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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10화 (994/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10화 >

    쟤가 갑자기 여길 왜 와?

    너무 당당하게 욕실 문을 연 그 모습에, 나는 황당해서 곧바로 항의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 멍하니 바라보기를 수 초. 나는 레이의 눈이 내 눈과 똑바로 마주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체 어딜 보는 거지?

    그 좌우로 격하게 진동하는 눈동자가 향하는 곳으로 나도 시선을 옮겨보니, 그곳에는 묘하게 리얼하게 생긴 실비아의 물건······쌍두 딜도의 한쪽 끝이 늠름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내 손에 단단히 잡힌 채로.

    ······어? 야. 잠깐만. 설마.

    "너······전에 말했던 임자라는 게······."

    "아, 아니야! 아니! 아닌 건 아니지만! 아무튼 아니야 이것아!"

    임자라는 게 실비아라는 건 맞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좋았겠지만,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의 나열이었다.

    "······."

    그 누가 들어 봐도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리는 외침에, 레이는 물론 전혀 믿지 않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러니까 아니래도! 너무 당황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말할 틈이 없었던 것뿐이라고! 제대로 설명을 들으면 너도 분명 이해······.

    "일단 둘이 떨어져!"

    내가 다시 제대로 된 말을 짜내기도 전에, 레이가 나와 실비아 사이에 끼어들어 와서는 우리의 가슴팍을 밀쳤다.

    "당신이 끼어들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기사님은 그런 레이에게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그 평평한 가슴으로 레이의 손을 단단히 받아내고는, 실비아는 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가라 실비아! 넌 나한테만 귀여우면 된다고! 남들한테는 기죽을 거 전혀 없어!

    "넌 시끄러워! 이 호모!"

    "호······!"

    속으로 열심히 응원했지만, 이어지는 레이의 외침에 실비아는 휘청거리며 욕조 구석으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쌍두 딜도를 삽입 중이라고 해도, 완전히 벗은 몸은 보인 거다.

    그런데 상대방이 자기를 아직도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아무리 정신력이 굳건한 우리 기사님이라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레이 이 녀석! 자기는 가슴 좀 있다고 남을 무시하기는! 우리 실비아가 가슴 좀 없는 게 뭐 어때서!

    "일어나! 이게 뭐야! 이런 곳에 있으면 안······네 건 왜 커져 있는 거야?!"

    실비아를 가볍게 행동불능 상태로 만든 레이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날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힐끔 내 다리 사이를 본 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빳빳이 서 있는 내 물건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야. 너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물건을 한 대 맞은 덕분에, 머리에 확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황해서 제대로 안 돌아가던 머리가 드디어 정상 작동하기 시작하는 걸 느끼면서, 나는 차분하게 레이에게 설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걸 보여 놓고 뭐가 오해라는 거야!"

    "그러니까 진정하고 들어! 이건······."

    실비아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니까 문제없어!

    그렇게 말하고 얼른 레이를 욕실에서 내쫓으려고 했지만, 말을 내뱉기 직전에 잠깐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면, 실비아는 계속 남자로 남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얘한테 실비아한테 여자라는 걸 들키고, 계속 다른 사람들한테 남자 행세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입막음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이 녀석을 보라고. 지금 아무렇지 않게 욕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철도 없고 조심성도 없고 개념도 없고 심지어 일반 상식마저도 조금 없는 이런 애가, 과연 실비아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어차피 이 녀석은 실비아의 몸을 보고도 남자라고 오해하는 모양이니, 그냥 이대로 속여넘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하려면 내가 원치 않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하겠지만, 그래도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니면 뭔가 내 명예도 지켜내면서 실비아도 남자라고 생각하게 할 방법이······그, 그래!

    "이건 어쩔 수 없잖아! 넌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남자는 한 번 흥분하면 쌀 때까지 진정이 안 된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나는 그 말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레이 너랑 아까 있었던 그 일 때문에 흥분해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상대가 남자인 실비아라도 일단 성욕을 풀지 않으면 진정이 안 돼서 이러는 거라고.

