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91화 (1,058/1,205)

1091화

방금까지 감정을 폭발시키던 앨리시아가, 갑자기 돌변한 내 태도에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앨리시아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을 끔뻑이면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기만 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내가 먼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눕혀놓고 설마 자기가 준비도 안 된 건 아니겠지?"

"으응!?"

그 하반신에 손을 뻗어서 중지와 약지를 음부 안에 넣자, 앨리시아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흥분되는 건 앨리시아만이 아니었다.

잘 단련된 육체만큼이나 꾸물꾸물 조여오는 음부 안쪽, 검지와 새끼로 만져지는 말랑말랑한 대음순의 감촉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흥분시켰다.

젠장.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머릿속이 엄청 복잡한데도, 이렇게 가슴이 뛰고 성욕이 끓어오르다니.

이것도 성자 특유의 무한한 성욕 때문인가? 아니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괜히 머리만 더 복잡해져서, 아예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뭐야. 충분히 젖었잖아. 진짜 쫄았냐?"

"크흣…!"

중지와 약지를 더듬더듬 움직여서 앨리시아의 약한 곳에 정확히 가져다 대자, 앨리시아의 팔에서 살짝 힘이 빠지며 그 얼굴이 내 얼굴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됐다.

조금만 더 얼굴을 내리면 서로의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앨리시아는 떨리는 눈으로 한동안 날 바라보더니, 힘차게 몸을 일으키고는 팔등으로 자기 눈을 힘차게 문질러 눈물을 닦아냈다.

"침대에 눕자마자 겁먹어서 하지 말라고 질질 짜던 자식이, 이 누님이 일부러 숨 돌릴 시간 주니까 이제 좀 살 것 같냐? 너야말로 쫄지 말고 제대로 빨딱 세우고 있어 새끼야."

그리고는 먹이를 눈앞에 둔 야생동물 같은 멋진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 음부에 들어가 있던 내 손을 빼내더니, 서로 손을 마주 잡듯이 깍지를 끼고 내 두 손을 머리 옆으로 오게 눌렀다.

방금까지 그렇게 울던 애가 저렇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감정이 소모됐을까? 어차피 이렇게 할 거였으면, 그냥 나도 처음부터 저항 없이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서 나는 가슴 한편이 바늘로 찔끔하고 찔리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이미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하. 이딴 거에, 이딴 거에 내가 쫄 줄 알고…."

하지만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몸이 반응해 버리는 건 앨리시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어서, 앨리시아가 허리를 움직여 내 물건 끝에 자신의 음부를 가져다 대자 촉촉한 애액의 감촉이 귀두를 통해 느껴져 왔다.

아까는 앨리시아의 태도가 너무 마음 아파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러고 있으니까 마치 정말로 내가 앨리시아한테 당하기 일보 직전인 것처럼 느껴졌다.

두 손을 이런 자세로 억눌려진 채 당하다니. 역시 남성 모험가들의 이상향이자 무덤이라는 그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인 만큼, 앨리시아는 이런 것에 익숙….

"제, 제대로 세우고 있으라고 했지!? 움직이지 마 새끼야!"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보니 앨리시아는 내 물건 끝에 자기 음부를 전혀 맞대지 못하고 있었다.

앨리시아는 그게 내 탓이라는 듯이 저렇게 소리 지르고 있지만.

"아니. 난 가만히 있었어. 네가 제대로 못 하는 거잖아. 못하겠으면 내가…."

내가 보기에는 명백하게 앨리시아가 덜덜 떠느라 삽입을 못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뭐, 그렇겠지. 나도 머리가 복잡하지만, 앨리시아도 그 이상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여러 감정이 가슴 속에서 교차하고 있을 거다.

그 마음을 어림짐작으로나마 알고 있는 나는 앨리시아에게 억눌려 있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아래로 뻗어보려고 했지만, 앨리시아는 그런 걸 원치 않는 모양이었다.

"우,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후욱…후욱…."

팔에 더욱 힘을 줘서 내 손을 침대에 밀어붙이면서, 앨리시아는 길게 심호흡을 했다.

