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206화 (1,173/1,205)
  • 1205화

    아, 결국 못 참았구나.

    고릴라인간이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내던지자, 뒤에서 술병이 낸 소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폭발음이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건지 보고 싶지만, 그러면 기 싸움에서 지는 거니까 태연하게 앞만 보고 있자.

    "저딴 이름도 없는 잡놈 하나 못 막아서 여기까지 데려와!?"

    야. 고릴라인간. 잡놈은 너무하지 않냐? 나일이라고 이름도 알려줬는데.

    "죄, 죄, 죄송합니다!"

    "로빈! 네년은 같이 있으면서 뭘 한 거냐!?"

    "훗. 너무 뭐라고 하지 마. 얜 그저 자기 안에 새겨진 여자의 본능으로 알아봤을 뿐이야. 누가 더 우수한 남자인지를 말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로빈의 허리에 팔을 감고 내 옆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리고 로빈은 그런 내 행동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내 옆으로 끌려왔다.

    "앙?"

    그 모습을 보고, 고릴라인간도 드디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로빈, 네년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네년을 누가 여자로 만들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그건…."

    "누가 여자로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누가 더 우수한 남자냐는 거지."

    "네놈은 닥치고 있어라. 로빈.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지금 당장 거기에 있는 잡놈을 쳐 죽여라."

    쳐 죽이라니. 말 한번 참 무섭게도 하네.

    뭐, 아무리 그렇게 눈에 힘주고 말해 봤자.

    "못 하지?"

    "흐윽…."

    로빈의 허리에 얹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려서 그 가슴을 우악스럽게 잡으며 말하자, 로빈은 더더욱 고개를 푹 숙이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이…이 개 같은 연놈들이! 감히 둘이 같이 날 무시해!?"

    "주, 주군! 진정하세요!"

    "닥쳐라! 저 두 연놈들을 때려죽인 다음에는 바로 네놈들 차례…."

    "하지만 이 녀석, 진짜로 보통 놈이 아니라고요! 주군도 보면 알 거예요! 이걸 봐주세요! 이걸!"

    어? 어!? 야 이 미친놈아! 갑자기 사람 바지는 또 왜 벗겨!?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변변한 저항조차 못 해보고 그대로 바지를 벗겨졌다.

    제,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여신의 힘이여! 내 물건에 힘을! 되살아난 자존심!

    나는 물건을 풀발기 시키고, 두 손을 활짝 펼쳐서 가랑이 사이로 가져가며 보란 듯이 포즈까지 잡아줬다.

    아니. 말해두지만, 장난하는 거 아니야. 정신이 나간 건 더더욱 아니고.

    임기응변하면 구원. 구원하면 임기응변 아니겠어? 다 이 쌩쌩 돌아가는 머리로 생각한 결과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거야.

    만약 내가 당황해서 바지를 끌어 올렸다고 해봐. 그랬다가는 잔챙이 하나한테 허를 찔려서 바지가 벗겨진 실력도 뭣도 없는 멍청이가 되는 거잖아?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행동하면, 오히려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둔 간 크고 자신감 넘치는 놈이 되는 거지.

    "뭘 보라…아."

    그리고 이렇게 물건을 보여주는 건 실질적인 도움도 된다.

    아까 이 잔챙이들도 싸우기 전에 내 물건만 보고도 싸울 의지를 상실했으니까 말이야. 손자 할아버지도 말씀하셨잖아? 최고의 승리는 싸우기 전에 이기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저 고릴라인간과도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다면, 이런 바보 같은 짓도 결코 헛짓거리는 아니라는 얘기지.

    왠지 하는 짓이 동물 수컷들이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자랑하며 기 싸움하는 것 같은 모양새라서 상당히 기분이 착잡하지만…아, 아니. 이것도 전부 승리를 위해서!

    저것 봐. 실제로 저 고릴라인간도 내 성기를 보고 기가 죽어서….

