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9화
궁금증은 다 풀렸으니,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지.
원래 여기에 온 목적을 상기해낸 내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렇게 말하자, 중2병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침음을 흘리며 입을 닫았다.
눈가리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 이런 분위기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그러고 보니 너…여기엔 무슨 일로 왔지?"
"아니. 슬슬 비스의 정보도 필요하게 되어서 말이지. 전에는 결국 그쪽 정보는 하나도 못 들었잖아?"
"크으으…."
올 것이 왔군.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중2병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면서, 다시 한번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러다가 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 중2병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 기다려! 필요하게 되었다? 너, 바프라는, 설마! 설마 이렇게 빨리…!"
그래도 바프라에 잠입해 정찰하는 역할을 맡았던 놈인 만큼, 머리 회전은 나쁘지 않은 모양이군.
하지만 그렇게 바프라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단기간에 바프라를 완전히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거다.
"훗. 이 성자님의 힘을 얕봐서는 곤란하지."
"그, 그런 바보 같은…."
마치 마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렇게 말하자, 중2병의 턱이 절망으로 덜덜 떨렸다.
"그렇게 됐으니. 자, 비스에 관해 알고 있는 걸 전부 불어주실까?"
"내, 내,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반항적인 태도를 고수하다니. 너 지금 밧줄에 꽁꽁 묶인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자각은 있냐? 혹시 중2병이라서 마왕에 맞서 싸우는 용사에 감정 이입하고 즐기는 거 아니지?
뭐, 설령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극한의 컨셉질일 뿐이다. 그리고 난 그 컨셉질을 깰 비장의 카드를 이미 손에 넣고 있었다.
"바프라를 장악하고 보니, 전쟁신의 세계는 이곳과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알겠더군. 특히 남녀 성별에 관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
움찔. 내가 그 얘기를 꺼낸 순간, 중2병의 몸에 절망의 파도가 몰아닥쳤다.
눈가리개 때문에 얼굴의 절반은 가려져서 표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바프라가 내게 함락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도 더 절망하고 있는 거 아닐까?
"넌 자기가 남자라고 했지만, 혹시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거 아니야?"
성별이 정해지지 않았다니. 스스로 말하고도 바보 같은 소리였지만, 중요한 건 그 말이 눈앞에 있는 중2병한테 먹힌다는 사실이었다.
"무, 뭘, 뭘 하려는 거지!?"
"이렇게까지 말해 줬는데도 모르겠어?"
두려움에 벌벌 떠는 중2병의 앞에 서서, 나는 일부러 소리 나도록 바지의 벨트를 철컥철컥 풀었다.
그리고 바지에서 꺼낸 빳빳이 선 물건을 그대로 중2병의 얼굴 위에 올려놓자.
"으윽…!"
역시나.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이렇게 제대로 알고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아 보였다.
비스의 사람들이 일종의 거근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군.
아무리 협박 때문이었지만 이 녀석이 지난번에 그런 식으로 내 물건을 빨아준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전쟁신 세계에서, 그것도 그중 제일 머리에 싸움밖에 없는 집단에서 거근 신앙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단 말이지.
보통 대물하면 섹스 판타지와 관련된 내용을 떠올리겠지만, 비스에 퍼진 대물의 이미지는 그런 게 아니니까.
그걸 이해하려면 우선 비스의 성 개념부터 이해해야 하는데, 그 머리에 싸움 생각밖에 없는 무식한 놈들은 여자라는 성별 전체를 패배자 집단으로 규정했다. 남자보다 연약한, 남자한테 지배당하는 게 마땅한 패배자 집단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말하면, 이 세계의 역사에 크나큰 모순이 생기고 만다.
여자 용사인 리리안 플리투스에게 전 대륙의 사람이 굴복했다는 말도 안 되는 모순이 말이다.
여자는 모두 패배자다. 그 여자한테 승리자이자 지배자인 남자가 굴복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다. 그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서, 놈들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퍼뜨렸다.
사람이 태어날 때, 꼭 남자나 여자로 정해져서 태어나는 건 아니라는 엄청난 거짓말을.
간단히 말해서 이런 거다.
