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45화 (1,029/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5화 >

    "그, 그럼 난 방에 가서 잘래!"

    "그래. 잘자."

    손을 흔들어주는 나를 본체만체하면서, 레이는 허둥지둥 방을 나섰다.

    "으읏?!"

    문 앞에서 기다리던 실비아와 정면으로 마주하고는 잠깐 멈춰 서기는 했지만, 레이는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내가 없으면 또 이 호모랑 둘이서 같이 자는 거야?!" 같은 말이라도 할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의 레이에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는 모양이었다.

    "저······구원 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괜찮아. 다 잘 됐어."

    레이보다 오히려 더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실비아의 질문에, 나는 미소와 함께 대답해 줬다.

    내 마지막 말. 그러니까 레이의 마음에 대답해주고 싶다는 말에, 레이가 내놓은 대답은 바로 "새, 생각해 볼게!"였다.

    자기가 먼저 나한테 반한 거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지만.

    아니. 물론 나로서도 필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레이 얘는 그 사실을 모르니까 말이야.

    뭐, 레이도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했을 테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레이는 그대로 내 몸을 밀쳐낸 다음 옷을 챙겨입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는 얘기다.

    표정으로 보나 뭐로 보나 날 밀어내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으니, 잘 됐다고 봐야겠지.

    "저, 정말입니까아? 그러면 제 누명도······!"

    누명? 아, 레이가 실비아랑 섹스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거? 그건 말이지.

    "Oh······."

    "구, 구원 님?"

    "아, 아니. 커버는 해줬어. 일단."

    제대로 오해를 풀어주려는 노력은 없었지만, "실비아랑 하려고 했다."라는 말은 했으니까 말이야.

    레이 걔도 생각이 있으면 그 말을 듣고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을 했······겠지?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든가, 그런 일은 없겠지?

    "그, 그래서 아까 표정이······!"

    응? 표정? 아, 아까 걔 나갈 때? 내 쪽에서는 뒷모습밖에 안 보여서 표정은 안 보였지만, 혹시 오해하는 표정이었니?

    "우, 우으으······! 실비아, 실비아는 이제 시집도 못 가는 몸이······!"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차피 시집은 나한테 올 거잖아."

    "하으읏······!"

    내 냉정한 태클에, 실비아는 가슴을 잡고는 바닥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쓰러져서 바르르 떨었다. 귀여운 녀석.

    "뭐, 오해가 안 풀린 것 같으면 내일 다시 한번 말해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보다 지금은."

    실비아를 흐뭇하게 내려다보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령을 불렀다.

    바람의 정령으로 공기를 환기시키고, 물의 정령으로 축축해진 침대 시트나 바닥을 적시고 있는 정체불명의 액체를 치우게 했다. 그리고 덤으로 레이의 애액으로 축축이 젖어 있는 내 물건까지 깨끗하게 한 다음, 나는 산뜻한 기분으로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이것 좀 진정시켜주겠어?"

    넌 이틀 내내 섹스해댔다는 이유로 조금 전에 그렇게 고생하고도 또 이러냐? 라고 하지 마라.

    레이 그 녀석, 자기만 마음껏 느끼고는 그대로 나가 버렸잖아. 난 흥분만 엄청되고 결국 싸지도 못했는데.

    성자가 되고 나서 날이 갈수록 성욕이 강해지는 내가, 이렇게 되었는데도 참고 그냥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감정 공유도 꺼졌으니, 레이 그 녀석도 눈치 못 챌 테니까.

    "네헤? 아, 아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린 실비아는, 자기 머리 바로 위에서 빳빳하게 서 있는 내 물건을 보고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흐엣······햐으······쥬, 쥭습니다아······."

    그리고 잠시 후. 라고 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많이 흘렀나?

    약 한 시간 후. 실비아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는 사경을 헤매게 됐다.

    아무리 이쪽 분야의 최약체인 실비아라도 원래는 이것보다 조금은 더 버티지만, 오늘은 왠지 내가 평소보다 더 불타 버려서 말이야.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강약 조절에 실패해 버렸어.

    사실 오늘은 아침부터 온종일 섹스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흥분해 버린 걸까? 너무 흥분해서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은 이런 느낌은, 레이······어? 잠깐만. 레이? 서, 설마!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 순간, 나는 빛보다 빠르게 실비아에게서 떨어진 다음 그 몸에 이불을 덮어줬다.

    그리고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물의 정령으로 물건을 깨끗이 하려고 하기가 무섭게, 쾅하고 문이 열렸다.

    물론 그 정체는 볼 것도 없이, 바로 레이였다.

    젠장. 문이라도 잠가둘걸. 전에 욕실 습격이라는 사건을 겪고도 또 방심하다니. 오늘은 그런 식으로 헤어졌으니까 또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한 게 실수였어. 그나마 도중에 눈치채고 실비아라도 가렸기에 망정이지.

    "이, 하앗, 하앗, 이 호모들아아아아!"