이러니까 진짜로 야생 동물에 잡아먹히는 먹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인데. 진짜로 저런다고 진정이 돼?

"큭…!"

그런 내 생각과 달리 진짜로 저런 방식이 먹히는 건지 앨리시아의 몸의 떨림은 점차 잦아들었고, 그 순간을 노려서 앨리시아는 제대로 내 귀두 끝에 자신의 음부 입구를 맞대는 것에 성공했다.

얘 진짜 어디 수인족 피라고 섞인 거 아니야? 무슨 이런 식으로…크윽. 젠장. 그나저나 역시 기분 좋아.

몸이 단련되어 있기 때문인지, 흠뻑 젖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구부터 꽉 조여오는 앨리시아의 음부. 그곳을 귀두가 억지로 파고들어 열어젖히는 느낌이 주는 쾌감은,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황홀했다.

모순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딱딱하면서 말랑말랑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직 귀두 끝만 살짝 파고든 것에 불과한데도, 벌써부터 그 음부가 앞으로 줄 쾌감에 대한 기대감에 몸이 떨릴 정도였다.

"하앗…하앗…."

아무튼 맞대는 것에 성공했으니, 이제 허리를 내려서 삽입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앨리시아는 곧바로 삽입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서 가만히 숨을 골랐다.

"뭐해? 너 진짜 쫄은 거 아니지?"

아까까지는 상황을 이어나가기 위한 연기를 위해 이런 말투를 썼었지만, 지금은 조금 본심이 섞여 버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빨리하고 싶어서 앨리시아를 재촉한 거다.

어쩔 수 없잖아. 앨리시아의 음부가 내 귀두 끝을 꽉 문 채로 몸을 떠니 내 물건도 덩달아 바들바들 떨리면서 만족스럽지 못한 미약한 쾌감만이 전해져왔고, 덤으로 내 귀두로 살짝 열린 그 음부에서 끈적한 애액이 흘러나오며 내 물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기까지 한 거다. 이런 상황에서 참으라니, 말이 안 되잖아?

"하앗, 동정 새끼처럼 재촉하지 마. 네가 그러니까 아직도 햇병아리라는 거야. 그렇게 원한다면…."

그렇게 말한 다음, 앨리시아는 허리를 쑥 내려서 내 물건을 한 번에 받아들이고 말았다.

미리 내 물건을 타고 흐른 앨리시아의 애액이 도움 됐는지, 힘 있게 꽉꽉 조여오는 좁은 음부를 찢는 것처럼 내 물건은 꾸깃꾸깃 공간을 벌려가면서 쑤욱 삽입되었다.

이렇게 끝까지 삽입하고 나니 그냥 조임뿐만 아니라 애액으로 적절하게 젖은 안쪽 주름들까지 내 물건에 얽히며 달라붙어서 엄청난 쾌감이 물건을 통해 전해져왔지만.

"응하윽…아응…크흥…."

나보다 더 쾌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앨리시아였다.

내 손을 깍지끼고 마주 잡은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아랫입술은 피가 나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꽉 깨문 채 새빨개진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무언가를 참아내는 앨리시아.

그야 그렇겠지. 레벨이 비슷한 우리 애들도 함부로 안 하는 짓을 한 거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이봐. 예쁜 누나. 이렇게 멋진 남자랑 하면서 무슨 딴생각을 그렇게 해? 안 움직여?"

"흐아응…!"

허리를 살짝 튕기면서 앨리시아를 재촉했다.

아니. 딱히 괴롭히려고 이러는 건 아니다. 다만 얘가 섹스하면서 딴생각하는 걸 싫어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을 뿐이다.

"오오. 귀여운 소리도 낼 줄 아네? 혹시 딴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못 움직이고 있는 거야?"

"까, 까불지 마아…. 이…동정 새끼가아…."

앨리시아는 질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쥐어짜내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음색은 이미 평소의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얘가 이렇게 귀여운 목소리도 낼 줄 알았다니.

그때. 그러니까 처음 했을 때의 기억은, 이미 한참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예쁜 누님한테 20년 이상 간직해온 동정을 떼인 순간이니까.

