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28화 (1,012/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8화 >

우선 수건으로 물건부터 닦고 나서, 나는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거, 괜히 얼버무리려다가 분위기 이상해진 거 아니야? 그냥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그냥 핀잔 조금 당하고 끝났을 거 같은데.

아니. 정 안 믿어줄 것 같으면 그냥 너무 흥분해서 그랬다고 성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유쾌하게 넘어갔어도 됐다. 그러면 등짝은 몇 대 맞았을지 몰라도 이런 분위기는 안 됐을 텐데.

내 딴에는 침착하게 머리를 쓴다고 썼지만, 오히려 너무 머리를 굴리려고 한 게 독이 됐다.

하긴. 절정 속박으로 사정도 억지로 참고 있는 놈이 냉정한 판단은 무슨.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발 싸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자와 가까워진 내 머리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괜히 쟤들이 바넷사랑 합류하면 오해와 오해가 합쳐서 더 큰 오해가 생긴다.

그러기 전에 빨리 쫓아가서 지금이라도 사실을 털어놓는 게 제일이겠지.

"구원!"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순간,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다시 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 사라야.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구나? 잘 됐다. 안 그래도······."

"아까 그거. 그 여자 때문이야?"

당장 오해를 풀려고 입을 열었지만, 사라는 그런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응? 그 여자?"

"그 여자 있잖아. 구원이랑 감정 공유됐다는 여자. 혹시 그 여자 때문이야? 저쪽에서 흥분하니까 구원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런 짓을 한 거야?"

솔직히 말해서, 한순간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이대로 전부 레이 탓으로 돌려버리면 그보다 더 편한 해결법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양심이······그야 물론 레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왈가닥에 상식도 없는 애지만, 그래도 하지도 않은 짓까지 뒤집어씌워서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잖아.

그것도 얼마 전까지 처녀였던 애였는데, 심지어 그 처녀를 가져간 게 다름 아닌 난데, 그런 애가 내가 컨트롤 못할 정도로 달아올라서 그랬다는 변명을 하라니.

"······아니."

"······그래."

고심 끝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고, 대답을 들은 사라는 심통한 표정으로 다시 문을 닫고 나가려고 했다.

"아니. 야! 잠깐 기다······!"

"금방 다시 올 테니까 그대로 잠깐만 기다려!"

황급히 사라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도 사라의 말에 가로막혀서 나는 이번에도 사라를 붙잡을 수 없었다.

사라야. 나 때문에 여유가 없어진 건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오빠 얘기도 좀 들어주면 안 되니?

이거 왠지 다시 쫓아가기도 애매해졌는데. 어쩌면 좋지? 금방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볼까?

"······그래서, 뭘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기를 수 분. 사라는 자기 말대로 정말 금방 돌아왔다. 어째선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으, 응?"

"그러니까!"

하지만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뭘 하고 싶었냐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사라는 그런 내 태도를 보고 또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다만 화가 나서 소리 지른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일부러 화난 척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 어제 말했잖아! 해보고 싶은데 참았던 거 다 해본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 봤자 부끄러움을 이길 수는 없었는지 사라의 목소리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결국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뭐, 그래도 필요한 내용은 다 들었지만.

그러니까 즉, 그런 거지?

어제 자기가 다 같이 자자고 하는 바람에 섹스를 못 하게 됐으니까, 그것 때문에 내가 아침부터 발정 나서 그런 짓을 해버린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해주겠다는 거고.

아까 나한테 레이 때문이냐고 물어본 것도 그런 맥락으로 확인해본 거였고, 다른 애들을 데리고 나가서 밖에서 대화를 나눈 건······그런가. 내일 모래면 가야 할 나를 지금부터 자기가 혼자 독점하게 되는 거니까 그 양해를 구한 건가.

다시 말해서 아까부터 사라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던 이유는, 그런 식으로 모두를 위한 척해놓고 결국 자기 혼자 날 독점하게 되는 이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또······.

"저······사라 씨? 그 전에 먼저 질문이 있는데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들어줄 수 있으신지······."

"뭐든 다 해주겠다고 말하잖아!"

지금부터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체 뭘 상상하고 계신 건지.

"아니. 그런 말은 아직 한 적 없는······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일단 냉정하게 태클을 걸어봤지만, 돌아온 건 사라의 앙칼진 눈빛밖에 없었기에 나는 황급히 말을 멈췄다.

그나저나 뭐든지. 뭐든지라.

