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119화 (1,086/1,205)

1119화

너무 그렇게 질투하지 말라고.

그런 의미를 담아서 왼손을 그 엉덩이 위로 옮기니, 사라의 엉덩이가 바르르 떨리며 그 음부 틈에서 아까 다 뿜어내지 못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나저나 역시 사라의 엉덩이는 레이아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군.

둘 다 훌륭하지만, 레이아는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사라는 탄력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용사와 성녀의, 이런 극상의 엉덩이를 일렬로 늘어놓고 비교하며 만질 수 있다니.

지금 이 상황을 새삼 재인식한 것만으로도 물건이 더욱 팽창하는 느낌이었다.

"아응…흐읏!"

그리고 그에 맞춰서, 레이아의 움직임에서 점점 여유가 사라지고 있었다.

"왜 그래? 레이아?"

"저, 구, 구원 씨…그, 그게에…응흣…."

부끄럽지만 이제 더 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런 느낌으로 레이아는 내게 애원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벌써 한계야?"

"네, 네헤에…."

"안 되잖아. 난 아직 멀었는데."

하지만 난 먼저 느껴도 되겠냐는 레이아의 애원을 그냥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뒤에 밀려있는 사람도 많은데, 레이아가 먼저 느껴버리면 또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지 않겠어?

"하, 하지만 저…."

"하지만?"

"죄, 죄송…응…흐읏…응…응흐으읏!?"

끝내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하고, 레이아는 아랫입술을 잘근 물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먼저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마틸다를 위에서 짓누를 순 없다는 듯 간신히 팔에 힘을 줘서 쓰러지지 않고는 있었지만, 이래서는 당분간 움직이지는 못하겠군.

"하아…뒤에 밀린 사람도 많은데. 제일 먼저 제안한 레이아가 이래서야…."

아까의 짓궂은 장난의 연장선 같은 느낌으로 또다시 짓궂은 말을 내뱉자, 레이아가 고개를 돌려서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으윽. 장난이 조금 심했나. 천사님이 그런 눈으로 보시면 죄책감이….

"하응…우, 움직…여도…."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천사님의 입에서 달뜬 한숨과 함께 흘러나온 건 매도의 말이 아니었다.

"응?"

"제, 제 안쪽은 지금…그게…으응…제일 상태가…흐읏…그러니까 구원 씨가…움직이시면…."

"……."

한숨이 너무 많이 섞여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천사님은 지금 확실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절정 중인 지금이 제 음부가 구원 씨 물건을 제일 꽉꽉 물 때니까, 거리낌 없이 사용해주세요. 이대로 구원 씨가 움직이시면 금방 구원 씨도 사정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천사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노골적인 대사를 이해한 순간, 내 머릿속에서 뚝 하고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응!? 흐읏!? 하읏!? 흐으윽!?"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며 천사님의 안에 사정하고 있었다.

천사님은 천사님대로 마틸다를 짓누르지 않겠다는 아까의 노력도 허망하게, 완전히 팔에 힘이 풀려서는 상체가 무너져 마틸다의 가슴에 자신의 가슴을 꽉 밀착시킨 채 엉덩이만 위로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허억…허억…."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건을 뽑으니, 천사님의 음부에서 애액이 물총처럼 쏟아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몇 차례 물총을 쏘아낸 후, 완전히 힘이 풀렸는지 위로 들려있던 엉덩이마저 아래로 내려가자, 두 성녀의 음부가 완전히 맞닿으면서 내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장관이 연출됐다.

하지만 난 거기에 신경 쓰고 있을 새가 없었다.

아직 사정이 끝나지 않은 내 물건이 천사님의 예쁜 등 위로 정액을 토해내자, 그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레이아와 마틸다의 머리맡에서 레이첼 누님이 다가와 다시 내 물건을 입으로 물었기 때문이다.

"으윽…."

사정이 채 끝나지도 않은 물건에는 자극이 강한 청소 펠라였지만, 제대로 불이 붙은 내게는 딱 좋은 자극이었다.

성녀 둘이 녹다운됐지만, 아직도 남은 사람은 많다. 남아있는 멤버들의 면면을 쭉 훑어보면서, 나는 진하게 미소 지었다.

어젯밤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최고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뉴턴 아저씨가 그랬지.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이라고. 그 말이 딱 들어맞아서, 난 지금 어젯밤과 사뭇 다른 무척이나 어색한 공간에 내던져져 있었다.

