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1027화 (1,011/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7화 >

    무슨 일이든 당황해서 잘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언제나 냉정, 침착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언제 어디서 트러블이 발생할지 모르는 모험가 생활. 짧지 않은 경험을 통해 나는 그러한 사실들을 몸서리치게 잘 깨닫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조차도, 나는 침착해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우선은 차분하게 하나하나 상황을 정리해나가는 거야.

    우선은 어느샌가 내 오른팔을 봉인하고 있는 디아나부터.

    이것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아마 원래 오른팔을 베개 삼아 잤던 레이첼 누님이 일어나시면서 디아나를 옮긴 거겠지.

    아무리 디아나보다 내 몸집이 커도, 내 위에서 자는 것보다는 이렇게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게 편할 테니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디아나가 내 몸 위에서 사라진다는 건 내 몸 중앙. 특히 고간 부분을 가드 해주고 있던 디아나의 다리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되고, 그것 때문에 허벅지 중앙을 베고 계시던 천사님의 머리가 지금은 이렇게 중앙 쪽으로 굴러오게 되어서는······.

    "으으응······."

    으헛. 헙. 처, 천사님. 무슨 꿈을 꾸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입술 움직임은 안 돼요. 큰일 난다고요.

    치, 침착하자. 침착해. 소수를 세며 진정하는거야. 1, 2, 3, 5······아, 아차! 1은 소수가 아니지!

    아, 아무튼 그래. 가운데를 막아주던 디아나의 다리가 사라졌으니,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보면 천사님의 얼굴이 내 다리 사이 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그 입술이 내 물건에 닿을 수도 있어. 여기까진 희박한 확률로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라고 치자고.

    문제는 왜 내 물건이 바지 밖으로 튀어나와 있냐는  거야!

    심지어 난 그냥 허리 조절 끈만 달린 바지를 입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거였으면 내 물건이 위로 누워있다가 커지면서 바지 위로 튀어나오고, 천장을 향해 꼿꼿이 서면서 바지를 밀어냈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고려해봤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신발 끈을 묶는 것처럼 X자 형태로 바지 앞섶을 단단히 묶는 형태의 바지라고! 왜 그 끈이 전부 풀려있는 건데?!

    범인이 내가 아닌 건 확실해!

    혹시 잠결에 답답해서 벗은 건가? 살짝 고민해봤지만, 역시 그건 아니야!

    생각해 봐! 나는 레이첼 누님이 일어나고 디아나가 내 오른팔로 이동할 때까지의 그 짧은 순간을 제외하면 계속 양팔 양다리가 봉인되어있었다고!

    그렇다면 날 제외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역시······레이첼 누님밖에 없겠지.

    그러고 보니 아까 엄청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셨지.

    잠결이라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무척 당황한 것처럼 보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왜?! 왜 레이첼 누님이 날 이런 시련에 빠뜨리고 가신 거지?! 대체 왜?!

    혹시 내가 자다가 잠꼬대 같은 걸로 누님 욕이라도 했나?!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설령 꿈이라고 해도 내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상상이 안 되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그래. 여기서 고민하고 있어 봐야 답은 나오지 않아. 그건 나중에 누님을 찾아가서 따로 물어보기로 하고, 우선은 지금 이 상황부터 타개할 생각을 하자.

    우선은 마나를 이용해서 물건부터 죽이고······.

    "하아아······."

    야! 마틸다! 거기에 숨결 불어넣지 마! 집중이 안 되잖아! 너 이게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인지 알기나······!

    "아아······당시이인······응쪽."

    속으로 투정하면서 다시 집중하려고 한순간, 갑자기 물건 왼편에마저 말랑말랑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직접 닿는 감촉이 들었다.

    그 황홀한 감촉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아래를 확인한 순간, 내 머릿속에서 할렐루야가 울려 퍼졌다.

    제, 젠장. 성녀와 추기경의 더블 펠라라니. 제일 이러면 안 되는 둘의 조합이라니! 크, 크윽······!

    그 황홀한 광경을 목격한 것만으로 폭발해버릴 뻔했지만, 나는 자기 자신에게 절정 속박을 거는 것으로 간신히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위험해. 진짜로 위험해. 뭐, 뭔가. 뭔가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그, 그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절박함이 윤활류가 되어 팽팽 돌아간 내 머리는, 결국 최고의 선택지를 도출해냈다.

    물론 여기 있는 넷 중 하나를 깨워서 도움을 요청하려는 건 아니다.

    한 명을 깨우려다가 연쇄적으로 모두 일어날 가능성도 있고,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어지니까.

    나는 당장 문에 달린 마법구에 주목했다.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어도 저걸 마나로 기동시키는 것쯤은 가능하거든.

