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49화 (1,116/1,205)
  • 1149화

    나는 보란 듯이 레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바프라의 군주와 플리투스의 용사가 이뤄지지 못할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 애틋한 러브 스토리에 감동한 양국의 수뇌부들은 둘의 사랑을 지지하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양국은 화해 무드로 접어들게 된다. 단순 합병보다는 이런 스토리가 붙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좋군. 바프라도 괜히 기죽을 필요 없고 말이지."

    시선은 바프라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바프라가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내 목적은 이 자리에 모인 귀족들에게 들려주는 것.

    "그, 그렇다면…!"

    그리고 역시나, 지금 내가 한 말은 귀족들의 마음을 크게 흔든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제 바프라가 죽을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러면 남은 건 이후에 벌어질 자신들의 처분이니까.

    내가 강제로 바프라를 플리투스에 합병시키면서, 자신들의 지위가 낮아질 것을 걱정한 사람이 대부분일 거다. 그냥 중립을 지키고 있던 귀족들뿐만 아니라, 은사모의 회원 중에도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았을 거다.

    하지만 나는 조금 전 대사로 그런 사람들을 안심시켜준 거다. 그런 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물론 고작 이런 보여주기식 연극을 귀족들이 진짜 믿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 믿을 거다. 내가 그 근거로 내건 게 다름 아닌 사랑이니까. 그리고 은사모는 기본적으로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놈들이 모인 집단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난 진짜로 레이를 사랑하고, 진짜로 바프라를 플리투스 밑에 둘 생각도 없으니까. 그냥 전쟁만 멈추면 되지. 내가 뭐하러 귀찮게 그렇게까지 간섭하겠어?

    "그러니까 네놈은 뒷일 걱정할 필요 없이 편하게 죽어도 돼."

    물론 그런 걱정은 하지도 않았겠지만.

    나는 놈을 향해 있는 힘껏 비웃음을 던져주고, 사라를 향해 눈짓했다. 이제 이 길고 길었던 계획에 종지부를 찍자고.

    사라가 놈의 목을 누르고 있는 발에 힘만 살짝 주면, 모든 것이 끝난다.

    하지만 사라는 자신의 발로 모든 것을 끝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레이. 내가 전에 들려준 얘기, 기억하죠?"

    응? 얘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전에 들려준 얘기?

    "자기 손으로…."

    "그래요. 지금은 많은 생각이 들겠지만, 직접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예요."

    그런가. 사라도 예전에 자기를 겁탈하려던 놈에게 복수한 경험이 있었지.

    물론 사라는 겁탈당할 뻔한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원수라는 생각에 복수한 거니 느낌은 살짝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레이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다.

    같이 데리고 다니면서 그런 얘기도 해줬던 건가.

    "자, 여기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자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레이에게 건네줬다.

    레이는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간신히 그 단검을 움켜쥐기는 했지만, 곧장 단검을 휘두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야 그렇겠지. 나도 레이의 손으로 바프라를 끝장낸다는 생각을 안 한 게 아니다. 아니. 제일 처음 계획은 레이의 손으로 바프라를 죽이는 거였다.

    그래서 이 며칠 동안 연습 삼아서 케이로스의 사병으로 분장시키고 알현실에 들어와 직접 바프라와 같은 장소에 있게도 해봤지만, 그때마다 레이는 갑옷 안이 식은땀으로 범벅되어서는 돌아오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져 버렸다.

    때문에 계획을 바꾼거다. 레이로서는 바프라를 죽이는 게 힘들 테니까.

    실제로 지금도 이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고작일 정도로 다리를 떨고 있잖아. 내가 옆에서 허리를 잡아주고 있지 않으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레이…."

    "구원. 레이는 직접 단검을 쥐었어."

    무리할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해주려고 했지만, 그전에 사라가 고개를 저어 내 행동을 제지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레이 스스로 그런 의욕을 내비친 적이 있었지.

    나는 사라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레이를 바라봤자. 확실히 그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단검을 꼭 쥔 두 손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두 눈은 의지의 빛이 서려 있었다.

    레이의 애인은 난데, 사라보다 이걸 더 늦게 눈치채다니.

    좋아. 레이 네 뜻이 그렇다면…이제 내 역할도 거의 다 끝났으니 괜찮겠지? 사라, 디아나, 실비아. 만약의 사태 때는 부탁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결심을 다진 후, 레이의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꽉 주면서 감정 공유를 사용했다.

    그러자 막대한 감정이 물밀 듯이 밀려와 내 가슴을 가득 메우고 머릿속을 뒤집어놨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역시나 공포였다. 그것도 지금 당장 기절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막대한 공포.

    레이는 혼자서 매번 이런 감정을 느낀 건가.

    감정 공유를 나도 정신을 잃게 될 것 같은 공포였지만, 그럼에도 난 두 다리에 단단히 힘을 주고 버텨 섰다.

    내가 무너져 버리면 기껏 감정 공유를 사용한 보람이 없잖아.

