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42화 (1,026/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2화 >

    "하, 하고 있어! 그 녀석, 지금 절대로 하고 있어!"

    시끄럽게 소란 피우는 레이의 목소리에, 무시로 일관하던 실비아 역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보고는 필요 없습니다."

    "보고하는 거 아니야! 그 녀석! 지금 다른 여자랑 하고 있다니까?!"

    "저도 들었습니다."

    "넌 분하지도 않아?!"

    "전혀요."

    레이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실비아를 노려봤지만, 실비아는 쿨하게 그 시선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실제로도, 실비아는 전혀 분하지 않았다. 분에 넘치는 일이지만, 실비아 자신 역시도 레이가 경쟁 상대로 느끼고 질투하는 구원 님의 여자 중 한 사람이니까.

    "어째서?! 너 그거잖아?! 호모잖아?! 그 녀석 좋아하잖아?!"

    "······."

    저렇게 적의를 드러내며 덤비려는 상대한테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실비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제 됐어!"

    그러자 분에 받쳐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레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물론,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둘 실비아가 아니었지만.

    "······뭐 하자는 거야?"

    실비아가 문을 눌러서 나가지 못하게 하자, 레이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실비아에게 쏘아냈다.

    물론 실비아에게는 아무 소용도 없었지만.

    "당신을 지켜보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구원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제 눈이 닿는 곳에서 행동해주십시오."

    "뭐? 무슨 헛소리야?!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너희 부하야?! 비켜!"

    레이는 있는 힘껏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실비아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대로 힘으로 제압해놓고 있는 건 간단했지만, 내심 귀찮았던 실비아는 레이의 마음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까 경쟁자 발언도 그렇고, 지금 이 반응도 그렇고, 레이가 구원 님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그러면 한가지 약속해주십시오. 구원 님이 돌아오셨을 때, 제가 당신을 지켜보지 못했던 이유가 당신에게 있음을 부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 하면 되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 무서워할 줄 알고?!"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레이는 짜증 팍팍 내면서 문에서 떨어져서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레이 역시도 구원 님께 미움받을 행동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그렇게 해서, 레이와 실비아의 기묘한 룸쉐어 생활이 시작됐다.

    첫날은 그 이후로 별문제 없었다.

    구원 님과 다른 분들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계속 느껴지는지 줄곧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지만, 어차피 밤이 늦었으니까.

    "그러면 침대는 내가 쓸 거야!"

    그렇게 말한 레이가 멋대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잠이 들어 버린 것을 확인한 다음, 실비아도 방 안에 있던 소파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으로 하루가 마무리됐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 생겼다.

    "응흐읏?! 그, 그 녀석! 아침부터 또······!"

    전날에 있었던 사건으로 피곤했던 건지, 늦게까지 잠을 자던 레이가 일어나자마자 쾌감에 몸부림쳤기 시작했다.

    "흐아응?! 흐읏! 무, 뭘 보는 거야?! 눈 가려! 귀 막아! 방에서 나가!"

    침대 위에 누워서 허리를 공중에 띄우며 외치는 레이의 고함에, 실비아는 황급히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저 모습이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을 테니, 방문 앞을 지키고 있으면 되겠지. 조금 기다렸다가 진정하면 그때 들어가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하지만 실비아가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레이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레이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저녁이 거의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흐아아······하아······하아······자, 잠깐······너······하으······드, 들어와 봐······."

    문틈으로 얼굴만 빼꼼 내민 레이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실비아를 손짓해서 불러들였다.

    눈은 완전히 풀려서 초점을 잃고 있었고 입가에서는 타액이 칠칠하지 못하게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다가가고 싶은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레이를 지켜보라는 명을 받은 실비아로서는 방 안에 들어갈 기회가 생겼을 때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방 안의 상태는 실비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침대는 당연하다는 듯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침대에서 문까지 점으로 이루어진 끈적끈적한 액체의 길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만든 레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알몸이었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소스라치게 놀랄 상황이었지만, 실비아는 남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 공주님 탓에, 이런 상황에 익숙하기까지 했다.

