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50화 (1,034/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50화 >

    "그, 그렇다면 신! 자네 가문도······!"

    "아닙니다! 비록 가문을 저 버린 몸이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바프라는 그 약을 만들게 하면서, 전술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설마 자신의 쾌락을 위해 쓰고 있을 거라고는······."

    무거운 목소리로 변호하는 신을 바라보며,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녀석 말대로 미약을 여신과 관계없는 제삼자가 만들고 있는 거라면, 바프라가 여신에게 끈을 대고 있다는 내 주장은 틀린 게 되어 버린다.

    바프라의 사상은 둘째 치더라도, 여신님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다는 얘기니까.

    그렇다면······.

    "어리석기는. 그래도 한 세력의 장이니만큼 스스로 타락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걸레년에게 유혹당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자기 스스로 타락했다는 건가. 뭐, 어느 쪽이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낮······."

    "상관없소!"

    내가 했던 주장들을 살짝 수정하면서, 계속해서 바프라에 대한 적의는 유지하도록.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그런 식으로 말을 했지만, 아무래도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중요한 건 놈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걸레년의 힘까지 손을 댔다는 것이오! 그것만으로도 놈은 이미 우리의, 자신을 믿고 따랐던 모든 이들의 신의를 저 버렸소! 설령 대의를 위해서라고 할지라도, 그런 놈과 손을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소! 놈에게는 더 이상 왕

    좌가 어울리지 않소! 놈은 자신의 죄를 뉘우칠 때까지 발가락 끝부터 목까지 잘게 썰어준 후, 그 피를 양동이에 짜내어 그 목만 남은 아가리에 처넣어 주겠소!"

    지금까지 쭉 배신당하고 있었다는 게 상당히 화가 났는지, 제일 화끈하게 생긴 아저씨가 생긴 값하는 대사를 줄줄이 내뱉었다.

    눈에 핏발 좀 세우지 마. 무서워 이 아저씨야.

    "옳소! 그런 놈을 왕으로 모셨다니! 이 무슨 수치란 말인가!"

    게다가 다들 저 아저씨한테 동조하는 분위기고.

    뭐, 이해는 하지만 말이야. 놈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는 건, 계속해서 놈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나도 바프라에 대한 적의를 돋우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 없어서 좋고.

    하지만 단어 선정이 일일이 피비린내 풀풀 풍기는 것이, 모여서 사랑 얘기나 떠드는 아저씨들이라고 해도 결국은 전쟁신 세계의 사람이구나.

    나도 진짜 성자의 힘 안 들키게 조심해야지. 아니. 이길 수 있지만 말이야.

    "어차피 은사모에 대한 태도를 보면, 놈도 이쪽에 붙을 생각은 없겠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잖아. 아마 저쪽은 우리 은사모를 걸레년의 유혹에 빠진 멍청한 집단으로 보는 거 아니야? 자기는 전쟁신님의 충실한 심복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으드득!"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포교할 때도 바프라 그놈한테 들키지 않게 최대한 조심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구원 님! 당장 놈의 실체를 밝히고······!"

    "조금만 참아. 우선은 콘돔 섹스를 통해 최대한 우리 편을 많이 만드는 게 우선이야."

    "······구원 님께서는, 뭔가 책이 있는 거요?"

    정정당당히 힘 대 힘으로 붙으려는 경향이 강한 플리투스나 비스와는 달리, 바프라는 이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마다치 않는 세력이다.

    그런 특징이 이런 상황에서도 나오는 거겠지. 내가 가볍게 진정시키자, 아저씨들은 침음을 흘리면서도 일단은 내 얘기를 들으려고 했다.

    "책이라······. 물론 놈을 제거하기 위한 방책은 여럿 생각하고 있지만, 당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우리가 지금 진실을 밝힌다고 해서, 이미 놈의 감언이설에 현혹된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를 믿어줄까? 물론 믿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전쟁이

    일어날 거야. 그럴 수는 없지. 이런 말도 있잖아? 최고의 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우리가 굳이 싸워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 여자와의 관계 자체가 걸레년을 추앙하는 일이라는 놈의 개소리에 속아 넘어가 버린, 그래서 우리 은사모에, 여자를 사랑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어리석은 민중들. 따지고 보면 그 모두가 바프라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잖아? 쳐죽일 놈은 바프라와 그 내막을 알고 있는 몇몇 쓰레기들뿐. 다른 사람들은 죄가 없어. 우선은 이 콘돔 섹스로 그들의 눈을 뜨게 해주고,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

    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해. 그리고 대다수가 우리 은사모의 뜻에 동감하면, 승기도 자연히 우리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어. 전쟁에서 머릿수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결국 놈들은 전 세계 사람을 적으로 돌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

    "구원 님!"

