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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82화 (1,149/1,205)
  • 1182화

    칭찬하면서 중간에 요염한 소리 섞지 마, 이것아.

    "그래서 비스와의 전선으로 간다는 건가."

    그리고 그대로 비스와의 전쟁에 가담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건 조금 위험한 거 같은데?

    아니. 이 녀석들이 몸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아라크네 간부는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이고, 거기에 실력만큼은 확실한 쓰레온까지 붙어 있으니까. 만에 하나라도 이 녀석들이 위기에 처할 일은 없겠지. 오히려 실력에 걸맞은 공훈을 잔뜩 세울 거다,

    다만, 그래서는 전쟁신의 부활을 재촉하는 꼴이 되어 버리잖아?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전에 플리투스에서 그런 식으로 일장 연설을…아, 그런가. 발가스가 나와의 통신 후에 이 얘기를 꺼낸 건, 단순히 날 견제하기 위해서임이 아닐지도 모르겠군.

    그 연설을 듣고 내 목적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니, 공훈을 세우기 위해 전쟁 지역으로 가자는 얘기는 하기 힘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것만으로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성자님은…굉자앙…."

    야. 지금 우리 진지한 얘기 하는 중이거든? 이 상황에서 굉장하다는 말을 그런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면 이상한 기분 드니까 진짜 그만둬라.

    그리고 너 지금 살짝 허리 움직이지 않았냐? 지금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 제대로 아는 거 맞아?

    난 그냥 네가 꼼짝 못하는 꼴을 중2병한테 보여주려고,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얘기는 안 들리게 하려고 이러고 있는 거지, 새벽부터 다시 너랑 할 생각으로 이러고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제발 허튼짓하지 마! 괜히 나까지 이상한 기분 들잖아!

    "그야 알 수밖에 없지. 우리들도 비스에 향하는 도중이었으니까."

    태클 걸고 싶은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그중 하나라도 지적했다가는 그대로 얘기가 탈선할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애써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하던 얘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성자님도?"

    "그래. 우리는…아니. 잠깐만. 전공이 필요하다고 했었지? 어쩌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겠는데?"

    전공이 필요하지만, 전쟁에 참여해서 공훈을 세우면 전쟁신의 부활이 빨라진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이 전쟁에 참여하기 전에, 뭔가 공훈거리를 하나 던져주면 되는 거다.

    "성자님이?"

    "그래. 지금까지 플리투스에 잠입해서 속속들이 정보를 빼다 주던 비스의 첩자. 게다가 실력은 비스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자. 일명 비스의 다섯 비수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하나. 그 녀석을 잡아 버리면, 굳이 전쟁까지 직접 나설 필요도 없이 네 주가가 급상승하지 않겠어? 아니. 오히려 전쟁에 나서서 별 볼 일 없는 병사 몇 명 쓸어 버리는 것보다 훨씬 큰 공훈이 될 것 같은데."

    "그건…하지만 그런 인물이 정말로?"

    "그래. 그것 때문에 내가 굳이 여기까지 온 거니까."

    원래는 중2병과 마찬가지로 그 비수도 내가 같이 데리고 다닐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중2병만 있어도 비스 정복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충분하니까. 미리엘한테 넘겨줘도 아무 문제 없다.

    "그랬군. 응. 알겠어. 날이 밝는 대로 발가스 장군을 설득해 볼게."

    "그렇게 해줘."

    그러고 보니, 아직도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군. 일단 지금 해야 할 얘기는 다 끝난 것 같은데 말이야.

    원래는 이대로 일어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시간이 남았으니 다시 잠이나….

    "으응…흐아으…후우…."

    "야. 아까부터 계속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귓가에 그런 식으로 입김 불어넣는 것 좀 그만해 줄래?"

    "하핫…쑥스럽군. 미안해. 나도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야."

    "하는 수 없지. 이제 용건도 다 끝났으니까, 못 참겠으면 빼도 돼."

    바람의 정령을 되돌려보내고, 나는 끌어안고 있던 미리엘의 몸을 놔줬다.

    이걸로 이제 미리엘도 자유롭게 몸을 일으킬 수….

    "응…하아…."

    있을 텐데, 어째선지 미리엘은 선뜻 허리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빙글빙글. 마치 자신의 도톰한 대음순을 내 가랑이에 비비면서 감촉을 자랑하듯이, 아니. 그러면서도 천천히 내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니, 일단 이 녀석도 삽입을 풀려고 하고 있는 건가. 너무 속도가 느려서 삽입을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질척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아니. 이 경우에는 질척인다는 표현보다는 찔꺽거린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나? 실제로 그런 소리가 나고 있고.