    레이의 허리를 끌어안은 팔의 감촉. 그곳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필사적으로 되새기면서, 나는 머리와 심장을 헤집는 공포를 안쪽으로 억눌렀다.

    레이.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끊임없이 그렇게 되뇌면서, 나는 자신의 편안한 감정을 레이에게 보내주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그 결과.

    "전에…말했지? 이 세상은 아직 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그건 레이가 아직 바프라의 본성을 깨닫지 못했을 무렵.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존재로 자라난 레이가 던진 순진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겠지.

    아마 바프라는 별생각 없이 한 대답이었겠지만, 레이의 마음속에는 깊게 남아 있었던 말일 거다.

    "이젠 아니야. 이렇게, 이렇게나 날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

    푸욱!

    자신의 마음속 공포에 저항하듯 그렇게 외치며, 레이는 손에 쥔 단검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이제 더는 일 하고 싶지 않아! 평생 일할 양을 몰아서 한 기분이야!"

    "……구원. 지금 그 말, 무지무지 몹쓸 사람 같았던 거 알아?"

    ……응. 실은 말하면서 나도 느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진짜 요즘 너무 일만 한 기분이란 말이야.

    레이가 말 그대로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를 시전한 지 벌써 며칠. 아니. 우리 레이는 타락 같은 거 안 할 거지만.

    아무튼 그로부터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냈다.

    왕권 계승 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순조롭게 흘러갔다. 아마 귀족들이 전부 모인 앞에서 바프라를 축구공 가지고 놀 듯이 뻥뻥 차버린 사라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

    그 누구도 레이의 왕위 계승에 반대하는 일 없이, 오히려 수도 귀족 전원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서 바프라를 병사 처리하고는 그 숨겨진 딸인 레이를 왕으로 추대했다.

    문제는 여자들에 대한 처우와 그 인식 개선이었다.

    때마침 레이가 왕위에 오르는 타이밍과 맞물려 수도에 여신의 마나가 담긴 물이 풀리기 시작해서, 수도에 여자를 들이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없었다.

    오히려 선대의 잘못된 정책을 곧장 바로 잡는 성군 이미지를 레이에게 씌울 수 있어서, 사정을 모르는 국민들도 갑작스레 왕이 된 레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데 톡톡히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이제부터 여자와 같이 살게 됐다고 해서, 다들 알콩달콩하게 연애를 하고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안 그래도 이 나라에서 여자에 대한 인식은 바닥에 치달아 있었고, 거기에 더해 여신의 마나가 담긴 물을 생활수로 사용한 남자들은 섹스에 눈이 돌아간 상황이기까지 했으니,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력한 처벌로 인식을 다잡아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아이디어가 바로 국영 창관의 운영이었다.

    나 혼자 떠올린 아이디어는 아니고, 사정을 들은 마틸다가 "그런가요. 저희 사제들이 그쪽으로 갈 수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요……."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그렇잖아? 어차피 저쪽에서도 신전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교육’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 ‘교육’을 이곳에 와서 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게다가 사제들이 직접 와서 ‘교육’을 할 수 있으면, 은근슬쩍 입김을 불어넣어 여신의 인식을 서서히 바꾸는 것도 가능할 테고 말이야.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반대도 있었다. 그것도 나와 레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은사모가 대표로 나서서 반대했다.

    아무래도 창관이라는 장소는 사랑 없는 섹스를 대표하는 장소니까 말이야. 사랑에 목숨을 걸고, 섹스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인 은사모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하지만 은사모의 반대는.

    "너희는 하나를 모르고 둘은 모르는군. 너희는 운이 좋아서, 혹은 요령이 좋아서 처음부터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거야. 모두가 너희처럼 요령 좋게 사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루이스 바프라에 의해 사랑을 거세당한 이곳 사람들이 전부 너희 같을 수는 없어! 그러니 우리는 귀족으로서! 먼저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은 자로서! 그 사람들을 구제해야 할 의무가 있어! 그리고 그 구제 방법이야말로 다름 아닌 창관 운영이다! 단순히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장소로 운영하자는 게 아니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교육 기관으로 운영하자는 거다!"

    라고 뜨겁게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뭐, 이대로 내버려 두면 수도 사람의 절반이 성범죄자로 감옥에 끌려가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고 말이야.

    물론 귀족들을 설득했다고 하더라도 성직자들이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만, 그것도 디아나의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었다.

    호수에 있는 여신의 마나를 창관으로 끌어모으는 것으로 말이다.

    어차피 계속 사람들이 여신의 마나가 담긴 생활수를 사용하게 둘 수 없으니, 그럴 거면 여신의 마나가 사람 몸에 쌓여도 바로 풀 수 있는 창관에 끌어모으자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방법은, 기존의 마나 정제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량해낸 디아나의 천재적인 솜씨로 해결할 수 있었다.

    실상은 그냥 호수 밑바닥에 설치해뒀던 텔레포트 마법진을 회수해서 창관 안에 재설치한 것뿐이지만, 디아나는 그 변명 하나만을 위해서 진짜로 개량된 술식을 짜내어 요리스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안 그래도 이 며칠 디아나의 마법 실력에 존경의 눈빛을 보내던 요리스는, 이번에도 디아나를 찬양하며 술식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증언까지 해줬다.

