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33화 (1,100/1,205)
  • 1133화

    그래서 태도를 바꿔 친절하게 말해 준 건데.

    "가,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이 지골로!"

    아니.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조심해요 정말. 잠깐 방심하면 꼭 이러니까."

    사라 넌 또 왜 옆에서 부추겨!? 둘이 같이 다니면서 죽이 맞기라도 했어!?

    레이 쟤는 실비아랑 같이 있어도 이상한 시너지를 내더니, 사라랑도 다른 의미로 이상한 시너지를 내네!

    "저, 전 구원 님의 그런 점도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손을 번쩍 들고 날 두둔해주는 실비아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저 둘만 있었으면 어쩔뻔했어.

    "크흑! 역시 나한테는 너밖에 없다!"

    "히야으응!"

    유일한 내 아군은 내가 끌어안는 순간 순식간에 전선에서 리타이어 해버렸지만.

    "구원. 또 실비아 괴롭히지 마."

    "괴롭힌 거 아니야!"

    뭐, 이런 식으로 살짝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라까지 끼어드니까 대화에 활기가 도는 느낌은 들었다.

    안 그래도 실비아도 레이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둘 사이의 관계도 조금 미묘하니까 말이야.

    아무튼 결국 그렇게 밤에 염탐은 나 혼자 가기로 결론이 난 후, 우리는 사라에게 구경도 시켜줄 겸 밖으로 나와 주변을 걸었다.

    그래 봤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어서, 산 중턱에 있는 폭포수까지 내려가는 게 고작이었지만. 눈이 좋은 사라는 그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대략적인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던 모양이다.

    국경 지대에서는 매일같이 치고받고 싸우는 전쟁신의 세계라고 할지라도, 평화로운 곳은 이렇게나 평화롭다고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밤이 되어서, 나는 바프라의 반응을 보기 위해 나설 준비를 했다.

    사실은 요리스를 시켜서 성에 다녀오게 하면 더 좋았겠지만, 요리스가 말하길 "저희 가문은 이 산에서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적의 기습을 방어하는 임무도 부여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이들에 비해 성에서의 활동이 많지 않고, 특히나 이런 늦은 시간에는 더욱 찾아간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하필 오늘 같은 날에 움직이면 괜한 의심만 사게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쓸모없는 아저씨 같으니라고.

    그나마 디에른 가문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게 신이었다는 모양이지만, 그것 때문에 유리랑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덜미 잡혀서 도망자 신세가 됐으니까 말이야.

    어쩜 저렇게 부자가 쌍으로 쓸모없을 수 있을까.

    어찌 됐든 그런 이유로 직접 내가 나서게 되자, 사라가 또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아까처럼 토라진 것 같은 표정은 아닌 게 다행이기는 하지만, 저런 표정으로 보니까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미안하네.

    "사라야. 걱정 붙들어 매고 이 오빠 올 때까지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어. 돌아오면 바로 침대로 데려가서…."

    "장난치면서 긴장 풀지 말고 똑바로 해 이 바보야. 전에 그건 잘 챙겼지?"

    아니. 장난 아닌데. 장난처럼 들려? 나 진짜로 돌아오면 곧장 너랑 레이랑 실비아 전부 다 침대로 끌고 갈 거야.

    이렇게 말하면 가기 전부터 등짝에 부상을 입을 것 같으니 가만히 있을 거지만.

    "그래. 쓸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사라가 말하는 물건은 바로, 언젠가 디아나가 건네준 적 있는 마법 신호탄이었다.

    사라가 지금 끼고 있는 선글라스 같은 물건과 세트가 되는 물건으로, 선글라스를 낀 사람 눈에만 신호탄의 불빛이 보인다고 한다.