    하아…하는 수 없지.

    "하응읏!?"

    미리엘이 느리게 허리를 돌리며 겨우 반쯤 뽑아낸 내 물건을, 나는 허리를 쳐올려서 다시 한번에 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앞으로 내밀고 있는 미리엘의 가슴을 덥석 잡고 유두를 힘껏 꼬집으면서 내 쪽으로 당겼다.

    "한 번만 더 해줄 테니까, 그걸로 참아. 이 변태 마조녀야."

    "응흐읏…."

    자존심을 한껏 깔아뭉개는 내 말에 별다른 반박도 못 하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는 미리엘의 모습에, 나는 살짝 김이 샌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뭐, 미리엘 대신 옆에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녀석이 움찔움찔 엄청나게 반응해댔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기로 할까.

    강하게 허리를 쳐올리면서, 나는 미리엘은 물론 옆에서 끝까지 자는척하는 중2병의 반응도 같이 즐겼다.

    "그렇군요. 그거라면 확실히…."

    그리고 아침. 아까 말했던 대로, 미리엘은 날이 밝자마자 우선 발가스부터 설득하러 갔다.

    그런 상태에서 한 얘기였으니, 기억 못 하면 어쩌나 했는데. 결국 한 번 더 해주고 나니까 완전히 녹아내려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괜히 거대 클랜의 수장이 아니라는 듯, 미리엘은 날이 밝자마자 정신을 차리고는 내 다리 사이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몸단장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이렇게 발가스가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는 얘기다.

    "확실한 건 비스의 비수라는 자의 실력이나 지금까지 보낸 정보가 무엇인지 확인해 봐야 알겠습니다만, 우선 그자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날 견제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미리엘만큼은 확실히 믿고 있는 발가스인만큼, 미리엘이 이렇게 직접 설득하면 거부하기 쉽지 않겠지.

    옆에 있는 내가 신경 쓰인다는 듯이 힐끔힐끔 시선을 주기는 했지만, 발가스는 그래도 진지한 표정으로 미리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당장…."

    "당장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세 좋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내 행동에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뭐? 왜지?"

    "최근 이 근처에 거대한 도적단이 출몰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알아보니 피해도 이미 상당하더군요. 일부러 군이 밀집해 있는 국경지대 근처에 터를 잡을 만큼 대담하고, 그만큼 실력과 머릿수에 자신이 있는 놈들이지요. 지금까지는 전쟁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아, 그렇군.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여럿이서 움직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얘들도 바프라와의 전선에 있던 군대를 몽땅 끌고 온 게 아니다. 휴전했다고 군을 다 빼 버릴 만큼 멍청할 리가 없잖아? 여기에 있는 건 고작해야 발가스 장군이 직속 부대원들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보다 훨씬 먼저 출발한 놈들이 아직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는 게 조금 이상했거든.

    게다가 나와 중2병에 텐트치고 야영하려는 곳에 정찰병까지 보냈었는데, 거긴 자기들이 지나온 길이잖아?

    이미 지나온 길에 정찰병을 보내는 것도 엄청 이상했는데, 이걸로 한번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걔들이라면 이미 우리가 오면서 와해시켜놨어."

    "…네?"

    "지도 있지? 줘 봐. 여기에서 이렇게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녀석들의 아지트가 나오거든. 그리고 놈들이 빼앗은 물품과 피해자들은 여기에 있는 이 마을에 일단 옮겨놨어. 거기는 전에 미리엘의 도움을 받은 녀석들이 있어서, 뒤처리는 걔들한테 맡겨놨지. 용사단이라고 했던가? 전에 미리엘의 도움을 받은 녀석들이 모여서 이상한 단체 같은 걸 만든 모양이야. 자기들도 용사 미리엘을 본받아 사람들을 돕고 다니겠다! 라면서 말이지."

    맵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서 지도에 위치를 정확히 짚어주며 미리 말맞춰놓은 설정을 줄줄이 말하자, 발가스 장군이 황당한 얼굴로 지도와 나, 미리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용사단인가…조금 낯부끄러운 이름이군."

    "그만큼 존경받고 있다는 뜻이잖아?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받아들여."

    "그렇군. 성자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나와 미리엘이 태평하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 드디어 상황파악을 마친 발가스가 끼어들었다.

    "구원 님. 지금 이야기, 정말입니까?"

    "그래. 못 믿겠으면 여기랑 여기에 사람을 보내보면 되잖아. 도적 아지트의 흔적은 그대로 있을 거고, 인신매매 피해자들도 아직 마을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다시 한번 지도 위에 위치를 짚어주자, 발가스 장군은 그 위치를 눈에 똑똑히 각인시킨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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