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91화 (1,158/1,205)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190화

"응, 응, 응, 아응!"

"그래서."

사정 후 물건을 빼지 않고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면서, 세이지를 내려다봤다.

미리엘의 밑에서 빠져나온 세이지는 현재 침대 밑으로 내려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옷을 챙겨입지도 않고, 아니. 오히려 남아 있던 옷마저 스스로 다 벗어 버리고 알몸이 되어서.

"뭐든 하겠다고?"

"…네!"

고개를 숙이고, 거의 엎드려 빈다는 느낌으로 간절하게 대답하는 세이지.

처음에는 그렇게 앙칼졌던 여자가 이제는 제발 내 물건으로 자기에게 박아달라고 엎드려 빌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달성감이라고 할까 지배욕이 충족되는 느낌 같은 게 들었다. 세이지 개인한테는 딱히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간절한 모습은 보기 좋군. 하지만 넌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지. 내 여자가 될 기회는 그리 흔한 게 아니야. 흐음…."

나는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 와중에도 허리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으니 남이 보면 엄청 웃기게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날 바라보는 세이지의 눈동자만큼은 그저 간절함만이 가득했다.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지. 우선은 우리 일에 협력해라."

"네? 네에…."

어차피 내 여자가 되면 나한테 협력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굳이 그런 말을 하는 내 의도를 모르겠다는 거겠지. 세이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충분히 도움이 됐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내 여자로 만들어주지."

"아…그, 그럼 협력은 어떻게 하면…?"

"그건…미리엘."

어차피 나머지 비수와 관련된 일이라면 중2병도 똑같이 알고 있다.

물론 이 녀석은 바로 직전까지 비스와 연락하고 있으니 정보를 더 알고 있을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전진에 잠입한 첩자에게 굳이 본국이 정보를 전해주려고 할까? 정보는 일방통행으로 오갔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봤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우리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미리엘."

나는 마지막으로 안쪽을 깊게 찔러서 절정을 느끼게 해준 다음, 물건을 뽑고 미리엘의 이름을 불렀다.

"응하읏…."

하지만 미리엘은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저 이쪽으로 내민 엉덩이를 파르르 떨면서 나와의 섹스가 준 쾌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뭐, 처음에는 분위기를 맞춰주기 위한 연기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얘도 내 조교를 받았던 애니까. 계속해서 시달리다 보면 결국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가.

"정신 차려."

"응흣!? 네, 네헤…?"

엉덩이를 한대 찰싹 때려주니, 미리엘은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뭐, 아래쪽에서 질질 새어 나오는 애액량은 더 많아졌지만 말이다.

내가 저렇게 만든 거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체질이야. 진짜 저런 몸으로 평소에는 어떻게 검을 휘두르고 싸우는 거지?

"세이지한테 뭘 협력해야 하는지 설명해."

난 딱히 도움받을 일이 없지만, 미리엘은 다르다.

비스의 첩자를 밝혀내고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첩자의 입에서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빼낸다면, 그것도 다른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첩자가 미리엘에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한다면, 미리엘의 주가는 지금 이상으로 엄청나게 올라갈 거다.

그야말로 전쟁에서 세운 공훈 따위는 필요 없어지는 수준으로 말이다.

"아흣…네에…."

몸을 일으킬 힘도 없는지 세이지 쪽에 얼굴을 향하고 나른하게 누운 미리엘은, 지금부터 세이지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자세히 설명해 줬다.

저런 상태에서도 저렇게 말이 술술 나오는 걸 보면, 진짜 유능하기는 엄청 유능한 녀석이야.

"후우."

미리엘이 세이지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침대의 헤드 보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중2병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와서 아직 쌩쌩한 내 물건의 뒷마무리를 하라고.

"우읏…."

아무리 중2병이라도 이렇게 손짓으로 자기를 콕 집어 부르면 "나!?" 같은 바보 같은 소리는 할 수 없겠지.

중2병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그러면서도 아까 하던 펠라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지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서는,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쭈웁. 츄릅."

