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34화 >
바넷사랑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샌가 마차는 성문 앞까지 도착해있었다.
"성자님!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거기에는 성문을 활짝 열고 우리를 열렬히 환영하는 무리가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환영만으로도 성안이 어떤 상태인지는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 조금 늦었나.
"바넷사. 서두르자."
"네엣!"
"······."
"······."
"야. 지금 삑사리가 혹시 귀여운······."
"이럇!"
얘는 꼭 자기가 불리하면 아예 대화를 거부하더라.
다른 때 같으면 진짜 신나게 놀려줬을 텐데. 운 좋은 녀석.
"성자님. 오셨습니까. 이쪽입니다."
마차에서 내리자, 곧바로 기사가 날 맞이해줬다. 그것도 그냥 기사가 아니라, 실비아와 똑같은 왕실친위대로 보이는 기사가.
이런 사람이 직접 여기까지 맞이하러 왔다는 얘기는,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얘기겠지.
그리고 그 심각성은 기사의 뒤를 따라 성안을 이동하면 이동할수록, 피부로 직접 실감할 수 있게 됐다.
아직 펠리시아의 방에서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 얼굴이 상기된 메이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윽······."
그리고 그런 메이드들이 보이기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옆에서 따라오던 바넷사가 갑자기 침음성을 흘리며 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바넷사는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얘가 이렇게 갑자기 무표정이 무너지다니. 이게 대체······.
"바넷사? 왜 그래?"
"그것이······"
바넷사는 살짝 내 눈치를 살피더니, 뺨을 희미하게 물들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바, 바넷사. 성안에서 나오는 뜨거어운 기운 때문에 몸이 따끈따끈······."
"알았어. 무슨 말인지 알았어."
이런 때에조차 내 명령을 충실히 지키는 바넷사를, 나는 황급히 뜯어말렸다.
바넷사야. 대체 네 안에서 귀여운 말투라는 건 대체 뭐니?
아니. 귀엽지 않다는 건 아니야. 말투는 둘째 치더라도 자기도 부끄러운 건 아는지 수치심에 바들바들 떠는 모습 자체는 무척이나 귀여웠어.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눈에만 그런 거고, 길을 안내해주는 기사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거 아니야.
‘이런 심각한 상황에 저런 장난이나 치고 있다니.’ 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펠리시아의 기운이 여기까지 뻗쳐있다는 거지?"
"······."
바넷사도 그 말투를 두 번이나 쓸 생각은 안 들었는지, 입을 다문 채 고개만 위아래로 끄덕였다.
쟤 지금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거, 분명 펠리시아의 기운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 걸 거야.
그나저나 펠리시아의 기운이 여기까지 뻗쳐있다니.
사실 난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바넷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바넷사는 과거에 이미 펠리시아의 기운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으니까.
"알았어. 그러면 바넷사는 더 따라오지 말고 근처에서 쉬고 있어."
그렇게 근처에 있는 메이드에게 바넷사의 안내를 맡긴 다음, 나는 길을 안내하는 기사를 따라 황급히 펠리시아의 방으로 향했다.
펠리시아의 방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서, 심지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있을 정도였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하아······하아······."
그야 길을 안내해준 왕실친위대 기사마저도 이럴 정도니, 그보다 레벨이 낮은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냐마는.
오늘은 메이드가 아닌 기사가 직접 길 안내를 해준 것도, 그냥 사태가 심각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니. 확실히 그냥 메이드로서는 안내 자체가 불가능하겠지.
"약 두 시간 전, 부터입니다."
두 시간 전이라니. 이걸 타이밍이 좋다고 봐야 할지 나쁘다고 봐야 할지.
혹시 내가 지상으로 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인가? 길드도 결국 펠리시아의 관리하에 있는 조직이고, 내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면 그 정보는 펠리시아한테도 분명 전해질 테니까 말이야.
지금까지 잘 참던 펠리시아도, 그 소식을 듣고 빨리 나랑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살짝 인내심이 흔들려버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래도 일단 빨리 사태를 수습하러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조금만 더 늦었으면 성 전체에 이 기운이 퍼졌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게 되면 성안의 기능이 모조리 마비됐을 테니까.
뭐, 펠리시아만 해결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게 된 시점에서, 제시간에 온 건 아니지만.
"그러면 기사님. 펠리시아의 기운에 조금이라도 영향받은 사람들은 모두 한곳으로 모아주세요. 펠리시아부터 일단 진정시키고 그 사람들 문제도 해결할 테니까요."
"네! 부탁······하앗······드립니다!"
펠리시아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사에게 그렇게 부탁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저 기사도 점점 숨이 거칠어지는 게 상당히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달리 부탁할 사람도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어머어······자기. 이제야 왔어?"