    "옷이라도 입으십시오."

    무덤덤한 실비아의 반응에 평소 같았으면 "그 반응은 뭐야?! 이 호모!" 같은 말이라도 했겠지만, 지금의 레이는 그럴 상황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아아······하아······이, 이쪽으로······."

    문에 등을 기댄 채 주르륵 미끄러지듯이 주저앉아서 다리를 칠칠하지 못하게 벌리고서는, 레이는 실비아에게 힘없이 손짓했다.

    "뭘 하려는 겁니까?"

    물론 실비아는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지만.

    "······해주겠어."

    "네?"

    레이가 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바람에, 결국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가 마지막 힘을 짜내는 것처럼 실비아의 바지를 덥석 잡아서는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나쁜 새끼! 내 처음까지 가져가 놓고! 이렇게 다른 여자랑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나도 바람피워줄 거야!"

    "무?!"

    구원이 없을 때는 냉정 침착. 사람에 따라서는 무감정하다고까지 평가하는 실비아였지만, 제아무리 실비아라도 이 상황에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어! 호모라도 해주면 기분 좋잖아?!"

    그렇게 말하고서는, 레이는 실비아의 딜도를 덥석 잡아 버렸다.

    그 때문에 황급히 뒷걸음치려던 실비아도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 뒤로 물러나면 딜도가 빠진다.

    지금까지 완벽히 남자인 척을 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지난번에 구원 님과 같이 레이의 봉사를 받을 때조차 들키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구원 님이 안 계신 이때에 여자인 걸 들켜서 구원 님의 계획을 망칠 수는 없었다.

    "그, 그래! 가만히 있어! 너도 짜증 날 거 아니야?! 너도 그 녀석 좋아하잖아?! 짜증 나잖아?! 그러니까 너도 같이 바람피워 버려! 그 녀석도 똑같은 기분을 맛봐야 돼!"

    전 짜증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제가 이러고 있는 걸 보더라도 구원 님은 짜증 내지 않으실 겁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좋아하실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구원 님과 당신은 사귀는 사이가 아닙니다. 그러니 구원 님이 다른 여자와 무엇을 하던 바람피운 게 되지는 않습니다.

    "아음!"

    하고 싶은 말이 무척이나 많은 실비아였지만, 자신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딜도를 입안 깊이 물어 버린 레이를 보고 있자니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구, 구원 님! 실비아는 이 상황을 대체 어쩌면 좋나요?

    당황한 실비아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레이는 고개까지 앞뒤로 움직이면서 지난번에 구원 님께 배운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딜도와 감각이 연결된 게 아닌 실비아로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고 그저 곤혹스럽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흐으응?! 그, 그 녀석! 또오!"

    딜도를 빨던 레이가, 갑자기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절정에 달해 버리고 말았다.

    실비아의 딜도를 손으로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몸을 바들바들 떨던 레이는,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에는 아까보다 더 심하게 질투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하아······하아······이, 이렇게 된 이상······! 마, 마, 마셔주겠어!"

    "무, 뭘 말입니까?"

    "뻔하잖아?! 너도 빨리 싸!"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실비아는 레이의 바람피워주겠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깨달았다.

    레이도 딱히 실비아와 섹스까지 할 생각은 없었던 거다.

    그냥 구원이 있을 때 했던 것처럼, 실비아의 물건을 빨아주는 수준에서 그치려고 했던 거다.

    아마 이 정도 플레이는 그때 구원도 본 적이 있으니, 들키더라도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을 거라는 레이 나름이 계산이 깔려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긴. 생각해 보니 그랬다. 구원이 싫어할까 봐 방에서도 나가지 않았던 레이가 인제 와서 다른 남자와 섹스라는 과격한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 질투에 눈이 돌아가기는 했는지, 그때 구원 앞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행위. 그러니까 실비아의 정액을 마시는 행위를 하겠다고 선언해 버렸지만.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당황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해서, 실비아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가?! 넌 질투 같은 것도 없다는 거야?! 그러고도 남자야?!"