태어날 때부터 남자인 사람이 있다. 이 사람들은 전쟁신에게 축복받은 타고난 지배자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자인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전쟁신에게 버림받은 타고난 패배자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 태어날 때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일명 무성별자라고 불리는 성별의 사람도 있다. 이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의 몸은 처음에는 여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남성성을 쟁취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비스 전체에 퍼져 있는 성지식이었다.
슬슬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잡히지?
그래. 이 중2병도 그 잘못된 성지식에 완전히 세뇌되어서, 자기는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것뿐 언젠가 남성성을 쟁취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남성성을 쟁취하는 방법 말인데, 간단히 말해서 성별이 정해질 때까지 지지 않으면 되는 거다. 말했잖아? 남자는 승리자고, 여자는 패배자라고.
성별이 정해지기 전에 누군가에게 패배하고 겁탈당하면, 그 순간 그 무성별자의 성별은 여성으로 고정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기는 삶만 살아나가면, 그 무성별자의 몸에서 어느샌가 남성기가 돋아나며 남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비스는 리리안 플리투스를 아직 남성성이 완전히 발현되기 전의 무성별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대륙 전체가 리리안 플리투스의 발아래에 굴복했다고 하더라도,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리리안 플리투스는 아직 나이가 차지 않아 남성성이 발현되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남자가 될 재목이었으니까.
그리고 또한 그 잘못된 지식이 바로 비스에 퍼진 거근 신앙의 근간이 되었다.
남성기가 있음은 곧 그 사람이 승리자이자 지배자인 남성임을 나타내고, 남성기가 크면 클수록 더 강한 남성임을 증명하게 된다는 얘기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그런 바보 같은 얘기를 진짜 나라 전체가 믿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보 같은 얘기다.
아마 저 얘기를 처음 지어낸 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리리안 플리투스가 모습을 감추고 대륙이 분열된 지 1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비스는 이제 그 얘기를 진짜로 믿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히 들통 날 거짓말 아니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비스에 사는 종족 중에는 진짜로 태어날 때 성별이 정해지지 않고 태어나는 종족이 있는 모양이라서 말이야.
실제로 나이가 찬 다음 성별을 정하는 종족이 있다 보니, 그런 바보 같은 얘기를 진짜로 믿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모양이다.
물론 그 종족 외에도 무성별자를 자처하는 경우가 있을 텐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쉽게 받아들여지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봐. 당연한 얘기지만, 남자로 태어난 사람이 무성별자를 자처하는 경우는 없다. 무성별자를 자처한다면 그건 여자일 텐데, 그럴 수 있는 여자도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명가에서 태어난 귀족집 딸내미거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난 여자 중 압도적인 전투 재능을 타고난 사람 정도만 자처할 수 있는 게 바로 무성별자다.
그리고 그 적은 수의 무성별자 중에서도, 남자가 될 자격을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잖아?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평생 한 번도 지지 않고 살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 비스는 강함을 신봉하는, 싸움이 걸리면 절대로 피하지 않는 분위기가 나라 전체에 퍼져 있는 나라라고.
게다가 무성별자의 성별이 정해지는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이라고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무성별자를 자처한 여자는 결국 다 그냥 자연스럽게 누군가에게 패하고 여자로서 인생을 살게 된다는 얘기다.
뭐, 얘기가 길어졌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 눈앞에 있는 중2병 역시도 그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속아 넘어가서는, 자기는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무성별자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렇게.
"으윽…."
자기 얼굴에 턱 하니 올려진 내 물건을 함부로 치울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커다란 남성기에 자기도 모르게 경외심을 느끼는 여자이기도 했다.
"나한테 그렇게 무참하게 깨진 주제에 뻔뻔하게 남자를 자칭하다니. 설마 그런 건 진 게 아니야! 라고 우길 생각은 아니겠지?"
"나, 난 지지 않았어! 네가 그 비열한 힘만 쓰지 않았다면, 내가 너 따위에게…."
"너 따위, 말이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중2병의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를 살짝 들어서, 그 아래에 물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다시 눈가리개를 손에서 놓으니, 내 물건이 눈가리개와 중2병의 얼굴 사이에 껴서 그 얼굴을 강하게 압박했다.
"너와 나. 누가 더 우월한 남자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자기 얼굴을 종으로 다 가리고도 아직 길이에 여유가 있는 남성기.
