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화
나는 사라의 턱을 잡아서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잠깐 눈싸움을 하면서 확신했다.
음. 아무리 봐도 연기에 감정이 실리기 시작한 것 같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뭐, 좋아. 계속 그런 눈을 하고 있으라고."
그래도 할 건 할 거지만.
나는 손에 쥔 넥타이를 쫙 펼쳐서, 사라의 눈이 가려지도록 그 얼굴에 덧댔다. 그리고 그대로 한 바퀴 빙 두른 후 머리 뒤에서 묶으니, 제압된 채 눈가리개까지 한 비서 사라가 완성됐다.
"어때? 이제 시선이 신경 쓰일 일은 없겠지?"
"그, 그야…."
사라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레이를 향해 방긋 웃어주자, 레이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뭐, 충분해. 실은 레이를 핑계로 사라한테 눈가리개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아니. 이왕 오피스룩을 입고 있으니, 넥타이로 눈까지 가리면 더 완벽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계속해 보실까?"
"저, 저대로 두고?"
"저쪽은 신경 쓰지 마. 그런 것보다."
나는 다시 아까처럼 분위기를 잡으면서, 침대에 누운 레이의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봤다.
"진짜 잘 어울리네."
빈말이 아니다. 레이가 입고 있는 순백의 드레스는, 색감이 다크 엘프 특유의 검은 피부와 너무 완벽하게 어울렸다.
특히나 군데군데 피부가 드러나도록 디자인된 곳은, 색상 대비로 피부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그래?"
"응. 남들 앞에 이러고 선다는 게 질투 날 정도야."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레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감정 공유를 안 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면, 더 해주고 싶어지잖아. 안 그래도 이런 말에 약한 주제에.
"네가 입지 말라고 하면…."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는 레이에게, 나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어줬다.
"아니. 괜찮아. 내 질투 때문에 레이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 그리고…."
"그리고…?"
"어차피 뭘 입고 다녀도 예쁠 테니까. 질투 나는 건 똑같을 거야."
"으으…너, 너어…!"
레이야. 좋아할 건지 부끄러움에 몸서리칠 건지 둘 중 하나만 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입꼬리를 끝까지 올리고 파닥파닥 발버둥 치니까 그림이 이상하잖아. 뭐, 그래도 귀엽고 예쁘기는 했지만.
진짜 외모가 되면 뭘 해도 예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아무튼 이런 반응을 보게 되니, 나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런 대사를 친 보람을 느꼈다.
실은 나도 상당히 부끄러웠거든. 아마 감정 공유를 켜놨다면 그대로 부끄러움의 스파이럴에…어? 잠깐만. 야. 야!?
"너, 갑자기 감정 공유 왜 켰어!?"
"내, 내가 켠 거 아니야!"
바로 들통 날 거짓말하지 마 이것아! 이거 켤 수 있는 사람이 나랑 너 말고 그럼 또 누가 있는데!?
이 녀석, 또 자기도 모르게 ‘행복해. 구원도 나랑 같은 기분일까?’ 같은 생각에 빠져서 무의식적으로 켜 버린 거지!? 하여간 컨트롤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꼭 이럴 때만…!
"예쁘면 다 용서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 그런 생각…나…그렇게 예뻐…?"
"당연하지! 그럼 안 예쁠 것 같아!?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넌 거울도 안 보고 살아!?"
"고, 고마워…너도…어엄청. 머, 멋있어."
"으윽…."
"우으…."
하지만 아무리 불평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
우리는 침대 위에서 몸을 겹치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이 기분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가슴 속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부끄러움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서, 스스로 감정 공유를 끄면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 하게 될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실비아. 저 둘 또 시작이에요?"
"네에…."
이번에는 우리 곁에 이 부끄러움의 연쇄를 끊어줄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
사라야! 나이스! 사라의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목소리에, 나는 겨우 부끄러움의 늪에서 한 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황급히 감정 공유부터 끄고는, 레이의 뺨을 손가락으로 잡고 쭉쭉 늘렸다.