    게다가 건물 밖에서도 건물 안에 있는 신호탄의 불빛이 똑똑히 보인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마법사님 만만세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쓸 타이밍 놓치고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등에 메고 있던 활을 손에 쥐고 성이 잘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래. 만약 내가 신호탄을 쓰면, 사라가 여기에서 보고 있다가 활로 지원 사격을 해준다는 게 사라의 계획이었다.

    어제의 말도 안 되는 위력의 화살, 아니. 유성우를 생각해 봤을 때, 지원 사격이 그냥 지원 사격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니 사라까지 나서는 건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이다.

    "침대에서?"

    "너 진짜…!"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는 얘기야. 적당한 긴장감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면 괜히 어깨에 힘만 들어가서 실수한다."

    "응…으읏…이 변태가 진짜. 빨리 다녀오기나 해."

    활을 들고 있던 사라의 겨드랑이를 살짝 간질이며 말하자, 사라가 요염한 소리를 흘리며 날 노려봤다.

    "다녀올게."

    그런 사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나는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서 순식간에 성으로 이동했다.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도 성안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잠입할 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천장에는 그림자에 숨어들 구석이 무척이나 많았거든.

    게다가 한 세력의 도성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천장이 무척 높기까지 해서, 오히려 다른 곳보다 잠입하기 쉬운 느낌마저 있었다.

    자, 그럼 바프라는 어디에 있으려나.

    바프라를 찾으면서 둘러본 성의 내부는 더없이 평화로웠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예상했던 거랑 그림이 조금 다르잖아?

    바프라의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갔다면, 놈은 분명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심하면 일단 본보기로 몇 명 죽이고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위기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설마 소문이 아직 바프라의 귀까지 안 들어갔나?

    아니. 그렉과 듀크 콤비가 그 정도로 일 처리가 느릴 것 같지는 않은데. 정이 안 가는 변태들이지만, 그래도 이런 임무에서만큼은 믿을만한 놈들이니까.

    낮에도 봤잖아? 세상에 또 어떤 놈이 그런 바보 같은 썰을 풀면서 그렇게나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겠어? 진짜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되네.

    아무튼 바프라를 찾는 게 우선이다. 놈의 태도를 확인하면 이 분위기의 이유도 자연스레 파악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를 옮기려고 한 그 순간, 밑에서 복도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 둘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침번을 서다 보면 심심함을 견디지 못해 뭐라도 말하고 싶어진다. 그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경비병 둘이 떠드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건 그 대화 내용이었다.

    "소대장님. 들었습니까?"

    "뭘?"

    "조금 전에 출근하면서 들은 얘기입니다만. 지난번 그 몬스터의 대공습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시작이 글쎄…."

    "쉿! 그만! 조용히 해!"

    후임 경비병의 말을 들은 선임 경비병은, 안색을 바꾸고 낮게 외쳤다.

    "왜, 왜 그러십니까?"

    "오기 전에 전달 못 받았어!? 그 소문 얘기는 성 안에서 절대 하지 마! 특히 바프라 님 귀에는 절대 들어가면 안 돼!"

    "하, 하지만 수상하지 않습니까? 지하…."

    "너 진짜 죽고 싶어!? 바프라 님한테는 비밀 직속 부대가 있다는 소문 못 들었어!? 혹시 우리 얘기를 누가 듣고 있기라도 하면 너나 나나 죽은 목숨이야!"

    "죄, 죄송합니다…."

    …뭐지 이 분위기는? 선임 경비병의 저 태도는 마치, 바프라의 귀에 소문이 흘러 들어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잖아? 그렇다는 건 혹시….

    나는 경비병 둘밖에 없는 그 자리를 벗어나서, 성안을 오가는 다른 이들의 안색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러자 아까까지 평화롭게만 보였던 성안의 모습이, 순식간에 전혀 다른 그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에서, 어딘지 모를 공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나는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가. 본보기로 몇 명 죽이고 범인 색출을 시작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 떠올린 생각이 아니었나.