뒷머리에 한 손을 가볍게 얹은 채 아래쪽은 중2병에게 맡기고, 나는 미리엘과 세이지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세이지가 자신의 역할을 전부 이해했을 즈음, 가볍게 폭탄 하나를 투하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동안 난 곁에 없을 거다."

당연한 얘기다. 애초에 우리가 여기에 있는 목적은 세이지를 잡아서 비스와의 연락을 끊는 것이었으니까.

목적을 달성한 지금,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었다.

"네!? 하, 하지만 그러면 전…!"

그 당연한 얘기가, 세이지에게는 청천벽력이 되겠지만 말이다.

"어서 빨리 여자가 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겠지. 하지만 그게 뭐? 내가 준 기회를 차 버린 녀석한테는 딱 맞는 벌이야."

"아, 아아…!"

세이지의 얼굴이 다시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나는 세이지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더 추가해주기로 했다.

너무 몰아붙이기만 하면 그대로 마음이 꺾여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이 내 여자가 되는 거다. 그 정도 충동도 제어 못 하고 아무 남자한테나 다리를 벌리는 평범한 여자 따위는 애초에 필요 없어. 내 여자가 되고 싶다면, 너 스스로 그 자격을 증명해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미리엘의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렸다. 당장 눈앞에 있는 미리엘만 보더라도 평범한 여자가 아닌 용사이지 않냐는 뜻으로.

사실 미리엘은 내 여자도 아니지만, 어차피 세이지는 그렇게 착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이해했겠지?"

"네, 네에…."

잘 해낼 자신은 전혀 없지만, 내 말이 너무 타당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느낌으로, 세이지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드디어 끝났다! 후우. 설마 섹스도 안 하고 일을 해결할 수 있을 줄이야.

물론 섹스를 해버리는 게 더 간단한 길이었고, 섹스를 안 하는 만큼 세이지가 완전히 굴복했다는 걸 이중삼중으로 확인하느라 더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결하고 나니 달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니. 중2병과 섹스 없이 협력 관계를 맺어서 그런지, 막상 세이지의 처녀를 빼앗으려고 하니까 마음이 무거웠거든.

오기 전에 필요하다면 내 여자가 아닌 여자와도 얼마든지 섹스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제일이지.

"그럼…후우."

"응흐읍!? 응긋. 응읍."

아무렇지 않게 중2병의 입에 사정하자, 중2병은 움찔하고 놀라면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 뒷머리에 얹은 손에 힘을 줘서 누르자, 결국 목을 꿀꺽꿀꺽 울려서 입안에 쏟아지는 정액을 전부 마시고 덤으로 청소 펠라까지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지. 미리엘. 세이지는 네가 데리고 있어. 맡겨도 되겠지?"

"아아. 물론이야!"

…그런데 넌 또 왜 그렇게 신나 보이냐?

아니. 나도 그냥 여기서 같이 자자고 엉겨 붙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는 하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얘가 웬만하면 이렇게 감정을 드러낼 애가 아닌데?

게다가 내가 간다고 하는데 이렇게…수상해.

"잠깐 와봐."

중2병의 입에서 물건을 빼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미리엘의 손목을 붙잡고 방의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소리를 차단한 다음, 바로 미리엘을 추궁했다.

"야."

"…성자님. 날 유혹하려고 해봤자 소용없어. 난 이미 성자님의 매력이 푹 빠져 있으니까."

아니. 어쩌다 보니 이런 자세가 되기는 했지만, 딱히 널 유혹하려고 벽치기 자세를 한 게 아니거든? 뭘 갑자기 부끄러워하는 거야.

"너 말이야. 저 녀석이랑 둘이 내버려 두면 또 나 몰래 뭔가 비밀 얘기 같은 거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여기에서 반응하면 미리엘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갈 뿐이다. 나는 미리엘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고, 내가 할 말만 간단하게 말했다.

