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39화 (1,106/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139화

    바프라의 말은 이랬다.

    최근 몇 년은 공적인 자리에 모습도 드러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섹스가 주는 쾌락에 빠져들어 버렸다.

    그렇게 섹스가 주는 쾌락에만 빠져 있다 보니, 점점 섹스 이외의 다른 것들이 아무래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전쟁신의 교리에 따라 끊임없이 벌이던 전쟁도, 언젠가 대륙을 통일해서 다크 엘프가 최고의 종족임을 증명하겠다는 꿈도.

    "아마 그래서겠지. 네놈이 말하는 여신의 냄새가 내 몸에서 풍기게 된 것은."

    "전쟁신님의 뜻을 저버렸다는 말을 감히 용사 앞에서 겁도 없이 잘도 지껄이는군."

    진짜 마신의 앞잡이가 된 기분으로 살기까지 담아 그렇게 말해 봤지만, 놈은 "어차피 여신의 기운을 읽을 수 있는 놈한테 거짓말을 해봐야 의미 없지 않나?"라면서 쿨하게 넘어갔다.

    아무튼 놈은 그렇게 섹스 이외의 것이 아무래도 좋아져 버렸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자신이 이전에 했던 행동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 남녀를 엄격하게 분리하고 섹스는 이교도의 산물 취급해 버린 행동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전에 했던 말을 거두고 싶지만, 그렇게 갑자기 말을 바꿔 버리면 신하들로부터 의심을 사게 될 게 분명했다.

    다른 의심이라면 자신의 권력으로 적당히 찍어누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교도로 의심받는 것만큼은 아무리 자신이라도 다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정말로 여신의 뜻에 굴복해 버리고 말았으니 더더욱.

    때문에 몇 년간 숨죽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분명 섹스의 쾌락을 깨닫게 된 건 자신뿐만이 아닐 거라고 믿으며.

    그리고 긴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함께 다른 세력으로 도망가려는 두 남녀를 통해서.

    "두 남녀?"

    설마 신과 유리 얘기인가?

    "그래. 적당한 실력자를 보내서 뒤를 쫓게 했지만, 그 둘은 이상할 정도로 잘 도망 다녔지. 마치 곳곳에 협력자가 있는 것처럼. 그때 깨달았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하 세력이 바프라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어쩐지. 그 둘의 실력으로 구미호 산까지 도망쳤던 게 조금 이상하기는 했는데, 설마 이런 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프리움에서 배를 타고 건널 때까지는 다른 은사모 회원이나 파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됐겠지만, 그 근처는 딱히 은사모 회원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즉, 이 녀석은 내가 수도에 오기 전부터 은사모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얘기를 들어 보니 둘의 이동 경로를 통해서 수도 밖에 있는 은사모 세력의 위치도 특정한 모양이다.

    수도 밖의 은사모의 위치도 특정해낼 정도니, 당연히 수도 안에 있는 은사모 회원들은 더 면밀하게 조사를 했을 거다.

    아예 은사모의 존재를 모른다면 모를까, 은사모라는 게 있다는 걸 안 이상 그 회원을 추려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의 일들이 전부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 알고 있으니 빨리 자백하라고 독촉하던 이 녀석의 태도도, 그리고 돌아갈 때 은사모 회원만 피해서 죽였던 것도.

    케이로스의 생각대로, 그건 이 녀석 나름의 메시지였다는 얘기다. 다 알고 있으니 순순히 자백하러 오라는 뜻의.

    "그 세력을 불러서 어떻게 할 작정이었지?"

    "권력의 중심이 내게서 놈들에게로 천천히 옮겨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기한다. 그리고 권력이 강해진 놈들은 내 영향력이 사라졌다는 본보기로 우선 내 흔적부터 지우려 든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섹스 금지령을 푸는 것이지."

    "그리고 넌 허수아비 왕을 연기하면서 편하게 여자들을 제공받으며 섹스 라이프나 즐긴다는 얘기인가."

    "그래. 놈들에게도, 그리고 네놈에게도 나쁜 얘기는 아니지 않나?"

    "마치 내가 그 지하 세력과 협력하고 있는 게 기정사실인 것 같은 말투로군."

    "네놈이 흔적을 남긴 경로를 쫓아보면 바보라도 알 수 있다. 아까 두 남녀를 추적했다고 했을 텐데?"

    그런가. 놈의 직속 부대가 나한테 레이를 빼앗긴 위치, 프리움 성문에서의 소동, 프리움 밖에서 놈의 직속 부대를 다시 한번 습격한 사건, 그리고 아마 놈의 귀에도 들어갔을 중2병의 습격 사건까지. 내가 흔적을 남긴 경로를 쭉 따라 그려보면, 신과 유리가 도망친 경로와 무섭도록 일치할 테니까.

    "게다가 내가 케이로스에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네놈이 찾아온 거다. 우연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뭐, 좋아. 인정하지."

    "흥. 그러는 나도 설마 그 정체가 용사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말이지. 어떻게 용사가 섹스를 좋아하는 놈들과 힘을 합칠 생각을 했지?"

