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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124화 (1,091/1,205)
  • 1124화

    그사이에 산정상에서 돌아온 사라가, 내 복잡한 표정을 보고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걸 사라한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 봤자 뾰족이 좋은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차피 디아나나 레이아, 마틸다도 둘 사이의 일은 사라와 마틸다 둘에게 맡기자고 했으니,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말하는 수밖에.

    "미리엘이 사라 너한테. 언니한테 잘 부탁한다고."

    "…그래."

    지금까지 쭉 자신과 미리엘이 이복자매라는 걸 알면서도 먼저 밝히려 하지 않은 사라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면 분명 뭔가 리액션을 보일 거라 생각했지만, 사라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심했다. 마치….

    "혹시 일부러 알려준 거야?"

    "…그냥 혼자 알고 속 썩이는 게 조금 바보 같아져서."

    마음속에 든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 보자, 사라는 딱히 숨길 일도 아니라는 듯 순순히 인정했다.

    역시 그런 거였나. 생각해 보면 사라야말로 그 마나 화살을 쏘아 올린 장본인이다. 그런 걸 쏴 버리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그 기운을 느낄 거라고, 사라가 알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 없이 쐈다는 건, 역시 그런 거겠지.

    "딱히 동생이라고 생각 안 하는 거 아니었어?"

    그래서 사라가 쭉 입 다물고 있는 거라고, 지금까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응. 얼굴도 본 적 없는 아빠가 다른 데서 만든 딸이니까. 쭉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우리 핏줄이 언급되니까…."

    무시하고 싶어도 의식하게 됐다는 얘기인가. 그리고 계속 그렇게 혼자 은근히 의식하고 있던 것이, 오늘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렸다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리엘이 계속 나한테 끼 부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까 울컥해서? 아니면 내가 미리엘을 그런 식으로 조교 했다는 걸 알아 버려서?

    어느 쪽이든 내가 관련된 건 틀림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행동도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래. 욱해서 그렇게 저질렀다는 거지? 나중에 직접 얼굴 볼 때 볼만하겠네. 둘이 어색하게 ‘안녕 언니.’ ‘안녕 동생’하면서…끄아악! 타임! 타임!"

    이런 식으로 평소처럼 장난을 쳐주며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리엘에게 괜한 정보까지 주고 말았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사라도 바보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사람 속내를 읽는 건 나 같은 놈보다 훨씬 더 날카롭다. 본인은 홧김에 저질러 버렸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이런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미리엘이 사고 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거겠지.

    하긴. 미리엘이 오늘 내게 보여준 행동. 쓰레온과의 대결에서 실질적인 패배 후에도 분해하거나 용사의 힘을 탐내지도 않고, 앨리시아와 사이 좋게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조차 하지 않은 건,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행동이기는 했어. 그러니까 나도 미리엘을 믿어보기로 하자.

    복잡했던 머릿속을 그런 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장난기 듬뿍 담아 사라를 놀리는 것에 집중했다.

    물론 돌아온 건 용사님의 필살 옆구리 꼬집고 비틀기였지만.

    "시, 시끄러워!"

    "사라 너 솔직히 말해서 벌써부터 걱정되지? 속으로 그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어쩌지? 다음에 어떤 얼굴로 만나지? 평소처럼 쿨한 척 컨셉 잡고…끄어어어…."

    "지, 지금 컨셉이라고 했어!?"

    "그, 그러면 사라 씨는 진심으로 본인이 쿨하다고 생각하신…끄아아악!"

    야. 치사하게 말로 못 이길 것 같으니까 몸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내가 틀린 말 했어!? 너한테 쿨한 거라곤 그 시원스럽게 생긴 마스크밖에 없잖아! 성격은 전혀 쿨하지 못하면서!

    "야! 옆구리 살! 떨어져! 떨어진다니까!? 그렇게 잡고 비트는 건 내 물건만으로 해둬!"

    "그! 그런 기술이…! 아, 아무것도 아닐세!"

    장난하면서 사라를 더 도발할 생각이었는데, 내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사라가 아니라 디아나였다.

    얘가 웬일이래? 이런 거에 관심을 다 가지고. 물론 나로서도 우리 대마법사님이 이런 거에 더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기 그지없지만 말이야. 혹시 어제 다른 애들의 기교를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자극받은 건가?