이 녀석은 전에도 중2병이랑 둘이 비밀 얘기를 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한 전적이 있으니까 말이야.

물론 자기 딴에는 내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한 거였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나한테 숨기고 멋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어.

만약 이번에도 또 그런 짓을 하려는 거라면….

"응? 아, 아아…."

아차, 그런 얘기였군. 평소에 너무 수상하게 군 반동인가.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미리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아. 성자님. 그런 게 아니었어."

"그럼 왜 그렇게 기분 좋아 보였던 거지? 심지어 내가 간다고 하는데?"

"하핫. 가지 말라고 붙잡길 바랐어?"

"농담 아니야. 질문에 대답해."

"……."

대답하지 못 한다라. 이건 역시 그런 것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겠지.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저 조금 평소 행실을 반성하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나라도, 성자님에게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부끄러워."

진짜로 귀 끝까지 새빨갛게 붉히면서, 미리엘은 살짝 내게서 시선을 피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아니. 뭐야. 그럼 즉, 얘가 기분 좋아 보였던 이유는….

하지만 왜? 그럴 일이 있었었단 말이야? 오랜만에 나한테 찐하게 조교를 받아서…는 왠지 모르게 아닌 것 같고.

아, 서, 설마…설마 내가 자길 내 여자 취급해 줘서?

"……."

평소의 시원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서,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시선을 피한 채 두 손을 뒤로 마주 잡고 몸을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소녀소녀한 미리엘의 모습.

그 모습에, 나는 내 생각이 맞을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아니.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널 딱히 내 여자로 받아들인 게 아닌데 말이야. 물론 미리엘도 알고 있을 거다. 이 눈치 빠른 애가 그런 것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겨우 그걸로 그렇게 감정을 숨지기도 못 할 정도로 좋아했다는 얘기야?

"그래. 그러면 세이지는 맡길게."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이상 추궁할 기분도 들지 않아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벽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미리엘도 "후우…."하고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언제나처럼 시원스러운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다.

"응. 맡겨줘."

제, 젠장. 쟤가 저러니까 괜히 미안해지잖아.

아니야. 안 돼. 지금까지 유일하게 내가 실컷 섹스하고도 감정이 안 흔들렸던 녀석인데. 그래서 오늘도 세이지랑 하는 건 피하면서도 대신 이 녀석이랑 잔뜩 한 건데.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감정이 흔들릴 수는 없어!

애초에 내가 다른 여자랑 감정 안 섞인 섹스를 할 거라고 다짐한 이유도 미리엘 상대로 잘해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 미리엘 상대로 감정이 생겨 버리면 전에 했던 다짐까지 무너지잖아!

중2병과 세이지는 섹스를 안 하고 넘어갔다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어! 여기서 다짐이 무너질 수는 없다고!

물론 지금 느낀 이 감정은 연애 감정이라기보다는 동정심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동정심으로 시작한 감정이 결국 연애 감정으로 발전해서 맺어진 케이스가 지금까지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니까 흔들리지 마. 흔들리면 안 돼, 구원아. 침착하자. 침착하게 감정을 정리하는 거야.

그래. 애초에 저 녀석이 좋아한 이유도, 전부 내 추측이잖아? 직접 얘기를 들은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얜 사라 동생이야! 사라 동생! 내 여자 동생! 바꿔 말하면 처제 될 사람!

그래. 난 지금 이 녀석의 모습에 사라를 겹쳐봐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거야. 이 녀석을 안는 감촉이 사라랑 조금 비슷해야 말이지.

아까도 다른 여자한테 느끼다가 사정할 때 삽입해 버리는 플레이를 했었고.

의식하고 한 건 아니지만, 분명 미리엘의 몸이 사라와 안는 감촉이 비슷해서 나도 모르게 사라한테만 했던 플레이를 얘한테 해버린 걸 거야.

비장의 카드, 미리엘은 사라의 동생이라는 정신 방벽을 세우고 이성적으로 내 감정을 분석하자, 그제야 동요됐던 감정이 조금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맡길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