    저걸 기동하기만 하면 밖에서도 이 완전 방음의 방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거고, 그렇게만 되면.

    "바넷사. 바넷사."

    "일어나셨습니까. 무슨 일······."

    내가 작은 중얼거림도 우리 슈퍼 집사님은 귀신같이 캐치해서 찾아오신다는 얘기지!

    문 열리는 소리도 발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오는 게 훌륭하기 그지없어! 역시 우리 집사님은 뭐가 달라도 달라!

    "이, 이거! 이거!"

    문 앞에서 더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바넷사에게, 나는 필사적으로 물건 쪽을 눈짓했다.

    제발 이것 좀 어떻게 해줘! 라는, 그런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하지만 아쉽게도 내 그런 염원은 바넷사의 마음에까지는 닿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네. 좋으시겠군요."

    답지 않게 눈동자를 떨던 바넷사는, 이윽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나지막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아니! 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도와달라고!

    평소에는 내 속마음을 쓸데없는 부분까지 귀신같이 읽으면서 왜 하필 이럴 때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건데?!

    질투야?! 질투에 눈이 멀어서 그래?! 이거 그런 거 아니야! 성직자 콤비가 더블 펠라를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 잘 알겠는데, 이거 진짜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설마 너한테 이런 거 자랑하려고 불렀겠어?! 생각을 해봐! 네 눈에는 내가 그런 놈으로······아, 아차! 하필 직전에 있었던 쟤 차례 때 디아나까지 끌어들여서 3P를 했지!

    "야! 그게 아니라······!"

    다른 애들이 깨지 않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바넷사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쾅!

    제대로 눈이 돌아가신 우리 집사님은 디아나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것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밖으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햐으?!"

    "꺗!"

    그리고 그런 큰 소리를 듣고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애들은 둔감하지 않았다.

    하나둘 몸을 움찔 떨며 눈을 뜨는 모습이 내 눈에는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보였다. 그리고 그와 반비례하게 내 머리 회전은 과열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갔다.

    제일 중요한 건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레이아와 마틸다부터 어떻게 하는 거다.

    그 짧은 순간 안에 그런 판단을 해낸 나는, 팔에 각각 디아나와 사라를 단 채로 손을 뻗어 레이아와 마틸다의 몸을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으하, 으하하하하하!"

    "으응······뭐야 갑자기······."

    네 명의 몸을 동시에 끌어안고 과장된 웃음을 흘리자, 넷 다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내게 투정을 부렸다.

    이렇게 잠이 덜 깨서 눈을 못 뜨고 있는 모습마저도 눈 호강을 시켜주는 미모였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내게는 그 미모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한쪽 팔에 각각 두 명씩 끌어안은 채로 손을 아래로 내려서 다리 사이에.

    침착하자. 그런 명언도 있잖아.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아, 이건 명언이 아니던가? 아무튼 난 할 수 있어!

    우선은 마나를 돌려서 물건을 죽이고······죽이고······이거 왜 안 죽어?!

    설마 절정 속박 때문인가?! 한계치에 달했는데 절정 속박으로 억지로 사정을 막고 있으니까, 강제로 죽이는 것도 안 되는 거야?!

    여신님! 이런 숨겨진 요소 같은 거 필요 없다고요! 난 왜 이런 걸 이제 와서야 알게 된 거야!?

    그야 사정을 절정 속박으로 억지로 틀어막고 일부러 물건을 죽일 일 따위 지금까지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젠장! 이런 숨겨진 요소, 평생 알고 싶지 않았는데!

    "당시인? 괜찮으신가요? 심장이 무척이나 뛰고 계세요······."

    "어, 엉?! 당연히 안 괜찮지! 어제도 말했잖아! 오랜만에 보니까 너희 미모가 적응이 안 된다고! 근데 일어나자마자 적응 안 되는 미모의 여인이 넷이나 있으니까 얼마나 심장이 떨리겠어! 게다가 그 넷이랑 이렇게 안고 있기까지 하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조차도 내 입은 나불나불 잘만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마틸다야. 다 좋은데 그렇게 심장에 손 가져다 대는 척하면서 손가락으로 유두 살살 간질이지 말아줄래?! 너 성직자야! 성직자!

    "피이. 바보. 안는 건 오빠가 했으면서."

    그리고 사라야! 너도 너야! 자기도 심장 소리 들으려고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 대는 것도 지금의 나한테는 엄청 위험한데, 꼭 그렇게 애교까지 부려야겠니?! 왜 하필 이럴 때만 오빠라고 하는 거야! 진짜 귀여워 죽겠네!

    "으아아······가슴이······가슴이······."

    그나마 얼굴은 내 가슴팍에, 뒷머리는 레이아의 가슴에 눌려서 사이에 낀 채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바둥거리는 디아나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얘까지 없었으면 진짜 이성을 잃고 날뛰었을 거야.

