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81화 (1,148/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181화

    결국 인사불성이 되어버린 미리엘 상대로 더 대화를 이어나갈 수도 없어서, 나와 중2병은 일단 잠부터 자기로 했다. 얘기는 내일 아침에 이어서 하기로 하고 말이다.

    하지만 자는 것에서 또 문제가 발생했으니.

    "여기에서? 나도?"

    중2병이 여기에서 같이 잔다는 사실에 거부 반응을 보인 거다.

    지금까지 내 옆에서 잘만 자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그래. 달리 잘 데도 없잖아?"

    "넌… 그러고?"

    그러고 라는 건, 물론 지금 나와 미리엘이 하고 있는 자세를 말하는 거다. 내 물건은 여전히 미리엘의 안쪽에 삽입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남자가 아니라지만, 이런 것도 모르는 건가. 남자의 이곳은 여자의 안쪽이 정위치야. 곁에 여자가 있는데 왜 밖에 꺼내놓고 잘 필요가 있지?"

    "응흣…."

    미리엘의 허리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안쪽에 보란 듯이 물건을 더 밀어 넣으면서,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너무 당연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얘기지만, 진짜로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아까의 섹스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중2병의 기를 누르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사실, 아까 그림자 이동을 연발하면서 마나를 너무 쓴 감도 없잖아 있었거든.

    물론 아무리 그래도 아침까지는 자연히 회복되겠지만, 난 지금 마신의 세계에 있는 거다.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장소에.

    마나를 빨리 회복해둬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으니, 이대로 힐링 섹스 효과를 받고 있자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이러고 있으면 공간도 절약되니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미리엘의 몸을 빙글 돌려서 나와 마주 보게 한 다음에, 내가 먼저 침대에 눕고 미리엘을 내 몸 위에 엎드리게 했다.

    즉, 우리 애들과 잘 때 가장 많이 하는 자세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까 왠지 모를 죄악감이 드는군. 하면 안 되는 걸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섹스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이 정도는 그렇게 큰일도 아닐 텐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 이러면 침대 반쪽은 남잖아?"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마을에서 가장 큰 여관의,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좋은 방.

    침대도 두세 명은 넉넉하게 누울 수 있는 크기여서, 이렇게 침대 절반을 내주면 중2병과 우리가 손끝 하나 닿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중2병은 선뜻 침대 위에 올라오기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하, 하지만…그러면…."

    쟤가 뭘 주저하는 건지는 알겠다.

    아마 이 상황에서 자기까지 침대에 올라오면, 남자 하나가 자기 여자 둘을 끼고 자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거겠지.

    쟤는 자기는 언젠가 남자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고, 정체성도 남자로 확립된 채 자랐으니, 그런 건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다.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더더욱,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는 거 아니야? 애초에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

    "하긴. 네가 올라오면 남자 둘이 여자 하나를 끼고 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

    "으, 응!? 그, 그래! 응! 그거야!"

    그런 생각은 못 했어! 라고 표정으로, 아니. 몸 전체로 말하면서도, 중2병은 애써 내 말을 맞장구치는 척했다. 마치 처음부터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하지만 비스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들었는데? 자기가 굴복시킨 여자를 친한 다른 남자에게도 공유해주는 것쯤은. 아니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아니. 그건…그렇긴 해…."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거야?"

    "문제…없…지? 응…."

    이렇게 말하고도 아직 확신이 안 서는 건가. 하지만 확신이 서든 안 서든, 중2병은 우리와 같은 침대에 올라올 수밖에 없다.

    만약 여기에서 거부해버리면, 그거야말로 자기 정체성이 여자라는 걸 시인해버리는 꼴이 되니까.

    그래서 결국 침대 위로 올라오기는 올라온 중2병이었지만.

    "그렇게 끝에 누우면 자다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

    "나, 난 괜찮아!"

    "혹시 미리엘 때문에 그래? 너도 남자가 되고 싶은 거라면, 여자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아. 고작 여자 알몸을 두고 그렇게 기죽어서야, 설령 성별 상 남자가 되더라도 진짜 남자로 인정받지는 못할걸."

    "그, 그건…."

    "나처럼 여자를 다루라는 게 아니야. 애초에 그런 건 다른 놈들도 불가능하니까."

    "흥읏! 흐응!"

    그렇게 말하면서 보란 듯이 허리를 흔들어 미리엘의 안쪽을 몇 차례 쳐올리자, 중2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연결 부위 쪽으로 고정됐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허리가 움직이면서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낸 내 물건에 고정됐다.

    입으로는 아무리 남자가 될 거라고 떠들어대도, 결국 이 녀석은 여자로군. 그것도 본능에 저항도 제대로 못 하는 여자.

