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222화 (1,189/1,205)
  • 1221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 바지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디, 디아나 씨? 갑자기 뭐 하시는 거예요? 서, 설마…다른 여자랑 하기 전에 날 자기 것이라고 마킹….

    "정말이지 자네라는 사람은!"

    내 가슴을 두 주먹으로 토닥토닥 때리며, 디아나는 질렸다는 듯 그렇게 외쳤다.

    그 표정은 더없이 엄격하고 진지했지만, 원래부터 내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던 토닥토닥 공격을 이런 자세로 하고 있으니 더욱 귀여운 앙탈로만 보였다.

    그래. 내 밑에 깔려서 몸이 발라당 뒤집힌 자세 말이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뺨도 살짝 붉히고 있고.

    "아야. 아야. 미안하다니까."

    "아픈척하지 말게! 누가 보면 이 몸이 괴롭히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 이런 모습을 보고 디아나가 날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디아나야, 너 지금 치마 뒤집어져서 팬티까지 보이는 거 알지?

    "에이. 누가 본다고 그래. 난 단지 디아나한테 타격감을…."

    "이상한 배려하지 말게!"

    이상하다니. 타격감은 중요하다고. 특히 내가 원래 살던 곳에서든 그 어떤 장르의 게임이든 일단 플레이 영상이 나오면 타격감부터 따지고 볼 정도로…뭐, 아무튼 그런 것보다.

    "하지만 말이야. 솔직히 오해할 만했잖아? 그 상황에서 어떻게 오해를 안 해?"

    "그렇게 오해 한 건 자네밖에 없네."

    "그게 무슨…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레이아도 마틸다도 디아나가 따로 할 얘기 있다고 하니까 무슨 얘기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바로 나갔지?

    그럼 설마 진짜로 나만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건가?

    "알겠으면 이제 좀 비키게."

    "쳇…."

    "쳇이 아닐세!"

    떼끼! 하면서 내 머리에 딱밤을 한 대 먹인 후, 디아나는 겨우 내 아래에서 빠져나와 손을 내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조금 전 자신이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려서 밖으로 꺼낸, 내 물건으로.

    그리고는 조금 전 내가 덮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천천히 내 물건을 잡고 쓰다듬어줬다.

    하는 행동만 보면 본격적으로 섹스하기 전에 전희를 즐기는 것 같이 보이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디아나는 내 물건에 피임 마법을 걸어주고 있는 거다.

    "이런 거였으면 그냥 처음부터 말해 줬으면 오해 안 하고 좋았잖아."

    "그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어떻게 하는가."

    "응? 왜 못해?"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되묻자, 내 물건을 잡은 디아나의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그, 그런 말을 하면…자네의 물건을 만지겠다고 선언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게 왜? 전에는 괜찮지 않았어?"

    "저, 전은 전이고 지금은 지금일세!"

    그런 말로 넘어가고 싶었으면, 적어도 당황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어야지. 그렇게 얼굴 붉히고 말하면 아무리 봐도 수상하잖아.

    얘 혹시…너무 오랜만이라 부끄러워하는 건가?

    "디아나."

    "무, 뭔가?"

    "미안해."

    "…헷?"

    설마 갑자기 내가 사과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디아나는 살짝 얼빠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귀엽기는. 너무 그렇게 귀여운 모습 보이면, 콱 잡아먹어 버린다.

    "너무 오랜만이지? 미안해."

    "으, 으음…자네가 사과할 일은…."

    내가 다시 한번 사과하자, 디아나도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그러면서 덩달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손가락이 상당히 기분 좋았다.

    하지만 나는 하반신에서 몰려오는 은은한 쾌감을 티 내지 않고, 그 몸을 가볍게 끌어안은 다음에 사뿐히 바닥에 무릎 꿇게 해서….

    "그런 의미로, 다시 익숙해질 때까지 마음껏 봐도 좋아! 자! 더 가까이에서 봐도 돼!"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겐가아!? 잠, 얼굴에 들이밀지 말게!"

    물건을 그 눈앞까지 들이밀자, 디아나는 기겁하면서 고개를 뒤로 뺐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그렇게까지 기겁하면 살짝 상처받는데 말이야.

    "왜 그렇게 되기는. 부끄러워지지 않을 때까지 다시 익숙해지는 훈련이지!"

    "뭐가 훈련인가!? 그런 것 하지 않아도 이미…아으."

    흥분한 나머지 부끄러운 말까지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디아나는 직전에 말을 멈추고 말았다.

    쳇. 우리 대마법사님은 이럴 때조차 상황판단이 너무 빠르단 말이야.

    "응? 응응? 이미…뭐?"

    "애초에 이것은 왜 이렇게 빳빳하게 세우고 있는 겐가!? 이 몸은 지금 애무를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세!"

    일단 끝까지 물고 늘어져 봤지만, 디아나는 죽어도 말할 생각 없는 모양이다.

