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47화 (1,031/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7화 >

    "그러면 신사 숙녀 여러분. 평소처럼 누구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그전에 잠시 이쪽을 주목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애정을 돈독히 다질 수 있는 특별한 방

    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남들 눈앞에서 섹스하려는 사람치고 참으로 거창한 말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대단한 아저씨야. 성자인 나도 저렇게 뻔뻔하게 남들 앞에서 할 생각은 못 하는데.

    "뜸 들이지 말고 말하게나. 대체 무엇인가?"

    어처구니없어서 말도 안 나오는 나였지만, 주위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재촉까지 하다니. 아니. 그야 아직 제대로 된 설명은 못 들은 것 같고, 저런 말로 섹스를 유추해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말이야.

    어떻게 다 하나같이······그래. 쓰레온아. 표정을 보니 그래도 넌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아는 모양이구나. 인제 와서 참석한 게 후회되기 시작했지?

    "자, 자. 너무 그렇게 서두르지 마시게. 우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신 이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자 하네. 자, 구원 님. 레온 님."

    본의 아니게 쓰레온과 아이 컨택트를 주고받고 있자니, 파란이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아니. 영광을 돌리는 건 또 뭔데? 무슨 시상식 하냐? 그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야? 그냥 할 거면 빨리 섹스나 하라고!

    "아, 응. 안녕하십니까."

    나와 쓰레온이 어색하게 일어나서 인사를 하자, 주변에 있는 아저씨들이 힘찬 박수를 보내왔다.

    진짜 뭐야 이거. 이 분위기 대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 구원 님과 레온 님을 대신하여 이 파란이 여러분께 직접!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사랑을 가꿀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그전에 잠시······제니. 도와주겠나?"

    "네. 그럼요."

    마치 홈쇼핑 광고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늘어놓던 파란은, 갑자기 뒤를 돌더니 자기 여자에게 손짓했다.

    그나저나 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저 제니라는 여자도 파란한테 엄청 협조적이네.

    그만큼 파란을 좋아한다는 건지, 아니면 저 여자도 파란처럼 남한테 보여주길······뭐, 내가 신경 쓸 일 아니지만.

    애초에 저 둘은 갑자기 뒤돌아서 뭘 소곤거리고 있는 거야? 파란의 하반신 쪽에서 미묘하게 부스럭부스럭 소리가······서, 설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저희가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잘 관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몸을 돌려서 이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파란의 바지 앞섶은, 역시나 볼록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이놈들 대체 뒤돌아서 뭘 한 거야?!

    그런 내 감상과 상관없이, 파란과 제니는 끈적끈적한 애무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열심히 전희를 즐기는 모습을 굳이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최대한 딴생각을 하면서 봤지만, 아무튼 끈적했다.

    "아응······파란······니임······흐읏······!"

    "이, 이건! 설마 여자도······여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나는 고독한 존재였다.

    날 제외한 모든 이들은 파란과 제니의 전희를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면서,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탄성을 내질렀다.

    아니.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길래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다들 옆에 애인 하나씩은 끼고 있잖아?

    그야 애무를 하다 보면 섹스도 하고 싶어질 테고, 섹스는 이 세계에서 금기에 가까우니, 애무도 안 해봤다고 가정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지만.

    하아······젠장. 여기서 내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쓰레온 밖에 없다는 게 통탄······야. 쓰레온. 넌 왜 집중해서 보는 건데? 뭘 끄덕거리면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건데? 너 설마 쟤들 보고 공부하냐?!

    아무튼 파란과 제니의 전희는 계속해서 이어져 나갔고, 날 제외한 모든 사람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제니의 느끼는 표정을 바라보는 시간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런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은, 어느샌가 옷을 다 벗어 던진 둘이 삽입을 시도했을 때였다.

    "자, 자네들! 대체 뭘 하려는 겐가?!"

    아무리 은사모라고 해도, 결국은 전쟁신 세계의 사람. 여신님을 상징하는 섹스······아니. 딱히 섹스가 여신님을 상징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섹스에 부정적인 건 변함이 없어서, 지켜보던 아저씨들이 대경질색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으으응!"

    하지만 그대로 허리를 쑥 내밀어 제니의 안쪽에 단단히 물건을 삽입한 다음, 파란은 이쪽으로 한 손을 쫙 펼쳐서 이쪽으로 내밀며 그들을 제지했다.

    그리고는 허리케인에서 자신을 구해주려는 외계인 양아들을 제지하는 아버지보다도 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한차례 고개를 저었다.

    "날 믿게!"

