처럼 깜깜해졌다.[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신작과 함께 인사 드립니다.

오곡전도사입니다.

본 작품은 남자였던 주인공이 서큐버스가 되어, 온갖 음행을 겪게 된다는 내용으로

주인공 성격상 잦은 속어, 비문, 욕설 등이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스캇, 고어는 다루지 않습니다.(잔혹한 표현이 있을 순 있습니다)

주인공이 나중에 다시 남자가 되거나 남성기를 가지는 일도 없습니다.

야한 게 많이 많이 보고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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