"……."

"얘, 얘들아? 지금은 즐거운 대책 회의 시간이야. 다들 뭔가 할 말 없어? 아, 알았다. 텔레파시로 알아주길 바라는 거구나? 에이. 우리가 아무리 상사상애에 이심전심하는 사이라도, 너희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발한 대책까지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머리가 좋지 않아. 알잖아?"

"……."

그래.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식사하고, 대책 회의를 위해 다시 모인 지금까지. 날 제외한 누구도 입 한 번 뻥긋하지 않았다.

얘들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다 같이 짜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아, 알았어. 그렇게 내 사랑을 시험해 보고 싶다 이거지? 간다! 텔레파시! 이얍! 으그그그극!"

"……."

두 손끝을 머리에 가져다 대고 인상까지 찌푸리며 광대 노릇을 해봤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건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제, 젠장. 처음 해보는 하렘 플레이라고 신나서 너무 들뜬 게 화근이었나.

평소라면 내 마음의 오아시스 천사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마저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저기 마틸다랑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닥에 시선을 주고 괜히 꼬리만 만지작거리고 계시거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럴만해. 그런 플레이를 제일 하면 안 되는 성녀님 둘을 겹쳐놓고 한 거니까. 레이아랑 마틸다가 말이 없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는…아….

레이아와 마틸다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사람을 쳐다보자, 나랑 눈이 마주치는 족족 다들 눈을 피해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어젯밤에 내가 한 짓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응. 그래. 생각해 보니까 사라랑 디아나도 좀…. 그래도 바넷사 넌! 아니. 그러고 보니까 쟤도 디아나랑 할 때…게다가 결국 그런 짓까지 시켰잖아. 하지만 레이는! 그, 그러고 보니 쟤도….

제, 젠장. 생각해 보니까 다들 이럴만하잖아. 제기랄. 왜 하필 이럴 때 레이첼 누님은 출근을 하셔서! 적어도 레이첼 누님이라도 계셨으면! …누님도 같이 어색하게 있었겠구나.

돌이켜 생각하면 생각해 볼수록, 얘들이 이러는 게 확실히 이해가 됐다.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 그래! 밀어서 안 되면 당겨보자!

"너희 왜 그렇게 어색해? 어젯밤에 다 같이 친목을 도모했으니까 조금 더 친근하게…."

"죽어."

"죽…!?"

차라리 평소처럼 등짝 스매시라도 날리지.

차갑고 날카롭게 내리꽂힌 사라의 한 마디가 등짝 스매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데미지를 선사해 줘서, 나는 힘없이 무릎 꿇고 말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고개만 살짝 들어서 힐끔힐끔 사라의 눈치를 봤지만.

"……."

사라의 입은 다시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고 있으면 ‘안 어울리니까 징그럽게 귀여운 척하지 마.’ 같은 말을 곁들이면서도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게 일반적인 사라의 반응인데.

역시 이번만큼은 그렇게 쉽게 넘어가 주지 않겠다는 건가.

"진짜 미안하다니까. 어젯밤에는 너무 좋아서 이성을 잃었어. 아니.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 정도면 잘 참은 거 아니야? 저기 가서 거울 한 번 봐봐. 너희 생긴 것 좀 보라고. 너희같이 예쁜 여자들이 다 벗고 한꺼번에 달려드는데 어떤 남자가 그걸 참아!?"

"…구원 님."

벌떡 일어난 내가 이번에는 역정을 토해내며 말하자, 보다 못했는지 문을 지키고 있던 바넷사가 입을 열었다.

"왜!? 내 말이 틀려!?"

"화내는 척하면서 칭찬으로 무마하려는 생각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서 보기 괴롭습니다."

"쿠헉…."

드, 들켰니? 너 예리하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사나이 구원이 아니지.

"칭찬!? 무슨 칭찬!?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아님 뭐야? 넌 네가 안 예쁘다고 주장할 생각이야? 그 얼굴에? 그 몸매에? 그렇게 완벽하면서? 하! 억지주장도 할 거면 조금은 그럴듯하게 해야…."

"…크윽."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바넷사를 타겟으로 삼아서 노도의 칭찬 공세를 퍼붓자, 보기 괴롭다던 아까의 말과 달리 바넷사의 입꼬리가 꿈틀꿈틀 움직이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하게."

