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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09화 (993/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9화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택에 돌아온 우리는, 일단 파란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우리끼리 더 해야 할 얘기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협력 관계를 위해서라도 우선은 파란과 제대로 대화부터 나누는 게 우선이라도 생각한 거다.

    그리고 대충 내게 설명을 들은 파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콧수염을 매만졌다.

    "그렇다면 일단은 형님과 동료 분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두면 되겠습니까?"

    "그래. 일단은 그렇게 해두고, 나중에 상황이 변하면 그때 가서 그에 맞춰 대응하도록 하자고."

    아까 신도 말했었지만, 파란은 전혀 화난 눈치가 아니었다.

    경비대의 피해가 적었다고는 하나 확실히 피해는 있었고, 자신이 관리하는 도시에서 그런 소동이 일어나는 걸 막지 못한 거다.

    분명 이미지 실추가 있었을 텐데도, 파란은 여전히 우리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가득한 것 같았다.

    아마 단순히 더 다양하게 사랑하는 방법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저렇게 판단한 건 아닐 거다. 저래 봬도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가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우리의 전투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 이쪽에 붙는 게 더 좋겠다는 계산도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대단하시더군요. 용사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만, 그렇게나 압도적인 무력이라니. 저도 조금 전에 성문 쪽을 둘러보고 왔습니다만, 그 압도적인 힘의 잔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파란도 그런 생각을 딱히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대놓고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향해 경외심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물론 저놈도 이런 세계에 사는 놈이니만큼 단순히 강한 자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저 시선이 이렇게 느껴졌다.

    자기는 숨기는 것 없이 전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괜히 머리 아프게 속내를 떠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물론 파란의 뜻에 따라 놈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경계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는 했다.

    "뭘 그 정도로. 앞으로 놀랄 일은 훨씬 더 잔뜩 있을 테니까 기대해. 그럼 오늘은 이만."

    "네. 피곤하실 텐데 오래 붙잡아둬서 죄송합니다. 오늘 밤은 푹 쉬십시오."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 짓고, 우리는 파란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럼 나도······."

    그리고 방을 빠져나오자마자, 쓰레온이 황급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모처럼 헬레나를 위해서 그 강간마까지 처지하고 왔는데, 정작 헬레나한테 제대로 멋있는 척을 하기도 전에 여기로 오게 됐으니까 말이야.

    "어딜 가려고."

    "끄엑······."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나는 눈물을 머금고 쓰레온의 뒷덜미를 잡아챌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아직 할 얘기가 남아있으니까. 오히려 지금부터 할 얘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뭐 하는 거야?!"

    "잠깐 내 방으로 가자. 할 얘기가 있어."

    여기에 있는 건 마침 우리 기존 멤버들밖에 없었다.

    신과 유리는 아마 자기들 방에 있을 테고, 레이는 헬레나와 함께 헬레나의 방에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끼리 얘기를 나누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는 거지.

    쓰레온은 불만 가득한 눈치였지만, 내 표정을 보고 진지한 얘기라는 걸 알았는지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쩌면 바프라는, 우리 쪽 사람과 커넥션이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곧바로 핵심부터 얘기를 꺼냈다.

    "네? 우리 쪽 사람이라고 하시면, 그······."

    "그래."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렉에게,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우리 애들한테 다녀왔다는 얘기는 들었지? 그때 디아나한테 들은 건데, 사제들이 아래로 들어올수록 힘겨워하듯, 이쪽 놈들도 우리 쪽 마나에 닿으면 미약한 흥분 상태가 된다는 모양이야. 헬레나도 전에 강간당한 지 얼마 안 된 애가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잖아? 그것도 사실 내가 구해주면서 신성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포션을 먹이는 바람에······."

    "네놈 헬레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것 때문에 너랑 섹스했잖아. 이 멍청아."

    "······고맙다!"

    이 새끼는 진짜 욕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게 만드네.

    진짜 확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빠르게 고개 숙여 감사하는 모습에 그럴 마음도 사라져버렸다.

    "아무튼 우리의 마나가, 이쪽 세계에서는 미약 작용을 한다는 얘기지. 여기까지 말하면 무슨 얘기인지 알겠지?"

    "어? 아! 아까 그 여자가······!"

    내가 쓰레온을 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쓰레온도 아직 그때의 기억이 선명한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녀석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레이 같은 여자가 흥분해서 몸을 베베 꼬며 신음하는 장면을 쉽사리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 그런 거야."