    특유의 검은 피부 위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레이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숨이 저렇게 가쁜 이유는, 분명 방에서 다급히 달려왔기 때문에······일리는 없나.

    "넌 나한테 그런 말까지 해놓고 대체! ······뭐 하는 거야?"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눈이 돌아가서는 그렇게 쏘아붙이던 레이였지만, 내 자세를 보고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목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 자세라 함은 바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서 빳빳하게 선 물건을 긴 물방울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응? 자위하는데?"

    그리고 물론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내가 아니었다.

    훗. 이놈의 순발력은 왜 이렇게 좋은지.

    "무, 뭘 그렇게 당당하게······!"

    "전에도 말했잖아. 남자는 한 번 커지면 쌀 때까지 수습이 안 된다고. 난 싸지도 못했는데 네가 그렇게 나가 버렸으니 혼자서라도 해결해야지. 여기엔 네 잘못도 있으니까 조금 흥분돼도 참고 이해해라."

    할 수 있어. 이대로 밀어붙이면 끝이야.

    당황하는 레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그렇게 확신을 했다.

    뭐, 굳이 모습을 확인하지 않아도 저 녀석이 당황하면 나한테도 그 감정이 전해지니까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도가 있잖아?! 대체 몇 번을 하는 거야?!"

    문제는 내 감정도 이 녀석한테 전해진다는 거지만.

    내 감정을 느끼고 뭔가 욱한 건지, 당황하던 레이가 갑자기 반격을 가해왔다.

    쳇. 너무하네. 남자가 살다 보면 연딸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그리고 이 느낌······! 이 감정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아차. 그것도 있었나. 그러고 보니 실비아랑 한 거니까 그것도 같이 느꼈겠구나. 이건 또 뭐라고 변명하지? 아, 그래.

    "난 내 물건을 사랑하거든? 굉장하지 않아? 키야. 진짜 봐도 봐도 감탄이 나오는 이 당당한 자태. 길이. 두께. 모양.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

    "그, 그런 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술술 튀어나오는 내 헛소리에, 레이는 살짝 약해진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이 감정은 또 뭐야? 부끄러움? 미안함? 내가 실비아한테 느끼는 그런 미안함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이 감정은 레이의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뭐가 미안······아, 그런가. 내 것이 대단하다는 걸 알려면 당연히 비교 대상이 필요하고, 레이가 알 수 있는 비교 대상

    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실비아일 테니까.

    얘 혹시 실비아랑 했다고 착각하고 있어서, 찔려서 그러는 거야?

    흠. 그럼 이대로 밀고 나가면 오해를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되어 버리는 건가.

    "에이. 괜히 또 그런다. 다 알면서."

    "지, 진짜 모른다고 했잖아!"

    실비아. 미안. 이것도 다 네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야. 오해는 나중에 꼭 제대로 풀어줄 테니까, 이번만큼은 용서해 줘.

    "그보다 감정 공유는 왜 또 켠 거야? 켜놓고 있으면 서로 불편하잖아."

    뭐, 그래도 너무 이용하면 실비아한테 미안하니까, 나는 적당히 말을 돌리기로 했다.

    "모, 몰라! 혼자 갑자기 이렇게 됐어!"

    아니. 이 아가씨야. 이거 네 쪽에서밖에 컨트롤 안 된다니까. 네가 모르면 대체 누가 알겠냐?

    "너무 내 생각만 해서 켜진 거 아니야? 구원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어! 라든가."

    "그, 그런 거······!"

    "지금 나한테도 네 감정 느껴지는 거 알지?"

    "으, 으읏······!"

    레이가 얼버무리는 걸 막으면서 동시에, 또 마음을 숨기고 싶다고 생각하면 감정 공유가 꺼질지도 모른다는 계산까지 포함하고 한 말이었지만, 이렇게 해도 감정 공유는 꺼지지 않았다.

    야. 너무 부끄러워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누, 누가 누굴 좋아한다는 거야?!"

    "네가 나를. 다시 한번 말해 줄까? 지금 나한테도 네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 알지?"

    "으읏! 으으······그래! 그 호모! 그놈은 어디에 있어?!"

    내 반격에 찍소리 못하고 바들바들 떨기만 하더니, 레이는 갑자기 표적을 실비아로 바꿨다. 아무래도 너무 궁지에 몰아붙인 게 화근이 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때에 실비아를 찾다니. 넌 실비아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으면서 그게 그렇게까지 의심되냐? 그러고 보니 방에 들어올 때도 "이 호모들아!"라고 했었지?

    내심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면서, 나는 슬쩍 몸을 비켜서 실비아의 자는 얼굴을 보여줬다.

    아무리 상대가 여자라도 극심한 절정에 기절해 버린 실비아의 얼굴을 너무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니, 곧바로 다시 제대로 앉아서 가렸지만.