"허억. 허억. 야. 제발 조심 좀 하자."
"나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그냥 너도…하지만. 너도 똑같았구나? 나 기뻤…아야!"
이 녀석이 조심하자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또 이러네! 너 지금 또 감정 공유 발동시키려고 했지!?
뭐, 좋아. 네가 계속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부끄러움의 연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 그건 바로 더 강한 감정으로 부끄러움을 찍어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강한 감정 중 하나가 바로.
"계속 부끄러운 말만 할 거면, 아예 말 못 하게 해준다."
"그게 무우읍!?"
나는 내 입술로 레이의 입술을 틀어막고, 자연스럽게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워낙 강자가 많은 내 여자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축에 드는 크기지만, 레이도 절대 가슴이 작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에 있는 셋 중에서는 제일 큰 크기를 가진, 거유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잘 빠진 드레스 위로 그런 가슴을 만지고 있자니, 지금까지의 장난스럽고 알콩달콩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 정도 부끄러움을 찍어누를 감정이라면, 역시 흥분이 최고 아니겠어?
"으응…하음…."
레이도 급변한 내 분위기를 느꼈는지, 점점 더 내 혀의 움직임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전에 하렘 플레이를 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얘는 감정 공유가 아니더라도 은근히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것 같아.
뭐, 그것도 나름 귀여운 점이기는 하지만.
"살짝 섰어?"
입술을 살짝 떼고, 그래도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레이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나는 손에 들어온 가슴의 첨단을 검지로 살살 긁듯이 만졌다.
응. 기분 탓이 아니야. 역시 조금씩 딱딱해지고 있어.
"그, 그런 거 직접 묻지 마…."
레이는 여전히 사라와 실비아가 신경 쓰이는지, 또다시 저쪽을 힐끔 바라봤다.
뭘 이제 와서. 그렇게 하렘 플레이를, 아니. 레이 너는 그전부터 이미 실비아랑 셋이서 종종 같이했잖아. 뭐, 오랜만이니까 새삼 부끄러워지는 것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그래. 오랜만인 거다. 그리고 사라가 같이 7계층으로 온 이후로는 처음하게 되는 하렘플레이였다.
실은 사라랑 같이 이곳에 올 때부터 이런 상황을 꿈꿔왔지만, 일이 너무 긴박하게 흘러간 바람에 도저히 그럴 분위기가 아니어서 말이야.
바프라를 처치한 이후에는 또 일에 치여 살다 보니 그럴 기회가 안 생겼고. 가끔 따로 한 명씩 같이 잘 때는 있었지만, 둘 이상과 같이 잘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꿈에 그리던 쁘띠 하렘 플레이를 다시 즐길 기회가 찾아왔다는 얘기다.
실은 제일 먼저 사라부터 제압하게 한 것도, 그런 속셈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라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면 방해할 공산이 크니까 말이지.
"저쪽은 신경 쓸 필요 없어. 이렇게."
"으응…."
손을 뻗어서 사라의 엉덩이를,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속옷에 감싸인 도톰한 부분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사라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벌써 흥건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속옷 위로 느껴지는 사라의 음부는 촉촉한 습기가 느껴졌다.
아무리 눈이 가려졌어도, 사라의 날카로운 오감이라면 나랑 레이가 뭘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성벽은 발동되는 되는 모양이다.
"얘도 은근히 즐기고 있으니까."
"누가…우으읍!?"
물론 사라는 큰 목소리로 부정하려 했지만, 나는 그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그 혀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사라의 말을 끊어 버렸다.
자, 느껴지지? 이렇게 음부를 촉촉하게 적셔놓고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아음…할짝."
사, 사라야? 반항적인 비서치고 혀 움직임이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니?
게다가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일까? 내 손가락에 묻은 자기 애액을 빠는 그 모습이 평소보다도 더 음탕해 보여서, 나는 황급히 손을 빼야 했다.
이대로 계속 가면 레이는 내버려 두고 사라부터 덮치게 될 것 같아.
"싫은 척하더니 음탕하기 짝이 없군."
