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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30화 (1,097/1,205)

1130화

나는 시치미 떼는 레이의 왼쪽 가슴 위에 은근슬쩍 한 손을 올려놨다.

말해두지만, 딱히 감촉을 즐기려고 이러는 게 아니다. 그냥 심장 박동을 확인하려는 것뿐이다.

물론 감촉이 끝내주기는 했지만.

"그때 생각나서 또 흥분돼?"

그때. 마틸다와 레이아가 힘이 다한 후, 디아나와 사라, 바넷사와 레이첼 누님까지 상대한 후.

눈앞에 성녀 샌드위치와 용사 대마법사 샌드위치가 나란히 늘어져 있는 걸 내려다보면서도, 내 고양된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으려 하지 않았다.

바넷사는 뿔과 꼬리까지 드러낸 채로 내 다리 뒤에 기대어 축 늘어져 있었고, 내 물건을 빨고 있는 레이첼 누님 역시 정신이 온전치는 않아 보였다.

아무리 하렘 플레이에 감정이 고양됐어도, 이쯤 했으면 진정될 만도 한데. 계속 이렇게 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건, 한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이 감정의 원인을 바라봤다. 저쪽 바닥에 누워서 쾌락에 바들바들 떨며 분수를 뿜고 있는 레이를.

대체 어느 시점부터 감정 공유를 발동한 걸까?

나한테도 분명 레이의 감정이 전달됐을 텐데,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하렘 플레이에 푹 빠져 있었던 모양이다.

눈치챘으면 나도 멈췄…아니. 솔직히 말해서 멈췄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조치를 취했을 거다. 그 정도로 레이의 상태는 위험했다.

내가 하렘 플레이를 하면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맛보려고 하다니. 자살 행위에도 정도가 있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직 죽은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브릿지 자세를 하는 것처럼 하반신만 위로 들고 간헐적으로 애액을 내뿜는 레이의 음부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야. 레이. 괜찮아?"

당연한 얘기지만, 레이는 대답할 상황이 아니었다.

지독한 쾌감의 연속으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완전히 쾌락에 넘어갔는지, 감정이 공유되는 나까지 이성을 잃고 그 몸을 탐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그 음부에 내 물건을 밀어 넣었다.

말은 그럴싸하게 해놓고 결국 삽입하는 거냐고 태클 걸지 마라. 만약을 대비해서 힐링 섹스를 발동한 것뿐이니까. 아니. 진짜로.

"크윽…."

물론 아무리 그런 의도로 삽입했어도 레이의 안이 기분 좋은 건 변함이 없어서, 살짝 이성을 잃을뻔하기는 했지만.

"야. 레이. 정신 차려. 야."

"흐으읏…! 하앗, 넌…구, 구원…?"

그 뺨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깨우자, 정신을 잃고 있던 레이가 겨우 눈을 떴다.

하지만 말 그대로 눈만 떴을 뿐 정신이 온전히 돌아온 건 아닌지, 레이는 상황 파악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난…흐으응! 하읏!"

일단 몸을 일으킬 생각이었는지 상체를 들어 올린 레이였지만, 지나친 쾌감으로 기절까지 했던 애가 그렇게 쉽게 몸을 가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나랑 이어져 있기까지 했으니까 더더욱.

레이는 자신의 하복부 아래로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을 겨우 눈치챈 듯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렸다.

"하, 하는 거야…?"

…너야말로 유혹하는 거야? 왜 그렇게 기대감에 찬 눈으로 바라보냐?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야. 감정 공유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얘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저런 눈을 할 정도로 쾌감에 무너져내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아직."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레이는 대놓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 안타까움은 단순히 쾌감을 얻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아니었다. 성적인 고양감과 더불어서 나한테까지 살짝 전달된 이 감정은….

"이상한 생각하지 마라."

"무, 무슨 생각? 난 별로…."

"시치미 떼지 마. 지금 너랑 나랑 감정 공유되고 있는 건 알지? 네가 발동했으니까."

"…하지만."

내 말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레이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래. 레이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다. ‘역시 난 저 사람들하고 다르구나.’라고.

차별 대우하는 게 아니라, 자기 몸 걱정해 줘서 이러는 건지도 모르고.

"내가 진짜 너랑 안 하고 싶을 것 같아? 너도 내 감정이 느껴지니까 알잖아? 진짜로 아까랑 지금이랑, 그렇게 다른 것 같아?"

"그, 그런 거…."

"모른다고 하지 마. 그게 궁금해서 감정 공유를 켠 거잖아?"

아직 감정 공유를 자유자재로 켰다 껐다 할 수 없는 레이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랄 때만 그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있다.

즉, 조금 전에 내가 하렘 플레이를 즐기는 동안, 레이는 간절하게 내 마음을 알고 싶다고 바란 거다.

그 상황에서 그렇게 간절하게 알고 싶었던 내 마음이라고 하면, 결국 하나밖에 없잖아?

분명 자기랑 할 때랑 비교해 보고 싶었던 거겠지. 며칠 동안 위에서 같이 지내면서, 내가 우리 애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절실히 느꼈을 테니까.

"그래서 어땠어? 그렇게 달랐어?"

솔직히 말해서, 나도 다른 애들을 대할 때랑 레이를 대할 때의 감정이 완전히 똑같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러기에는 우리 애들이랑 쌓아온 시간이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레이를 내 여자로 받아들이기로 한 이후로, 난 많이 노력했다. 단순히 레이가 날 좋아하게 되는 것에만 노력을 기울인 게 아니다. 나 역시도 레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레이가 부족한 상식 때문에 푼수 짓을 해도 예뻐 보일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당당하게 물어본 거다.

