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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86화 (1,153/1,205)
  • 1186화

    심문이라. 대체 무슨 짓을…아니.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으려나.

    역시 하게 되는 걸까.

    아니. 이미 여기에 오기 전부터 각오는 다지고 있었지만, 막상 비스의 비수가 전원 마인은 아니라는 걸 알고 나니까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난 분명 얘들이 마인이라는 걸 단서로 뭔가 더 큰 사건과 조우하게 될 줄 알았는데.

    뭐, 물론 비스의 비수가 마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미 짜놓은 비스 장악 계획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

    비스의 비수가 전원 마인은 아니었지만, 전원이 무성별자일 거라는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으니까.

    그래. 벌써 봤거든. 섹스 애널라이즈로.

    몸매를 알아보기 힘든 암살복 차림 때문에 또 핑크 개불을 보게 될까 봐 살짝 두려웠지만, 확인해 본 결과 이번 비수도 아니나 다를까 여자였다.

    아니. 얘들 기준으로 보면 아직 여자가 아니라 무성별자인가.

    아무튼 그 무성별자를 상대로 하는 심문에 내가 따라간다면, 역시 할 일은….

    "후우."

    이름이 세이지라고 했나? 기절한 비스의 비수를 침대에 눕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왜 그래, 성자님? 무슨 일 있어?"

    "아니. 딱히."

    "그런 것치고는 의욕이 없는 것 같은데."

    의욕이라. 그건 확실히 없지.

    아, 그렇다고 해서 세이지가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미리엘이 옷을 풀어 헤칠 때 슬쩍 본 바로는 미인이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는 얼굴과 몸매였으니까.

    물론 우리 애들처럼 보기만 해도 눈이 돌아갈 만한 절세미인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우리 애들과 급이 맞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

    "성자님은 처음부터 이럴 생각인 줄 알았는데, 혹시 내 착각이었어?"

    "아니. 네 생각이 맞아."

    나도 각오는 하고 왔지만, 각오와 감정은 또 별개라서 말이지.

    "그리고 아까 보여준 태도로 봤을 때, 이것 말고는 달리 방법도 없을 것 같잖아?"

    "하핫. 그래. 내 경험상, 이렇게 에고가 강한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는 건 성자님뿐이지."

    경험상은 또 뭐가 경험상이야. 아니. 그야 확실히 경험하기는 했겠지만 말이야. 이 녀석은 항상 이렇게 묘한 말투를 쓴다니까.

    그리고 얘 지금 적당히 몸매가 드러날 수준까지만 세이지의 옷을 풀어 헤치고 일어났는데, 설마 여기부터는 내가 직접 벗기며 즐기라는 뜻인가?

    "자, 준비 끝났어."

    "으흑!?"

    미리엘이 침대에서 일어나며 세이지의 목 뒤를 가볍게 주무르자, 쥐죽은 듯 기절해 있던 세이지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깨어났다.

    "크윽…네놈들…!"

    일어난 세이지는 바로 침대의 헤드 보드까지 물러나며 날카롭게 안광을 빛냈지만, 아쉽게도 이 자리에서 저 녀석의 눈빛에 겁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째서 날 살려뒀지?"

    "들어야 할 얘기가 무척 많으니까."

    "핫. 웃기는군. 내가 순순히 말할 것 같으냐? 저기에 있는 정신이상자와 똑같이 보지 마라."

    미리엘의 대답에, 세이지는 코웃음을 치면서 중2병을 노려봤자. 마치 너 때문에 나까지 만만하게 보인다는 듯이.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동료를 대하는 것치고는 말이 너무 심하지 않냐?

    중2병은 중2병대로 미안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고.

    "경험자로서 충고하자면, 그렇게 자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아무튼 그렇게 살기등등한 세이지였지만, 미리엘은 그 살기를 가볍게 넘겨 흘렸다.

    "경험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 세이지의 얼굴색이 변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걸로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된 경험자, 라는 뜻이야."

    내 앞에 무릎 꿇은 미리엘이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바지 앞 불룩한 곳에 자신의 뺨을 비벼댔기 때문이다.

    자기가 나서서 옷을 풀어 헤칠 때부터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미리엘은 방 밖으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뭐, 방해는커녕 이런 식으로 도움까지 주고 있으니까, 나도 딱히 이견은 없지만 말이야.

    "서, 설마!"

    "장담할게. 너도 곧 자신의 의지로 성자님 앞에 모든 걸 털어놓게 될 거야."

    "우, 웃기지 마라! 날 이긴 건 너다! 저 남자가 아니야! 날 이기지도 못한 남자한테…!"

