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43화 (1,027/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3화 >

    "알았어. 내가 잘 해결해 줄게."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레이 쟤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불안해하는 실비아한테 그런 속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우으으······!"

    어지간히 멘탈이 깨졌는지 내가 다독여줘도 이렇게 울상을 짓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그 표정 좀 어떻게 해봐. 나 믿지?"

    "믿습니다아······."

    그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 주고 등을 토닥여주면서 진정시켜주자, 실비아는 겨우 울상을 풀었다.

    그리고 그 몸의 떨림도 점차 진정되어 갔지만.

    "흐야읏?!"

    앞머리를 위로 쓸어올리고 그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니 아까보다도 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응?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 그, 그거시이······."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한순간 깜짝 놀란 나였지만, 곧바로 얘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굳히고 녹슨 기계처럼 끼긱끼긱 목을 움직여서 필사적으로 내게 시선을 피하고 입술을 파르르 떠는 그 모습은, 내게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으니까.

    실비아야. 자기 스스로 내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구나. 조금만 더 늦게 깨달았으면 나 섭섭할 뻔했잖아.

    "실비아. 무슨 일인데 그래? 자,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 봐."

    "으아, 아, 아, 아으아······."

    하지만 나는 실비아가 왜 이러는지 눈치채고도,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 뺨을 두 손으로 감싸서는 강제로 나와 얼굴을 마주하게 했다.

    거기에 허리를 숙여서 눈높이까지 맞추자,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움직여서 어떻게든 나와 눈만은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흐뭇했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실비아의 이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 누구나 이렇게 장난치고 싶어진다고.

    게다가 조금 전까지 멘탈이 산산이 깨져 있었으니, 이런 가벼운 장난으로 분위기를 가볍게 만다는 건 무척이나 효과적이지 않겠어?

    "실비아?"

    "여, 여신님······."

    흐물거리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다잡으며 다시 한번 진지하게 실비아를 부르자, 실비아는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이름을 꺼냈다.

    여신님? 여신님이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여, 여신님께서 저쪽에서 손짓을······."

    "아니야! 그거 아니야! 돌아와! 돌아와 실비아! 거기 가면 안 돼!"

    아무튼 뭐 그렇게 겨우 실비아의 멘탈을 회복시켜 놓은 다음, 나는 드디어 레이를 깨워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럼 실비아. 실비아는 얘 방에 가서 기다려줘."

    얘가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다는 건, 얘 방은 지금 비어 있다는 얘기니까. 일이 해결될 때까지 쉬고 있기에는 거기보다 좋은 곳이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비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것도 벽에 찰싹 달라붙은 채 고개를 젓는 바람에 전혀 단호한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실비아야. 누가 보면 내가 잡아먹는 줄 알겠다.

    "무, 문 앞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누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막고 있겠습니다!"

    아니. 이 늦은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그러고 보니, 아까 해줬던 실비아의 얘기 중에 누가 찾아왔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네. 심지어 식사를 언제 했다는 언급조차 없었는데도.

    설마하니 레이가 연속 절정 지옥에 빠진 동안에 메이드가 식사를 들고 찾아오기라도 한 건······.

    "메이드라든가?"

    "모, 모르겠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아!"

    살짝 떠보자, 실비아는 몸을 크게 움찔 떨더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외쳤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문장 하나에 부정을 몇 번이나 쓰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있었던 얘기를 상세하게 다 들은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생략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혹시 실비아의 멘탈이 그렇게 박살 나 있었던 것도 그것 때문인가?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네헵!"

    부자연스럽게 경례까지 한 다음, 실비아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야겠어.

    하지만 지금은 우선.

    "후으으······후으으······."

    이 녀석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그렇지만 진짜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평범하게 이 녀석을 구슬려서 마음을 얻어낸 다음 정상적으로 사도 임명을 하는 것.

    아니면 또 하나의 방법으로 사도 임명을 시도하는 것.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건 물론, 미리엘과 같은 방법을 말하는 거다.

    아까 미리엘하고 있을 때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해낼 수 없었지만, 나중에 저택으로 돌아가서 우리 애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각해 보니, 한가지 가설이 머릿속에 떠올랐거든.

