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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226화 (1,193/1,205)
  • 1225화

    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다음, 전신을 여기저기 만져줘서 순식간에 기절 시켜 버렸다.

    아, 아니. 나도 알아. 여신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 녀석을 내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했으니, 이 녀석이 스스로 애원하는 조금 전 상황은 우리에게 있어서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는 거잖아. 나도 안다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말이야. 애널 만지면서 대기하던 애 옆에서 실컷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한계 이상까지 흥분시킨 다음, 스스로 애원하게 만들어서 내 여자로 만드는 건…좀 너무 쓰레기 같잖아?

    사실 나도 디아나와의 행위에 뇌가 절어진 상태라 이게 제대로 된 판단인지 확신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왠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중2병을 그대로 기절시킨 다음에.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하자."

    그대로 나도 기절하듯이 잠들고 말았다.

    "우읏…!?"

    하반신에서 전해져오는 익숙한 쾌감에, 나는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고 희미하게 소리가 난 곳을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디아나가 있었다.

    내 몸에 올라탄 자세로 허리를 움찔움찔 떠는 것이 마치 쾌감을 탐하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아무래도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디아나의 동그랗게 뜬 눈은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디아나의 시선이 향한 곳을 나도 고개만 살짝 돌려서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음냐음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중2병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도 하의만 까 내린 채,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로.

    저런 불편한 자세로 잘도 저렇게 곤히 자고 있네. 아니. 내가 잠들게 한 거지만.

    그렇게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자니.

    "응…!"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갑자기 더 강해졌다.

    …디아나야. 혹시 살짝 느꼈니?

    "디아나, 괜찮아?"

    "으헷!? 뭐, 뭐가 말인가!?"

    내가 일어난 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디아나는 몸을 크게 움찔하면서 그제야 날 쳐다봤다.

    "아니. 계속 저쪽을 보고 있으니까."

    "시, 시선이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줄리안 양이 이곳에 왜 있는 겐가!?"

    "기억 안 나?"

    흥분한 나머지 이성도 잃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어젯밤의 기억이 없어도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

    "기억…?"

    내 말을 듣고 어젯밤 일을 되새겨보는 건지, 디아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

    "아, 아, 아아! 이, 이 몸은…!"

    디아나는 아까보다 더 빨개진 채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 그렇게 되었어도 기억은 제대로 있다는 건가.

    "괜찮아. 진정해."

    "흐, 흥분 안 했네!"

    아니. 나도 흥분했냐는 말은 안 했는데. 혹시 진짜 흥분했어?

    뭐, 굳이 말로 대답을 듣지 않아도, 하반신에 느껴지는 감각이 충분히 대답을 대신해주고 있었지만.

    "응. 그러니까 진정해."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의 귀여운 모습에 이대로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지만, 지금은 우선 설명부터 해주는 편이 좋겠지.

    "쟤 한동안 안 일어날 테니까, 그리 의식할 필요 없어."

    어제는 나도 당황해서 빨리 재워 버리려고 하다가, 실수로 힘 조절을 잘못해 버렸으니까 말이야. 아마 점심때까지는 푹 자고 있지 않을까?

    "그, 그런가아…."

    내 말을 듣고 안심했는지,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던 디아나의 몸에서 힘이 살짝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쉬워?"

    "뭐가 말인가!? 이 몸은 노추…그런 취미가 없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는가!"

    어제 그렇게 느껴대고도 아직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하여간 우리 대마법사님도 고집은 엄청 세다니까.

    "고집 아닐세! 이 몸은 그저 자네에게 어울려준 것이네!"

    "알았어. 알았어."

    "전혀 모르고 있지 않은가!"

    알았다고 해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지, 디아나는 내 가슴을 콩닥콩닥 때리고는 원망스럽다는 눈으로 날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표정을 다잡고 진지한 분위기를 만든 디아나는, 표정만큼이나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했는가?"

    "응? 하다니?"

    "이 몸의 입으로 그런 것까지 말하게 하지 말게! 줄리안 양 말일세!"

    아아. 그건가.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설교 시간으로 이어질 흐름이었는데,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했더니.

    하긴. 나였어도 저런 모습을 보면 오해했을 것 같기는 하지만. 하필 바지랑 팬티만 까 내린 채 엎드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니. 안 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네 차례 때 널 놔두고 다른 여자랑 그런 짓을 했겠어? 그것도 하필 네 옆에서?

    그렇게 디아나를 안심시켜주려고 한 나였지만, 아무래도 디아나는 그런 걸 걱정했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왜 안 했는가?"

    "으, 응?"

    "이 몸은 도중에 정신을 잃었으니 확실하지는 않네만, 저 모습을 보아하니 찬스는 있었던 것 아닌가?"

    "아니. 그건…."

    뭐, 까놓고 말해서 있기는 있었지만. 그것도 아주 결정적인 찬스가.

    "그런데 왜 안 했는가? 설마 이 몸이 그렇게 속 좁은 여자로 보였는가?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일일세. 그 때문에 모두 모여서 합의하지 않았는가. 그런 일을 이 몸이…."