    "말했잖아? 나도 이걸로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고. 네 실력으로 성자님에게 이길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해?"

    나한테조차 제대로 저항도 못 써보고 진 네가?

    미리엘의 그 말에, 세이지는 새삼 고개를 들어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응.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아. ‘이런 남자가 저 용사를 이겼다고? 말도 안 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뭐, 사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성자 스킬을 빼고 순수 전투력만 본다면, 난 아마 미리엘을 이기지 못할 테니까.

    "성자님도 상당히 얕보인 모양이야."

    하지만 이렇게 미리엘이 바람을 잡아주니, 난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이지는 알아서 기가 눌려서 반박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직 성자님의 진짜 모습을 못 봤으니,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미리엘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바지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려서 내 물건을 꺼냈다.

    "윽…!?"

    그렇게 드러난 내 물건에 시선을 준 순간, 세이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기가 죽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찔 떨었다.

    중2병을 그렇게 매도하며 자기는 중2병과 다르다고 떠들었던 세이지지만, 그래 봤자 결국은 비스에서 자란 무성별자.

    남자의 대물을 보고 압도되는 건 중2병과 다를 바가 없군.

    "어때? 남자답지? 네 안에 있는 무성별자의 본능이 자극받는 기분이 들지 않아? 이 남자에게 굴복하고 싶다고."

    역시나 미리엘 이 녀석도 무성별자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군.

    뭐, 지금까지 한 행동들을 생각해 보면, 이제 와서 무슨 당연한 소리냐는 느낌도 있었지만.

    "우, 웃기지…!"

    "그렇게 센 척할 필요 없어. 무성별자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본능이니까. 넌 그저 본능에 순종하기만 하면 돼."

    아니. 그보다 미리엘 이 녀석, 분위기를 너무 잘 잡는 거 아니야?

    나야 게임에서라도 이런 플레이를 많이 해봤으니까 처음부터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지만, 얘는 대체 뭐야? 자기가 한 번 조교를 당해 봐서 잘 아는 건가?

    난 지금까지 제대로 입도 한 번 안 열었는데, 혼자 알아서 분위기를 다 만들어 주다니.

    아니. 뭐, 나로서도 딱히 나쁠 건 없지만 말이야.

    "오, 오지 마!"

    자리에서 일어난 미리엘이 내 뒤로 돌아와서 등을 살짝 미는 게 느껴졌다. 거기에 따라서 나도 천천히 침대를 향해 걸어가자, 세이지가 침대의 헤드 보드에 달라붙듯이 밀착하며 고함을 질렀다.

    발로 이불을 밀어내며 나름대로 저항도 했지만, 이미 기가 눌린 녀석의 발버둥에 다가가지도 못할 정도로 약한 몸이 아니다.

    나는 가는 발목을 잡고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려서, 세이지를 침대에 누운 자세로 만들었다.

    "흥. 저항에 힘이 안 느껴지는군. 역시 강한 남자에 굴복하고 싶어 하는 건 여자의 본능이라는 건가."

    "누, 누가 여자라는 거지!?"

    드디어 입을 연 내게 세이지는 몸을 움찔하면서 애써 강한 척을 했지만, 미안하지만 그런 건 이미 중2병이 다 보여준 모습이거든.

    그리고 그 중2병조차도, 나중에는 결국 내 강한 남성상에 완전히 압도당해서 저항을 못 하게 됐다.

    중2병은 이미 협조를 약속한 상태였으니 그럴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한 것뿐, 실은 그때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섹스까지 할 수 있었을걸.

    그런 이유로, 나는 세이지의 반항적인 태도에도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중2병으로 확인해 보지 못한 유일한 변수는, 자기를 여자로 만든 남자에게 무성별자가 진짜로 복종하는지 그 여부뿐인데, 그건 내 성자 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모르는 건가? 너다."

    "응큿…!"

    있을 만큼은 있는 그 가슴을 일부러 우악스럽게 주무르며 말하자, 세이지가 몸을 비틀며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저항 역시도 별다른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세이지의 가슴을 놓치는 일 없이 마음껏 주물럭거렸다.

    어쩌면 무성별자를 자칭하는 여자들은 중2병처럼 전원 가슴이 완전 평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보니 그런 건 아닌 모양이군.

    "벌써부터 계집애 같은 소리를 내는군. 내게 아양 떠는 건가?"

    "누, 누가…!"

    "벗어."

    "무, 뭐!?"

    "벗으라고 했다. 스스로 내게 굴복할 기회를 주지."

    "하! 저 정신이상자랑 같이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도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야!?"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니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벗게 하는 건 너무 무리수였나.

