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215화 (1,182/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214화

    갈 때보다 느긋하게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거리가 그다지 먼 것도 아니어서,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럴 거면 갈 때도 그냥 느긋하게 갈 걸 그랬나? 그랬으면 내가 그렇게 성욕이 폭발해서 폭주할 일도 없었을 거고, 중2병이랑 이런 관계가 될 일도….

    "무, 뭐야?"

    그냥 어쩌다가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도, 중2병은 자세를 바로잡으며 긴장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뭐가?"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면 됐어. 응…."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쪽을 힐끔힐끔 살피면서 몸을 꼼지락거리는 중2병이었다.

    진짜 얘는 가면 갈수록 행동이 더 여자 같아지네. 특히 그 일 이후로 그런 경향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아. 애널 섹스는 세상에서 가장 남자다운 행위 중 하나야! 라고 농담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말한 주제에.

    "딱히 이런 데서 잡아먹을 생각 없으니까 긴장 풀어라. 아니면 뭐야? 네가 하고 싶어서 그러냐?"

    "아, 아니야!"

    그럼 됐잖아. 왜 두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는 건데. 너랑 나랑 둘 다 하고 싶은 생각 없는 거니까, 굳이 방어할 필요 없잖아?

    "나일 씨, 안 돼요. 여자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시면. 줄리안 씨는 첫 경험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어쩔 수 없어요. 조금 더 부드럽게 보듬어 주세요. 나일 씨는 그럴 수 있는 분이잖아요?"

    그야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여자 마음이라니. 이 녀석, 무성별자니까. 그것도 남자가 될 생각 만만이니까. 그렇지?"

    "으, 응…."

    아니. 이런 때는 조금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뭐, 쟤가 저렇게 반응하는 데에는 우리 천사님 책임도 없잖아 있으니, 나도 이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설마 우리 천사님이 저 녀석을 여자로, 그것도 내 여자로 만들려고 하시다니.

    심지어 자신의 그런 생각을 당사자인 중2병에게 숨길 생각조차 없다는 듯 적극적으로 행동하시니, 오히려 중2병이 당황해서 강하게 반발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나조차도 천사님의 이런 태도에 얼떨떨한 기분이 드는데, 쟤는 오죽하겠어.

    아무튼 그렇게 마차 안에 흐르는 묘한 분위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도, 마차는 꾸준히 블래스터 가문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얘기 들었습니다!"

    블래스터 가문에 도착하니, 우리를 제일 처음 맞이해 준 건 문지기의 격한 환대였다.

    이 자식은 누군데 이렇게 친한 척 얼굴을 들이미는 걸까.

    "얘기라니?"

    "물론 플레체 가문에서의 활약입니다! 멋지게 승리하고 오셨다고, 소문이 쫙 퍼졌습니다! 이것 참, 일전에 몰라뵙고 덤비려고 했던 저 자신이 부끄럽군요!"

    응? 덤벼? 여기에 그런…아, 전에 로빈을 둘러싸고 있던 엑스트라 중 하나인가. 뭐, 아무래도 좋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퍼졌다고?"

    "네!"

    비교적 느긋하게 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차를 타고 온 건데 말이야.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는 하지만, 설마하니 진짜 말보다 빠를 줄이야.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소문이 났는데?"

    "네! 속도로는 비스 전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플레체의 가주가 나일 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나일 님께서는 승리 후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쿨하게 떠나 버리셨다고 말입니다! 크으! 멋있습니다! 전율이 입니다! 동경하게 됩니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쿨하게 떠났다라. 뭐, 확실히 그걸 노리고 한 거기는 하지만,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군.

    아니. 실은 너무 황급히 떠난 것 같아서 사기 치고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까 살짝 걱정도 됐거든. 하지만 경비병의 반응을 보아하니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용사의 힘을 눈앞에서 봤는데, 그걸 보고도 사기라는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한 거지.

    비록 그 힘의 정체가 용사의 힘이라는 걸 모를지라도, 거기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강함은 확실히 느껴졌을 테니까.

    "그래. 그럼 수고."