그리고 그런 집사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건, 역시 주인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네들도 그만 입을 열게. 저자의 말이 맞네. 한시가 바쁜 이때에 언제까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오, 오오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역시 대마법사님이야! 어제 그런 짓이나 그런 짓을, 심지어는 그런 짓까지 겪고도 이렇게나 빨리 멘탈을 회복하다니! 역시 3000년 가까이 먹은 나이는 헛것으로 먹은 게 아니었어!

"자, 자네는 이 몸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아,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었구나. 죄송합니다.

혹여나 디아나의 마음이 다시 꺾일까, 나는 재빨리 눈을 내리깔았다.

아무튼 그렇게 드디어 다시 재개된 대책 회의는, 디아나의 주도로 다른 애들까지 점차 입을 열게 되어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직 어색한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지.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밖에.

어쨌든 다시 대책 얘기로 돌아가자면, 사실 오늘 정해야 할 얘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작전의 기본적인 골자는 어제 다 얘기가 끝났고, 이제 필요한 건 미리엘에게 건네줄 보급품을 정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건 준비 역시도 간단했다.

"원래는 자네의 도움이 되기 위해 준비한 것이네만…."

내가 7계층에서 활약하는 동안 다들 놀고 있는 게 아니었고, 특히 디아나의 경우는 날 위한 물품 제작이나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하고 있었으니까.

원래는 이번에 내가 다시 7계층으로 돌아갈 때 가지고 갈 물건들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엘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플리투스의 장악은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히 바프라와 플리투스가 인접한 전장 부근은 내가 바프라를 장악하는 것보다 빠르게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즉, 미리엘도 그만큼 빨리 보내는 게 좋다는 얘기고, 미리엘을 위한 물품을 추가로 만들 여유도 없다는 얘기다.

"미리엘을 보내는 게 결국 우리 계획을 위한 거니까, 내 도움이 되는 건 변함이 없어."

아쉬워하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고, 나는 넓은 탁자 위에 늘어놓은 물품들을 하나하나 분류해나갔다.

그리고 미리엘에게 건네줄 물건까지 준비됐으면 마지막으로 남은 건.

"미리엘이랑 같이 보낼 사람 말인데."

그래. 마지막 남은 건 바로 이거였다.

어차피 아라크네 클랜에 인재는 넘쳐나고, 감시역이 필요한 것이라면 앨리시아가 있으니까 딱히 사람을 더 붙일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미리엘의 계획은 플리투스의 정통 후계자로 인정받아 단숨에 세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리리안 플리투스의 검까지 있으니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춘 계획이지만, 그 계획에는 바로 큰 약점이 있었다. 바로 진짜 용사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이 계획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용사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동행하는 건 필수 불가결이다.

물론 여기에서 용사의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사라밖에 없지만….

"…내가 갈까?"

사라와 눈이 마주치니,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애초에 사라를 같이 보낼 거면, 미리엘을 보낼 게 아니라 그냥 리리안 플리투스의 검만 빌려 와서 사라를 보냈겠지. 사라도 리리안 플리투스의 손녀인 건 마찬가지니까.

여전히 언제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미리엘을 보내서 플리투스를 장악하게 하는 것보다, 그냥 아예 사라가 정통 후계자로 인정받고 플리투스를 장악하게 하는 게 훨씬 든든하다.

물론 미리엘이 그 검을 빌려줄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사라를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그 여정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미리엘은 보내는 주제에 무슨 말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한테는 사라가 훨씬 더 소중하다고. 비정하다고,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어.

그런 위험한 여정에 사라를 보낼 수는 없어.

"아니. 레온을 보낼 생각이야."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레온을 미리엘과 같이 보내면, 이번에는 바프라를 공략하는 내 쪽에 용사의 힘이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구원 씨. 그래서는…."

"그래. 그럼."

"사, 사라 씨!?"

다들 그 사실을 바로 깨달았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말리려고 했지만, 의외로 사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뭐, 뭐지? 사라가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아는 사라는 이럴 때 제일 심하게 반대할 성격인데? 아니. 물론 반대하지 않아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쟤 혹시 어젯밤 일 때문에 아직도 화났나? 하지만 아무리 화났어도….

내가 그렇게 혼자 속으로 충격 받고 있자니, 사라가 내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괜찮아요. 어차피 이 바보한테는 제가 붙어갈 테니까."