    물론 이렇게 말하면 레이의 처녀를 빼앗아 가버린 그 일을 들쑤시는 게 되고, 심지어 그 일로 레이를 탓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쓰레기가 되더라도 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함으로써 레이가 내게 실망하게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요즘 미묘하게 이 녀석이 날 신경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

    자신감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 물론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생각해 봐.

    이 외모에 이 말빨에 심지어 이 녀석을 위기에서 몇 번이나 구해주기까지 한 거다.

    정상적인 여자라면 그런 남자한테 끌리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물론 나는 레이를 받아줄 생각이 없지만 말이야. ······뭐, 처녀는 받아버렸지만.

    아무튼 이런 식으로라도 나에 대한 감정이 식게 하는 건 나쁜 판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레이랑은 남녀 관계가 아니라, 앞으로도 그냥 바프라 토벌을 위한 비즈니스 관계로······.

    "그럼 내가 해주면 되잖아! 나 때문에 흥분한 거잖아?!"

    얘,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너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긴 아는 거야?!"

    "내가 바본 줄 알아?! 섹스잖아! 섹스!"

    다 큰 처자가 큰 소리로 섹스 섹스 거리지 마 이 상식 없는 녀석아! 안 그래도 욕실이라서 소리가 울리는데! 대체 바프라라는 놈은 딸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먼저.

    "너 내가 여기 저택 놈들을 가르치면서 하는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냐? 섹스라는 건 말이야. 서로 사랑이······."

    "어차피 아까 한 번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못 할 건 뭐야?!"

    젠자아아아아앙! 보통 본의 아니게 처녀를 잃은 애가 저런 말을 해?!

    바프라 그 새끼, 진짜로 일부러 이런 쪽 상식은 안 가르친 거 아니야?!

    "에······?"

    게다가 레이의 이번 외침은 그냥 내 말을 반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비아에게까지 충격을 주는 효과를 낳았다.

    ······그러고 보니, 텐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얘기는 안 했었지.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아무래도 실비아는 내가 평소처럼 스킬로 가볍게 해결하고 왔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 실비아야. 나도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조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어서 말이지······젠장. 지금 이런 변명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우선은 이 방해꾼부터 쫓아내 버리고 차분히 얘기하자.

    "그래도 안 돼! 너 진짜 남이 하는 말 안 듣냐?! 남자는 한 번 흥분하면 쌀 때까지 진정이 안 된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해주겠다고 하고 있잖아!"

    "날 말하는 게 아니야! 실비아를 말하는 거야!"

    "무, 뭐?"

    처음으로 말을 더듬는 레이를 보고, 나는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도 실비아의 물건을 덥석 잡고는, 레이에게 잘 보이도록 덜렁덜렁 흔들어 보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멍청해 보인다는 말은 하지 마라. 이래 봬도 나도 필사적이라고.

    "자! 실비아도 이미 흥분해서 커질 대로 커졌버렸다고! 그러니까 우리 둘이 알아서 성욕을 해결하는 게 제일이야! 알았으면 그만 가!"

    이번만큼은 이 녀석도 제멋대로 떠들지 못하겠지!

    방어 불가의 필살기를 꺼낸 느낌으로, 나는 실비아의 물건을 계속해서 흔들어 보였다.

    물건이 흔들릴 때마다 실비아가 조금씩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그 귀여운 코로 거칠게 숨을 내뿜어서, 마치 진짜로 실비아의 물건을 잡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상당히 기분이 묘하기는 했지만.

    말해두지만 이게 무슨 감각이 연결되는 하이테크놀리지 딜도라서 실비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고.

    비록 딜도에는 감각이 없다지만, 어차피 실비아는 원래 몸에 성감대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내가 자신에게 뭔가를 해준다는 상황 자체가 실비아는 흥분되는 모양이었다.

    "······흐읏. ······잖아."

    아무튼 실비아가 그렇게 반응하는 바람에 그림이 괜히 더 리얼해져버렸고, 레이는 그런 실비아를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노려봤다.

