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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31화 (1,098/1,205)
  • 1131화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 표정으로 생각을 읽은 건지, 아니면 감정 공유로 생각을 읽은 건지, 레이는 아무 말 없는 날 보며 괜히 더 부끄러워했다.

    "닥치고 허리나 움직여?"

    "그, 그런 말은 안 했잖아!?"

    "그럼 움직이지 마?"

    "싫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건…!"

    또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건지 레이는 황급히 수습하려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멈추는 건 싫어?"

    "으응…흐읏…!"

    무슨 말을 해도 내게 말려들 거라고 생각했는지, 레이는 이제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만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내가 불리하면 입 다물어 버리는 여자 상대하는 법도 모를 것 같아? 내 여자 중에는 그 방면의 전문가도 있거든.

    그리고 그 전문가로 말하자면, 지금 바로 저쪽에서 뿔과 꼬리를 내놓은 채 축 늘어져 정신을 잃고 있었다.

    전문가조차 저렇게 됐는데, 따라 하는 수준에 불과한 레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알았어. 여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거지? 하여간 너도…으읍!"

    허리에 조금 더 힘을 줘서 레이의 안쪽을 쿵쿵 두드리는 느낌으로 움직이며 그렇게 말하자, 레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서 내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춰왔다.

    설마 얘가 이런 것까지 할 줄이야. 혹시 아까 우리가 하는 거 보면서 배운 건가? 너도 보면서 하고 싶었어?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딱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나도 레이를 괴롭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솔직하게 쾌감을 인정하게 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다른 의미로 혀를 놀리기로 했다.

    무작정 입술만 문지르는 레이의 입안으로 혀를 뻗어서 레이의 혀를 찾아낸 다음 휘감고 빨아주자, 레이의 하반신이 움찔움찔 떨리며 가볍게 절정을 느끼는 게 느껴졌다.

    혀를 빨아준 것만으로 이렇게 되다니. 아니. 단순히 키스 때문이 아니라, 감정 공유로 증폭된 행복감 때문인가.

    "그렇게 기분 좋아?"

    "기, 기분 조아아…."

    살며시 입을 떼고 미소와 함께 속삭여보자, 그사이에 완전히 정신 방벽이 무너진 건지 레이가 녹아내린 목소리로 솔직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평소보다?"

    "응…평소보다…응…쪽. 조아아…."

    "혹시 생으로 해서?"

    "생…응흐읏…조아아…."

    이렇게 말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고 한 말이었는데, 설마 솔직하게 인정할 줄이야.

    그 솔직한 모습에 나까지 기분이 더 고양돼서, 나는 조금 더 짓궂게 레이를 추궁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하면 여기에 싸게 될 텐데?"

    레이의 하복부를 슬쩍 문지르며 말하자, 레이는 아무 말도 안 하게 됐다.

    역시 아무리 쾌감에 정신이 나갔어도, 이 말을 말로 받아주는 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말만 하지 않았을 뿐, 레이는 행동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줬다. 내 허리를 자신의 두 다리로 꽉 감싸 안고 놔주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그 행동을 감지한 순간, 나도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다.

    "알았어. 그럼 원하는 대로…."

    다시 레이와 입을 맞추면서, 나는 물건 끝을 레이의 안쪽에 꽉 맞추고는 허리를 잘게 떨어서 사정을 서둘렀다.

    "응흐으으으읏!?"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레이의 안쪽을 꽉 채울 정도로 잔뜩 사정한 순간, 레이의 몸도 퍼득퍼득 떨리며 강렬한 절정을 맛보게 됐다.

    서로의 절정을 감정 공유로 공유하는 그 감각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감각이었다.

    키스하며 얽힌 서로의 혀가 그대로 녹아서 붙어 버릴 것만 같은 느낌.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술을 떼고, 우리는 서로의 입 사이를 연결하는 타액의 실을 끊을 생각도 못 한 채로 가만히 마주 봤다.

    "사랑해. 최고였어."

    "응…나도…더 하고 싶어…."

    이제는 솔직하게 조르기까지 하는 레이였지만, 그전에 잠깐 할 일이 있었다.

    "싫어…빨리…."

    "괜찮아. 이것도 엄청 기분 좋을 테니까."

    이번에는 실패할 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당연하게 스킬을 사용하자, 내 눈앞에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사도 인장을 설정하는 창이 떠올랐다.

    레이를 이곳에 데려오고 우리 애들이 받아들여 준 순간 사도 임명 조건은 만족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놀랍지 않았지만, 곧장 레이에게 사도 인장을 새기지는 못했다.