    아무리 내 물건이 임팩트가 강하다지만, 이 녀석이 진짜 남자였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사내놈 물건보다 더 시선을 줘야 할 곳이 많이 있을 텐데 말이야.

    운동한 여자 특유의 탄탄한 복근이라든가, 가는 허리와 대비되는 넓은 골반이 그리는 환상적인 라인이라든가, 제법 크기가 있는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려있는 모습이라든가, 하다못해 기절한 상태에서도 살짝 눈썹을 찌푸린 채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신음하는 이 예쁜 얼굴에라도 시선을 줬어야지.

    미리엘 얘가 어디 가서 빠지는 여자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외모만 놓고 보면 절세미인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의 미녀다. 이복이라고는 하지만, 괜히 우리 사라의 동생이겠어?

    그런데 그런 여자가 이렇게 흐트러진 모습을 눈앞에 두고서도, 중2병의 시선은 결국 내 물건에 고정되어 있다는 거다.

    진짜로 전에 어떻게 나한테 안 넘어오고 저항한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여성으로서의 본능에 충실한, 그것도 비스 특유의 뒤틀린 성 관념이 그리는 여성의 본능에 충실한 녀석이군.

    이런 녀석이 지금까지 어떻게 그 비스에서 정조를 잃지 않고 멀쩡히…아니면 혹시 지금까지 내가 해온 수많은 공작 덕분에, 이 녀석의 머릿속에 자기가 여자라는 인식이 새겨진 건가?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내 노력이 통했다는 거니까.

    뭐,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어때? 한번 만져볼래? 만지면 조금 익숙해질지도 몰라."

    "돼, 됐어!"

    내가 중2병을 향해 손을 뻗자, 중2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피했다.

    딱히 미리엘을 만지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에서 나에게 닿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난 호의로 말해준 건데 말이야."

    "그, 그건 감사하지. 하지만 지금은 됐어. 내,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자네는 내게 신경 쓰지 말고 즐기시게."

    얘 대체 얼마나 당황한 거야? 야. 너 지금 말투 이상해졌어. 혹시 자각 없냐?

    그리고 즐기다니. 여기서 더 할 리가 없잖아. 기절한 애를 데리고 뭘 더 하라는 거야.

    "아니. 잘 거야. 너도 잘 거지? 잘 자라."

    "으, 응…."

    쭈뼛쭈뼛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중2병은 다시 침대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눕혔다.

    아니. 진짜 저러고 자면 안 불편한가? 조금 더 가까이와도 우리한테 닿을 일은 없을 텐데.

    뭐, 저러다가 바닥에 떨어지면 자기가 알아서 더 안쪽으로 들어와서 자겠지.

    이 이상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포기하고 그냥 자기로 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니. 시간상으로는 아직 새벽에 가까운가? 아무튼 해도 아직 뜨지 않아 창밖이 푸른 어둠에 뒤덮여있는 시간대.

    문득 눈을 뜨니, 내 위에 미리엘이 있었다. 아니. 거기까지는 문제없다. 애초에 내가 올려놓고 잤으니까.

    문제는 그 미리엘의 자세였다.

    내 위에서 상체를 일으키고, 아니. 일으키려다가 도중에 멈춘 것 같은 느낌의 자세라고 하면 알까?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얹고 아슬아슬하게 그 몸과 내 몸이 안 닿을 정도로만 살짝 일으킨 채, 미리엘은 내 얼굴을 가까이에서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얼굴을 더 내밀면 키스도 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그것도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띄우지 않은, 완전한 무표정으로.

    "윽! 까, 깜짝이야…."

    큰 소리를 내지 않은 건 기적에 가까웠다.

    아니. 그렇잖아? 아무리 이 녀석이 나한테 조교 된 여자라고 해도, 밤중에 이런 식으로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무섭다고. 특히나 얘는 내 뒤통수를 강하게 한 번 때린 전적이 있으니까 더 그랬고.

    "뭐 하는 거야?"

    "……."

    아무튼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미리엘에게 말을 걸었지만, 미리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야. 미리엘."

    뭐야 이거? 나 겁주려고 일부러 컨셉 잡는 거야? 미안하지만 난 그런 거 안 통하거든. 아까처럼 기습적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거면 모를까. 아무리 그렇게 귀신처럼 가만히 있어봤자, 아는 얼굴이 그러고 있는 건데 무서워할 리가…어? 잠깐만. 얘 지금 숨 안 쉬는 거 아니야?

    아까부터 느껴진 묘한 위화감. 그러고 보니 아까 놀랐을 때도, 이 녀석이 너무 귀신같이 이러고 있어서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귀신 같은 분위기의 정체가 혹시….