    너무 전쟁을 회피하려고 하는 인상을 주면, 전쟁신을 추앙하는 이 아저씨들이 반발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것 또한 또 하나의 전쟁이라는 뜻으로, 나는 옛날에 어디서 주워들은 적 있는 어설픈 병법까지 거론하면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갑자기 아저씨 중 하나가 뛰쳐나와서는 내 손을 덥석 잡으려고 했다.

    "이런 씨······!"

    물론 피했지만.

    아니! 이 아저씨, 조금 전까지 떡 치고 있던 아저씨라 땀이 흥건하단 말이야!

    예쁜 여자가 섹스로 흘린 땀이라면 모를까, 아저씨 것은 그냥 더럽다고!

    "그 말대로입니다! 그야말로 그 말대로입니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그다지 개의치 않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외쳐댔다.

    얼굴 들이밀지 마. 침 튀어. 이 아저씨야.

    "그렇지? 알았으면 됐어. 그러면 당면의 목표는 바프라의 눈을 피해 콘돔 섹스를 널리 전파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 당장은 모임에 충실하도록 하지. 그 더러운 놈 얘기 때문에 벌써 시간을 많이 허비해 버렸지만, 원래 여기 모인 목적은 그런 게 아니잖아?"

    조금 전까지 그렇게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으니, 아무리 모여서 사랑 얘기나 하는 게 취미인 아저씨들이라도 이렇게 금방 섹스 생각은 안 들려나?

    그렇게 조금 걱정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랬지요! 안나!"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 아저씨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자기 여자의 곁으로 돌아갔다. 옷을 벗어 던지면서.

    아니. 나도 말이지.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야. 금욕 생활을 하던 아저씨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섹스에 자유로워졌으니, 그야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꼭 이렇게 다 있는 데서 옷을 벗고 싶냐?!

    그리고 쓰레온! 넌 새끼야 뭘 자연스럽게 동참하려고 하는 거야?!

    "······그럼 좋은 시간 즐기라고."

    눈이 썩어들어가는 기분을 맛보며, 나는 황급히 이 자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구원 님! 벌써 가시려는 겁니까?! 구원 님도 같이······!"

    물론 아저씨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날 잡아 세웠지만, 내가 미쳤다고 여기서 같이 즐기냐?

    그런 취미도 없고, 무엇보다도.

    "읏?!"

    레이 생각도 해줘야지.

    나는 움찔하고 몸을 떠는 레이의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가오지 마. 이 아저씨들아. 레이가 겁먹잖아.

    "됐어. 나는 단둘이서 알콩달콩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서."

    "오오! 그랬군요!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냥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대사였지만, 은사모 회원들한테는 이런 말이 제일 잘 먹힐 테니까.

    감탄하는 아저씨들을 뒤로하고, 나는 레이와 함께 드디어 그 길고 긴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레이. 괜찮아?"

    그리고 방에서 나온 나는, 제일 먼저 레이의 안색부터 살폈다.

    물론 감정 공유가 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지 아닌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이런 건 직접 표현하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괜찮아.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어."

    "묻고 싶은 거?"

    "······응. 네가 아까 한 말······. 그거 정말이야? 그 남자가 나를 안으려고 한 이유가······."

    "순혈주의라서가 아니라 그냥 감정 공유를 통한 쾌락을 위해서라고 한 거?"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지, 레이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 얘기는 생각만 하고 레이한테 제대로 한 적은 없었네.

    괜히 트라우마를 더 건드리기만 할 테니 굳이 할 필요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그 때문에 아까 갑작스레 듣게 되어 더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어. 추측도 섞인 얘기였으니까.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미안. 너한테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괜찮아."

    내가 정말로 미안해하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 거겠지.

    레이는 내 얼굴을 한차례 힐끔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여줬다.

    "······정말 그런 거면, 벌써 복수는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혹시 너······."

    게다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레이는 뭔가를 기대하는 눈으로 날 쳐다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게 대체 뭘 기대하는 건지 깨달은 나는, 아주 살짝 고민했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네 복수를 도우려고 일부러 처녀를 가져갔다니.

    이렇게 되기 전까지 다크 엘프의 감정 공유 같은 건 알지도 못했는데,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

    괜히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건수 던져주지 마라. 그런 거 던져주면 괜히 거짓말하고 싶어진다고.

