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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21화 (1,005/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1화 >

    "이, 이 몸은 그저······오랜만에 낭군님이······."

    디아나는 완전히 녹아내린 듯한 표정이었으나 아직 머릿속까지 녹아내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디아나는 내 함정을 전부 피해 가는 지혜를 선보였다.

    쳇. 그렇게 나왔나. 진짜 곧 죽어도 노출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건 인정 안 한다니까.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사실 지금이 그만두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기도 했다.

    아니. 나도 잠깐 틈이 생겨서 장난을 쳐봤던 것뿐이지, 진짜로 여기서 노출 플레이를 시작하려고 한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마침 저쪽도······.

    "그래?"

    방금까지 풍기던 야릇한 분위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나는 깔끔히 디아나의 하복부에서 손을 뗐다.

    "후······에······?"

    얼마나 깔끔했는지, 디아나는 자기 입에서 뜨거운 숨을 토해져 나오는 것도 잊고는 깜짝 놀라서 날 쳐다볼 정도였다.

    디아나야. 놀란 건 알겠는데, 왜 내 옷소매를 그렇게 꽉 잡는 거니? 그래선 마치 더 해달라고 하는 것 같잖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저기 봐.

    "그런데 디아나 씨가 보이지 않네요? 그 아가씨는 여기에 남는 건가요?"

    내가 눈짓한 그곳에는, 마침 로엘이 디아나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다.

    말했잖아? 마침 좋은 타이밍이라고.

    그나저나 그 아가씨라니. 로엘씨. 얘가 이래 봬도 댁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참 많을······물론 우리 디아나는 아가씨라는 호칭이 몸에 딱 맞을 정도로 귀엽지만.

    "아뇨. 디아나라면 곧 올 거예요. 그냥 따로 더 챙겨올 게 있나 봐요."

    그리고 그런 로엘의 질문에, 사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태연하게 디아나를 커버해줬다.

    하여간 이럴 때 보면 환상의 호흡이라니까.

    "자."

    아무튼 저쪽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눈짓하면서, 나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살짝 앞으로 밀었다.

    사라가 저렇게 말해 버렸으니, 슬슬 디아나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그런 의도로 엉덩이를 밀었던 거였지만, 우리 대마법사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셨다.

    당연히 나한테만 따로 투명 마법을 걸고 자기는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음. 기다렸는가!"

    디아나는 내게 매달린 자세 그대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방금 그 목소리는 뭐냐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말하자면, 뒤쪽에서 새로운 디아나가 튀어나와서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우리 애들한테 합류했어.

    환영 마법 같은 거라도 쓴 건가? 모습만 비춘 게 아니라 직접 말까지 하다니.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엄청난 마법이겠지.

    하여간 이 대마법사님은 별거 아닌 일에도 아무렇지 않게 거창한 마법을 쓴다니까.

    그야 물론 250레벨을 돌파하면서 스탯만 놓고 보면 전성기 스탯을 전부 되찾은 디아나니까, 저런 마법을 쓰는 것도 그다지 부담스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타이밍에 저런 마법까지 쓰면서 굳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그래. 예를 들면······.

    "아읏······."

    나는 그런 생각 없이 순수한 의도로 디아나의 엉덩이를 밀었던 손에 살짝 힘을 줬다.

    "나, 낭군니임······."

    물론 디아나는 저항하는 척을 했지만, 내가 보기에 저항은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응? 싫어? 그럼 왜 디아나가 직접 나서지 않았어? 저런 마법까지 쓰면서."

    "하, 하지만······이런 얼굴로 앞에 나설 수는 없지 않은가아······."

    노출 플레이를 더 하고 싶어서. 그런 대답을 원하고 한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디아나는 곧이곧대로 대답해주지는 않았다.

    뭐, 저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는 대로 더 장난을 이어갈 수 있지만.

    "어떤 얼굴?"

    "보면······알지 않는가아······."

    아까 오랜만에 나한테 만져져서 그렇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디아나는 자기가 지금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괜히 더 노출 플레이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만······아니. 실은 진짜로 원하고 있는 걸지도.