    그런 말을 할 거면 적어도 옷은 입고······아니. 적어도 삽입은 풀고 해라! 정상위 자세로 뭘 근엄한 척하고 있는 거야?!

    그런 내 마음속 소리가 들렸던 걸까, 파란은 갑자기 내게 시선을 돌렸다.

    "구원 님!"

    "뭐, 뭐야."

    무심코 말을 더듬어 버렸지만, 따, 딱히 안 쫄았어. 그냥 이놈이 또 무슨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그런 것뿐이야.

    "오늘까지 최대한 기술을 연마했습니다만, 아직 구원 님의 경지에 다다르기에는 한참이 부족하다 생각됩니다. 그러니 구원 님. 이 동생이 가르침을 청하여도 괜찮겠습니까?"

    "······그러니까. 하는 거 보면서 조언해달라고?"

    "네."

    잠시 말문이 막힌 나는, 드디어 파란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에 얘네 둘한테 했던 것처럼?"

    "네!"

    내 손가락이 쓰레온과 헬레나를 가리키자, 놈은 더욱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염 숭숭 난 아저씨가 섹스하면서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이 새끼 지금 보니까 처음부터 이게 목적이었잖아!

    "······좋아."

    마음 같아서는 모가지를 따 버리고 싶었지만, 제니가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확실히 중요하긴 했다. 강한 임팩트를 줘야 그만큼 저 구경꾼 아저씨들을 이쪽으로 더욱 확실히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나는 본의 아니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 각오해. 이왕 하는 거 철저하게 해주겠어.

    나는 각오를 다지고 파란과 제니의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고.

    "흥아응······흐야응······하, 하안이임······."

    제니 씨는 결국 완전히 정신이 나가고 말았다.

    "후욱······후욱······제, 제니······지금의 기분을, 여기에 있는 모두에게 들려주지 않겠나?"

    "너, 너무······너무우······조아······."

    "고맙네. 조금 쉬게."

    제니에게 그렇게 입맞춤을 한 후, 파란은 반짝이는 눈을 내게 향했다.

    "형님! 역시 형님께서 지도해주시니······!"

    "잠깐! 지금 나한테 그런 말을 하려고 여기서 이런 짓을 한 게 아니잖아?"

    그보다 이쪽 보지 마! 아저씨가 내뿜는 거친 숨결 따위 느끼고 싶지 않아! 진짜 더러워 죽겠네!

    "그랬지요. 그럼!"

    "으흣!"

    파란은 힘차게 허리를 빼더니, 그대로 벌떡 일어났다.

    그에 따라 아직 힘이 죽지 않은 물건이 덜렁덜렁······이런 씨······아오 진짜!

    "자, 자네! 그것은?!"

    구역질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다른 구경꾼 아저씨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또 뭐?! 뭐가 또 그것은?! 이라는 거야?! 아으 진짜!

    하는 수 없이 파란 쪽을 힐끔 보자, 파란의 물건 끝에는 하얀 뭔가를 빵빵하게 담은 주머니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래. 색이 투명해서 행위 중에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아마 아까 시작 전에 뒤돌았을 때 콘돔을 착용한 거겠지. 진짜 안 본 눈 사고 싶다······.

    "훗. 자네들은 내가 형님께 사랑하는 이를 기쁘게 하는 법만 전수받았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네!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

    그렇게 말하면서, 파란을 손가락으로 자신의 물건을 퉁 하고 튕겼다.

    결심했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최대한 빨리 여길 뜨든가 해야지.

    설마하니 사람 사는 곳에서 5.5계층의 지옥을 다시 한번······잠깐만. 혹시 5.5계층이라는 건,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건가? 조금이라도 이런 더러운 광경에 익숙해지라고?

    여신니이이임! 이건 아니잖아요!

    "우리 위대하신 전쟁신님을 핍박하신 그 사악할 걸레신! 그 더러운 년이 섹스를 전파하는 건 어디까지나 많은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함이었네. 년의 농간에 놀아날 수 없었던 우리는, 그 독이 든 달콤한 과실을 과감히  버릴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지금, 이 물건이

    있다면 우리는 더는 년의 농간에 놀아날 필요가 없네! 아니! 오히려 그 걸레년 술수를 이용할 수 있네! 아이를 낳지 않고, 오직 쾌락만을 탐하는 섹스가 가능해지는 것이지! 자신이 풀어놓은 독을 쏙 빼고 달콤한 과실만을 취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걸레년이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그 와중에 파란은 일장 연설을 끝마쳤고, 장내 곳곳에서 탄성과 같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태클 걸 기운도 없으니 아무래도 좋지만, 쓰레온아. 너 나중에 여신님 보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따라서 박수 치고 있냐?