    "네놈…지금 뭐하자는 거냐?"

    크허흑…. 제, 젠장. 이것도 다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고 정신무장을 하고 있었던 만큼,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반동으로 돌아오는 데미지도 그만큼 더 크군. 죽고 싶다.

    "서, 성기 크기가! 흥! 뭐, 뭐가 어떻다는 거냐! 확실히. 그래 확실히 크면 더 남자다운 확률은 높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지만 남자는 그게 전부가 아니야! 결국 최종적으로 남자다움을 결정짓는 것은 힘이다! 바로 이 주먹이다!"

    어, 어라? 의외로 먹혀든 거 아니야? 저 고릴라인간 목소리 엄청 떨리는데? 아니. 그냥 떨리는 수준이 아니라 반쯤 울려고 하는데?

    "훗. 그럼 한번 주먹으로 결정지어볼까? 누가 더 남자다운지를. 결투다!"

    왠지 계속 분위기를 이상하게 끌고 가려고 하는 세계의 의지 같은 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을 다잡고 바지를 끌어올렸다.

    이건 코미디의 한 장면이 아니야. 굳이 분류하자면, 신의 사명을 받고 이 땅에 신의 뜻을 설파하는 내용의 장엄한 성전. 그중에서도 제법 중요한 대목이니까!

    "좋다. 내가 이 두 주먹으로 네놈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성기의 크기가 남자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려주지!"

    야. 사람이 좀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꼭 그런 말을 넣어서 초를 쳐야겠냐? 왜 그렇게 집착해? 혹시 많이 작냐?

    "간드아아아아!"

    이럴 때는 보통 도전자한테 선공을 양보해주지 않냐? 아니. 딱히 상관없지만 말이야.

    두 주먹을 붉게 물들이며 돌진해오는 고릴라인간을 향해, 나도 똑같이 주먹에 힘을 불어넣으며 달려갔다.

    우선은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혀서 상대의 역량 파악을….

    "주거어어어어어!"

    "이 미친 고릴라가 어딜 노리고 주먹질을 하는 거야!? 야! 너도 같은 남자면서 꼭 거길 그렇게 노리고 싶냐!?"

    정확하게 물건을 노리고 날아오는 주먹을 가까스로 피하자, 얼마나 힘을 담은 건지 놈의 주먹이 그대로 바닥에 부딪히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맞았으면 알짤 없이 알 두 쪽 다 한 번에 터졌겠네. 저거 진짜 정신병자 아니야?

    "닥쳐! 주제도 모르고 블래스터의 이름에 도전하는 잡놈에게 용서란 없다!"

    아니. 누가 봐도 블래스터랑 상관없이 그냥 너 개인의 원한이잖아, 이 미친 고릴라야.

    "으으아! 크하아!"

    게다가 놈의 공격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바닥에 그대로 맞붙이고 있던 주먹으로 땅을 그으며 팔을 휘두르자, 또다시 바닥이 폭발하며 그 여파가 내가 있던 장소까지 다다랐다.

    그림자 이동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 성격이야 어찌 됐든, 그 실력만큼은 진짜라는 건가.

    사실 레벨만 놓고 보면 내 쪽이 압도적이고, 월영무사의 레벨도 그림자 이동을 남용하면서 많이 올랐으니, 그냥 순수 무력만으로 상대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레벨빨이 있어도, 결국 전투 직업의 레벨 차이에서 오는 전투력의 격차는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슬슬 진심으로 해볼까.

    어차피 목적은 수장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만큼의 명성이니, 시간을 오래 끄는 것보다는 압도적인 차이로 끝내버리는 게 더 좋기도 하니까.

    "쥐새끼처럼 쫄랑쫄랑 잘도 도망 다니는구나! 남자가 아니었나!? 남자라면 남자답게 정면에서 부딪혀봐라!"

    아니. 자기는 주먹에서 폭발을 뿌려대면서 정면으로 부딪치라고 하는 건 그건 그거대로 치사하지 않냐?