    "그게 말이야. 사실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예뻐서 적응이 안 되는 거 있지. 똑바로 보기만 해도 미모에 정신이 팔려서 도저히 표정까지는 읽지 못하겠어. 그러니까 말해줘. 디아나는 지금 어떤 식으로 남한테 보이면 안 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귀여운 엉덩이를 만지는 손에 살짝 더 힘을 줘서는 옆으로 벌리듯이 크게 한 바퀴 돌리며 쓰다듬어 주자, 디아나의 하반신 쪽에서 ‘찔꺽······.’ 하고 미약하게나마 젖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았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그럼에도 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엉덩이가 살짝 벌려지면서 음부도 같이 벌려진 걸까?

    우리 디아나의 음부는 평소에 일자로 꽉 다물어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맞닿아진 대음순이 벌어지면서 그사이에 스며든 애액이······젠장. 이런 장소만 아니었으면 지금 당장 벗겨버리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데!

    "······낭군님은 심술궂네."

    하지만 점점 고양되어가는 나와 달리,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이 이상은 하면 안 된다는 듯 귀여운 눈초리로 날 한 번 쏘아본 다음 내 가슴에 자기 얼굴을 포옥 파묻었다.

    우리 대마법사님은 이런 모습도 엄청나게 귀여워서, 아까 내가 한 말이 농담이 아니게 될 정도였다.

    너무 귀여운 걸 봤을 때 사람들이 심쿵했다는 표현을 하는데, 지금이라면 심장이 쿵 하고 울리는 기분이 뭔지 절실히 알 것 같았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미 장난을 시작했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는데······어째선지 나는 그 모습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짜증까지 났다.

    물론 귀여워. 엄청 귀엽지. 하지만 우리가 하려는 건 이런 게 아니었잖아?

    이런 알콩달콩한 분위기로 끝내려고 했던 게 아니었잖아? 좀 더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한······그래. 촉촉하게 젖어있는 네 하반신처럼.

    그런데도 넌 왜 계속 그렇게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려고만 하면 요리조리 피해 가서 사람을 짜증 나게 해?

    네가 정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는 돌려 말하지 않겠어.

    우선은 촉촉하게 젖은 네 음부를 속옷 위로 거칠게 비벼줘서······.

    그렇게 생각하며 디아나의 치마 아래에 손을 집어넣은 나였지만, 부드러운 실크 재질의 고급스러운 속옷의 촉촉하게 젖은 부분에 손끝이 닿은 순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손끝이 자신의 음부에 닿은 걸 느끼고 디아나가 화들짝 놀라서 내 가슴에 파묻었던

    얼굴을 위로 향한 순간, 나는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으아아악!"

    제발 내 머릿속에서 좀 나가! 이 망할 다크 엘프야! 이번엔 또 뭐 때문에 이렇게 짜증이 잔뜩 난 거야!?

    그녀석,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과묵하고 차가워 보이는 암살자 아니었어? 뭐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해?!

    그냥 짜증도 아니고, 귀여운 디아나를 봐서 한껏 치유되고 있는 내 감정마저도 잠식할 정도로 강렬한 짜증이라니!

    너도 내 감정이 공유되고 있을 거 아냐?! 제발 내가 보내는 치유의 기분이라도 맛보고 좀 진정해라!

    "자, 자네?! 왜 그러는가?!"

    아무리 독심술이라도 쓰는 것처럼 내 마음을 잘 읽는 디아나라고 하더라도 그런 속마음까지는 읽어낼 수 없었는지, 갑작스러운 내 외침에 디아나는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아,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디아나가 너무 예뻐서 이렇게라도 발산하지 않으면 진정이 안 될 것 같아서."

    하지만 괜히 사실대로 말해서 걱정시킬 필요는 없겠지.

    그래. 어차피 여신님만 불러내면 해결될 문제니까. 곧 있으면 해결될 문제로 걱정 끼칠 필요는 없어.

    "까, 깜짝 놀랐지 않은가."

    다행히도 디아나는 그런 내 행동이 평소 같은 기행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아니. 그건 그거대로 문제라고 보지만.

    아무튼 별다른 의심 없이 디아나는 배시시 웃으면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아무튼 슬슬 디아나도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게 낫지 않아? 저걸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는 척까지 할 수는 없잖아."