    디아나도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반응한 건지 바로 아닌 척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몰랐어? 일명 스크류 핸드잡이라는 기술로 두 손으로 잡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면서 하면 효과가 배가…그갸아아악!"

    "그리고 이건 스크류 꼬집기라는 기술이에요. 이렇게 두 손으로 잡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면 효과가 배가 되죠."

    그, 그건 기술도 뭣도 아니야…. 무서운 미소 지으면서 사람 옆구리를 비틀지 마….

    아무튼 그런 식으로 우리 애들과 실없는 장난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미리엘에게 품었던 미약한 불안감을 가슴 한구석에 억누를 수 있었다.

    "구원 씨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진짜 죽을 것 같아. 살려줘."

    천사님이 발동한 치유의 손길로 옆구리를 살살 어루만져지면서, 나는 있는 힘껏 엄살을 부렸다. 옆구리의 고통은 진작에 사라졌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어머. 큰일이네요. 아픈 거 아픈 거 전부 날아가라."

    물론 내가 비밀로 해봤자 천사님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내가 그냥 어리광부리고 있다는 걸 아시는지, 천사님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내 옆구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셨다.

    "레이아는 응석을 너무 받아줘요."

    "넌 너무 안 받아주는 거 아니냐?"

    "흥!"

    내 대꾸에 고개를 홱 돌려 버린 사라였지만, 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 사라가 이렇게 레이아를 가만히 놔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응석을 받아주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 내 머릿속에 또 한 가지 나쁜 생각이 지나갔다. 어라? 이거 어쩌면 오늘도 가능한 거 아니야?

    "레이아. 아무래도 이대로는 괜찮아지지 않을 것 같아. 어디 큰 욕조 같은 곳에 몸이라도 담그면서 상처를 치료해야겠어."

    "어머. 그러시겠어요? 그러면…."

    "야 구원! 너 자꾸 기어오를래!? 레이아도 너무 응석받아주지 마세요!"

    쳇. 안 되나.

    "하지만 사라 씨. 이 모습을 보세요."

    "으윽…용사에게 있는 힘껏 비틀린 옆구리가…."

    내가 혼신의 연기를 다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자, 사라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 지금 표정 조금 섹시…아, 아니야. 난 지금 아파. 아프다. 아프다.

    "…레이아의 차례를 이틀이나 미루게 하면 미안하잖아. 구원도 오랜만에 레이아랑 둘이서 있지?"

    "네? 제 차례인가요?"

    "아, 그런가. 알았어."

    레이아는 오늘이 자기 차례라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나는 사라의 말에 바로 수긍했다.

    당연히 레이아 차례지. 그러면 어제 그 하렘 플레이로 자기 차례를 넘어갈 생각이었어? 하여간 천사님은 너무 착해서 손해 보는 성격이라니까.

    원래는 사라보다 내가 먼저 말해 줬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느라 레이아 생각을 못 했어. 아니. 평소에는 나도 이렇지 않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어제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해. 레이아. 오늘은 둘이서 보내자."

    "네, 네에…."

    내가 레이아의 허리를 껴안고 귓가에 속삭이자, 레이아도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기분이다. 다만 이런 우리를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으니.

    "저, 저 변태가 진짜…."

    주먹까지 바들바들 떨면서 분노하는 용사님이었다.

    사, 사라야? 왜 그래? 네가 먼저 말 꺼내서 이렇게 된 거잖아? 혹시 내가 순식간에 아픈 척을 그만둔 게 고까워서 그러니? 에이. 아픈 척은 장난이었잖아. 많이 화난 거 아니지?

    아무튼 그렇게 이틀 연속 하렘 플레이를 하는 건 포기하고, 나는 얌전히 우리 애들이 씻고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미 밤이 늦은 시간이었으니, 굳이 위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에도 우리 전원이 묵을 방은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다시 말해서, 지금 우리 애들은 반지 너머로 소리만 들었던 그 구미호 마을의 명물인 천연 온천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하렘 플레이를 포기한 게 살짝 아쉬워지기는 했지만,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 봤자 소용없지. 지금은 앞으로의 일이나 신경 쓰기로 하자.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벗어 인벤토리에 넣고, 대신 팔찌를 하나 꺼내 손목에 착용했다.