    성에 있는 고위 관료 중 누군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는, 바프라의 귀에 소문이 닿지 않도록 막고 있는 거다. 만약 진짜로 바프라가 눈이 돌아가면, 본보기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상당히 수완이 좋은 모양이군. 성안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전부 장악해두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을 실제로 해내다니.

    하긴, 바프라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몇 년간 일 처리는 전부 신하들이 대신해서 했을 테니, 그런 인물이 한둘 정도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면, 내 계획이 상당히 어긋나게 되는데.

    바프라가 분노에 눈이 멀어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 놈의 비밀을 전부 폭로하여 몰락시킬 셈이었는데.

    게다가 바프라를 몰락시켜도 지금 성을 장악해놓고 있는 누군가가 그 자리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버리면 의미가 없다.

    만약 그 누군가가 은사모의 일원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입맛에 딱 맞게 일이 풀릴 리가 없겠지.

    아무튼 이래서는 바프라의 모습을 염탐해봤자 의미가 없다. 그리고 원래 계획을 밀어붙일 수도 없다.

    일단 케이로스한테 가서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고, 처음부터 계획을 다시 검토해봐야겠어. 성에 자주 드나든다는 케이로스라면 성안에 소문이 퍼지지 않게 한 누군가의 정체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곧장 성을 빠져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추고는 발끝을 지하 감옥 쪽으로 틀었다.

    아니. 시내에서 변태 듀오가 퍼트린 소문이야 바프라의 귀에 안 들어갔다고 쳐도, 지하에서의 일은 바프라가 확실히 알고 있는 거잖아? 그쪽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말이야. 뭐, 지하와 이어지는 벽을 대충 틀어막고 말았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해보자고.

    지하 감옥에서는 여전히 바프라의 직속 부대에 의한 난교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에 여기에서 똑같은 짓을 하다가 죽은 놈들이 나왔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담이 좋은 녀석들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그냥 생각이 없는 건가.

    바프라도 내려와서 같이 섹스를 즐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놈들의 면면을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역시나 바프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허술하지는 않나. 전에 우리가 지하수로에서부터 찾아왔을 때도 바프라 본인의 모습은 안 보였고.

    하지만 바프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여기에 온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지난번에 와서 뚫어 놓은 지하 수로로 이어지는 벽이 여전히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몬스터를 제압조차 하지 못한 거라면 모를까, 이렇게 깔끔히 몰아냈으면 벽을 다시 막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텐데.

    "아. 씨발. 나도 존나 하고 싶다. 치사하게 니들끼리만 하지 말고 우리한테도 한 명 돌려!"

    "옳소! 옳소! 말 잘한다!"

    대신 뻥 뚫려있는 통로에는, 병사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서는 난교 파티장을 향해 엄청 없어 보이는 말을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지키기나 해. 병신들아. 그러다가 대장한테 깨지지 말고."

    "벌써 며칠째 안 돌아오고 새끼한테 깨지기는 무슨! 그 새끼들 다 뒈진 거 아니야!?"

    상당히 입이 더러운 놈들이군. 아니. 남이 욕 좀 하는 걸 지적할 정도로 나도 고상한 놈은 아니지만, 우리 애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바른 말 고운 말만 하다 보니 괜히 그렇게 느껴지네.

    아무튼 말투는 더럽고 하는 행동거지는 더 없어 보이는 놈들이었지만, 놈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은근히 중요한 정보가 숨겨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자리를 잡고 한동안 내용을 들어본 결과, 이런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바프라는 이 벽이 뚫린 걸 단순히 몬스터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일은 사람이 꾸민 일이다.

    그리고 그 범인의 정체는 바로, 왕위 찬탈을 노리는 자신의 신하 중 하나다. 몇 년 동안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지금의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지 못한 누군가가 슬슬 욕심이 생긴 거겠지.

    분수를 모르는 욕심이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어야만 품을 수 있는 욕심이기도 했다.