    물론 그 가설이 확실한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정답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굴러온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아무튼 그런 이유로 레이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택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거 어쩌는 게 좋을까?

    으음. 간단한 시험이라도 해볼까?

    마음을 시험하다니. 남녀 관계에서 너무한 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난 지금 딱히 얘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해서 사도 임명을 하려는 거니까.

    그러니 적어도 확신이 필요했다. 앞으로 얘랑 좋은 관계를 꾸려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응······흐읏······읏······."

    그래서 나는 지금, 옷을 전부 벗어 던지고 레이의 몸에 올라타서 그 몸을 애무하고 있었다.

    물론 레이의 몸은 애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마지막으로 바넷사랑 하고 여기에 올 때까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바로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애가, 자위가 뭔지도 몰랐을 애가, 이틀 내내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절정에 달하는 경험을 한 거다. 조금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몸이 식을 수준은 절대 아니겠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레이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살짝 벌려보니 울컥하고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완전히 달아오른 레이의 몸이지만, 나는 물건을 삽입하려 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손만 움직였다.

    그 머리카락을 옆으로 치우고 드러난 목덜미에 키스하거나, 매끈한 등을 쓸어내리거나, 탄력 있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는 등.

    그때마다 레이는 기절한 와중에도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반응을 보였고.

    "흐으응?! 흐으으읏?! 하으읏?!"

    마지막으로 음부에 손가락을 넣고 살짝 진동해주자 몸을 펄떡이며 크게 절정에 달했다.

    "하앗······! 하앗······! 무, 나, 나는······응흐읏?!"

    겨우 일어났나. 그럼 어디 한번 반응을 볼까?

    점점 커져가는 심장의 박동을 애써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나는 레이의 엉덩이를 양옆으로 강하게 벌렸다.

    "무, 뭐 하는······으읏?!"

    레이는 갑작스러운 그 행동에 뒤를 돌아보며 항의하려 했지만, 나는 그 턱을 잡아서 고개를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 다시 한번 그 목덜미에 가볍게 키스했다.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엉덩이를 옆으로 활짝 벌린 채 그 허벅지 뒤쪽에 올라탄 다음, 허리를 움직여서 물건 끝을 한쪽으로만 벌어져 있는 그 예쁜 음부에 살짝 맞댄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레이라도 그 감촉이 의미하는 게 뭔지 정도는 알 수 있는지, 곧바로 레이의 몸이 움찔하고 크게 떨리며 반응을 보였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 내, 내가! 내가 잘못 생각했어!"

    그리고 몸을 파닥거리면서 저항하는 레이였지만, 당연히 힘으로 날 이길 수는 없었다.

    게다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볼 수조차 없으니, 레이는 점점 더 안달하기 시작했다.

    "아까는 잠깐 정신이······야! 내 말 듣고 있어?! 야! 호모! 야! 잠깐! 정말로······?!"

    하지만 그런 레이와 말도 섞지 않은 채로, 나는 천천히 허리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몸답게 그 음부는 이렇게나 젖어 있으면서도 빡빡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내 물건을 밀어냈지만, 그 정도 저항도 이겨내지 못할 내가 아니었다.

    내 귀두는 점점 레이의 음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야! 알았어! 이제 호모라고 안 할게! 듣고 있어!? 너 이러면······이러면 너도 그 새끼를 배신하는 게······! 응흐읏?!"

    울먹이는 목소리가 양심을 푹푹 찌르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결국 허리에 힘을 줘서 물건을 끝까지 찔러넣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레이의 몸에는 그 감촉이 제대로 직격탄을 맞은 느낌을 줬는지,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레이는 곧바로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하아······하아······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죽이진 않겠어. 하지만 잘라 버릴 거야. 어차피 호모니까, 필요 없잖아?"

    처음 봤을 때의 그 암살자 레이가 된 것 같은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등줄기가 오싹해질 정도로 무서운 말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안심되는 말이기도 했다.

    아니. 그도 그럴 게, 얘 자고 있는 실비아랑 하려고 한 거잖아? 알아. 나도 알아. 완전히 내 잘못이라는 거. 얘 생각 못하고 그렇게나 섹스해댄 내 잘못이지.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남자랑 진짜 섹스를 하려고 한 거잖아? 실비아가 남장하고 있는 여자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실비아가 진짜로 남자였다면······.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이런 시험하는 짓을 하고 있는 거다.

