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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98화 (1,065/1,205)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98화

사랑하는 여자를 끌어안고 잠이 들어서, 눈을 뜨니 품 안에 여전히 사랑스러운 얼굴이 있다. 오랜만이 아니더라도 행복한 일이고, 지금처럼 오랜만이면 더더욱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냥 행복해할 수도 없었다.

어젯밤 일로 무슨 문제가 생겼냐고? 그런 건 아니다.

확실히 어제는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서로 동시에 절정을 느끼고도, 디아나는 완전히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디아나가 말하기를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인 건 어디까지나 "자네가 너무 괴로워 보였기 때문이네! 이 몸은 편하게 해준 것뿐일세!" 라는 모양이다.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기된 얼굴로 허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혀가 다 풀린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하는 바람에 설득력은 전혀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웬일로 노출 플레이에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디아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자재 정리가 끝날 때까지 창밖을 지켜봤고, 나도 한 번 싸서 후련해진 덕분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줬다.

그걸로 어제의 노출 플레이는 끝.

그 이후로는 평소처럼 노출 플레이에 흥분한 디아나를 떠보면서 알콩달콩하게 섹스했을 뿐이다.

그러니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따지고 보면,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맞기는 하지. 다만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 아닐 뿐.

레이 그 녀석, 괜찮을까…….

그래.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바로 이 문제였다.

어제는 디아나가 이름을 꺼내도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필사적으로 디아나에게만 집중했지만, 이렇게 아침이 되고 나니 아무래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와 앨리시아가 여관에 있을 때 침대에 눕히고 디아나가 수면 마법을 걸었다는 모양이니, 어젯밤에도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그렇게 레이 걱정을 하고 있자니, 어느샌가 잠에서 깬 디아나가 내 눈을 엿보고 있었다.

"응? 아, 일어났어?"

"음."

우리는 우선 아침 인사 대신으로 키스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입술만 맞댔다가 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입술을 밀어붙이고 혀까지 섞는 진한 키스가 시작됐다..

"후아아…… 하아…… 응. 그래서…… 무슨 생각을 그리 했는가?"

키스를 좋아하는 디아나니 어쩌면 이걸로 얼버무릴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역시나 우리 대마법사님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딱히……."

"이 몸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일인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도 디아나와 즐기는 둘만의 시간의 연장선이니, 다른 여자 생각을 했다는 얘기는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이대로 입 다물고 있으면 더한 오해를 살 것 같았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사실을 털어놨다.

"……으음. 그렇…… 구먼."

물론 디아나는 내가 그런 걱정을 한 것 정도로 기분 나빠 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레이가 어떻게 됐을지 걱정스러운 건 나와 마찬가지인지, 디아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수면 마법을 썼다면서? 대마법사님이 쓴 수면 마법이니까, 깨지 않았겠지?"

디아나의 미간에 생긴 주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피면서 희망 사항을 말해봤지만, 디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강하게 걸지는 않았네. 그랬다면 어젯밤 자네가 돌아왔을 때 이 몸도 따라갔을 걸세."

그러고 보니 디아나는 어젯밤 내가 레이한테 갈 줄 알았다고 했었지.

그렇다는 말은 내가 깨우면 깨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 약하게 마법을 걸었다는 얘기인가.

"……자네가 그…… 별로…… 했다면 깨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네만."

얘가 또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는 거야. 그야 내가 어젯밤에 별로 느끼지 못했으면 레이한테 전달되는 자극도 적을 테니까 깨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을 리가 없잖아?

"무조건 깨어났네. 100%야. 큰일 났네. 어제 우리가 얼마나 황홀한 섹스를 했는지 레이가 전부 알게 됐……."

"으응읏……!"

"……야. 변태 대마법사. 너 지금 느꼈지?"

"이, 이 몸은 변태 같은 것이 아니네! 느끼지도 않았네!"

거짓말하지 마 이것아. 우리 아직도 이어져 있거든? 네가 느낄 때 안쪽 움직임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가 그런 것도 모를 것 같아?

안 되겠어. 다시는 거짓말하지 못하게 지금 당장 혼쭐을…….

"좋은 아침입니다. 구원님. 일어나셨습니까?"

내주기 위해 디아나의 몸을 끌어안으려고 한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바넷사? 벌써 깨우러 온 거야? 뭐지? 평소보다 너무 이른 시간인데?

"응. 좋은 아침. 오늘은 조금 평소보다 조금 빨리 왔네? 무슨 일 있어?"