    대충 들을만한 정보는 다 들은 나는,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이는 문지기를 적당히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문이 그렇게 퍼졌다면, 이다음에도 내 계획대로 착착 일이 진행되겠지. 우선은….

    "나일 님! 돌아오셨습니까! 얘기 들었습니다! 그 시건방진 플레체의 콧대를 제대로 꺾어주셨다지요!?"

    …여기는 경비병부터 가주까지, 어떻게 이렇게 반응이 한결같은 걸까.

    "…그러냐."

    문지기와 마찬가지로 눈을 반짝이는 고릴라인간을 향해,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래선 아까 문지기와 했던 대화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것 같군.

    "그럼 또 도전장을 보내면 되는 거군요?"

    예상대로 같은 대화를 다시 한번 반복한 다음, 우리는 겨우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 소문이 그렇게 난 이상, 다른 놈들도 쉽사리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아니지. 혹시 모르니까 도전장을 보내면서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려. 만약 거절하면 무서워서 도망가는 거라는 소문을 피할 수 없도록. 그렇게 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도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줘."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응? 기다리라니. 이제 너랑 더 할 얘기 없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크으으! 그렇군요!"

    승리를 기념하는 축하연이니 뭐니 하는 자리를 만드는 바람에, 나는 거기에서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처지가 됐다.

    귀찮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스의 수장이 될 때까지는 이 녀석들을 철저히 이용해야 하는 만큼, 너무 빼기만 할 수도 없어서 말이야.

    "플레체의 속도를 속도로! 제 주먹을 정면서 맞받아치려고 하실 때부터 알아봤습니다만, 역시 용사는 저희 같은 일반인들과 그릇부터 다르군요!"

    무용담이라고 해봐야 전투 시간이 무척이나 짧았던 만큼 내용도 별거 없었지만, 싸움에 미친 비스의 전투광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는지 연신 감탄을 늘어놓으며 술을 들이켰다.

    앨리시아와 맺어지게 된 그 일 이후로 금주령이 떨어진 바람에 한동안 술은 입에도 안 대고 있었는데, 설마하니 이렇게 시꺼먼 사내새끼들만 모인 자리에서 다시 술을 마시게 될 줄이야.

    "나일 씨, 한 잔 더 어떠시나요?"

    옆에 계신 천사님의 눈치가 엄청 보이기는 했지만, 의외로 천사님은 자진해서 내게 술을 따라줬다.

    음주를 허용하는 것 자체야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해하겠지만, 이렇게 더 마시라고 권하는 건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걸까? 천사님도 내 금주령에는 적극 찬성하셨던 기억이 똑똑히 있는데 말이야.

    "응. 마실게."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천사님이 따라주시는 술을 덥석 받아마셨다.

    딱히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술의 힘이라도 없으면 이 땀내 나는 공간을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얼마나 오랫동안 술판을 벌인 걸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이 자리가 내 승리 기념 축하연이라는 것도 잊고 다들 고주망태가 되어 떠들어댄 바람에, 나한테 쏠리는 이목은 그만큼 줄어들어서 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리의 분위기라는 건 무시할 수 없어서, 결국 평소에 마시던 것 이상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으윽. 젠장.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지 더 알딸딸한 기분이야.

    "나일 씨? 괜찮으신가요?"

    "미안…조금만 부축해 줘."

    "후훗. 네. 얼마든지요."

    날 보좌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한잔도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천사님의 부축을 받으며, 나는 자신의 방으로 비틀비틀 이동했다.

    "가만히 계세요. 편하게 해드릴게요."

    방에 도착한 후, 천사님은 곧장 내 벨트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옷을 풀어 헤쳤다.

    천사님은 그냥 편하게 만들 겸 몸을 식혀줄 목적으로 벗겨주는 거겠지만, 그 나긋나긋한 손길에 벗겨지는 나로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취하기도 한 만큼 더욱더.

    "레이아아…."

    제어가 안 되는 바람에 평소보다 조금 난폭한 손길로 레이아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지만, 레이아는 그런 내 행동조차도 웃으면서 받아줬다.

    "아응. 후훗. 안 돼요. 구원 씨뿐만이 아니니까요."