    아니. 인장을 어디에 새겨야 좋을지 고민돼서 말이야.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얘가 딱히 눈에 띄는 성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섹스 시의 특이점이라면 감정 공유로 흥분이 배가 된다는 점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보통 감정이 있다고 여겨지는 가슴. 심장 쪽에 새기는 게 제일이겠지만, 거기는 이미 마틸다가 차지하고 있었다.

    모처럼 다들 다른 곳에 새기고 있고, 저마다 자신의 인장에 애착이 있는 것 같은데, 겹치는 곳에 새기는 건 마틸다한테도 레이한테도 실례잖아?

    그래서 고민하느라 잠시 가만히 있었는데, 레이에게는 그 잠깐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모양이었다.

    내가 하렘 플레이를 즐기는 동안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으며 몸이 달아올랐고, 겨우 이렇게 이어지게 된 거다.

    고작 한 번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아직…할 수 있지? 힘내?"

    얘가 이런 건 어디에서 배운 거야!?

    손을 아래로 뻗어서 내 고환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며 귀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레이의 모습에, 나는 다시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사도 임명이라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억지로 참고 있었을 뿐, 나 역시도 감정 공유에 영향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읏…역시 좋아하는구나…."

    역시? 역시라니? 그게 무슨…아, 설마 얘, 아까 그거 보고 배운 건가!?

    "그래. 사실 감정 공유에 좋은 기억은 없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는 이번에는 내 가슴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혀로 유두를 할짝할짝 핥아줬다.

    그래. 지금 레이가 하는 행동은 전부, 아까 우리 애들이 내게 해줬던, 그중에서도 내가 크게 반응을 보였던 행동들이었다.

    감정 공유를 통해 내 기분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레이는, 우리 애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만 있어도 내가 어딜 어떻게 만져줘야 좋아하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학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애가 저 6명이 이성을 잃고 제대로 보여준 기교를 전부 직접 보게 됐으니…지금의 레이는, 내가 알던 섹스에 어수룩한 그 레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기교만큼은.

    "이런 사용법도, 흐읏, 있다면…나쁘지 않을지도."

    "굳이 이게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잖아? 그야 조금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이렇게나 느낄 수 있으니까."

    애초에 처녀를 대가로 발동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종족 패시브니까.

    이 감정 공유라는 종족 패시브의 본래 목적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두 배로 느끼기 위함이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하응…할짝. 저기…안 할 거야?"

    꽤나 좋은 말을 했다고 속으로 자찬하고 있었는데, 레이는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부러 반응을 안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성욕으로 어떻게든 무마시키려는 것처럼, 유두를 입술로 가볍게 깨물며 다그치는 걸 보니 말이다.

    간접 경험치를 그렇게 듬뿍 먹었는데도, 이런 분위기를 부끄러워하는 성격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 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고 싶어."

    진심으로 이것보다 아까 그게 더 부끄러워? 원래라면 그런 식으로 더 놀리면서 즐겼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성욕에 지고 말았다.

    결국 나는 사도 임명도 뒷전으로 미루고 일단 섹스부터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섹스는 감정 공유를 통해 하면 할수록 더 흥분하는 연쇄작용까지 일어나게 됐다.

    다른 때 같았으면 콘돔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 적절하게 브레이크 역할을 해줬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제동 장치도 없어서, 우리는 그대로….

    생각하니까 또 흥분되는군. 그리고 이 기분은, 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감정 공유가 아니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비벼지고 있는 레이의 두 허벅지가, 손안에서 느껴지는 그 고동 소리가 똑똑히 알려주고 있었다.

    "하긴. 그때 너 그런 짓까지 했으니까, 흥분…아야!"

    레이의 가슴 위에 올려둔 손에 살짝 힘을 주면서 그렇게 말한 순간, 옆구리에 무시무시한 격통이 느껴졌다.

    아, 아차! 회상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잠깐 잊고 있었어!

    "야. 구원. 너 아까 그것도 연기였지!?"

    "아, 아니야! 진짜 지옥을 겪고 왔어! 오빠를 그렇게 못 믿겠어!? 지금 감정 공유도 하는 중이니까 정 못 믿겠으면 얘한테 직접 물어…."

    "아응!?"

    이, 이런! 너무 당황해서 가슴 만지던 중이었다는 것도 깜빡했네! 걸 난 그냥 끌어당기려고 한 것뿐인데!

    "사, 사라야? 이거 진짜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일단 거기에서 손부터 떼고 말해 이 변태야!"