    만약 레이가 이 행위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도 임명을 하는 건 없던 일로 할 생각으로.

    물론 네가 여자가 몇인데 그런 말을 하냐? 양심은 있냐? 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딱 잘라 말하겠는데, 난 그런 양심 없다. 매번 말하잖아. 나 쓰레기라니까?

    내로남불이든 독점욕만 강한 쓰레기든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 전부 사실이니까.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레이가 내가 기대했던 반응을 보였다는 게 중요했다.

    사실 실비아의 얘기만 들어봐도 얘가 얼마나 나한테 빠져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확신이 필요했으니까 말이야.

    응. 일단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도 임명 과정을 진행해도 괜찮을 것 같아.

    만약 사도 임명에 다른 기능이 있고 다른 필요성이 생기더라도 웬만해서는 앞으로도 사랑을 확인하는 의미로만 쓰고 싶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나로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면 슬슬 진실을 밝히기로 해볼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진짜 무슨 사고가 나도 단단히 날 것 같으니까.

    "너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드디어 내가 입을 열자, 아래에 깔려 있던 레이의 몸이 다시 한번 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천천히 레이는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턱도 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내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

    그리고 상큼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내 모습을 확인한 순간, 레이는 곧장 손을 바닥으로 뻗더니 그대로 은빛 궤적을 그리며 내 목을 노리고······.

    "으악?! 뭐 하는 거야?! 너 미쳤어?!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려고 그러냐?!"

    이래 봬도 얘 역시 이 세계의 주민이다. 사람 죽이는 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애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랑 놀다 왔다고 해서 바로 죽이려고 드는 건 너무하잖아?!

    "······!"

    하지만 레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일격에 죽이지 못한 게 아쉽다는 듯 이를 바드득 갈면서 다시 한번 단검을 휘둘렀다.

    물론 레벨 차이가 있다 보니 막을 수는 있었지만, 진짜 위험해 죽겠네!

    "후욱······후우욱······!"

    그러자 분해 죽겠다는 듯, 레이는 이제는 눈물까지 주륵주륵 흘리며 날 노려봤다.

    야. 무슨 말이라도······어? 잠깐만. 얘 설마······.

    레이의 팔목을 붙잡고 있는 내 손. 그 손의 크기를 본 순간, 나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야. 나 구원이야."

    아니. 실은 말이지. 실비아인 척하려고 팔찌의 힘을 빌리고 있었거든.

    아무리 엎어져 있는 상태로 이쪽 못 보게 해도, 덩치 차이는 바로 눈치챌 거 아니야?

    그래서 어려지는 팔찌를 말이지. 마침 디아나가 나이 조절도 가능하게 팔찌를 개조해 줘서, 그것도 시험해 볼 겸 딱 실비아 정도의 몸 크기가 될 정도로 나이를 줄인 다음 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까먹고 말았지 뭐야.

    즉, 이 녀석은 자신이 나도 실비아도 아닌 제삼자에게 덮쳐졌다고 생각하고는 죽이려고 든 거다.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할 정도로 정조 관념이 철저한 녀석이잖아.

    아니. 생각해 보니 바프라나 그 쓰레기 같은 녀석들한테 쫓겨 다니는 몸이었으니, 이렇게 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 잠깐만. 그렇다는 건 다시 말해서, 나는 이렇게 정조 관념이 철저한 녀석이 실비아랑 그런 짓을 할 생각까지 하게 할 정도로 궁지로 몰아붙였다는 얘기가······크윽. 자, 잠깐만. 인제 와서 양심이 찔리기 시작했어.

    "······너, 너······."

    팔찌를 풀어서 원래 몸으로 돌아오자, 그제야 레이는 울음을 뚝 그치고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래. 나다. 구······으악?!"

    "죽어! 이 바람둥이!"

    그리고는 다시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잔뜩 주더니, 아까랑은 다른 의미로 울상을 지으며 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아까랑 다르게 살기는 없었고, 목이나 심장 같은 곳을 노리고 휘두르는 게 아니라 그냥 허공에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느낌이라 피하기는 쉬웠지만.

    "그만! 잠깐! 야! 위험하다니까?!"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3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