그리고 다시 레이아를 쳐다보고는, 또 예고도 없이 충격 발언을 터뜨렸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붙어가긴 어딜 붙어가!? 너 바프라가 여자한테 얼마나 위험…."

"실비아랑 그 남자 둘이서 밤새 성문 하나를 틀어막았다면서? 누가 날 위험하게 한다는 거야."

"아니. 네 말대로 거기 사람들이 의외로 실력이 떨어지는 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레이한테 다 들었어. 레이도 남장 같은 거 안 하고 그냥 돌아다닌다면서?"

"그건 레이가 바프라…!"

"은사모라는 사람들이랑 손을 잡고 남녀 간의 사랑을 전파하는 게 목적이잖아? 그러면서 여성의 인권도 다시 끌어올리고. 그러려면 바프라를 무찌르는 일행에 나 같이 강한 여자가 한 명 껴있는 게 더 나아."

아니. 사라야. 나도 말 좀 하자. 무슨 하는 말마다 다 그렇게 끊어 버리니?

게다가 마치 처음부터 준비해놓은 것처럼 술술 반박을 늘어놓다니. 얘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던 건가? 설마 요즘 계속 레이와 다닌 것도 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쩐지. 사교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애가 처음 만난 레이를 계속 데리고 돌아다니더라.

"그리고 위험해지면 너도 실비아도 레이도 마찬가지잖아?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난 무조건 따라갈 거야."

그 눈에서 엿보이는 강한 의지에, 나는 그 이상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저 고집은 절대 못 꺾을 걸 알아 버렸으니까.

"…그, 그럼 이 몸도! 이 몸도!"

"저, 저도…!"

문제는 그런 사라에게 촉발되어 다른 애들까지 여기저기 손을 들며 자기주장을 시작했다는 점이었지만, 그마저도 우리 용사님은 깔끔하게 해결해냈다.

"안 돼요. 디아나는 구미호 마을에서 모두와 연락하며 작전을 조율해야죠. 레이아는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혼자서 자기 몸을 지킬 힘이 아직 부족하고요. 따라가는 건 저 하나면 충분해요. …그래서 더 할 말은 있어?"

대마법사와 성녀의 주장을 단숨에 쳐부수고, 용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그 얼굴을 마주 보며 내가 할 말이라고는….

"너 혼자 생각 많이 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나랑 같이 가고 싶었어?"

역시 이런 말밖에 없었다.

"…흥. 알았으면 앞으로 잘해."

고개를 홱 돌려 버리면서도 부정은 안 하는 게 너무도 사라다웠다.

"야. 그렇게 말하면 꼭 지금까지는 잘 못한 것 같잖아. 어제도 그렇게 잘해 줬…."

"죽어."

"죽…!?"

이제 좀 분위기도 풀린 것 같아서 장난 한번 쳐본 건데, 대응이 너무 살벌하지 않냐!? 나 진짜 상처받는다!? 너 나 같은 놈이 상처받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면 얼마나 보기 흉한 줄 알아!?

"이상한 협박하지 마. 이 바보 변태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정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쓰레온과 미리엘을 불러서 직접 얘기해주는 것뿐.

물론 갑자기 플리투스로 가게 된 쓰레온은 당황스럽겠지만, 아마 괜찮겠지. 그 녀석은 지금….

"드, 드디어! 드디어 7계층으로 가는 거지!? 뭐든 시켜! 뭐든 하겠어! 빨리 더러운 마신의 종자들을 감화시켜주자고!"

사람을 시켜서 쓰레온과 미리엘을 부르자, 미리엘보다 쓰레온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만 보면 이 녀석 저택보다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가 훨씬 가까운데 말이야. 어지간히 급했군. 뭐, 피골이 상접한 모습만 봐도 왜 그런지는 알겠지만.

이 녀석, 대체 헬레나한테 기를 얼마나 빨린 거야?

"성자님. 들어가도 될까?"

먼저 온 쓰레온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드디어 문밖에서 미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저 녀석은 또 왜 메이드를 놔두고 자기가 직접 문을 두드리는 걸까? 설마 나랑 한 마디라도 더 주고받고 싶은 애틋한 여심…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자의식과잉인가. 그냥 저런 성격이니 뭐든 자기가 직접 하는 게 편한 거겠지.

"들어와. 조금 늦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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