    그렇게 용사의 분노에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바람에, 나와 레이 사이에 흐르던 묘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뭐, 사라가 원래 목적을 잊어버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무슨 말이냐고? 아니. 아까 방에 들어오자마자 사라가 얼굴 새빨개져서는 화내려고 했잖아. 그거 십중팔구 그동안 여기에서 있었던 나와 실비아와 레이의 3P 얘기를 듣고 흥분해서 화내려 했던 걸 테니까.

    "그래서, 어때? 직접 느껴본 이 세계의 감상은."

    아무튼 처음과는 다른 이유로 한바탕 사라한테 혼나고 나서, 나는 분위기를 바꿔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에 와보니 의외로 일이 진전되어 있어서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니게 되기는 했지만, 원래는 사라에게 적응할 시간을 준다는 이유로 예정보다 빨리 왔던 거니까 말이야.

    뭐, 요리스를 만난 이후로 계속 이 방에만 있었으니, 아직 감상을 내뱉기에는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음…얘기로는 들었지만…."

    별 기대 안 하고 던진 질문이었지만, 의외로 사라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약하네. 여기 사람들. 아까 본 그 남자, 이곳에서는 상당한 실력자라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신랄한 말을 하시는 용사님이었다.

    아니. 요리스가 바프라에서 힘 좀 있는 사람인 것도 사실이고, 사라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라 쟨 그걸 또 어떻게 알았대?

    "혹시 아까 화낸 거, 시험해 보려고 그런 거였어?"

    어쩐지. 아무리 그래도 우리한테 협력해주는 사람한테 너무 박하게 구는 것 같기는 했는데. 그런 의도도 숨기고 있었던 거였군.

    "아니. 그 남자 눈빛 진짜 기분 나빴어."

    …그, 그러니. 아니. 사라는 과거가 과거니만큼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기는 하지만.

    "구원은 다른 남자가 나한테 그런 시선을 보내는데 기분 안 나빴어?"

    어, 어라? 사라야? 잠깐만. 갑자기 얘기가 왜 또 그렇게 흘러가니?

    하지만 이 정도 탈압박도 해내지 못할 내가 아니지!

    "당연히 살짝 안 좋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같잖았지. 그 아저씨가 아무리 그런 눈으로 봐봤자 사라 널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아니까. 그리고 뭐, 그렇게 침 흘리면서 볼 정도로 예쁜 여자가 내 여자라는 생각에 기분 좋기도 했고."

    "치, 바보 아니야?"

    봤냐? 요리스의 더러운 시선을 생각해내고 살짝 나빠졌던 사라의 기분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변호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이 말솜씨.

    "그럼 요리스의 실력은 어떻게 파악한 거야?"

    "응? 그냥 보면 대충 알잖아? 구원도 그렇지 않아?"

    아니. 난 애널라이즈가 있으니까 아는 건데. 넌 대체 정체가 뭐니? 아, 용사였구나. 저 사기 직업 같으니라고.

    저 용사라는 사기 직업의 한계를 이해하려 하는 건 애초에 포기했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마 무협지처럼 기 같은 거라도 읽어서 상대방이 고수인지 하수인지 파악한 거겠지.

    "설마 한 세력의 간부라는 사람이 저 정도밖에 안 될 줄은 몰랐어."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여기 사람들 의외로 별로 강하지 않다고. 벌써부터 괜히 왔다는 생각 들지?"

    "전혀 안 들거든 바보야. 그리고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맨날 괜찮은 척 무리하면서."

    "아니. 내가 또 언제 그렇게 무리를 했다고 그래?"

    "4계층에서."

    야. 치사하게 그 얘기를 꺼내냐?

    "아니. 그때는 특수 상황…."

    "그때 아니더라도 내가 보기엔 맨날 무리하거든? 실비아,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죠?"

    야. 옆에서 가만히 있는 실비아까지 끌어들이지 마라.

    안 그래도 조금 전까지 실비아 테라피로 날 위로해주느라 진이 다 빠졌을 텐데, 왜 괜한 애를 건드려?

    자, 실비아. 눈치 볼 거 없어. 사라한테 똑바로 말해 줘. 내가 무리는 무슨 무리를 했다는 건지.

    "아, 아닙니다! 고생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시, 실비아야? 대답이 내가 예상했던 거랑 조금 다르네? 그렇게 말하면 마치 내가 무리했던 것처럼 들리지 않니?

    그야 여기서도 혼자 돌아다닌 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 네가 레이랑 둘이서…응. 생각해 보니까 많이 고생하기는 했구나.

    하,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은신을 나 혼자만 쓸 수 있으니, 은밀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잖아?

    "역시. 오길 잘했어."

    "설마 이제부터는 계속 따라다니려고?"

    "그럼 혼자 행동할 생각이었어!? 하아…실비아. 진짜 고생 많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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