    심지어는 창관 밖으로 여신의 마나가 빠져나가지 않게 잡아두는 그 방식을 배우고 싶다며 가르침까지 청할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 이곳 수도에 설치된 국영 창관에는 위에서 성직자가 다수 파견되어 있었다. 그것도 그냥 성직자들이 아니라, 마틸다의 밑에서 훈련받고 성기사가 된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엘리트 부대가.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여신의 교리를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창관에서 난동 피우는 놈들도 제압해야 하는 임무니, 이보다 더 적격인 사람들이 없었다.

    그리고 정작 수도에서 함께 살게 됐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여자들을 창관으로 대거 고용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만들어줬다.

    기본적으로는 위에서 파견된 성기사들이 여자들을 가르쳐서 손님들을 ‘교육’시키고, 일반 여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고레벨 손님은 성기사들이 받아주는 시스템이었다.

    설명만으로 이렇게 긴데, 이 일을 직접 처리한 나는 얼마나 바빴겠어?

    게다가 창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수도 밖의 사정을 모르는 귀족들은 갑작스러운 레이의 등장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었으니 그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날 암살할 때 바프라를 거들었던 귀족들도 처리해야만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아까 한 말은 농담이 아니라는 얘기다.

    몹쓸 사람처럼 보여도 상관없어! 할 말은 해야겠어!

    "진짜로 평생 할 일을 며칠 동안 몰아서 다 한 것 같아. 더는 일 하고 싶지 않아."

    바쁜 거야 언제나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잖아. 전투라든가 모험이라든가 하는 일은 게임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라도 있었지.

    하루 종일 시꺼먼 아저씨들 사이를 오가면서 이리저리 조율하고 다니는 꼴이라니. 그나마 가끔씩 우리 애들 얼굴이라도 보면서 눈 정화라도 했으니 망정이지, 그것조차 없었으면 진짜 다 때려치우고 도망갔을 거야.

    "그래. 그럼."

    그렇게 의미 없는 투정을 부리고 있자니, 사라가 의외의 대답을 들려줬다.

    "으, 응?"

    얘가 무슨 일이지? 갑자기 어리광을 다 받아주고. 혹시 아침에 뭐 잘못 먹었나?

    "못 들었어?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는 거야. 어차피 복잡한 일은 대부분 다 정리됐고, 이제는 저쪽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잖아? 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

    이 며칠 동안 내 비서 역할을 수행하던 사라는, 멋들어진 동작으로 손에 든 수첩을 펼쳐서 내 일정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시크한 표정 때문인지 엄청나게 잘 어울렸다. 여기에 오피스 룩까지 입혔으면 완벽했을 텐데. 나중에 입혀볼까. 아,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저쪽 연락이라니……저쪽?"

    "응. 저쪽."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의미 불명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끼리는 통하고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아무튼 저쪽에서 연락이 없는지 물어보러 간다는 얘기는, 즉…….

    "그러고 보니, 오늘이 창관 개관일이었지."

    "칫."

    얘 지금 혀 찬 거야!? 어쩐지 사라 얘가 갑자기 어리광을 받아준다 싶더라니. 그런 속셈이 있었군.

    아무리 이쪽 사정으로 지어진 곳이라도, 사라는 내가 그런 장소에 가는 것 자체가 싫은 거다.

    "자, 그럼 가볼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내가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 고생의 결실 정도는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지.

    "딴눈 파는 거 보이면 가만히 안 둘 거야."

    걱정 붙들어 매셔. 아무리 그런 장소라고 해도, 내가 너희를 놔두고 다른 여자한테 뜬눈을 팔겠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아아아! 당시이인!"

    "우왓!"

    창관의 제일 깊은 지하층. 그중에서도 제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방에 들어서니,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몸이 내 몸을 덮쳐왔다.

    "마틸다."

    그래. 성기사들이 다수 파견됐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일단 이 창관의 총괄 운영을 맡은 건 다름 아닌 마틸다였다.

    왜 일단은이냐면, 창관의 총괄 운영이라는 직책이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창관은 마틸다 없이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있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나 귀족들은 마틸다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한다.

    마틸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은밀하게 성기사들을 지휘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이 방에 설치된 텔레포트 마법진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었다.

    일단 호수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신의 마나를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디아나가 그럴듯하게 변명해놨고, 심지어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방은 파괴 불가급의 단단한 마법 금속으로 디아나가 도배해놨지만,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상태를 볼 사람 정도는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 역할만큼은 이쪽 사람에게 절대 맡길 수 없는 것이었다.

    위쪽에서 데려온 믿을 수 있는 사람. 게다가 압도적인 실력과 더불어 성기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카리스마까지. 모든 능력을 고려해본 결과, 낙점된 게 바로 마틸다였다는 얘기다.

    "왠지 오랜만인 것 같네."

    "하아…….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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