    "멋지군! 아주 멋져! 이건 세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이야!"

    "이해해주겠는가! 자, 물량은 충분히 있네. 자네들도 어서 한번 체험해 보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될 것이야!"

    "그, 그냥 끼우면 되는가?"

    "음. 슬라임의 표피로 만들어 대충 씌워도 착 달라붙고 착용감 또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네."

    ······저거, 슬라임으로 만들었구나. 다른 세계의 초보자 레벨링용 슬라임들과 달리, 여기 세계 슬라임은 6계층에서야 나오는 강력한 몬스터 중 하난데. 그럼 저거 엄청 비싼 거 아니야? 아니. 7계층은 그전까지의 몬스터 레벨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질적인 세계

    니, 여기 슬라임은 또 다른가?

    "물론 그냥 한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수는 없네. 조금 요령이 필요하지. 하지만 자네들이라면, 상대방을 사랑하는 기분만 있다면 금방 익힐 수 있을 걸세. 내가 옆에서 보고 도와주겠네. 자, 구원 님과 레온 님도."

    뭐, 뭐? 난 또 왜 불러? 한 번 옆에서 가르쳐줬으면 됐지. 다른 아저씨들까지 또 가르쳐주라고?

    "좋아!"

    기겁하는 나와 달리, 쓰레온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 새끼······섹스 잘하는 사람 취급받은 건 처음이라 기고만장해져 있어.

    이놈이 쓰레기기는 해도 그나마 정상인에 가까운 포지션인 줄 알았는데. 역시 그렉과 듀크에 가려졌을 뿐 얘도 정상인은 아니었어.

    "그래 주겠는가?!"

    "음! 무엇을 위한 은사모이겠는가!"

    심지어 다른 아저씨들도 파란과 마찬가지로 다들 있는 데서 섹스를 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지, 아예 여기서 섹스 파티가 벌어질 분위기였다.

    "저, 저희는 저쪽 방에 가 있을게요."

    "하하! 그러겠는가? 젊은 처자는 그럴 수 있지. 이해하네!"

    그나마 유리는 정상적인 사고 회로를 가졌는지, 미련 철철 넘치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신의 목덜미를 잡고는 다른 방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이것은! 세상을 뒤집어엎을 발명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억하기도 싫은 광경이 한차례 지나간 후, 오늘 처음 보는 아저씨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활짝 미소 지었다.

    아래에는 콘돔 씌운 물건을 덜렁이면서. 죽이고 싶다.

    "그래! 은사모만이 간직하기엔 아까운 발명이야! 더 널리 퍼지면 더 많은 이들을 우리 동포로······!"

    "잠깐."

    흥분해서 자기들끼리 떠드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나는 손을 번쩍 들고 끼어들었다.

    웬만해서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 고생을 하고 계획을 그르칠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

    "은사모의 동포를 더 끌어들이는 건 좋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음? 구원 님. 그것은 대체?"

    "아까 들었다시피, 이 콘돔 섹스는 더러운 걸레신을 능멸하는 행위지."

    "그렇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문제는! 여신한테 줄을 대고 있는 놈이 여기 바프라에 있다는 거야."

    "무, 무엇이?! 그게 정말입니까?!"

    내 진지한 말투에, 아저씨들은 깜짝 놀라서 한 걸음 내게 다가왔다.

    다가오지 마. 이 더러운 아저씨들아.

    "그래. 그것도 다름 아닌······바프라가."

    "!"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져 버린 아저씨들에게, 나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파란. 너도 봤지? 전에 찾아왔던 그 바프라의 직속 부대라는 놈들. 놈들이 바프라에게 보내는 진상품이란, 다름 아닌 여자였어. 심지어 그중 몇 놈은 진상품을 빼돌려 자기들 맘대로 섹스까지 했지. 콘돔도 없이, 안에 그대로 싸면서. 물론 자손을 남기기 위한 행

    위 같은 것도 아니었어. 그놈들은, 아이를 낳든 말든 쾌락을 위해 섹스를 했지."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래. 심지어 몇 놈을 고문하니 이렇게 말하더군. 이 여자들은 바프라의 성 노리개가 될 여자들이라고. 바프라는 이미 성욕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대부분 거짓말이었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여자들이 바프라의 성 노리개가 될 거라는 것과, 바프라가 다크 엘프의 감정 공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극심한 쾌락에 눈이 멀었다는 건 거의 확실했으니까.

    원래 거짓말을 할 때는 적절히 진실을 섞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하잖아?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그 진리는 통해서, 몇몇 아저씨들한테 반응이 나타났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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