    그리고 조금 전 사건으로 지금은 이런 짓을 할 때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달은 나는, 한시라도 빨리 여신님을 불러오기 위해서 디아나의 등을 떠밀었다.

    어차피 방금 괴성을 지른 걸로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야릇한 분위기까지 완전히 사라져 버려서, 빨갛게 물들어서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나의 표정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으니까. 디아나도 더는 남 앞에 나서는 걸 주저하지는 않겠지.

    "으, 음. 그렇구먼. 어떤가? 괜찮은 것 같은가?"

    "제 눈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대마법사님의 존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디아나는 조금 불안한 모양이었다.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확인을 요하는 디아나에게, 나는 무릎까지 살짝 굽히며 쓸데없이 공손하게 대답해줬다.

    "이 몸은 진지하게 묻는 걸세!"

    디아나는 내가 놀리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그런 내 머리에 가볍게 딱밤을 먹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과는 달리 그다지 싫지 않다는 듯 또 한 번 배시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자기 환영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가서 겹쳐지더니, 로엘의 시선이 잠깐 다른 사람에게 향한 사이에 마법을 풀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하여간 재주도 좋다니까.

    "그러면 이 몸들은 이만 가보겠네."

    "네. 오래 붙잡아둬서 미안해요."

    아무튼 디아나가 본모습을 드러낸 것을 계기로 로엘과의 얘기도 순식간에 일단락 지어져서, 우리는 서둘러 텔레포트 마법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겠는가? 셋 하는 순간 마법을 풀겠네. 그러니 재빨리 마법진을 타고 이동하는 걸세."

    텔레포트 마법진은 구미호 마을 중앙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근처에 다른 사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낮과 밤의 구분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위쪽 도시의 분위기와 달리, 여기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밤에 움직이려 하지 않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이곳의 밤은 달빛이나 별빛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이니까 말이야. 아까 로엘을 만났던 게 오히려 예외 중의 예외였지.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로엘과 헤어진 지금 딱히 주변 눈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애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쾌감에 눈을 뜬 구미호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걸까?

    아까 봤던 로엘은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였는데. 굳이 따지자면 살짝 분위기가 요염해진 느낌은 있었지만, 그 정도야······.

    "알았어."

    이렇게까지 하니까 괜히 더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지금은 호기심에 몸을 맡길 때가 아니었다.

    또 언제 레이 녀석의 사악한 파동이 내 마음을 잠식할지 모르니까 말이야.

    "하나······둘······셋! 일세!"

    뒤에 일세는 굳이 필요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디아나의 호령에 맞춰서 재빨리 텔레포트 마법진에 모험가 카드를 긁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끼는 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나는 오랜만에 던전 바깥 세계의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래에 있었던 기간 자체는 그렇게까지 특별히 긴 게 아니었다.

    던전 탐험을 할 때도 길어질 때는 한 달 이상 던전에 처박혀 있었던 적도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리 애들과 떨어져서 시커먼 사내새끼들이나 전쟁신 종족과 같이 지냈기 때문인지, 이번 던전행은 유독 길었던 기분이 들었다.

    물론 곁에 실비아가 있기는 했지만, 남장하고 있느라 알콩달콩한 기분을 맛보는 건 밤 시간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에 몸을 떨면서 던전 밖의 신선한 공기를 폐 속으로 잔뜩 들이마셨······.

    "저기, 성자님? 거기 있으면 방해되니까 조금 비켜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제, 젠장. 내가 뭘 위해서 그렇게 던전 밑에서 고생하다가 왔는데.

    아니. 딱히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뻐기고 다닐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야 우리가 7계층에 다니고 있다는 건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진 비밀이니, 내가 뭘 하고 왔는지 아는 사람도 당연히 없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좀 그런 거 있잖아?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우리 애들도 차례차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넘어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보이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면 구원 씨. 바로 여신님을······."

    "아니. 우선 저택으로 가자. 무슨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위로 올라오자마자 레이아는 그 자리에서 당장 여신님을 강림시키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서 그런 레이아를 제지했다.

    얘기를 하다 보면 남들한테 비밀로 하고 있는 7계층 얘기도 당연히 나올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말이지.

    여신님을 강림시키는 건 남들이 여신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곳으로 가서 하는 게 좋겠어.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2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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