    여자입니다. 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실비아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적당한 변명을 찾아냈다.

    "제 아래쪽에, 구원 님과 같은 알주머니가 없는 것이 보이십니까?"

    "뭐? 어? 그, 그러고 보니······."

    "저는 선천적인 기형으로 씨를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싸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같이 다니던 구원 님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로 선천적인 체질 문제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 임기응변에, 당연히 이런 쪽의 지식이 전무한 레이는 깜빡 속아 넘어갔다.

    "뭐? 그, 그럼······네가 호모가 된 것도······."

    "······."

    "하아······하아······됐어. 그만 됐어. 그거 추슬러. 저쪽도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고."

    실비아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건지, 레이는 죄책감에 찌든 표정으로 실비아의 몸을 밀어냈다.

    그리고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푹 파묻었다.

    "······진자 뭐냔 말이야. 어떻게 이렇게 해대는 거야? 그 녀석. 색정광 아니야? 그러고도 용사야? 사실 여신인지 뭔지 하는 년이 보낸 거 아니야?"

    "움직이기 힘드시면, 침대로 옮겨 드리겠습니다."

    그 중얼거림을 듣고 내심 움찔한 실비아는, 황급히 그런 말을 건넸다.

    "······됐어."

    레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놔둘 수도 없었다. 실비아는 레이의 몸을 안아 들어 침대로 옮겼고, 레이도 딱히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 계속해서 구원의 험담을 중얼거리던 레이는 이내 완전히 탈진했는지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손에 낀 반지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그렇게 레이가 완전히 잠든 다음이었다.

    구원 님의 연락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메말라 있던 실비아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구원니이임! 실비아는······! 실비아는 더는······!"

    황급히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고 소리쳐봤지만, 반지는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았다.

    아연한 표정으로 한동안 반지를 멍하니 바라본 실비아는, 이내 자신도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

    그리고 다음 날.

    온종일 절정 지옥에 빠졌던 레이는 말할 것도 없이 오늘도 늦잠을 잤다.

    거기까지는 문제없었다. 문제는 실비아마저 늦잠을 잤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도 레이보다도 더 늦게까지.

    무뚝뚝하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레이를 상대하느라 속으로는 진이 빠진 걸까? 아니면 드디어 고난을 마치고 구원과 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희망이 산산이 부서져서?

    드물게도 점심때가 지나서야 눈을 뜨게 된 실비아는, 눈을 뜨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던 자신의 몸 위로 누군가가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 하시는······?!"

    "그, 그 새끼! 그 새끼가 또 아침부터 계속······!"

    이제는 아예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이는, 흐물거리는 실비아의 딜도를 잡아서 억지로 세우고는 그 끝에 자신의 음부를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음부에서는 어제보다도 더 심각해 보일 정도로 애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 너 씨 없다고 했지? 그러면, 그러면······흐윽······!"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순간, 레이의 뺨 위로 한줄기 물방울이 흐르고 지나갔다.

    "바, 바, 바람······진짜로 바람피워도······!"

    딜도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려서 음부에 제대로 고정도 안 되고 있었지만, 레이는 진심으로 딜도를 자신의 안에 삽입할 생각까지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레이의 모습을 보고 실비아가 취한 행동은 바로······뒷목을 때려서 기절시키는 거였다.

    "그렇게 기절한 상태로, 지금까지 쭉?"

    "네에! 그러니까 저 사람! 저랑 섹스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아!"

    완전히 멘탈이 깨진 목소리로, 실비아는 내게 안겨서 울먹거렸다.

    사실 실비아가 해준 얘기만 들어보면 멘탈이 깨진 건 레이고, 실비아는 시종일관 무덤덤하게 반응했던 것 같지만, 아마 레이를 상대하는 내내 실비아 나름대로 마음속 고충이 있었던 거겠지.

    내가 곁에 없을 땐 무감정해 보이는 걸로 유명한 실비아라고 하지만, 얘가 겉보기만 그런 거지 진짜로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니까.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42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