    여신님의 세계에서조차 제대로 발명되지 않은 미약. 그런 것이 전쟁신의 세계에서 더 먼저 발명되었다고는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약을 발명해낸 것이 아니라, 사람을 흥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을 발견해낸 거다. 그런 거라면 나도 얼마 전에 직접 눈으로 본 게 있잖아?

    그러니 레이를 흥분시키는 데에 쓴 그 약은, 여신님의 마나가 담긴 무언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거다.

    "저희 이외에도······."

    "그래.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지만."

    물론 그 미약이 여신님의 마나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프라가 무조건 여신님 쪽 사람과 커넥션이 있을 거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사라네 할아버지가 용사를 데려가는 것에 성공하기 전까지, 사라네 할아버지 이외의 다른 이방인 중에도 이곳까지 도달한 자는 있을 테니까.

    그 사람들로부터 강탈한 포션 같은 게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잖아?

    물론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나도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지만.

    하지만 사라네 할아버지가 사명을 완수하고 다시 내가 이곳을 찾아올 때까지, 이곳과 여신님의 세계는 쭉 단절되어 있었을 거다.

    던전 탐험의 최선단에 서 있던 아라크네 클랜마저도 이곳으로 올 방법을 찾지 못했던 거니까 그건 분명했다.

    애초에 이방인의 능력이 없으면 이곳으로 오기 위한 그 그림문자를 해독하는 것도 불가능하잖아.

    그런데 바프라가 여신님 쪽 사람과 커넥션이 있다고?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대체······.

    "뭐, 일단은 그런 게 있다는 것만 머리 한구석에 기억해두고 있으라고. 혹시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어차피 여기서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니만큼, 나는 바보 트리오에게 그렇게 전달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무리했다.

    애초에 만약을 위해 이놈들한테도 말해둔 것뿐이다.

    어쩌면 나중에 나랑 이놈들이 떨어져서 행동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이놈들이 단서를 발견하고도 그냥 지나쳐버리면 안 되니까 말이야.

    "실비아아아!"

    "햐읏?!"

    아무튼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다른 놈들이 방을 나가자마자, 나는 곧장 실비아에게 달려들어서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물론 실비아는 평평해서 파묻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달콤한 살 내음이 너무 기분 좋았다. 뭐, 살 내음에 섞여서 비릿한 피 냄새도 같이 나기는 했지만.

    물의 정령으로 한 번 씻었어도, 냄새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우선 씻을까?"

    "죄, 죄송합니다! 씻고 오겠습니다!"

    실비아의 가슴에 뺨을 가져다 댄 채 눈만 들어 올려서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말하자, 실비아는 그제야 자기한테 피 냄새가 난다는 것을 자각한 듯 파닥파닥 거리면서 내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풀지 않고, 오히려 더욱 힘을 줘서 실비아의 몸을 끌어안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무슨 소리야. 씻고 온다니. 같이 씻기 싫어?"

    "가, 가, 가, 가치, 가치 마입니까아아?!"

    소스라치게 놀라는 실비아였지만, 아까처럼 파닥거리지는 않았다.

    아마 이렇게 들어 올려진 상태에서 파닥거리면 내게 폐가 된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 가녀린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 몸을 바르르 떠는 실비아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크흑. 이렇게 귀여운 애가 날 위해 그렇게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으아, 으아, 으아아아······!"

    갑자기 눈물이 벅차올라서 실비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마구잡이로 문질러주자, 실비아가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 들어가자!"

    그리고 그렇게 혼란한 틈을 나서, 나는 실비아가 뭔가 저항하기도 전에 재빨리 방에 딸린 욕실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면서도 재주 좋게 옷을 한겹 한겹 벗겨 내서는 방으로 던져버리고, 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서 욕조 안으로.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건 나만 그랬고, 실비아는 아직 몸에 쌍두 딜도를 달고 있는 상태였지만.

    뭐, 어차피 이건 인벤토리에 넣어버리면 그만이니까.

    "후, 후, 훗."

    실비아가 욕실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고 문을 닫고,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실비아에게 접근했다.

    실비아는 실비아대로 온몸을 동그랗게 만 채로 욕조 구석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빳빳이 선 내 물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구, 구원 님? 우선 씻는 것이······."