    진짜 상식이 부족해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날 너무 믿어서 이러는 건지.

    "······그래."

    내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레이는 다시 고개를 푹 숙여 버렸다.

    하지만 자기 기대가 헛된 기대로 끝났음에도, 어째선지 레이는 살짝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착해 보여? 이상하다? 그렇게 보일 정도로 착한 짓하고 살았던가? 아, 그렇구나! 네가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얘기군!"

    왠지 분위기가 근질근질해지는 걸 느낀 나는, 황급히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왜, 왜 얘기가 그렇게······!"

    그리고 그 효과는 절대적이어서, 이번에도 역시 이런 얘기가 나오자 레이는 눈에 띄게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하긴. 아까 그 난교 파티를 보고도 머릿속으로 내 물건이랑 크기 비교나 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대체 평소에 얼마나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그런 걸 보고도······."

    "그, 그런 거 안 했거든?!"

    "하핫. 얘 좀 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자기 입으로 크기가 어쩌고 했었잖아. 내가 입까지 틀어막아서 막았고. 벌써 까먹었어?"

    "네, 네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냥······!"

    뭔가 변명을 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당황해서야 어디 제대로 말이 나오겠냐?

    레이의 동요를 느끼고 같이 휩쓸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나는 더더욱 레이를 몰아붙였다.

    "내 생각이 아니면, 그럼 섹스 생각이라도 했어? 하지만 말이야. 아까 그 아저씨들도 열심히 말했던 거지만, 섹스란 사랑하는 사람과 정을 통하는 행위거든. 섹스 생각을 했다는 건 결국 사랑하는 내 생각을 했다는 것과······."

    "그, 그러니까 그런 생각 안 했다고 했잖아!"

    "거짓말하지 마라. 아까 아저씨들이 같이 즐기자고 했을 때도, 살짝 기대한 주제에."

    "누, 누, 누가!"

    "너 나랑 감정 공유되는 거 알고 있지? 숨겨도 소용없어. 난 확실히 느꼈단 말씀! 아까 그 아저씨가 같이하자고 잡았을 때 느껴진 네 마음의 동요! 그건 분명······!"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진짜로 레이가 기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얘도 바프라 얘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런 기대를 했을 리가 없지.

    마음의 동요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저씨들이 난교 파티에 초대했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일 거다.

    "기대 안 했어!"

    그러니 레이가 이렇게 박박 우기는 건 지극히 당연한 얘기였지만, 나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아니. 그냥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바프라 얘기 때문에 분위기가 엄청 무거워졌었으니, 이렇게라도 분위기를 띄워야 하지 않겠어?

    얘가 우울한 얼굴로 그러고 있으면 감정 공유되는 나도 텐션이 팍팍 떨어진다고.

    "그럼 이건 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레이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고 유두를 찾아서 살살 굴렸다.

    아직 말랑말랑했지만, 나한테 걸리면 딱딱하게 세우는 것쯤은 일도 아니지.

    "이것 봐. 이렇게 딱딱해져서는."

    "네, 네가 만져서 이렇게 된 거잖아?!"

    "무슨 소리야? 처음 만졌을 때부터 이랬는데?"

    "누, 으흥······으읏! 이, 이게!"

    반박하려던 레이는 자기 입에서 달콤한 소리가 나오자 부끄러워졌는지, 귀 끝까지 새빨갛게 붉히고는 날 노려봤다.

    그리고는 갑자기 손을 내 바지 사이에 집어넣고는, 내 물건을 덥석 잡았다.

    얘는 다 큰 여자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뭐 하는 거야?!

    "너도 이렇게 되어 있잖아!"

    "이건 네가 주물주물 만져대니까······!"

    "아니! 너도 똑같이 처음부터이랬어!"

    "너도라고? 그러면 넌 처음부터 이랬다는 걸 인정하는 거지?"

    "그, 그게 아니라······!"

    내가 레이의 유두를 잡은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자, 레이도 내 물건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야. 난 힘 조절하고 있잖아! 너도 힘 조절 좀 해라! 아이언 페니스가 없었으면 찌부러졌겠네!

    아니. 그보다 이거, 왠지 전에도 이런 상황이 한 번 있었던 거 같은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덜컥.

    그렇게 서로의 가슴과 물건을 잡은 채로 바보 같은 말싸움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내 방문이 덜컥 열리며 안에서 실비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샌가 우리는 방 앞까지 도착해 있었던 거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5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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