    "구원 씨. 오래 기다리셨…구, 구원 씨?"

    "누, 누나아…나, 나 여기가 이상해…."

    그리고 레이아가 돌아오자마자, 빳빳하게 선 물건을 손으로 가리키며 우는 척을 했다.

    뭐 하는 거냐고? 뭐긴 뭐야. 어제 레이아가 그렇게 날 위해 희생해 줬으니, 오늘은 내가 레이아를 위해 힘 좀 써보려는 거지.

    "……!"

    그리고 내 깜짝 이벤트는 레이아의 심장을 그대로 강타했는지, 레이아는 두 손을 입으로 가져다 대고는 입을 뻐끔뻐끔거리면서 소리가 되지 않는 비명을 질렀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 몸을 감싸고 있던 목욕 타월마저 풀려서는 아래로 스르르 흘러내려 버리고 말았다.

    역시 천사님이야. 몸을 감고 있는 목욕 타월 따위, 조금만 세게 숨 들이켜면 바로 풀려 버리는구나.

    "으윽! 누나 몸을 보니까 갑자기 더…이거…병이야?"

    "아, 아으! 이, 이건."

    그제야 자기가 알몸이 됐다는 걸 깨달은 천사님은 팔을 정처 없이 움직이셨다. 마치 자기 몸을 팔로 가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하지만 그 움직임은 천사님의 가슴을 더욱 강조하게 됐을 뿐이고, 그 모습에 내 물건은 다시 한번 크게 움찔하며 반응을 보였다.

    "우으…."

    "아, 안심하세요. 병 같은 게 아니에요. 하아…누, 누나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저어언부 설명해 드릴 테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 레이아가 드디어 결심했다는 듯 자신의 알몸을 당당하게 드러내고는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숨이 조금 거치신 것 같은데, 침착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걸까? 아니면….

    "병은 아닌 거야?"

    "네. 그럼요. 이건 오히려 구원 씨가 멋진 남성이 됐다는 증거인 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레이아는 지금 내 머리를 자기 가슴으로 끌어안고 있다. 당연히 빳빳하게 선 내 물건은 레이아의 부드러운 허벅지에 비벼지고 있었다.

    가끔씩 움찔거리는 게 느껴질 텐데도, 레이아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그렇게 대답해 줬다.

    "멋진 남자? 하지만…옛날에 본 아빠건 이렇게 생기지 않았는걸. 나처럼 앞쪽이 껍질에…."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에 한번 디아나가 팔찌를 개량해 준 덕분에 팔찌로 변할 수 있는 연령의 폭이 더 넓어졌다.

    그래서 난 지금, 물건이 자연 포경 되기 전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물건의 크기는 웬만한 성인 남성 저리 가라 할 정도였고, 진성포경 상태의 거대한 물건은 나조차도 묘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거,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가 이렇게 훌륭하게 됐다는 건, 앞쪽도 자연스럽게 벗겨질 거에요."

    "하지만…스스로 해봐도 아프기만 할 뿐이었는걸."

    "네? 그런가요? 누, 누나가 조금 봐도 될까요?"

    "응…."

    아무리 레이아가 애들 돌보기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런 경험까지 있을 리가 없다.

    내 기죽은 목소리에 레이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날 안심시켜주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는 않았다.

    "조, 조금 만질게요."

    무릎을 꿇고 내 물건을 눈앞에 두게 된 레이아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정말이네요."

    혹시나 아플 걸 대비해서인지 치유의 손길까지 발동한 채로 부드럽게 내 물건을 잡고 아래로 쓸어내려서 껍질을 벗겨보려 한 레이아였지만, 아직 한 번도 벗겨지지 않은 껍질이 그렇게 쉽게 벗겨질 리가 없었다.

    "우으…역시 병인거야?"

    "그럴 리가요. 안심해주세요. 누나가…."

    "누나가 해결해주는 거야?"

    "……!"

    그렁그렁한 눈으로 레이아를 내려다보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껴안아 주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과 함께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네, 네에…누나가. 누나한테 저언부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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