    "실비아. 때로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설령 그곳이 욕조 안일지라도!"

    "하, 하지만······하지만 냄새가······."

    실비아가 날 위해 노력한 증거잖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비아 마음도 생각해줘야겠지.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실비아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냄새가 나는 건 마찬가지일 거다.

    그 망할 쓰레온 놈이 강간마의 머리를 터뜨리면서 내가 피를 뒤집어쓰게 만들었으니까. 나중에 물의 정령으로 대충 씻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지워지지는 않았겠지.

    게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내 물건에서는 지금 레이의 냄새가 남아있을 거다. 이쪽은 물의 정령은커녕 수건으로 대충 처리한 게 끝이었으니까 말이야.

    물론 레이아정도는 되어야 맡을 수 있는 냄새겠지만, 그래도 수건으로 대충 처리한 물건을 실비아의 안에 넣을 수는 없지.

    애초에 내가 이렇게 흥분한 이유가 반쯤은 레이 때문이잖아?

    그래선 안 돼. 온전히 실비아로 흥분한 다음 섹스로 이어가지 않으면 실비아한테 실례잖아.

    "으음. 하는 수 없지."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하는 수 없이 먼저 몸부터 씻기로 했다.

    "아으······."

    하지만 방금까지 덮칠 기세였던 내가 갑자기 차분해지자 실비아는 괜히 또 죄책감을 느낀 건지, 한 손을 내게 뻗어서 뭔가 말하고 싶다는 듯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제, 제가! 제가 씻겨드리겠습니다아!"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 우리 기사님은 힘찬 외침과 함께 내 물건을 덥석 잡았다.

    "그,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조금 고민했다.

    애초에 당장 덮치지 않은 게 레이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인데, 그 흔적을 실비아가 씻게 하는 하니까.

    하지만 실비아의 작고 부드러운 손이 내 물건을 조물락조물락 만져대는 그 유혹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네, 네헷! 열시미 하게씁니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고서, 실비아는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힌 다음 두 손으로 내 물건을 기세 좋게 덥석 잡았다.

    하지만 기세가 좋은 건 잡을 때뿐이었고, 내 물건이 손에 닿자마자 실비아는 손을 꼬물꼬물 거리면서 마치 조금이라도 거칠게 다루면 흠집이 생기는 보물을 다루듯 내 물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쾌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마치 간질이는 것 같은 그 느낌에 나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여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젠장. 안 그래도 아까 레이랑 할 때 어느 정도 차올라 있어서 그런지, 벌써부터 신호가······안 돼. 성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조루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는 없어.

    "아으······."

    인상까지 찌푸리며 그 쾌감을 참아내는 나였지만, 실비아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내가 불만족스럽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힐끔 눈만 치켜떠서 내 얼굴을 엿본 실비아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더니, 자신의 가슴골······사실 없는 가슴을 억지로 모아도 골이라고 할 정도 것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아무튼 자신의 평평한 가슴 한가운데에 내 물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실비아야. 그건 대체 또 누구한테 배운 거니? 혹시 레이아한테 물어보기라도 했니?

    "어, 어떠십니까아?"

    솔직히 말해서, 가슴으로 해준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실비아가 없는 가슴을 모아서 열심히 내 물건을 문질러주는 그 모습은 충분히 흥분되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평평하다고는 해도 그 맨들맨들하고 부드러운 살이 내 물건에 비벼지는 감촉은 충분히 기분 좋았고, 그 아래로 엿보이는 덜렁이는······잠깐 기다려어어어! 아니야! 난 그런 놈이 아니야아아!

    "잠깐만. 잠깐만 멈춰봐 실비아."

    "네? 우으······역시 저로서는······."

    아니. 미안한 표정으로 자기 가슴을 두드리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뜻이 아니니까!

    "그런 게 아니라. 잠깐 그것 좀."

    한 번 그쪽을 의식하니까 저러고 있는 것조차도 그런 모습처럼 보여서, 나는 황급히 실비아의 하반신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 망할 놈의 쌍두 딜도! 하필 생긴 것도 리얼하게 생겨서는! 얼른 인벤토리에 처박아놔야······.

    "구원. 여기 있······."

    그렇게 생각하고 실비아의 음부에서 쌍두 딜도를 뽑으려고 한 순간, 갑자기 욕실 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이 하나 들어왔다.

    물론 여기에서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녀석이라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9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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