    "실비아라면 여기서 자고 있어. 얘도 너 때문에 피곤한 모양이니까 괜히 깨우지 않게 목소리 좀 줄이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실비아야. 진짜 미안해. 오해는 나중에 꼭 풀어줄게.

    "나, 나 때문······읏! 자, 자는 사람 옆에서 혼자 그랬다는 거야?"

    이것 봐. 또 나한테 미안해서 풀 죽잖아. 얘를 물리려면 이게 효과가 너무 좋아서 그래.

    "그래. 남자끼린데 뭐 어때."

    "그냥 남자끼리가 아니잖아?! 쟨 호모라고! 너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 거야?!"

    "에이. 얘가 또 그런다."

    "안 믿는 거야?! 넌 대체······! 아, 아무튼! 다시는 저 호모 옆에서 그런 짓 하지 마! 그런 짓을 할 거면 차라리 내,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는 자신의 옷에 슬그머니 손을 가져다 댔다.

    야. 설마 여기서 벗으려고? 너야말로 나 말고 다른 남자 앞에서 함부로 옷 벗으려고 하지 마라. 아무리 실비아한테 못 볼 꼴 다 보여줬어도 그렇지.

    "네가 해준다고?"

    "그, 그래! 어차피 너도 나, 나랑······사, 사랑하고······애인이 되고······그런······아무튼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 거잖아?!"

    야. 목소리 줄였다가 갑자기 소리 질렀다가 그러지 마라. 진짜 적응 안 되네.

    그리고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거야? 설마 할 짓 다 해놓고, 심지어 전에는 완전히 내 여자가 된 것처럼 행동한 적도 있으면서, 인제 와서 정식으로 사귀는 건 부끄럽다고 할 셈이야?

    뭐, 그야 사랑이니 애인이니 하는 건 이 세계 사람들과 연이 없는 얘기니, 부끄러워하는 것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파란이나 신, 유리는 뭐냐고? 걔들이 그러니까 이상한 놈들이고, 뒤에 두 녀석은 쫓기는 몸까지 된 거 아니겠어?

    "나야 그러고 싶다고 했지만, 네가 보류했잖아? 생각해 보겠다면서?"

    혹시 아까 대답을 보류하고 자기 방으로 간 것도, 아니. 도망간 것도, 설마 이제 와서 부끄러워져서 그런 건가?

    "새, 생각 끝났어! 내 처녀를 가져갔으니까 책임져!"

    진짜 많이 부끄러운지, 레이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일부러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뭐,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해봤자 나한테는 아무 소용 없지만.

    야. 다 좋은데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마라. 나까지 부끄러워서 이상해질 것 같잖아.

    "그래? 그렇게까지 내가 좋다고? 나랑 사귀고, 나랑 꽁냥꽁냥하고 싶다고? 쌓인 성욕도 네가 대신 풀어주고 싶고?"

    뭐, 그래도 할 말은 하겠지만.

    얘가 어디서 애매하게 얼버무리려고. 상대방이 이런 걸 부끄러워하는 포인트를 철저하게 공략해주는 게 나라는 남자야.

    "으, 으읏······읏······!"

    야. 땅 보고 주먹 꽉 쥔 채 바들바들 떨면서 울려고 하지 마라. 누가 보면 괴롭히는 줄 알겠네.

    "뭐, 대답 안 해줘도 돼. 네 마음은 직접 느끼고 있으니까.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아직도 물건이 물방울에 감싸여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저기 구석에서 물의 정령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아, 미안. 진짜 미안. 이제 돌아가도 되니까.

    황급히 물의 정령을 소환 해제한 다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미묘해지려는 감정을 확실히 다잡고 레이의 얼굴을 빤히 엿봤다.

    얘는 내 감정을 그대로 전해 받으니까, 이런 타이밍에 미묘한 느낌이 들면 그야말로 대형사고니까.

    집중해. 집중하는 거야.

    "······."

    "······무, 뭐야."

    "아니. 너 예쁘기는 진짜 예쁘다 싶어서."

    앞에 다크라는 글자가 붙기는 해도, 엘프는 엘프. 예쁜 걸로 유명한 종족인 만큼, 보면 볼수록 생긴 건 진짜 끝내주게 예뻤다.

    "나도 알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

    아니. 야. 부끄러워하라고 한 얘기거든?! 왜 이번에는 안 부끄러워하는데?!

    진짜 여기 세계 놈들의 기준은 알다가도 모르겠네! 아니. 이 녀석은 여기 세계에서도 유독 이상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진짜 분위기 잡기 어렵네!

    "······뭐, 좋아. 그러면 앞으로 넌 내 여자야."

    "읏······그, 그럼······."

    그나마 이건 부끄러워해 주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래. 그러면 이제."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거기까지는 이 녀석도 부끄러워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달달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방에 가서 자라."

    "무, 뭐어어?!"

    이어지는 내 말에 곧장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말해두지만, 이거 절대 분위기 잡기 힘들어서 그냥 던진 거 아니야. 진짜라니까?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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