그리고 그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앨리시아의 표정과 지금의 표정이 너무도 달라서, 그때 들었던 신음과 지금 앨리시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나는 절로 가슴이 뛰는 기분이었다.

그때도 최후의 자존심이라는 스킬 덕분에 앨리시아를 느끼게 하는 건 성공했지만, 결국 앨리시아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로 날 리드하고 가볍게 싸게 했으니까.

그런 앨리시아가 지금은 이렇게 삽입한 것만으로도 쾌감에 어쩔 줄 모르는 거다.

동정 상실 때의 추억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내 물건은 힘이 절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걸로…!"

그렇게 말하면서, 앨리시아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앞뒤로 단조롭게 움직이면서 간을 보던 예전의 앨리시아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짜낼 생각인지, 앨리시아는 그때도 자랑스럽게 선보였던 허리 놀림을 선보였다.

마치 삼바 댄스를 추는 것 같은, 내 기억에도 선명히 남아 있는 움직임.

기억보다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앨리시아가 절정을 참기 위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때는 나도 참느라 필사적이었으니 이 기교를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제대로 느끼고 보니 레벨 1때 이걸 버티고 살아남은 자신이 새삼 대견스러워졌다.

물건 전체를 돌아가며 고루고루 자극하는 것 같으면서도, 내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을 캐치해내고는 그곳에 조금 더 힘을 주는 허리 움직임.

게다가 귀두, 그것도 요도구 쪽은 자신의 자궁구에 맞대어 더욱 철저하게 비벼대기까지 해서, 이 정도 기교면 서큐버스도 부럽지 않은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앨리시아가 그렇게 철저하게 내 물건에서 정액을 짜내려는 것 같이 허리를 움직여대도, 결국 더 큰 쾌감을 얻고 더 빨리 한계에 몰리는 건 앨리시아였다.

아무리 서큐버스도 부럽지 않은 기교를 부려대도, 진짜 서큐버스나 구미호를 상대하는 이 성자님한테 당할 바는 아니지.

"기분 좋은데? 그래도 그렇게 허세를 부릴 수준은 되나 봐?"

"아흥…이…새끼가아…! 하으응!"

내 여유 넘치는 말에 앨리시아는 조급해졌는지 더욱 허리를 열심히 움직였지만, 그래 봤자 결국 자기만 더 한계에 내몰릴 뿐이었다.

"네 기교는 충분히 봤으니, 이번엔 내 차례인가?"

"무, 뭐어…!?"

"왜? 난 안 움직일 줄 알았어? 말했잖아. 내 성검에 박혀서 정신도 못 차리고 히익히익 울게 해준다고."

"자, 잠깐. 이, 이 미친놈아 지금은 안…흐아아으응응!"

당황하는 앨리시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곧장 허리를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앨리시아는 고개를 위로 치켜들며 그대로 절정에 달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다시는 나한테 동정 새끼나 둥 햇병아리라는 말을 못 하도록 그 몸을 통해 철저하게 깨닫게 해주겠어.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나도 기분 좋아지고 싶어서 말이야. 진짜라니까?

내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손을 마주 잡고 있던 앨리시아의 몸도 자연히 위로 올라가게 됐고, 그 틈을 타서 나는 잽싸게 상체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손을 밀어붙여 이번에는 내가 앨리시아의 두 손을 침대로 밀어붙였고, 결국 우리의 자세는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

"이, 이런 자세는…!"

당황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런 자세는 익숙하지 않은가 보지? 하지만 이걸 어쩌나. 아직 이걸로 끝이 아닌데.

나는 깍지를 풀어서 잠시 앨리시아의 손을 떼어내고, 대신 그 발목을 잡아 앨리시아의 얼굴 옆으로 밀어붙였다.

그러자 앨리시아의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위로 들리게 됐고, 나는 앨리시아의 위에서 내리찍는 모양새가 됐다.

"이, 이 동정 새끼가 이런 건 어디에서…."

"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네. 네가 말하는 그 동정 새끼한테 방금 막 느껴서 흐느끼던 게 누구더라?"

"내, 내, 내가 언제…흐으으응!"