    게다가 맨 처음 주먹끼리 부딪히려고 했을 때는 네가 이상한 데를 노린 바람에 빗나갔잖아.

    뭐, 좋아. 정 그렇게 정면에서 부딪히길 원한다면.

    "쥐새끼라…. 좋아. 장난은 이쯤 하기로 하지."

    피하기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선 나는, 그대로 한 가지 스킬을 발동했다.

    사라야, 내게 힘을 줘!

    "으으윽!? 뭐, 뭐냐 네놈…. 뭐냐 그 힘은!?"

    내 머리는 지금, 노랗게 물들어서 쭈뼛쭈뼛 서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온몸에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 힘만 있다면, 세상에 그 어떤 일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약한 자라면 이대로 힘에 취해 미쳐 버릴 것 같은 압도적인 힘.

    "왜 그러지? 주먹끼리 부딪치고 싶은 것 아니었나?"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고릴라인간에게 코웃음 치면서, 나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긴, 한 걸음 내디딘 것만으로도 내 몸을 타고 흐르는 기의 여파에 대기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지는데, 이걸 느끼고도 여전히 주먹을 맞부딪치고 싶은 인간이 있다면 자살희망자밖에 없겠지. 그것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고 싶은 자살희망자밖에.

    하지만 이상하다. 전에도 이랬던가? 압도적인 힘이 몸에 흐르는 게 느껴진다는 점 자체는 똑같지만, 정도의 차이라는 게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당장 전에 플리투스의 발가스 장군과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때도 용사의 힘을 몸에 둘러서 기선제압을 했었지만, 이 정도는 결코 아니었어.

    비유하자면 전투종족 외계인이 삐쭉 선 노란 머리로 변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신에 붉은 오라까지 두른 느낌이라고 할까.

    "주먹을 내밀어라. 바라던 대로 으스러뜨려 주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넘쳐흐르는 힘에 살짝 의문을 느끼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고릴라인간을 향해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은 그런 의문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크, 크으으윽…."

    "블래스터 가문의 가주라면, 아니. 네놈도 남자라면 빼지 마라. 네놈이 말한 대로 남자답게 정면으로 부딪쳐라. 그리고 처참하게 박살 나라."

    "이…이 나를…폭쇄의 골리라를…우습게 보지 마라아아아!"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있는 건지, 놈은 꺼져가던 투지의 불씨를 어떻게든 다시 불태우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그 주먹은 각오만큼이나 흉흉한 기세를 담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내게는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느껴질 수준이었다.

    너무 여유롭다 못해서, 오죽하면 ‘뭐? 고릴…뭐라고? 풉. 어떻게 이름까지 고릴라랑 비슷하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아무튼 나 역시도 주먹을 내밀어서 놈의 주먹을 맞부딪쳐줬고.

    퍼엉!

    "끄아아아악!"

    결과는 당연하게도 놈의 패배로 끝났다.

    놈의 주먹은 이번에도 닿는 순간 폭발을 동반하기는 했지만, 내게 준 피해는 없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원래 파티에서 탱커 역할을 해왔던 내 단단함도 한몫 하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피해가 없는 건 역시 용사의 힘 덕분이겠지.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까지 만능이라니. 진짜 보면 볼수록 사기 직업이야.

    "엄살 피우지 마라. 크게 다친 것도 아닐 텐데?"

    애초에 난 딱히 공격할 의사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이겨서 명성을 얻는 건 좋지만, 너무 심하게 망가뜨렸다가 괜한 원한을 사면 그건 그거대로 또 피곤하니까.

    아니. 애초에 난 용사의 힘을 완전히 자기 것처럼 다루지도 못하니, 자칫하면 망가뜨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아예 죽여 버릴지도 몰라.