    슬쩍 그 콧가에 손가락을 가져가 보니, 진짜로 숨결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잠깐만. 야. 뭐야 이거. 진짜 이상한 컨셉 잡지 마라. 이런다고 나 겁 안 먹는다. 혹시 어제? 어제 너무 심하게 대해서 그래? 그게 그렇게 무리가 갔어? 아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이렇게 될 정도는 절대 절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게다가 나한테는 힐링 섹스도 있잖아? 지금도 제대로 네 안에 있는 게 느껴진다고! 아니지? 야!

    "야! 미리엘! 야! 정신 차려!"

    나는 당황해서 그 이름을 부르며, 미리엘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힘 조절도 제대로 안 돼서, 평소라면 여자 뺨을 그런 세기로 때린다는 걸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힘을 줘서.

    그리고 그런 내 따귀에 미리엘은….

    "으으응! 흐앗! 하앗! 하앗!"

    나와의 연결부위에서 끈적한 애액을 뿜어내며 느껴버렸다.

    다, 다행이다. 이제 숨 제대로 쉬는 거지? 진짜 사람 간 떨어지게 하고 있어.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잠깐동안 제 기능을 안 한 반동인지, 떨어진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쿵쾅쿵쾅 시끄럽게 박동하는 미리엘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당사자인 미리엘은.

    "응. 성자님인가. 하핫. 왜 그래? 성자님이 그렇게 놀란 표정을 다 짓다니."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의 그 시원스러운 미소와 함께 내게 말을 건넸다.

    이 녀석이 진짜…아니. 혹시 얘 지금 자기가 잠깐 동안 가사상태였다는 걸 깨닫지 못한 건가?

    "하지만 그렇군. 이렇게 같이 자면 이런 우연도 있는 거군. 설마 같은 순간에 똑같이 눈이 떠지다니. 아직 아침도 아닌데 이런 일도 생기는군. 성자님이 놀라는 마음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얼마나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이 눈을 뜬 건 명백하게 나보다 훨씬 먼저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이 녀석은 눈을 뜨고 내가 눈을 뜰 때까지의 그 시간 동안, 기절해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아니라 네가 자면서도 애액을 질질 흘리니까 놀란 거야."

    "응…하핫.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미안해. 성자님의 품에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그만 몸이 반응한 모양이야."

    내가 뺨을 때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니. 이건 확정이군.

    뺨에 느껴진 아픔은 힐링 섹스로 순식간에 없어졌을 테니, 기절에서 깨어난 이 녀석은 자기 몸이 반응하고 애액을 흘렸다는 사실만 인지하는 거다.

    그렇다면 왜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사람 놀라게 하는 방식으로 기절했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그렇게 좋았냐?"

    "부끄럽지만 어젯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기억에 없어서 말이야. 눈을 떠보니 갑자기 성자님에게 안겨 있어서 깜짝 놀랐어. 역시나 성자님이야. 여심을 뒤흔드는 데도 재주가 있군."

    겉으로만 보면 진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미리엘은 시원한 미소를 띠며 평소처럼 태연하게 그런 말을 했다.

    아마 아까의 그 일이 없었다면, 나도 완전히 속아 넘어갔을 거다. 이 녀석이 또 별로 부끄럽지도 않으면서 말로만 부끄러워한다고 말이다.

    뺨이 붉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시끄럽게 울리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미리엘의 행동은 너무도 태연했다.

    "잘도 말하는군. 보통 이러면 너무 놀라서 기절하는데 말이야."

    "응? 설마 다른 여자한테도 시험해본 적이 있는 거야? 하핫. 성자님은 나쁜 남자로군. 그만두는 것이 좋아. 난 신경이 굵으니까 견딜 수 있었지만, 웬만한 여자라면 기절이 아니라 그대로 복상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성자님한테는 그 정도의 매력이 있어."

    "…그러냐."

    "하핫. 빈말로 들려버린 건가? 난 진심이었는데 말이야. 성자님은 조금 더 자신의 매력을 자각할 필요가 있어."

    그래. 진짜로 내 품에 안겨서 일어났다는 걸 깨닫자마자 기절한 애가 말해주니까, 그것참 엄청나게 설득력이 있다.

    "아무튼 그래서."

    평소라면 지금 잡은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해서 미리엘을 놀려댔겠지만, 이번에는 그만두기로 했다.

    아니. 왠지 말이지. 너무 이렇게 대놓고, 그것도 완벽하게 약점을 드러내면 오히려 놀리는 보람이 없다고 할까. 놀릴 마음이 사라진다고 할까. 뭐, 그런 거다.