그리고 방안의 침대 한가운데에는, 펠리시아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날 환영해줬다.
바닥에 메이드들의 시체······아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간헐적으로 움찔움찔 떨고 있고. 저거 괜찮은 걸까?
"그래. 조금 늦었지?"
대답하면서, 나는 일단 쓰러진 메이드들부터 방 밖으로 옮겼다.
"정말로."
일단 내 앞이라 안 그런 척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더 참고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인지, 펠리시아는 일견 멀쩡한 것처럼 보였다.
뭐, 어느 쪽이든 펠리시아의 기운이 폭주하고 있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기운이 폭주하고 있다면, 나는 왜 멀쩡한 걸까?
아니. 물건이야 방에 오기 전부터 바지를 뚫을 정도로 팽창해있었지만, 펠리시아의 기운에 제대로 맞으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잖아?
매혹에 걸려서 펠리시아밖에 눈에 안 들어오게······설마 이미 사도 임명을 찍을 정도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매혹이 안 걸리는 건가?
그건 살짝······응. 많이 부끄러운데. 아니. 내가 펠리시아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말이야.
"자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오랜만이야? 저쪽에서는 많이 못 했나 봐?"
"아니. 으악! 깜짝이야!"
마지막 남은 메이드를 방 밖으로 보내고 뒤를 돌아보자, 어느샌가 펠리시아는 내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얘가 진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무리 밖에 여자들밖에 없다고 해도 그렇지! 너 지금 알몸이야 이것아!
나는 등 뒤로 손을 뻗어서 황급히 문을 닫았다.
"하아아······자기······저쪽에서 못 한 만큼······내가 잔뜩 해줄게······."
하지만 펠리시아는 그런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내 목덜미에 끈적끈적하게 입을 맞추며 손으로 내 바지를 더듬었다.
최대한 안 그런 척하고 있지만 역시나 상당히 급한지, 그 손은 덜덜 떨리고 있어서 내 바지를 제대로 벗기지도 못했다.
"하으으읏······하아······."
그래서 펠리시아의 손을 잡아서 멈춰 세우고 나 스스로 바지를 벗자, 펠리시아는 내 물건 위에 손을 얹고는 한차례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서는 마치 보물 다루듯이 물건을 쓰다듬으면서 달콤한 한숨을 내뱉기까지.
"어째 나보다 이게 더 반가운 것 같다?"
"어머, 지금 질투하는 거야?"
요염하다 못해 퇴폐적이기까지 한 외모와 갭이 느껴지는 순수한 미소로 그렇게 받아쳐 준 후, 펠리시아는 폴짝 점프해 내게 안겼다.
양 무릎으로 내 허리를 잡아서 날 내려다보는 자세가 된 펠리시아는, 그 풍만한 가슴 사이에 내 얼굴을 끼우고는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리고는 천천히 엉덩이를 내려서 내 물건 끝에 자신의 음부 입구를 재주 좋게 맞춘 후, 살랑살랑 엉덩이를 한차례 흔들어준 다음 다시 천천히 엉덩이를 내렸다.
"흐아으응······흐읏!"
그렇게 삽입하고 나서도 그 완벽한 허리 테크닉을 선보였다면 그야말로 서큐버스다운 모습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펠리시아는 그런 걸 할 수 있는 여유까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마치 정액을 뽑아내려는 것처럼 움직이는 음부 안쪽의 감촉은 그야말로 서큐버스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지만.
하지만 삽입한 것만으로도 몸에서 힘이 풀려버리다니. 내가 엉덩이를 받쳐주지 않았으면 미끄러질 뻔했잖아.
뭐, 그만큼 얘도 급했다는 얘기겠지.
"응흐읏?!"
팔다리에 힘이 풀려 축 늘어진 펠리시아를 대신하여, 나는 엉덩이를 받친 손에 힘을 줘서 그 몸을 위아래로 움직여줬다.
"하아······하아······자기, 너무 멋진 거 알아?"
그렇게 몇 차례 사정을 마친 후, 겨우 제 컨디션을 되찾은 펠리시아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섹스를 잘해서?"
"응. 내가 자기한테 그것 때문에 반했잖아."
긍정하지 말라고 이것아.
그리고 네가 무슨 섹스 때문에 나한테 반해.
"하긴. 그래서 내 마음은 받아주지 않아도 되니까 섹스는 계속해달라고 졸랐었지. 비련의 주인공처럼."
"그,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잖아?"
제아무리 펠리시아라도 그때 얘기는 부끄러운지, 펠리시아는 슬며시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그랬던가?"
"그랬······아흥······자기, 지금 일부러 그랬지?"
"뭐가?"