    딱히 은사모는 섹스를 좋아하는 놈들의 모임이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바꾸려고 사랑 핑계를 대면서 콘돔 섹스를 알려주기는 했지만.

    "네놈과 달리 우리 플리투스는 그렇게 편협한 생각의 소유자가 아니거든. 섹스 좀 한다고 이교도로 타락한다니. 웃기는 얘기지."

    "훗. 너야말로 웃기는군. 이 내가…아니. 나로서는 잘된 일인가."

    그런가. 이 녀석이 섹스로 타락할 수 있다는 산증인이지.

    "무슨 말이지?"

    "그렇게 편협하지 않은 놈이라면, 내 제안도 받아들일 거라는 얘기다."

    "용사인 내가? 전쟁신의 뜻을 저버린 네놈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는 말을 하지 마라. 내가 협력만 하면 아무런 피해도 없이 하나의 세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 네놈도 그걸 아니까 내 긴 얘기를 끝까지 들은 것 아니었나? 거기에…."

    "또 뭐?"

    "말했다시피 난 이미 지하세력과 손을 잡을 생각이 있다. 네놈이 내 세력을 장악할 힘의 기반도 놈들이겠지. 하지만 내 진의를 알고 나면, 놈들이 과연 네놈에게 협력하려고 할까? 지금은 섹스에 눈이 멀어 네놈에게 협력하고 있다지만, 놈들도 한때는 나와 뜻을 함께하기 위해 제 발로 내 밑에 모인 놈들이다. 아무리 네놈이 용사라고 할지라도,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주군을 그리 쉽게 배신할 놈들은 아니지."

    쳇. 역시 눈치채고 있었나. 이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길 빌었지만, 역시 그렇게 간단하게 일이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 놈이 말한 대로, 그렇게 되면 주도권은 완전히 놈에게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녀석, 자기 얘기에 취해서 뭔가 잊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애초에.

    "아까부터 자기가 협력적이라는 걸 다른 놈들이 다 알 것처럼 말하는데 말이야. 널 이 자리에서 죽이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야?"

    역시 이 자리에서 죽여 버리는 게 제일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살기를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놈은 묘하게 여유로웠다.

    "…슬슬 시체에서 펜을 뽑아냈을 시간이군."

    시체? 펜? 갑자기 그게 무슨…설마!?

    "자신들와 뜻을 함께할 주군을 네놈이 죽였다는 걸 알고 난 후에도, 놈들이 지금까지처럼 협력적으로 행동할지 궁금하군. 네놈도 그런가?"

    궁금하면 죽여보라는 것처럼 자기 가슴을 콕콕 찌르는 놈의 행동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니. 진짜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고, 진짜로 이 녀석 중요한 걸 까먹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 여기서 널 죽여 버리고 네가 타락한 이교도였다는 사실을 공표하면 깔끔하게 끝날 문제니까."

    지금까지 온갖 똑똑한 척은 다 한 놈이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다니. 허무해서 말도 안 나오는군.

    그렇게 생각했지만, 놈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끈질겼다. 게다가 끈질긴 것뿐만 아니라, 교활하기까지 했다.

    "…레이에게는 미약을 투여했다고 했지."

    "뭐…?"

    "네놈이 했나?"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일단 강하게 나가봤지만, 놈은 그 말로 충분히 나와 레이의 관계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아니. 조금 다른가. 원래부터 다크 엘프의 첫 경험을 노리고 레이와 관계를 맺으려고 했던 쓰레기인 만큼, 분명 나도 자기랑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감정 공유가 주는 쾌락을 버리지 못하고, 앞으로도 계속 레이를 곁에 둘 거라고 말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자기 수준에 맞는 더러운 착각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만큼은 그 착각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렇군. 그럼 지금도 레이를 곁에 두고 있겠군?"

    그렇게 말하는 놈의 눈동자에는 한순간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역시 놈의 목적은 레이의 첫 경험이었나.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 공유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겠지만.

    그리고 자신의 수십 년간 기다려왔던 걸 내가 빼앗았다는 걸 알고 분노하는 거겠지. 역겨운 새끼.

    하지만 놈은 이성적이게 역겨운 새끼라서, 분노보다는 생존을 우선시하겠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네놈에게 협력하는 놈들도 레이의 존재를 알고 있겠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누구 보다 앞장서서 이교도 탄압에 힘쓴 용사의 후손이 모른다고 하지 않겠지? 이교도가 낳는 자식의 몸을 날 때부터 여신의 것이다. 내가 여신에게 타락한 이교도라는 것이 밝혀지면, 레이의 남은 미래도 볼만해지겠군."

    "레이는…!"

    "아직 내가 타락하기 전에 낳았으니, 전쟁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상관없다. 내가 언제부터 이교도가 됐는지 증명할 수 없는 한, 사람들의 의심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증명해 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지. 아무리 용사님이 걸레년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해 봤자, 그 용사님이 레이와의 섹스에 푹 빠져 있다면 신용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이 쓰레기 새끼…자기 자식까지 이런 식으로 이용하다니. 아니. 자기 자식을 겁탈하려고 한 시점에서 이런 얘기는 의미가 없나.

    "그래도 정의를 실현하겠다면, 좋다. 죽여라."