"네. 손님이 오셨습니다."

역시나. 그 완벽하고 칼 같은 바넷사가 아무 이유도 없이 오늘만 빨리 찾아올 리가 없지.

사실 어제 디아나와의 플레이를 들켜서 혹시 불평이라도 하러 온 건가 잠깐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손님? 나한테? 이 시간에?"

"네. 한시를 다투는 급한 용건이라고 합니다."

그야 그런 일이 아니면, 아무리 손님이 찾아왔다고 해도 바넷사가 이 시간에 날 깨우지는 않겠지만.

"알았어. 바로 준비하고 나갈게. 디아나."

"음."

쳇. 아침부터 한판하고 싶었는데. 아니. 그랬다가는 또 레이를 자극하게 될 테니까, 또 성욕에 삼켜지기 전에 멈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대로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나는 홀로 침대 위에서 빠져나와 준비를 시작했다.

디아나의 마법으로 깨끗하게 몸을 씻고, 옷을 챙겨 입는다.

"디아나는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있다가 와."

그리고 여전히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나는 방을 나섰다.

나한테 올 손님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아마 십중팔구 앨리시아겠지. 그렇다면 시급한 문제는…… 아라크네 클랜과 관련된 일이 되려나.

그러니까 그냥 우리 클랜으로 옮기라고 한 거였는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이쪽입니다."

내가 방에서 나온 걸 확인한 바넷사는 곧장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황급히 쫓아가면서, 나는 저택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바넷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로 했다.

급한 일로 온 손님도 손님이지만, 이쪽도 이쪽대로 중요하니까.

"바넷사. 혹시 어젯밤에 레이 못 봤어?"

"네."

그렇다는 얘기는, 적어도 방에서 나오지는 않았다는 건가.

"직접 찾아가 본 적은?"

"없습니다. 레이 님이 부르신 적도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잠깐만. 레이가 있는 방에 찾아간 적이 없다고? 그럼 지금 이렇게 날 찾으러 왔을 때도, 바로 디아나의 방으로 찾아왔다고? 디아나는 어젯밤 내가 레이한테 갈 줄 알았는데?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무척이나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바넷사 씨? 그럼 혹시 말인데요. 어제 디아나가 말이죠."

"같이 있던 메이드들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즉, 바넷사 씨는 눈치채셨다는 거네요?

뭐, 바넷사와 메이드들은 가진 정보량이 너무 다르니, 바넷사만 눈치채는 것도 전혀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 그게 끝이야?"

지금까지 뜸을 들였던 건, 어디까지나 내가 먼저 눈치채게 하기 위해서.

내가 눈치챈 시점에서 분노를 폭발시키리라 생각했지만, 어째선지 바넷사는 그 이상 별말이 없었다.

"두 분 사이의 일에 참견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상하다. 얘가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디아나 님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하십시오! 라면서 과한 충성심을 발휘해야 정상인데.

"혹시 전에 셋이 같이하면서, 바넷사도 드디어 인정한 거야?"

디아나가 진성 노출증이라는 걸.

"……도착했습니다."

바넷사는 내 질문에 답변하는 일 없이, 접객실의 문을 열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마음 같아서는 더 물고 늘어지고 싶었다. 그야 그렇잖아? 제대로 된 답변만 얻어내면, 그때의 그 3P를 일상화하는 것도 꿈이 아니니까.

하지만 뭐,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알았어. 지금은 손님을 맞이하는 게 먼저라는 거지?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나도 앨리시아를 소홀히 할 생각은…….

"구원! 일어났냐!?"

"……저 새, 아니. 쟤가 여기 왜 있어?"

깜짝이야. 너무 예상외라서 하마터면 바넷사 앞에서 험한 말을 할 뻔했네.

접객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건, 앨리시아가 아니었다. 바로 쓰레온이었다.

그래. 날 찾아올 손님이라는 건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인물 중에는 쓰레온도 포함되어 있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런 아침부터, 그것도 디아나와의 기분 좋은 아침을 포기하고 이렇게 행차했는데, 이딴 놈 얼굴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니.

"……나 다시 가도 되냐?"

"기, 기다려! 급한 일이라고 했잖아!"

젠장. 일단 진짜로 급한 일일 가능성도 있으니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고.

"……뭔데? 헬레나 씨라면 제대로 사제가 됐다면서?"

그래. 어젯밤에 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같이 신전으로 향했던 레이아와 마틸다에게 일단 그쪽 얘기도 대충은 전해 들었다.