그 함축성 있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상상력이 부풀어 오르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사라가 저러는 이유가 오해 때문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니. 본의는 아니지만, 왠지 속여서 이용하는 것 같잖아.

"사라야."

"뭐, 뭐야."

그런 의미에서 즐길 땐 즐기더라도 일단 사실부터 밝히자고 생각한 나였지만, 어째선지 사라는 이름을 불린 것만으로도 뒷걸음질 쳤다.

괜찮아. 안 잡아먹는다니까.

"실은 말이지······."

나는 하나의 거짓도 없이 아침에 일어났던 일을 그대로 빠짐없이 얘기해줬다.

"그렇게 된 거야. 하핫. 재미있는 오해였지? 나중에 레이첼 누님이 오면 대체 내 바지는 왜 벗긴 건지 물어봐야겠어. 뭐,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잠깐!"

그리고 얘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사라를 덮치려고 했던 나였지만, 사라는 손을 쭉 뻗어서 내 얼굴을 막아섰다.

하지만 사라야. 리치의 우위는 내게 있단다.

사라의 손에 얼굴이 막혀 더 전진할 수 없게 되어도, 나는 손을 뻗어서 어렵지 않게 사라의 그 탐스러운 알가슴을 움켜쥘 수 있었다.

"아응! 잠깐! 잠깐이라고! 했잖아! 이 변태야!"

설마 이렇게 막아도 가슴을 만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사라는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당황했다.

그래도 힘 조절을 해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반응하니 일단 그 가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아아······손바닥에 딱 들어와서 착 감기는 말랑말랑 찰떡같은 알가슴이······.

"알았어. 급하니까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뭐, 뭐가 급하다는 거야!"

"진짜 몰라서 물어?"

"진지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대답하지 마! 이 변태가 진짜!"

아까보다 살짝 더 힘을 담아서 내 안면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려준 후, 사라는 헛기침까지 해가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내 하반신의 분위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그러니까, 아침에 그건 성욕에 눈이 돌아가서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지?"

아무튼 사라는 생각보다 내 얘기를 훨씬 쉽게 믿어주는 눈치였다.

역시 괜히 혼자 머리 쓰면서 그럴 게 아니었어. 그냥 우리의 신뢰 관계를 믿고 정직하게 얘기했으면 그만인 일이었는데.

아래에서는 맨날 연기하면서 머리 굴려야 했으니까, 그 사이에 그게 습관이 들어버렸던 걸까?

"그야 당연하지. 그럼 설마 내가 성욕에 눈이 멀어서 자고 있는 성직자 콤비 상대로 더블 펠라를 시켰겠어?"

"어제 섹스를 못 한 것하고도 별로 관계없었고?"

"응. 아무리 성자라도 하루 못 한다고 발정하지는 않아. 던전에서 길 땐 몇 주씩도 참는 거 많이 봤잖아?"

"······그럼 나는 왜 다른 사람들한테 머리 숙여서 부탁까지 하고 이렇게 준비해온 거야!?"

처음에는 냉정하게 질문하던 사라였지만, 대답을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됐는지 결국 폭발해서는 소리 질렀다.

머리 숙여서 부탁했다니. 역시 그렇게 대인배인 척해놓고 인제 와서 날 독점하려고 하는 게 미안해서 양해를 구하러 갔던 거였군.

하여간 고지식할 정도로 착해 빠졌다니까.

"응? 섹스하려고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사라를 몰아붙이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젯밤에 이어서 이번에까지 기대만 잔뜩 심어주고 결국 안 하게 되면, 농담이 아니라 이번엔 진짜로 성욕이 폭발할지도 몰라.

"아니야!"

"아니라고?"

"맞지만, 아니야!"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자, 사라야. 서로 오해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흥분한 것도 잘 알겠어. 그럴 때는 일단 섹스해서 흥분을 식히고 냉정하게······."

"너 진짜 발정 난 거 아니야?!"

어허. 얘가 또 오빠한테 너라니.

하지만 이번에는 봐준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지기보다는 거사를 치르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니까.

"사라야. 잘 생각해봐. 난 어디까지나 아침에 발정한 게 아니라고 했지, 지금도 발정 안 했다고는 안 했어."

"그러니까 왜 아까부터 그렇게 침착하게 성욕을 드러내는 거야!"

응? 침착한 게 싫은 거야? 그러면.

"너가 유혹해서 이렇게 됐잖아!"

"내, 내가 언제 유혹을······."