    이렇게까지 강해지면 힘 조절을 얼마나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단 말이지.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나는 놈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뻗은 주먹을 도중에 멈추고, 놈의 주먹이 부딪혀오기를 기다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물론 그래도 놈이 주먹을 날린 기세가 기세인 만큼, 자기 힘에 못 이겨서 뼈에 금 정도는 갔겠지만.

    "패배를 인정하겠나?"

    나는 주먹을 부여잡고 쓰러진 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 굴욕적인 구도에 당연히 고릴라인간은 화를 못 참고 폭발할 거라 생각했지만.

    "…나일이라고 했던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의외로 놈은 자신의 패배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는지, 침착한 모습으로 대응했다.

    정말로 의외로군. 십중팔구 앞뒤 생각 없는 다혈질인 줄 알았는데.

    아니. 단순히 생긴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아까까지 보여준 행동이 있으니까 말이야.

    "뭐지?"

    "난 이 주먹으로 모든 것을 부수고 나갈 자신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카이젤이 비스의 수장을 맡고 있지만, 그것도 올해로 끝낼 자신이 있었다. 내 힘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터였다!"

    "패배를 인정하기 전에 한다는 말이 기껏해야 신세 한탄인가?"

    "아니다! 난 단지 궁금한 거다. 이런 날 이긴, 네 힘은 대체 뭐지? 그런 압도적인 힘은, 내가 알기에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힘은,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그 힘인 거냐?"

    마치 용사의 힘이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는 걸 섣불리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힘에 경외심을 느끼는 것처럼, 고릴라인간은 생긴 것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렇군. 앞뒤 생각 없는 다혈질조차도 이렇게 반응할 정도로, 이 세계에서 용사의 힘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나는 완전히 긍정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렸지만, 고릴라인간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런가. 그렇다면…그럼 하나 더 묻고 싶은 게 있다. 플리투스와 바프라의 전쟁을 멈춘 건, 너냐?"

    까, 깜짝이야. 뭐야, 이놈. 생긴 건 진짜 앞뒤 생각 없는 고릴라처럼 생겼으면서, 의외로 날카롭잖아?

    아니. 뭐, 용사라는 게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전쟁 하나가 멈춰 버린 사건쯤 되면 비스에까지 소문이 들려오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니, 용사와 용사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지만.

    "뭐냐, 그건?"

    "모르는 거냐?!"

    속내를 완전히 숨기고 태연한 얼굴로 받아치자, 고릴라인간은 모르는 게 오히려 더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른다. 애초에 흥미도 없다."

    "전쟁에…흥미가 없다?"

    아차. 전쟁신 세계에서 이건 너무 선 넘은 발언이었나?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뭔가, 뭔가 변명을 생각해내자. 그래!

    "내 피를 들끓게 하는 건 강자와의 싸움뿐이다. 오합지졸이 모여서 누가 더 많나 숫자 놀이나 하는 것 따위에 어째서 내가 흥미를 느껴야 하지?"

    "숫자 놀이…."

    "그렇다.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났지? 아직도 결판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전쟁이 숫자 놀이나 하는 애들 장난이라는 증거지. 만약 거기에 압도적인 강자가 있었다면, 전쟁은 순식간에 끝났을 거다."

    "너 같은…용사가 있었다면 말이냐?"

    내 얘기를 듣고, 플리투스와 바프라의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다시 한번 떠올린 거겠지.

    고릴라인간은 내 말에 설득됐는지, 묘하게 이해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이런 말에 넘어가 줘서. 진짜 말 한 번 잘못해서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뭐, 그래도 이걸로 확실히 알았겠지. 플리투스와 바프라의 전쟁을 멈춘 용사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흥. 아무튼 용건은 끝났다. 이 여자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기, 기다려!"

    용사의 힘을 해제한 나는, 마치 원래부터 내 소유물이었던 것처럼 로빈의 허리에 팔을 감고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앞을, 고릴라인간이 황급히 막아섰다.

    "뭐냐? 설마 불만이라는 건 아니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