분명 레이도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느꼈을….

"응…달랐어."

어, 어라? 잠깐만. 내가 기대한 대답은 이런 게 아닌데?

"다, 달랐다고?"

"응…. 아까 넌…."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는 조금 분한 것 같은, 그러면서도 동시에 몸이 달아오른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표정을 보고 나서야, 나는 레이가 뭘 말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아니! 흥분이야 당연히 아까가 훨씬 더 컸겠지! 나도 하렘 플레이 같은 건 처음 해본 거라고! 평소보다 훨씬 흥분하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너도 알잖아! 애초에 네가 알아보고 싶은 것도 그거였으니까! 사랑하는 감정! 그게 그렇게나 크게 다르게 느껴졌냐고 묻는 거야!"

"그, 그건…."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봐. 내가 널 좋아한다는 게 거짓말 같아?"

나는 레이와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아니. 거기에 더해서 그 손을 내 가슴 위에 얹어주고, 그렇게 외쳤다.

"모,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내 짙은 감정 호소에도, 레이는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인정하려 들지 않는 건 줄 알았다.

"뭐? 야! 이걸 왜 몰라?"

"하지만! 이 감정이 네 건지 내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내가 답답해서 외친 말에, 답답한 건 자기도 마찬가지라는 듯 레이 역시도 똑같이 소리 질렀다.

…아니. 확실히 감정 공유되는 중에는 이 감정이 내 감정인지 네 감정인지 알기 힘들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렇게 말한다는 건….

"야. 너 지금…."

"아으으읏! 마, 말하지 마!"

레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다는 듯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지만, 말하지 말란다고 말 안 할 내가 아니었다.

"엄청 뜨겁게 사랑 고백한 거 아냐?"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말한 거야!?"

"나 혼자 부끄럽기 싫어서."

뭐, 감정 공유 중에 이런 말을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변명….

"최, 최악이야!"

이었는데. 이게 또 통하네.

내가 단호한 말투에 넘어간 건지, 레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쩜 사람이 이럴 수 있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훗.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죄책감을 느낄 거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약해. 그동안 우리 애들한테 단련된 나한테는 너무 약하다고. 조금 더 연습하고 와라.

"그리고 넌 그런 최악의 남자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거고.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이렇게 다시 들으니까 이거 참…."

"말하지…으응흣!? 왜, 왜 그쪽까지 반응해…!?"

"그럼 좋아하는 사람이 열렬하게 고백하는데 반응 안 하고 버티겠냐. 마침 잘됐네. 넌 아직 내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는 모양이니까. 이 기회에 똑똑히 보여줄게. 사도 임명까지 하면 너도 내 말을 믿겠지. 사도 임명이 뭔지는 너도 전에 같이 들어서 알지?"

"사, 사랑의 징표 같은 거…."

"그래. 잘 아네. 그리고 그 사도 임명을 하려면 일단 여기에 싸는 게 필요해서 말이야."

레이의 아랫배를 손끝으로 콕콕 두드리면서 말하자, 레이가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을 더욱 붉히며 중얼거렸다.

"뿌, 뿌리는 걸로 스킬이 발동하는 거야? 성자는 다 그래?"

보통 이렇게 하복부를 두드리면, 뿌린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이 먼저 들지 않니?

여전히 어딘지 나사가 하나 빠져 있다니까. 뭐, 그런 점도 귀엽기는 하지만.

"아니. 그럴 리가."

"그, 그렇지?"

"밖에 뿌리는 게 아니라 안에 싼다는 뜻이야."

"…응? 아, 아앗! 나, 나도 알아!"

알긴 뭘 알아 이것아. 지금도 내가 말한 순간 바로 깨닫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주제에.

"아무튼 그런 거니까, 너도 슬슬 섹스해도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는 진정됐지?"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봐도 레이의 몸은 그다지 진정된 것 같지 않기는 했다.

유두는 여전히 빳빳하게 서서 숨 쉴 때마다 내 가슴에 슬쩍슬쩍 비벼지고 있었고, 음부는 아직도 내 물건을 꾸욱꾸욱 사정없이 조이면서 간헐적으로 애액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바꿔말하면, 대화하는 내내 나는 그런 레이의 몸이 주는 자극을 계속 견디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레이의 몸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내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와 감정을 공유하는 레이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다.

"응흐읏!? 하읏!?"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자, 지금 내가 느끼는 쾌감을 레이가 대신 대변해주는 것처럼 그 입에서 달콤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역시 생으로 하니까 더 기분 좋네."

다른 애들하고는 이게 기본이지만, 레이랑은 쭉 콘돔을 낀 채 해왔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생으로 레이의 안쪽 감각을 맛보니 새삼 신선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마, 말하지…으응…괜히 의식하게…아응…."

"의식하라고 한 말이야. 콘돔 끼고 할 때랑은 느낌이 전혀 다르지?"

그냥 쾌감에 절어 있던 레이도 내 말을 듣고 새삼 의식하게 됐는지, 내 물건의 감촉을 재확인하는 것처럼 음부 안쪽을 움찔움찔 조였다.

"…그, 그런 표정 짓지 마."

자기도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는지, 그리고 자기가 한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는지, 레이는 곧장 내 표정을 살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떤 표정?"

하지만 난 딱히 이상한 표정 안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오히려 이상한 표정이라면 지금 네가 더….

"시,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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