    거기에 이 녀석을 이 주제로 놀렸다가는 결과가 변변치 않을 것 같다는 예감 같은 것도 들었고.

    깜짝 놀랐던 것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일이 마무리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실제로 허무한 이유로 시작된 일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응?"

    "어젯밤 못다 한 얘기나 계속하자. 도중에 네가 의식을 잃는 바람에 결국 중요한 얘기는 하나도 못 했잖아?"

    시간은 아직 새벽. 원래라면 다시 눈을 감고 한 번 더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어차피 힐링 섹스 덕분에 피로는커녕 몸에 활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미리엘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미리엘과 함께 건설적인 얘기나 하기로 했다.

    "하핫. 그랬지. 나도 성자님 앞에서는 한낱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을 수 있었어."

    야. 너 엄청 시원스러운 미소 지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데, 아직도 심장이 쿵쾅쿵쾅 울리고 있는 건 알고 있냐? 그런 말 할거면 적어도….

    아니. 대사만 들어보면 오히려 이렇게 심장을 울리면서 말하는 게 어울리는 건가? 젠장. 아닌 척하는 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표정 때문에 괜히 더 헷갈리네.

    "그래서?"

    "응?"

    아니. 이 흐름에서 "응?" 이라니. 이 녀석, 설마 아직도 회복을 다 못 한 건가?

    "그러니까. 어제 했던 얘기의 다음 말이야. 설마 어제 무슨 얘기 했는지도 기억 못 하는 건 아니지?"

    "하핫. 그건 괜찮아. 내가 성자님과 나눈 얘기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다만…."

    "다만?"

    "이대로 얘기할 생각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엘은 허리를 살짝 비틀어 자신의 꽉 조이는 음부에 주목을 집중시켰다.

    "뭐 문제 있어?"

    "문제는 없어. 단지 아까 얘기한 것처럼 나는 성자님 앞에서 한 사람의 여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이렇게 연결되어 있으면…응흐읏!"

    문제없다고 하면서도 뭔가 주절주절 이유를 늘어놓는 미리엘에게, 나는 허리를 강하게 한 번 올려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해 줬다.

    "응하앗…하앗…."

    그것만으로도 겨우 꼿꼿이 세우고 있던 미리엘의 등에서 다시 힘이 풀리며, 상체가 앞으로 힘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밤새 이러고 자서 그런가? 평소보다도 더 약해진 것 같잖아. 이래서는 마치 조교할 때의…아니. 지금 굳이 그때 일을 떠올릴 필요는 없지.

    "즉, 문제없다는 거잖아?"

    "그, 후우으…그렇지."

    "그럼 이대로 말해."

    사실 마나는 진작에 다 꽉 찼으니, 나도 더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기는 했다.

    다만 옆에서 등을 돌린 채 아까부터 몸을 움찔움찔 떨고 있는 녀석에게 여자가 된다는 건 이런 것이라는 걸 똑똑히 각인시켜 주기에는 계속 이러고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하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몸을 일으키면서, 그러면서도 음부는 계속해서 약한 절정을 연속으로 맛보고 있는 건지 움찔움찔 떨면서, 미리엘은 애써 침착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아, 잠깐만."

    "응? 으흣!?"

    애써 다시 몸을 일으켰는데 미안하지만, 이대로 얘기하면 중2병한테도 다 들릴 테니까 말이야.

    나는 미리엘의 몸을 끌어안아서 내 어깨 쪽에 얼굴을 파묻게 하고,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딱 우리 얼굴 쪽 소리만 차단했다.

    개방된 공간에서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 중2병에게 들리지 않게 소리를 차단하는 건 상당히 난이도가 높고 마나도 많이 드는 기술이지만, 섹스할 때마다 정령을 불러 뒤처리를 시킨 덕분에 내 정령사 레벨도 이제는 제법 높아져서 말이야. 거기에 힐링 섹스를 발동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마나도 무한이나 마찬가지고.

    "됐어. 계속해."

    미리엘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몸을 단단히 끌어안고 귓속말로 속삭이자, 미리엘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시,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야."

    "실적?"

    "하아…응. 이대로 수도에 간들, 모두가 발가스 장군처럼 리리안 플리투스의 검과 용사의 힘만 보고 무릎을 꿇지는 않을 테니까. 흐우…그 힘을 써서 얻은 실적이 필요한 거지."

    "하지만 그거라면 이미 바프라와의 전선에서…용사의 힘으로 직접 적을 물리친 건 아니니, 그것만 가지고는 애매하다는 건가. 즉, 그냥 실적이 아니라 전공이 필요하다는 말이군."

    "역시…후으…성자님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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