앨리시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부정하려고 했지만, 그 격한 부정은 내가 피스톤 질 한방에 덧없이 사라져 버렸다.

"뭐라고? 어디서 귀여운 신음이 들려서 잘 못 들었는데."

"이, 이, 이 새…! 하응! 흐읏! 자, 잠깐! 이런…! 흐으응!"

어디 한번 어디까지 부정할 수 있나 보자고.

앨리시아는 정말로 이런 자세가 익숙하지 않은지 발버둥까지 치면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딱히 힘으로 제압할 필요도 없었다.

허리를 한 번 내려칠 때마다 앨리시아의 다리는 힘이 빠져나갔고, 나는 어렵지 않게 자세를 유지하면서 피스톤 질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럼 슬슬 나도 한 번 싼다."

"기, 기다려 새끼야! 이런 자세로는…!"

"잘됐잖아? 난 양이 많으니까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전부 받아."

"이, 이런…!"

이런 대답은 예상치 못했는지 말문이 막혀 입을 뻐끔대는 앨리시아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주고, 나는 허리를 깊숙이 내리쳐서 끝까지 물건을 삽입했다.

그리고 허리를 빙글빙글 움직여서 귀두 끝을 앨리시아의 자궁구에 맞춘 다음, 그대로 자신의 성욕을 폭발시켰다.

"흐아응으으응읏!"

그리고 앨리시아의 발이 침대에 눌린 채 쫙 펴졌다가 꾸욱 힘이 들어가며 오므라지는 걸 바라보며,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절정에 떨리는 앨리시아의 안쪽 감촉을 즐겼다.

이제 어쩌지.

결국 본능에 몸을 맡기며 즐길 대로 전부 즐겨 버린 나였지만, 그런 시간이 언제까지 계속될 리도 없었다.

결국 쾌감을 이기지 못한 앨리시아는 정신을 잃었고, 그즈음에는 내 머리도 알코올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되자, 지금까지 뒤로 미뤄두고 있던 많은 걱정거리가 물밀 듯 쏟아져 내려와 날 덮쳤다는 얘기다.

진짜로 어쩌면 좋지. 젠장. 이래서 계획에 없는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원래 계획대로 그냥 고급진 레스토랑에 갔다면, 아니. 애초에 오늘은 원래 앨리시아한테 식사를 대접할 생각도 없었다.

미리엘이 앨리시아에게 질투해서 의심받을 짓까지 한 걸 알고는, 앨리시아와의 약속도 지키면서 미리엘도 훈육할 겸 즉흥적으로 앨리시아를 꼬신 게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줄이야.

진짜 내가 미쳤다고…아니. 어차피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후회하기보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안 그래도 생각해야 할 것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너무 많았지만, 그 모든 고민은 결국 한가지 고민으로 귀결됐다.

앞으로 앨리시아의 관계를 어쩌면 좋을까?

치사한 얘기지만, 난 여러모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가지 보험을 들어놓기는 했다. 이 모든 게 술집에서 있었던 시답잖은 말싸움의 연장선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니 이대로 이번 일은 서로 술에 취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걸로 웃어 넘어간다는 선택지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러기에는 또 아까 봤던 앨리시아의 눈물이 마음에 걸렸다. 난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면 왜…아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많았다.

예를 들어서 만약 우리끼리 그렇게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주변에서 그냥 넘어가 줄지 알 수 없다는 점.

주점에서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며 주목을 잔뜩 모으고 당당하게 여관까지 온 거다. 게다가 나도 앨리시아도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

소문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분명 우리 애들도 소문을 듣겠지. 마침 레이를 데리고 마을로 나와 있으니, 더 빨리 소문을…잠깐만. 레, 레이…? 서, 설마…아, 아니겠지? 에이. 설마. 걔들이 집에서 언제 나왔는데. 설마.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아니겠지.

"으흣…흐읏…."

불현듯 찾아온 안 좋은 예감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자니, 옆에서 누워 있던 앨리시아가 미약한 신음과 함께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이 기억 안 나는 건지 멍한 눈으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앨리시아는, 이윽고 시선을 옮겨 내 얼굴을 바라봤고.

"읏…너 표정이 왜 그러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