    그리고는 짧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뭐라고?"

    가면 되잖아! 둘이서 알아서 해버려! 라고 말하려는 거겠지?

    "그럼 그 남자도 내가 해주면 되잖아!"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서, 레이는 실비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도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해댔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말하는 거야?!"

    "내가 바본 줄 알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알면 말하지 마! 이게 진짜······!"

    "시끄러워! 해줄 테니까 빨리 나와! 이 호모들아!"

    레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물건과 실비아의 물건······아니. 딜도에 두 손을 뻗어서 덥석 잡더니, 그대로 잡아당겨서 우리를 욕조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 막무가내인 행동에, 나도 실비아도 엉겁결에 욕조 밖으로 나와 버렸다.

    물건이 연결되어있는 나야 그렇다 쳐도, 실비아는 대체 왜······아직 여자라고 밝혀야 할지 말지 확신이 서지 않으니, 일단 딜도가 뽑히기 전에 끌려나온 건가.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와 실비아의 커다란 물건을 각각 한 손에 쥐고 있는 다크 엘프라는 그림이 완성되어버렸다.

    "흥······생긴 것처럼 흐물흐물해서는."

    그리고 그 다크 엘프 씨가 처음 내뱉은 말은, 바로 실비아를 능욕하는 말이었다.

    물론, 실비아에게는 데미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겠지만.

    그러니까 그거 딜도라니까. 바지에 넣고 다니려고 달고 다니는 거니까, 일부러 어느 정도 흐물흐물한 걸 고른 걸 거라고.

    얘는 대체 어떻게 직접 만지고도 저게 딜도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지?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걱정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돼?"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를 한 번 쏘아붙이고 나서, 레이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런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것도 모르고 해준다고 한 거냐?"

    "시, 시끄러워! 빨리 설명이나 해!"

    "아······그럼 일단 손으로 훑어줘."

    이쯤 되니까 뭔가 슬슬 빨리 싸버리고 내보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들기 시작해서, 나는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내뱉었다.

    물론 진짜로 섹스 같은 건 할 생각도 없고, 대충 손으로 해주는 걸로 싸거나, 아니면 그사이에 뭔가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겠지.

    "손으로?"

    "그래. 잡고 있는 그대로 위아래로 쓱쓱."

    내가 허공에서 손을 적당히 오므린 채 위아래도 흔드는 제스처를 취하자, 레이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짜 대체 이게 뭐 하고 있는 거지.

    아니. 물론 레이의 손이 기분 좋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기교 따윈 전혀 없었지만, 그 부드러운 손바닥은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자극을 내 물건에 선사해줬다.

    게다가 평범한 대딸과는 다르게 둘 다 일어선 채로 이러고 있다는 게 뭔가 신선한 기분도 들었다.

    심지어 시선을 대각선 아래로 돌리면 내 물건뿐만이 아니라 실비아의 물건······딜도까지 잡고 위아래로 손을 흔들고 있으니, 마치 성 경험이 전혀 없는 업소녀한테 대딸을 시키고 있는 쓰레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진짜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그냥 나중 일은 어찌 되든 실비아가 여자라는 걸 밝히고 끝내버릴까?

    그런 의미를 담아서 실비아를 쳐다보자, 실비아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마주 봐줬다.

    "잠깐. 둘이서 서로 쳐다보지 마."

    하지만 그런 아이 컨택 조차도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레이는 곧바로 내 뺨을 잡아다가 자기 얼굴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렇게 나와 똑바로 시선을 맞춘 채 열심히 손을 움직이던 레이는, 서서히 몽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앞으로······으악! 뭘 하려는 거야!?

    서로의 입술이 맞부딪히기 전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빼서 키스를 피했다.

    "너······."

    "입으로! 아무래도 손만으로는 안 되겠어! 입으로 해줘!"

    그리고 레이가 내게 뭔가를 말하기 전에, 나는 황급히 그런 말을 외쳤다.

    얘 혹시 내가 그냥 신경 쓰이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좋아하는 건가?!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10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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