    놈은 다시 한번 자기 가슴을 콕콕 두드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내 반응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놈은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띠면서 만족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훗. 결국 네놈도 그런가. 섹스에 눈이 먼 놈들과 협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 네놈, 정말로 용사인가?"

    너 같은 새끼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사랑이니 뭐니 여기에서 이놈에게 구질구질 설명해 봤자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닥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증명해주지."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라. 네놈은 날 죽일 수 없다."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는 듯, 놈은 비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앞으로는 같은 목적을 위해 행동할 동지인가. 잘 부탁하지. 사위."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부르면 죽여 버린다."

    "네놈은 학습 능력이라는 것이 없는 건가? 그거 이상하군. 내가 기억하는 용사는 전투뿐만이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학습 능력을 자랑했는데 말이야."

    계속해서 비웃음을 띄우는 놈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진짜로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등을 돌려 버렸다.

    "내 계획은 이미 전해졌을 거다. 네놈은 편하게 바프라를 장악하고, 나는 편하게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되는 계획이다. 서로 목적이 일치하니 얼굴 붉히지 말고 계획대로 잘 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방을 빠져나가는 내 등 뒤로도, 놈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끝까지 자기 뜻대로 다 잘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말투로군.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 쓰레기 새끼.

    "구, 구원 님! 바프라, 바프라 님이…!"

    일단 놈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서 케이로스의 저택으로 돌아오자, 거기에는 케이로스뿐만이 아니라 아까 알현실에서 봤던 높으신 분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마치 이제는 은사모의 회원이라는 게 숨길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바프라의 호칭이 다시 바프라 님으로 변해 있는 걸 보니, 놈이 시체를 죽인 펜에 메시지를 남겼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마지막에 은사모 회원 이외의 인물들을 대거 숙청한 이유는, 은사모가 메시지를 발견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인가. 쓰레기 새끼가 쓸데없이 머리가 돌아가서는.

    "그래. 나도 본인한테 대충은 들었어."

    "본인한테? 담판을 짓고 오신 겁니까!?"

    "담판…이라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놈이 전했다는 계획부터 자세히 들려주겠어?"

    그렇게 케이로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계획은, 아까 놈에게 들은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그냥 바프라가 점점 권력을 잃고 은사모가 득세하는 내용을 상세하게 풀었을 뿐이다.

    "역시 비열한 놈다운 함정이군."

    물론 나는 그대로 따라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역겨운 새끼. 반드시 그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게 만들어 주지.

    "구원 님께서는 함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 그리고 너희가 여기에 전부 모인 시점에서 놈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봐야겠지. 최대의 적인 줄 알았던 주군이 갑자기 동료가 되어서 들뜬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성급했어."

    "저희를 모으기 위함이었다는 겁니까?"

    "아무리 바프라라도 성에 틀어박힌 채 우리 은사모 회원 전원을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 테니까."

    우선은 잔뜩 겁주면서 분위기를 바꾼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람 수가 이렇게 많다 보면 반론하는 사람도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었다.

    "흠. 그건 어떨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넌?"

    "실례했습니다.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라파엘이라. 그러고 보니 얼굴이 조금 낯이 익었다.

    혹시 아까 알현실에 있을 때 제일 왕좌와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던 사람 아니야? 그럼 이 아저씨가 성의 정보를 통제한 그 높으신 분인가.

    그리고 아마도, 여기에 은사모 회원을 전원 불러모은 것도 이 아저씨겠지.

    "다르다는 건?"

    "제 생각에는 함정이 아닐 것 같습니다."

    설마 그것부터 부정해 버릴 줄이야. 기껏해야 바프라의 목적은 은사모의 회원을 파악하는 게 아닐 것 같다는 얘기나 하려는 줄 알았는데.

    내 표정이 조금 안 좋아진 걸 눈치챘는지, 라파엘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물론 구원 님께서 그런 의심을 하는 건 이해합니다. 그분은 평소에도 워낙 오해받을 언동을 많이 하는 분이시니, 분명 구원 님과 대면하셨을 때도 그런 태도를 보이셨겠지요. 하지만 그분 밑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전 알 수 있습니다."

    "잠깐 타임."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말을 하나 했더니.

    나는 드디어 이 자식이 어떤 의도로 나섰는지 이해했다. 뭔가 그럴듯한 근거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 자식은 그냥 나랑 힘겨루기하기 위해 태클을 건 것에 불과했다.

    지금까지는 자기가 은사모의 일인자였는데, 갑자기 나라는 이방인이 불쑥 찾아와서는 대장 노릇을 하는 게 아니꼬웠던 거겠지.

    "네?"

    "그럼 넌 내가 오기 전부터 바프라가 섹스 중독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야? 밑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덕분에 잘 아는 거잖아?"

    "…그것은."

    하지만 치기만 있을 뿐 논리가 없는 놈한테 밀릴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바프라 때문에 짜증 나는데 이상한 놈까지 시비를 거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그리고 바프라는 기본적으로 이기기만 하면 어떤 수를 써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간계의 대명사 같은 인물 아니었어? 내가 플리투스 사람이라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아니요. 그 말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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