갑자기 내가 소리를 지르자, 사라는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짝 몸을 말면서 기세 잃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실컷 센 척하다가 내가 강하게 나오니까 바로 약해지는 사라도 엄청나게 귀여웠다.

뭐, 사라한테 센 척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지만. 내가 아니라 다른 남자가 이랬으면 바로 이승을 하직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거 아니겠어?

"뭐든 해주겠다는 게 유혹이 아니면 뭐야?! 남자한테 그런 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아?!"

"그, 그러니까 그건······."

"아무튼 너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까 책임져!"

본의 아니게 날 유혹한 게 되어버린 사라는 더욱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당황했고, 나는 그 기세를 몰아서 사라의 손을 잡고 내 바지 안에 집어넣었다.

"으읏······왜 이렇게까지······바, 바보! 힘주지 마!"

"아니. 안 줬는데."

내 물건이 심하게 움찔거리는 것처럼 느꼈는지, 사라는 조금 위축된 느낌으로 조심조심 내 물건을 잡았다.

"왜 그렇게 겁을 먹어? 한두 번 만져본 것도 아닌데."

"······이게 얼마 만인지 알긴 알아? 이 바보야."

구원 네가 오랜만에 본 우리 미모에 적응 안 된다고 한 것처럼, 나도 오랜만에 이런 물건을 만지면 적응 안 된다고!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사라는 눈을 치켜뜨고 날 노려봤다.

뭐, 그러면서도 손은 천천히 내 물건을 움켜쥔 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미안. 그래도 이제는 여기 올 방법도 생겼으니까, 앞으로는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아, 물론 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 얼굴을."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 이 바보 오빠야."

어? 오빠라고 하는 거 보니 이제 조금 기분 풀렸나 보네?

"······뭘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는 건지."

은근슬쩍 오빠라고 하면서 기분 풀렸다는 걸 어필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흐뭇하게 웃어줬지만, 사라는 그런 내 미소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툭 내뱉듯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야. 너 오빠한테 기분 나쁘게 웃는다니. 얘가 진짜 못 본 사이에 말버릇이 더 고약해졌네."

"흥. 그러면 더 자주 보던가."

"라고 앞으로 더 자주 볼 것을 더욱 단단히 다짐하게 하려는 사라였다."

"그게 뭐? 잘못됐어?"

와. 얘가 이제 부끄러운 척도 안 하고 정색하는 것 좀 봐.

뭐, 그래도 내심 부끄럽기는 한지 이제는 귀 끝까지 새빨개졌지만.

"그래서, 뭐가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응? 뭐가?"

"이, 이것저것 있다고 했잖아! 자기 입으로 말했으면서!"

아, 아아. 응. 섹스 얘기였어? 알콩달콩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낼 줄 몰랐지.

뭐, 알콩달콩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래쪽에서는 사라가 손으로 내 물건을 대딸해주고 있기는 했지만.

"흠. 그렇군."

"무, 뭐야. 고민하는 척하지 말고 그냥 말해."

뭐야. 사라야. 너 설마 지금 겁먹은 거니? 천하의 용사님이?

하긴 뭐든 들어준다고 해버렸으니 무섭긴 하겠지. 천하의 용사님이 자기 입으로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을 리도 없고.

"응. 그럼 우선 준비한 것부터 해줘."

"주, 준비라니?!"

사라야. 시치미 떼도 소용없단다. 당황한 게 눈에 보이거든.

하여간 생긴 것만 차갑게 생겼지 자기감정을 숨기지는 못한다니까.

"사라야. 오빠는 말이지. 사라가 하는 말이라면 음절 하나 놓치지 않고 전부 들어서 기억해놓는단다."

당황하는 사라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고, 그대로 쪽쪽 입술을 맞추며 이동해서 그 귀에까지 도달한 후, 나는 사라의 귓불을 입술로 물고 그런 말을 달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달콤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그게 섹스를 위한 얘기라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

사라도 그걸 잘 알고 있는지, 바르르 한차례 몸을 떨었다.

뭐, 그러면서도 내 가슴에 맞닿은 사라의 가슴에서 볼록하게 무언가가 튀어나오며 딱딱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보아, 흥분도 한 것 같지만.

"아까 사라 네가 말했잖아? 그럼 나는 왜 다른 사람들한테 머리 숙여서 부탁까지 하고 이렇게 준비해온 거야!? 라고. 뭘 준비해온 거야? 오빠한테 보여줘 봐."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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