    다만 이대로 야한 것까지 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니. 여기에 누가 더…아.

    "쪽.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줄리안 씨도 편하게 해드리고 올게요."

    알코올 향이 진하게 풍기고 있을 텐데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천사님은 내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는 내 시선이 향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 내 시선의 끝에는 천사님과는 달리 퍼마실 대로 퍼마셔서 축 늘어져 있는 중2병의 모습이 있었다.

    "으우응…머야아?"

    대체 얼마나 퍼마신 건지, 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어서는 옷이 벗겨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저항조차 안 하는 중2병이었다.

    나도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은 못 했지만, 아마 또 풍류니 뭐니 떠들면서 마셔댄 거겠지.

    정조를 잃으면 그대로 인생의 목적을 잃는 녀석이 저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응아으…성쟈아?"

    "아니요. 나일 씨라면 이쪽이에요."

    왠지 내 이름을 부르는 중2병의 모습에, 천사님은 또 무슨 생각이신지 그 다 벗겨진 몸을 내 쪽으로 슬쩍 밀어주셨다.

    "아…우…성쟈다아…."

    게다가 중2병은 중2병대로 내 목에 팔을 휘감고 안겨 들어오기까지.

    천사님 덕분에 얘도 나도 완전한 알몸이라, 그 생각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살결이 내 몸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위험해. 그나마 난 완전히 인사불성이 된 게 아니라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 엉덩이만 주물럭거리는 수준에서는 끝나지 않았을 거야.

    "으응…아읏…성쟈아…거기느응…."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나한테 애널까지 바쳤으니까 이제 와서 이 정도는 만져도 상관없잖아?

    오히려 너도 내 걸 좀 만져서 진정 시켜 봐. 그대로 가만히 놔두면 진짜 덮치겠다.

    중2병의 손목을 잡아서 그 손을 내 물건까지 가져가 주자, 중2병도 부끄러워하는 표정과는 달리 덥석 내 물건을 잡고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어줬다.

    취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가 있기는 했지만, 마찬가지로 취해서 감각이 둔해진 나에게는 적절한 자극이었다.

    "구원 씨. 물, 가져올까요?"

    그리고 그런 우리의 모습을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미소로 내려다보면서, 천사님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레이아도 같이…."

    아니지. 물론 레이아도 같이하면 훨씬 더 기분 좋기야 하겠지만, 그래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레이아의 말대로, 지금은 우선은 물이라도 마시고 술을 좀 더 깨는 게 나을 것 같아.

    "응. 그럼 부탁 좀 해도 될까?"

    "네. 물론이에요. 그럼 다녀올게요. 기다리실 필요 없이 먼저 시작하고 계셔도 괜찮으니까요."

    "응. 그렇게 할게."

    미소와 함께 방을 빠져나가는 레이아의 뒷모습을 문이 닫히는 그 순간까지 쳐다본 다음, 나는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응하으…성쟈아…어때애?"

    거기에는 한쪽 다리를 내 다리에 감으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한 손은 대딸을 해주고 입으로는 내 유두를 할짝할짝 핥아주는 중2병의 모습이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 녀석도 은근히 성행위에 익숙해졌단 말이지.

    "으음…부족해."

    뭐, 그래 봤자 내가 만족할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우으…그래애?"

    "그래. 그래선 온종일 해도 못 싸겠어. 조금 더 노력해 봐. 전에 레이아가 시범도 보여줬잖아."

    "그런 거…금방 따라 할 수 있을 리가 없자나아…연습할 시간도 별로 없고오…."

    그건 그렇지. 그런 걸 연습하려면 내 물건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시간은 밤으로 한정되고 만다. 게다가 그마저도 기절하면 그대로 끝이니까 별로 기회가 없기는 했지.

    "하지만 그래선 안 끝나는데?"

    "우…으응…그러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중2병은 내 가슴에 이마를 박고 가볍게 비비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건지 내 다리에 맞닿아 있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슬쩍슬쩍 비비더니.

    "…또 쓸래?"

    고개를 들고는 촉촉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어디를?"

    "우으…맨날 그렇게 야한 짓만 시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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