헬레나가 무사히 사제가 되는 것에 성공했고, 여신님의 마나에도 영향받지 않게 됐다는 얘기를 말이다.

그 이후로 쓰레온과 같이 돌아갔다고 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쪽은 걱정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얘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바프라에서는 여자 취급이 좋지 않고, 그중에서도 일반인 여자의 취급은 더욱 안 좋다. 특히나 헬레나는 바프라의 직속 부대에 끌려가서 그런 짓까지 당했다.

전쟁신을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헬레나는 우리가 여신 쪽 사람이라는 걸 눈치챘으면서도 쭉 붙어 다니면서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러니 사제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게 문제라는 거야!"

하지만 쓰레온은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하듯 외쳤다.

이제 와서 보니 쓰레온의 얼굴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사내새끼 얼굴을 자세히 보는 취미는 없어서 눈치 못 채고 있었어.

대체 무슨 걱정이 있길래 얼굴이 이렇게까지 되는 거지?

"……무슨 말이야?"

설마 전쟁신 쪽 종족이 사제가 된 것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라도 생긴 건가?

그렇다면 큰일이다. 이쪽에도 전쟁신 쪽 종족에서 성녀까지 되어버린 레이아가 있으니까. 혹시라도…….

"헬레나가 너무 예뻐졌어!"

"돌아가 이 쓰레기 새끼야! 감히 그딴 일로 내 기분 좋은 아침을 방해해!?"

"아, 아니! 팔불출 짓 하는 게 아니야! 진짜로 큰일이라고!"

발로 쓰레온의 안면을 걷어차 주려고 했지만, 쓰레온은 그런 내 다리에 매달리면서 외쳤다.

놔! 놔 이 거머리 같은 새끼야!

"이대로 가면 헬레나를 만족시켜 줄 수 없게 되어 버려! 아니…… 그전에 정기가 빨려서 죽을지도……."

그 필사적인 외침에, 나는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즉,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거다.

"헬레나 씨 레벨이 그렇게 많이 올랐냐?"

"하룻밤 만에 벌써 23이야…… 얼굴도 몰라볼 정도로 예뻐졌어. 지금은 아직 버틸 수 있지만, 이대로 2, 3일만 지나면 분명……. 이제 내게 남은 방법은 마신 토벌하는 일밖에 없어!"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새끼야."

대사 자체는 무척이나 용사다웠지만, 놈의 눈은 아예 전쟁신을 억지로라도 불러내서 상대할 기세를 담고 있었다.

드디어 만난 운명의 여자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박해지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잖아.

"우선 2, 3일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럼 버텨."

"뭐!? 야! 너 전에 나한테……!"

"그렇다고 그냥 무턱대고 돌진할 수는 없잖아 새끼야. 우리도 준비가 필요해. 나도 될 수 있는 한 서두를 테니까, 너도 며칠만 참아. 어차피 헬레나까지 다시 데려갈 생각은 아니잖아? 7계층에 갈 구실만 생기면, 일단은 헬레나의 레벨이 그 이상 올라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너무 초조할 필요 없어."

뭐, 헬레나의 레벨이 더 올라가지 않게 한다는 건, 바꿔 말해서 쓰레온도 섹스를 못 한다는 거지만. 그 정도는 쓰레온도 감내해야지.

"지, 진짜지? 2, 3일이면 되지? 그 이상 길어지면 나 죽는다?"

용사라는 놈이 자기가 죽는 걸로 협박하지 마라. 이 쓰레기야.

"그래."

정 안 되면 쓰레온만 먼저 7계층으로 보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지금 이 녀석의 눈빛을 보니 그랬다가는 단단히 사고를 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러니까 빨리 돌아가서 헬레나 씨랑 있어줘라. 네가 여기 온 지 하루 만에 도망치면 헬레나 씨가 뭐라고 생각하겠냐?"

"그, 그런가? 그렇지? 알겠어. 하지만 꼭이다? 꼭……."

"아 좀 가라고!"

집에 갈 생각은 안 하고 계속해서 시간을 질질 끄는 쓰레온의 엉덩이를 한 대 걷어차서, 나는 간신히 놈을 내쫓을 수 있었다.

젠장. 아침부터 이딴 일로 심력을 소모하게 하다니.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나도 레이한테 가보기로 할까.

어차피 이런 기분으로 다시 디아나한테 가봤자 아침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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