비스에서 자라며 거근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중2병이, 거기에 압도당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 이런 건…."
"이런 거라니. 끝까지 실례되는 녀석이군. 조금 더 경외심을 가지고 말해주지 않겠어? 나로서는 오히려 감사받고 싶을 지경인데. 어차피 누군가한테 져서 여자가 될 운명이었다면, 물건도 작은 어중간한 녀석보다는 나같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남자한테 져서 여자가 되는 게 체면이라도 살잖아?"
압도적으로 우월한 남자라니. 스스로 말한 거지만 낯부끄러운 단어 선택이로군. 하지만 이럴 때는 이런 원색적인 표현이 더욱 효과적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
"읏…크윽…."
이것 봐. 아무리 손발이 꽁꽁 묶여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고 하더라도, 고개를 흔들어서 내 물건을 떨쳐내려는 노력 정도는 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이렇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며 물건을 그 안면에 비벼대고 있어도, 중2병은 고개를 흔들기는커녕 그대로 못 박힌 것처럼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흥. 입으로는 아닌 척해도, 몸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런 중2병을 비웃으며 안대 아래에서 물건을 꺼낸 다음, 나는 그 꾹 닫힌 입술 사이에 물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딱히 힘을 줘서 들이민 것이 아닌데도 내 물건이 전진함에 따라 중2병의 입술이 부드럽게 벌어지며 그 입안에 내 물건을 받아줬다.
어차피 전에도 빨아준 적이 있는 만큼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항이 없잖아?
나한테 무성별자라는 걸 들켰다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충격이 컸나?
"저항이 너무 없군. 자신의 입장을 깨닫고 포기했나?"
그 점을 일부러 지적해 봤지만, 중2병은 입술에 살짝 힘이 들어가기만 했을 뿐 그 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 아래에서는 표정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게 아니면…이대로 얌전히 빨아주면, 겁탈당하고 여자가 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읍!?"
아무래도 정곡을 찌른 것 같군.
하지만 뭐, 이 녀석의 본심이야 어떻든 그걸로 순순히 내 말을 따라준다면 나로서도 나쁠 건 없지.
"훗. 뭐, 좋아. 그럼 가만히 있지 말고 빨아."
"……."
그렇게 말하면서 중2병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지만, 중2병은 은근슬쩍 내 눈치만 살필 뿐 별다른 액션을 보이지 않았다.
입까지 순순히 벌리고 받아들인 녀석이 뭘 이렇게 망설이는 건지.
"왜 그러지? 설마 빠는 방법을 잊었다고 할 셈은 아니겠지?"
이 녀석은 남자가 될 생각으로 평생을 살았던 녀석이다. 게다가 비스의 숨겨진 검에 발탁되어 단신으로 적진에 들어가 염탐하는 역할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가지기도 했으니, 자기라면 정말로 남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을 거다.
그런 녀석이 남자의 물건을 스스로 빨게 된 거다. 그런 강렬한 기억을 그리 간단히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니면 내가 주도해주길 바라는 건가? 이런 것조차 의존하게 되다니. 벌써 생각하는 것이 여자처럼 되어 버렸군."
"아, 아이야! 응읍…응흣…."
이제야 조금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는군.
내 말이 제대로 역린을 건드렸는지, 중2병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인다고 해도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만큼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어서, 기껏해야 1, 2㎝ 정도 왕복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래. 그래. 잘 기억하고 있잖아."
빈말로도 잘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이 녀석이 전에 내 물건을 빨았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점을 이 녀석이 제대로 자각하도록, 계속해서 자극적인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입술과 혀를 통해 제대로 느껴라. 널 굴복시킨 남자가 얼마나 우수한 남자인지."
"응그읍…츄릅…으음…."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물건을 빠는 중2병의 혀와 입술이 조금 더 끈적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슬슬 본제에 들어갈 때인 것 같군.
지금까지 계속 이 녀석을 굴복시키는 분위기를 만든 건, 당연하지만 단순히 이 녀석한테 펠라나 받으려고 그런 게 아니다.
내 진짜 목적은 이 녀석한테 비스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빼내고, 가능하다면 이 녀석을 통해 비스에 입성하기까지 하는 거니까.
"그러고 보니 넌 비스가 가진 비장의 카드. 숨겨진 검이라고 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