    "아, 아니. 디아나 때문이 아니야. 그냥 내가 좀 불편해서 안 했어."

    "음?"

    디아나를 신경 써서 안 한 것도 아닌데, 그밖에 불편할 일이 또 뭐가 있었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거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디아나에게,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살짝 고민했다.

    디아나, 생각해 봐. 쟨 어제 우리가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대기하느라 잔뜩 흥분해서, 그 흥분에 몸을 맡겨서 나한테 매달린 거라고. 그걸 덥석 받아줘서 내 여자로 만들어 봤자, 결국 진정한 의미로 내 여자가 되는 건…아니. 이런 건 전부 변명인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자. 나 스스로에게는 거짓말할 수 있어도, 디아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줄리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아니. 그런 이유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직 내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내 여자는 전부 내가 이성으로서 좋아한 여자다.

    가장 최근에 받아들인 레이조차도 그렇다. 그냥 상황상 필요해서 내 여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절대 아니다. 같이 다니면서 확실히 호감을 느꼈기 때문에, 나는 레이를 내 여자로 받아들인 거다.

    사도 인장이 찍혔다는 게 무엇보다도 큰 증거지.

    하지만 줄리안은?

    속으로 맨날 중2병이라고 부르고 다녀서 그런지, 아니면 이 녀석이 맨날 중2병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바보 같은 말이나 해대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남장 차림으로 다녀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녀석한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거의 매일 밤 애널 섹스를 해댔으면서도 말이다.

    그런 아직 이성으로서 호감도 느끼지 않은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들라니.

    벌써 열 명이나 되는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든 나로서도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솔직히 말해서 아직 각오가 덜 되었다.

    물론 내 여자로 만들라고 해도, 다른 사람처럼 사도 임명까지 갈 필요는 없다. 비스 사람의 특성상 그냥 섹스만 한 번 해버리면 끝이니까.

    막말로 섹스 한 번만 한 다음에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만 곁에 두다가, 나중에 제 갈 길 가라고 보내버려도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신님이 내려준 사명을 위해서라고 해도, 그건 진짜 너무 쓰레기잖아?

    그러니까 결국 내 여자로 만들 거면 평생 데리고 살 각오로 해야 한다는 건데….

    "하아…자네는 정말로…."

    나는 두서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내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 그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던 디아나는, 얘기가 끝나자 큰 한숨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말로?"

    "여신님께서 성자가 될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일지도 모르겠구먼."

    "…너, 너무하지 않아?"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했더니. 다른 것도 아니고 그걸 부정해 버리다니.

    하지만 디아나는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은은하게 미소까지 띠며 대답했다.

    "너무하지 않네. 욕이 아니니 말일세. 오히려 이 몸은 자네의 그런 점을 무척이나 좋아하네."

    "마지막 말만 귀여운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해 줄래? 아, 이왕이면 좋아한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로…."

    "이 몸은 그런 낭군님을 무척이나 사랑하네."

    "크헉…."

    갑작스러운 기습에 심장을 부여잡고 침음을 흘리자, 디아나가 살짝 토라진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해달라고해서 해줬더니 그 반응은 무엇인가."

    아니.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설마 진짜 해줄 줄이야. 게다가 일부러 낭군님이라고 바꿔 부르기까지 하면서.

    "후흥. 서비스일세. 뭐, 아무튼 그런 것보다 줄리안 양 말이네만."

    "아, 응."

    잠깐 얘기가 탈선하기는 했지만, 역시 지금 중요한 건 그거겠지.

    디아나라면, 우리 연륜 풍부한 지고의 대마법사님이라면, 분명 지금의 내게 뭔가 적절한 조언을 해줄 것이 틀림없어!

    "틀림 있네. 연륜이라니 뭔가? 애초에 이 몸의 연애 경험은 자네 한 명밖에 없네."

    그, 그러고 보니 그랬지. 우리 디아나는 3천 살 가까이 먹도록 연애 한 번 안 해본….

    "나이 언급하지 말게! 아직 3천 살은 안 됐네!"

    아니.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그걸 자기 마음대로 읽고 꾸중하는 건 불합리하지 않아!?

    "생각도 하지 말게! 자네는 얼굴에 다 티 나네!"

    아무리 얼굴에 다 티가 나도, 그렇게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는 건 그냥 디아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얼굴에 3천이라고 쓰여 있었던 건 아닐 거 아니야.

    "코홈! 아무튼 줄리안 양 말이네만!"

    "아, 넵."

    "무분별하게 아무 여자나 받아들이지 않고 정말로 좋아하는 여자만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은 훌륭하네. 이 몸도 자네의 그런 생각을 부정하고 싶지 않네."

    "응? 그러면?"

    혹시 전에 다 같이 내린 결정을 무르고, 줄리안을 내 여자로 받아들이는 건 포기하자는 건가?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제 자네가 줄리안 양을 좋아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번만큼은 이 몸이 용서해 줄 테니, 마음을 열고 줄리안 양을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게."

    뭐, 그렇겠지. 아무리 디아나라도 여신님과 관련된 스킬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하게…."

    "음. 이 몸이 공인해주는 것일세.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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