    게다가 범인은 지하 수로와 성이 이어져 있다는 비밀까지 알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지하 수로의 입구 관리를 맡은 귀족 중 하나가 범인일 공산이 크다.

    그러니 직속 부대의 대장을 시켜서 지하 수로에 남은 흔적을 역추적하게 해보자. 분명히 그 흔적은 어딘가의 입구로 이어질 거다.

    이상이 놈들의 대화를 통해 알아낸 정보였다.

    뭔가 상당히 핵심을 짚은 것 같으면서도, 크게 엇나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대로 내버려 두면 엉뚱하게도 정답에 도달해버릴 것 같은 그런 얘기였다.

    틀렸는데 맞았다고 할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바프라 녀석, 전혀 엉뚱한 데서 성안을 장악한 누군가의 존재를 눈치채버렸잖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알아서 바프라도 성 밖에 퍼진 소문을 듣게 되는 거 아니야?

    아니. 어쩌면 벌써 들었을지도 몰라. 다 들었으면서, 직속 부대의 대장이 정보를 물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지도.

    바프라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당장 진실을 알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것보다 더 급한 용무가 생기고 말았다.

    지하 수로에 들어가서 우리가 남긴 흔적을 역추적하고 있는 놈들 말이다.

    대부분의 흔적은 몬스터들에 의해 지워졌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만약 케이로스가 관리하는 수로 입구까지 그 흔적을 쫓아간다면…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뒷산의 폭포로 이어지는 배수구 근처에만 도달해도 위험하다.

    거기에는 쓰레온이 무식하게 뚫어놓은, 그리고 거대 몬스터의 성기로 조잡하게 틀어막혀 있는, 산으로 이어진 구멍이 있으니까.

    나는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지하 수로 안으로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우리 애들이 짐이 된다는 얘기는 결단코 아니지만, 나 혼자 지하 수로를 이동하는 건 다 같이 행동할 때보다 훨씬 더 빠르고 편했다. 뭐니뭐니 해도 전투를 아예 안 해도 되니까 말이야. 그저 그림자 이동으로 슝슝 옮겨 다니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게다가 지하 수로의 구조는 이미 만들어놓은 맵으로 훤히 꿰고 있어서, 바프라 직속 부대 놈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전, 성의 지하에서 수로로 이어지는 구멍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고 하니 상당히 걱정했지만, 역시 흔적을 추적하며 이동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 놈들은 아직 내가 걱정하던 위치까지는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진짜 흔적이 남아 있긴 있는 건지 방향 자체는 확실히 잡고 있어서, 이대로 내버려뒀다면 분명 산으로 이어진 그 구멍의 존재를 들켰겠지만.

    아무튼 그 전에 찾아냈으니 다행이지.

    "끝났군. 그쪽은?"

    "이상 무! 일대의 몬스터는 전부 정리된 것 같습니다!"

    "음. 그러면 계속해서 이동…."

    "하기 전에. 잠깐 나 좀 보자."

    "어떤 녀석…크허으억!?"

    막 몬스터와의 전투를 끝내고 이동하려던 놈들의 눈앞에 나타난 나는, 우선 성역 선포부터 발동했다.

    요즘 월영무사의 레벨도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이 수를 상대로 정공법으로 싸워 이기기에는 아직 조금 무리가 있으니까.

    이 녀석들, 지하 수로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주 떼로 몰려왔네.

    여신의 힘이라고는 기껏해야 디에른 가문에서 만든 미약밖에 못 느껴본 놈들이다. 내가 진짜 여신의 힘을 보여주자, 놈들은 하나같이 다리 사이를 부여잡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나마 아까부터 똥폼 잡고 있던 대장으로 보이는 놈 하나만 간신히 무릎을 땅에 대지 않고 서 있었지만, 그래 봤자 저놈도 내 성자의 손길이 담긴 펀치 한 방이면….

    "크으윽…네, 네놈…이 힘은…?"

    "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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