    그나저나 이 녀석, 진짜 아까부터 입이 너무 험한 거 아니야? 입이 걸걸한 걸로만 치면 앨리시아랑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 앨리시아는 엄청나게 예쁘고 날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도 아니까, 이런 식으로 말해도 크게 데미지는 없었는데.

    "난 분명히 기회를 줬다."

    살짝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나는 겉으로 티 내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이지의 옷을 벗겼다.

    아니. 벗긴다는 표현보다는, 찢어발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세이지는 어떻게든 손을 써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옷을 찢으면서 벗겨 버리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결국 세이지는 아래에 입은 빛나는 속옷 하나만을 남겨둔 채로…응? 빛나는?

    "뭐야 이거?"

    팅팅. 손가락으로 살짝 두드려보자, 세이지의 속옷에서는 그런 금속음이 들려왔다.

    가, 강철 팬티!? 아, 아니. 이건 정조대라고 해야 하나?

    한 치의 틈도 없이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그것은, 자세히 보니까 열쇠 구멍 같은 게 있기는 했다.

    뭐, 이런 걸 계속 차고 있으면 일도 제대로 못 볼 테니까 말이야.

    "핫."

    살짝 당황한 내 얼굴을 보면서, 세이지는 처음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당당해서, 아까까지 보여준 기죽은 모습이 이걸 위한 연기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남자에게 진 무성별자는 순순히 가랑이를 벌리고 여자가 된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라고, 그런 순진한 생각을 진심으로 한 건 아니겠지?"

    …했는데. 그런 순진한 생각. 진심으로.

    아, 아니. 그야 그렇잖아!? 비스의 기본 기조는 정정당당 아니었어!? 이런 건 너무 치사하잖아!

    "뭐가 정정당당이냐. 그런 걸 순진하게 지키는 건 저기에 있는 정신이상자밖에 없다. 그러니까 저렇게 간단히 여자가 되어 버린 거겠지."

    "큭…!"

    평소라면 난 아직 여자가 아니야! 라고 말했을 중2병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지 입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무리 배신자라는 입장이라도, 이쯤 들었으면 욱해서 뭐라도 한마디 할 만한데. 내가 쟤 입장이었다면 분명 그랬을 거다.

    뭐, 저대로 두면 중2병이 너무 안쓰러우니, 대신 내가 한마디 해주기로 할까.

    "너, 아까부터 줄리안을 상당히 깔보고 있는데, 줄리안은 너보다 똑똑해서 이런 멍청한 짓을 안 한 것뿐이다."

    "무, 뭐라고!?"

    "이런 철조가리 따위가, 진심으로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 도발에 흥분했던 세이지는, 이어지는 내 말에 바로 냉정함을 되찾았다.

    어, 어라?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왜 다시 침착해지냐?

    "흥. 용사라면, 그 용사를 이긴 남자라면, 힘으로 부술 수 있겠지."

    그래. 너도 잘 알잖아. 이런 거 부수는 건 일도 아니라니까?

    "하지만 그건 단순한 철조가리가 아니야. 데스마운틴에서도 극소량만 채굴되는 암흑철을 특수 제련한 철조가리지. 힘으로 부술 수는 있어도, 부술 땐 내 하반신도 같이 부숴야 할 거다."

    뭐, 뭐야!? 아니. 그야 확실히 몸에 한 치의 틈도 없이 착 달라붙어 있기는 하지만….

    "살이 도려지고 뼈가 드러나 피범벅이 된 내 하반신에 네놈이 과연 그 잘난 물건을 세우고 넣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이 녀석이 장군의 호위가 되어서 플리투스 군에 잠입하고 정보를 캐내는 시점에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녀석 진짜 비스 사람 맞아!? 실은 바프라에서 보낸 첩자 아니야!? 하는 말이나 하는 행동이나 왜 이렇게 비열하고 치사해!? 비스는 정정당당한 걸 좋아하고 공작을 싫어하는 풍토가 지배적이라면서!

    "이건…."

    내가 말문을 잃은 사이에 세이지의 강철 팬티를 만져본 미리엘은, 손에 살짝 마나까지 불어고 통통 두들겨 보더니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하반신을 같이 부수지 않으면 팬티를 부술 수 없을 거라는 세이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니. 야. 너까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 그러면 진짜로 이거 못 부순다는 거 아니야!? 이걸 못 부수면 이 녀석의 입을 열게 할 방법이 없잖아!

    뭔가 방법 없어!? 뭔가 이 강철 팬티만 딱 부숴 버릴 수 있는 획기적인…아.

    "재미있는 저항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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