    아까보다 더 화난 척 눈썹을 치켜세우며, 디아나는 화제를 내 물건으로 돌렸다.

    "어쩔 수 없잖아. 이유야 어찌 됐든 디아나가 만져주고 있는 거니까. 서지 않는 게 비정상이야."

    "그, 그렇게 정색까지 하면서 할 말인가…?"

    "응."

    "그, 그런가…."

    하지만 내가 정색하고 말하자 할 말이 없어졌는지, 디아나는 조용히 피임 마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왠지 아까보다 내 물건을 만져주는 손길이 더 정성스러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내 착각일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얼굴도 시작할 때보다 훨씬 가까워졌고.

    "디아나."

    "음. 집중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평소보다 효과가 길게 갈 수 있게 걸어야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후로는 피임 마법이 다 끝날 때까지, 나는 장난을 멈추고 얌전히 그 작은 손길의 따스함만을 음미했다.

    "끝났네."

    "그럼!"

    "또 뭔가아!?"

    피임 마법이 끝나자마자, 얌전히 있는 것도 바로 그만뒀지만 말이야.

    얘기를 듣기도 전부터 불길한 예감이 드는지 디아나는 몸을 움츠리며 잔뜩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비로우신 우리 대마법사님께서, 불쌍한 이 녀석을 이대로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

    피임 마법이 끝나고도 당연하다는 듯 강직도를 유지하고 있는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디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 안 되네! 말하지 않았는가! 이 몸은 이 이후에도 일이 있네!"

    아, 그러고 보니 마법사 협회 본부에 간다고 했던가?

    오면서 들었는데 그만 깜빡했네.

    협회의 수장 누님들이 저택에 머물게 되면서 마법사들이 디아나를 스토킹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래 봤자 디아나의 얼굴을 보는 건 결국 협회의 수장 누님들과 그 시종으로 따라온 정해진 몇 명뿐이다.

    그래서는 협회 본부에 있는 다른 마법사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으니, 디아나는 종종 날을 잡아서 협회에 얼굴을 내비치고는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얘기다.

    미리엘과의 연락을 평소보다 일찍 마친 것도, 실은 이것 때문이었다고 한다.

    뭐, 오늘은 벌써 시간이 밤이니 가서 그리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너무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거겠지.

    "그래…."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어차피 줄리안 양에게 풀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그건 조금 안쓰러워 보였는지, 디아나는 까치발을 들고 내 머리를 토닥이면서 날 달래줬다.

    "아니. 오늘은 안 갈 건데."

    "음? 당장 할 생각이 아닌 겐가?"

    "응. 뭐어…."

    여신님과의 대화 이후, 중2병을 내 여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갑자기 걔랑 섹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약속을 지키겠다고, 네가 나한테 부탁하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섹스하자고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꿀 수는 없잖아?

    그러니 할 거면 중2병이 스스로 내게 부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데, 그것도 문제란 말이지.

    술에 취해서 자기를 여자로 만들어달라고 했던 그날 이후로, 중2병은 단 한 번도 그에 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으니까. 마치 그날 일을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린 것처럼.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런 것보다도 지금은 디아나야. 실은 오늘 밤, 디아나 차례거든."

    실은 지난번에도 레이첼 누님과 바넷사를 동시에 안았으니, 안 그래도 무너져 내려가던 차례가 더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일단 바넷사와 레이첼 누님의 차례가 지나갔다고 치고,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을 명단에서 제외하면, 결국 다음 차례는 디아나가 된다는 거지.

    "음? 오, 오오!"

    내 말을 듣고 디아나도 그제야 눈치챘는지, 손바닥을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런데 얘는 대체 계산을 어떻게 한 거지? 얘는 내가 레이첼 누님이랑 바넷사를 동시에 안았다는 것도 모를…서, 설마 아는 건가? 바넷사인가? 그 지나치게 충직한 집사님이 그런 것까지 보고한 건가?

    아니. 레이첼이 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어.

    애초에 다들 자기 차례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게 이상하잖아?

    혹시 우리 애들, 내가 없는 곳에서 자기들끼리 그런 정보를 공유….

    "자네?"

    "아, 응. 아무튼 오늘 디아나 차례잖아?"

    디아나의 부름에, 나는 생각을 중단하고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이어가기로 했다.

    "으, 음. 그러면 자네. 이 몸이 돌아올 동안…."

    "이대로 기다리라는 가혹한 얘기를 할 생각은 아니지?"

    다시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번에는 일부러 까딱까딱 움직이기까지 하자, 디아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우읏…." 하고 굳어졌다.

    "기다릴 수는…없는가아?"

    응. 미안해.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더 못 참을 것 같아.

    "알겠어. 섹스는 안 할게. 시간도 오래 안 끌게. 대신 조건이 있어. 서로 이걸로 타협하자."

    "타협? 뭔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디아나에게, 나는 내가 생각한 조건을 제시했다.

    "후우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