"누, 누가…."
손가락에 묻은 사라의 타액을 그 엉덩이에 닦으면서 말하자, 사라가 치욕스럽다는 듯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아무리 그렇게 아양을 떨어도, 네 차례는 나중이다. 우선은 거기서 가만히 듣고 있으라고."
그렇게 말한 후 다시 시선을 레이에게 돌렸지만, 레이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 보니, 거기에는…사라의 갑작스러운 적극성에 풀발기해서 움찔움찔 떨리며 레이의 하복부에 비벼지고 있는 내 물건이 있었다.
물론 바지를 입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직접 보인 건 아니지만.
"벗겨 봐."
"으, 응?"
"신경 쓰이잖아? 직접 벗겨 봐."
"응…."
내 말에 레이는 크게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내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어색하면서도 정확한 손길로 내 바지를 벗기니.
"꺅!"
내 물건이 묵직하게 튀어나오며 화려한 드레스에 감싸인 레이의 하복부를 때렸다.
레이는 깜짝 놀란 모습이었지만, 내 물건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손을 내 귀두 위로 가져가서는.
"얘가 급한가 봐. 벌써부터 이렇게…."
마치 애완동물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내 귀두를 손끝으로 살살 쓰다듬어줬다. 그리고는 그 끝에서 새어 나오는 쿠퍼액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만지기까지.
레이야. 걔는 딱히 별개의 생물이 아니라고…이제 됐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잠깐 일어나. 응. 오늘도 잔뜩…기분 좋게 해줘? 쪽."
어떤 식으로 오해하든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이야.
내 물건 끝에 입 맞추며 인사하는 레이의 모습에, 왠지 모를 오싹오싹한 기분이 내 몸에 찌르르 흘렀다.
요즘 얘가 왕좌에 앉아서 제법 그럴듯하게 왕 노릇 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 저렇게 다 갖춰 입은 차림새로 이런 행동을 하니 괜히 더 흥분되네.
"그렇게 얘로 기분 좋아지고 싶어?"
그 기분을 더 맛보기 위해서, 나는 물건을 잡고 귀두로 말랑말랑한 입술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레이를 추궁했다.
"이, 이건 그냥 인사말로…!"
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어쩐지 아직도 알콩달콩한 분위기만 되면 못 견뎌 하는 애가, 그런 말은 스스럼없이 하게 되는 게 이상하기는 했어.
"그럼 기분 좋아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대로 순순히 이해하고 넘어가 줄 내가 아니었다.
"그, 그건…으응!"
당연히 레이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했다. 그런 레이를 도와주기 위해서,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는 드레스 위로 유두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자 레이의 몸이 가볍게 움찔움찔 움직이면서, 내 허벅지 위에 살짝 올려뒀던 손이 자연스럽게 내 물건 쪽으로 향했다.
"앗…! 으읏…."
아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겠지. 내 물건에 손끝이 닿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손을 움츠린 레이였지만, 곧 내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면서 은근슬쩍 내 물건을 손에 쥐었다.
그냥 곧장 대답하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부끄러워하면서 질질 끄는 게 더 남심을 자극한다는 걸, 레이는 알고 있는 걸까?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얘는 그런 쪽 상식은 전혀 없는 주제에 미묘하게 포인트를 잘 짚는단 말이지.
"기대하는 거지?"
그 부드러운 뺨을 엄지로 스치듯이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레이는 마지막으로 사라와 실비아 쪽을 힐끔 쳐다봤다.
눈이 가려져 이쪽을 볼 수 없는 사라와,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실비아.
"큿…."
실비아와 잠깐 눈이 마주친 바람에 얼굴이 더 새빨개진 레이였지만, 그래도 레이는 둘 다 이쪽을 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는 눈을 치켜떠서 날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도 많이 야해졌네."
"야, 야해…그…래…?"
아니. 갑자기 거기서 의문형으로 끝내도 말이지. 하여간 묘한 데서 백치미를 보여준다니까.
"어떤 것 같아?"
"너, 너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