    아니. 디아가 귀엽지 않다는 건 아니야. 오히려 귀엽기는 엄청 귀엽지.

    하지만 이 모습이 솔직히 말해서 꼴······성적으로 흥분되는 모습은 아니잖아?

    차라리 디아나의 뒷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저 거대하고 말랑말랑하고 푹신푹신하고 부드럽고 손을 가져다 대면 그대로 손가락이 잠겨버릴 것 같은······허, 헛! 위, 위험해. 하마터면 또 이성을 잃을 뻔했어.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의 가슴에 눈길을 주지 않고 바둥거리는 디아나의 모습에만 주목하면서,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필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발기가 가라앉지 않더라도, 일단은 대충 욱여넣고 바지 앞섶을 단단히 묶기라도 해야 해.

    이 상태로 이성을 잃고 덮치면 물건을 꺼낸 죄까지 내가 뒤집어쓰게 된다고.

    "하, 하하. 아니. 그야 당연히 안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내 여자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죽겠는데, 다 같이 예쁘게 자고 있는 모습까지 보니 이걸 안지 않고 배기겠어?"

    손은 가쁘게, 하지만 마음은 침착하게. 겉으로는 최대한 태연함을 유지하면서.

    그렇게 완벽하게 행동한 나였지만, 너무 태연한 척하려고 사라의 말을 받아준 게 실수였다.

    "하긴. 덮치지 않은 게 다행이네. 어제도 흥분돼서 잠 못 잤지?"

    "아, 알고 있었어?"

    "그럼 내가 모를 것 같았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내 칭찬이 마구 쏟아지자 기분이 급상승했는지, 사라는 둘만 있을 때가 아니면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애교까지 마구 보여줬다.

    내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가슴에 귀를 가져다 댔던 자세 그대로 뺨을 두어 차례 내 가슴에 비비더니, 그대로 뺨을 내 몸에 댄 채로 위로 타고 올라오기까지 한 거다.

    "어제 내 엉덩이를 만질 때부터 오빠 여기가······."

    그리고는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서는 바로 옆에 있는 마틸다한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애교는 듬뿍 담아서 그렇게 속삭이며, 사라는 은근슬쩍 내 고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

    "응?"

    그리고 그 순간, 내 목소리와 사라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뤘다.

    물론 두 목소리에 담긴 뜻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직접 만져놓고도 아직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지, 사라는 그 고운 손을 움직여서 내 물건을 더듬더듬 몇 차례 더 만졌다.

    그리고 그 황홀한 손길을 느끼면서, 이미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린 나는 다 포기하고 이런 생각만을 하게 됐다.

    지금 절정 속박을 풀면 사라의 손안에 그대로 기분 좋게 사정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성적인 판단력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판단을 내려버리고 말았다.

    절정 속박을 푸는 순간. 푸슉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기세 좋게, 나는 사라의 손바닥 안에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황홀한 기분으로 정액을 토해냈다.

    그리고 사라 역시도 내 사정이 다 끝날 때까지, 귀두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채로 가만히 정액을 받아줬다.

    뭐, 그냥 너무 예상외의 사태에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했던 것뿐이겠지만.

    이렇게 기분 좋아질 수 있었는데 내가 뭣 하러 참으려고 했을까.

    사정하는 그 순간에는, 아니. 사정하고 나서도 몇 초간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맴돌았지만, 그런 머릿속이 다시 절망감으로 물드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야······이거······?"

    멍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려서, 사라는 정액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손바닥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표정 그대로 내 얼굴을 보더니, 이번에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려서 내 물건을 향했다.

    물론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다들 시간이 얼어붙은 것처럼 동작을 멈춘 채 눈동자만을 움직여서 사라의 시선이 향한 방향을 그대로 뒤쫓아갔다.

    "잠깐. 우리 얘기 좀 해요."

    그리고 내 물건까지 확인이 끝난 후, 사라는 곧장 다른 애들을 데리고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정액 범벅이 된 손은 씻으려고 하지도 않고.

    "아니! 사라야! 얘들아! 잠깐, 그게!"

    "구원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난 넷을 황급히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사라의 무감정한 목소리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사, 사라야. 우리 그러지 말자. 너 안 그래도 생긴 게 차가운 도시 여자 스타일이라서 그러면 괜히 더 무섭단 말이야.

    "구, 구원은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

    그런 내 간절한 바람도 무시한 채, 사라는 내게 그렇게 경고하고는 나머지 세 명을 이끈 채 방을 빠져나갔다.

    그 마지막 말을 내뱉는 목소리의 미약한 떨림에서 뭐라고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느껴져서, 나는 도저히 돌아서는 사라의 등을 잡을 수 없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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