"뭐기는. 일부러 내가 말하는 순간에 물건을 뺀 걸 말하는 거지. 그렇게 내 신음이 듣고 싶었어? 말해주면 얼마든지 둘려줄 텐데. 이렇게. 아흥. 흐읏."
이건 또 왜 안 부끄러워하는 거야. 보통 아까 것보다 지금 걸 더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냐?
그리고 귓불 빨면서 요염하게 신음 흘리지 마라. 모처럼 뺐는데 다시 서잖아. 나 바지 입고 나가야 한다고.
"딱히 노린 거 아니야. 슬슬 너도 안정된 것 같으니까 나가서······."
"자, 잠깐! 벌써 가려고?!"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킨 순간, 펠리시아가 깜짝 놀라서는 내 옷깃을 잡아챘다.
"왜?"
그 모습이 왠지 흐뭇해서 내가 능글맞은 미소를 짓자, 펠리시아도 지금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아는 듯 곱게 눈을 흘겼다.
"조금 더 있다가 가도 되잖아. 오랜만이니까. ······그러니까, 곁에 조금만 더······."
"걱정 안 해도 돼. 아예 가려는 거 아니야. 그냥 잠깐 일 좀 처리하고 올게."
이렇게 솔직히 얘기하는 건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말할 정도로 간절하다.
그런 마음이 절실히 느껴져서, 나는 더 놀리지는 않고 펠리시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일이라니? 성에서? 갑자기? 꼭 지금 해야 돼?"
"네가 지금 밖이 어떤 상황인지 못 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피해자가 그렇게 많아?"
그 말만으로 무슨 뜻인지 이해한 듯, 펠리시아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꽤나."
"하지만 그런 건 내가 나중에······."
"내가 하는 편이 간편하고 빠르잖아. 오래 안 걸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어머. 저 정력 넘치는 자신감. 자기, 나 어떡해. 지금 살짝 자궁 떨렸어."
"섹스로 풀어주려는 거 아니야 이것아! 스킬로 풀고 올 거야!"
어떡하긴 뭘 어떡하고 떨리기는 또 어디가 떨린다는 거야?! 얜 진짜 못 하는 말이 없어!
"아하하. 나도 알아. 농담이잖아. 다녀와. 소녀, 여기서 지아비가 돌아오실 때까지······."
"펠리시아. 너 그 말투 진짜 안 어울린다니까."
"자, 자기?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진지한 말투로 말하면 조금 상처받아."
"아무튼 다녀올게."
"너무해애."
침대 위에서 다리를 동동 구르며 애교부리는 펠리시아를 뒤로하고, 나는 일단 물의 정령으로 몸을 가볍게 씻은 후 바지를 챙겨입고 방을 나섰다.
"성자님! 말씀하신 대로 피해자들을 한곳에 모아뒀습니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안내해줬던 기사가 경례와 함께 날 맞이해줬다.
내가 나오는 것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뭐, 이 기사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그럼 안내해주세요."
"넵! 이쪽입니다!"
기사를 따라 가보니, 거기에는 족히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아니. 그냥 숨만 헐떡이면 양호한 편이었고, 몇몇은 아예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위에 몰두하고 있기까지 했다.
역시 펠리시아랑 노닥거리기 전에 일단 나와서 여기부터 처리하는 게 정답이었어.
그 참혹한 광경을 눈앞에 두고, 나는 빠르게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흐으응읏?!"
범위가 넓은 만큼 성자 스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위력이 약한 성역 선포였지만, 그런 스킬이라고 할지라도 내 무지막지한 매력 스탯이 계수로 더해지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뽐내게 됐다.
스킬을 발동한 것만으로도 레벨이 낮은 메이드들은 곧장 절정에 달해버렸고, 곧이어 병사 차림의 사람들도 차례차례 절정에 달하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고레벨의 기사들은 성역 선포만으로는 절정에 달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은 이렇게.
"응흐으읏!"
손에 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그 어깨를 가볍게 건드려준 것만으로도, 바닥으로 주저앉으며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좋아. 이대로라면 정말로 얼마 안 걸리겠군.
신도들에게 일일이 세례를 해주는 것처럼, 나는 오랜만에 성자다운 기분을 맛보며 아직 절정에 달하지 못한 어린 양들의 어깨를 차례차례 살며시 짚어줬다.
"좋아! 이걸로 끝!"
"흐아으읏······흐아응······흐읏······."
"그럼 각자 맡은 바 위치로 다시······정신 차리면 돌아가세요."
이미 내 말은 아무도 안 듣고 있었지만 그래도 중간에 말을 끊기도 뭐해서, 나는 어색하게 말을 마무리한 후 다시 펠리시아의 방에 돌아갔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3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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