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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1002화 (986/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2화 >

    "너 대체 어디에 가 있었던 거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사정을 듣기 위해 캐물을 필요도 없이, 도시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마자 곧바로 쓰레온이 내 멱살을 붙잡고 그렇게 외쳤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고생’이라니. 역시 쓰레온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쓰레기야.

    "미안. 조금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었어."

    성자의 손길이라도 한 대 먹여주고 싶었지만 나는 쓰레온 같은 쓰레기가 아니다. 이번만큼은 확실히 내 잘못이 큰 만큼 나는 순순히 사과부터 했다.

    이런 쓰레기라도 일단 우리 실비아를 같이 도와주기는 한 것 같으니까. 뭐, 지금 이 모습을 보면 자기가 나서서 도운 것 같지는 않지만.

    "사건이라니?"

    쓰레온은 내가 순순히 사과할 거라고 생각 못 했는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내 멱살을 풀었다.

    "간단히 말하면······아, 그 전에. 저기 가서 혼자 치료부터 해라."

    우리 뒤를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두 개 꺼내 하나를 쓰레온에게 던지며 근처에 있는 바위를 가리켰다.

    "어, 어어······응? 왜 내가 혼자······."

    "이쪽 보면 죽인다. 자, 실비아. 벗어."

    "느, 느, 느에에에?!"

    아까의 그 살기 넘치는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어느샌가 우리 귀염둥이 실비아로 돌아온 기사님은 화들짝 놀라서 반문했다.

    "상처에 포션을 발라야지."

    내가 괜히 포션을 두 개나 꺼냈겠어? 당연히 하나는 실비아 널 위한 거지.

    "괘, 괜찮습니다! 이런 것은, 그! 침 발라두면 낫습······!"

    "안 돼. 벗어."

    침 발라두면 낫는다니. 이 아가씨야. 너 백작 영애잖아. 그게 할 소리야?

    "아우으으······."

    내 단호한 말투에, 실비아는 힐끔힐끔 쓰레온 쪽을 엿보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눈 안 돌려?"

    "나, 나도 별로 그런 여자의 몸 같은 건······안 봐! 안 본다고! 씨발 나도 돌아가면······."

    혼자서 투덜거리면서 바위 너머로 사라지는 쓰레온을 확인한 후, 나는 실비아에게 다시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자. 안에 입은 그 검은 속옷은 안 벗어도 되니까."

    "우으으······."

    보는 눈이 사라졌어도 이런 곳에서 벗는다는 게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인지, 실비아는 손을 달달 떨면서 천천히 몸에 걸친 갑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꺼운 갑옷 아래에서 드러난 실비아의 가녀린 몸은, 역시나 피투성이였다.

    갑옷 안으로 피가 이렇게나 스며들 정도로 격전을 펼쳤다는 건가.

    마음이 따끔거리는 걸 느끼면서, 나는 포션의 뚜껑을 열고 꼼꼼히 실비아의 몸을 살폈다.

    이렇게 피범벅이어서는 어디를 얼마나 다친 건지 확인하기도 힘드네.

    물의 정령으로 일단 몸을 씻겨낼까도 생각해봤지만,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아플 것 같고.

    "저, 저기······구원 님······?"

    "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실비아가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엿봤다.

    그리고는 자신의 스패츠에 손가락을 걸쳐서, 그대로 음부가 드러날 때까지 쭉 내렸다.

    "아니. 실비아. 거기까지는 벗지 않아도······."

    "해, 해주시씨오!"

    "무, 뭐?"

    얼마나 긴장했는지 혀까지 깨물면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실비아를,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그렇게 부끄러워했던 애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그어니까 그게······구, 구언 님의 품 안에서 그게······너, 넣고 있기만 해도······안 됩니까아?"

    내 얼굴을 보고 안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실감하기 위해서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건가.

    게다가 나랑 삽입하고 있기만 해도 힐링 섹스로 몸이 치유될 테니 이왕이면 포션보다는 그렇게 해달라는 거겠지.

    물론 실비아의 그런 기특한 부탁을 내가 거절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나는 실비아의 음부에 박힌 딜도를 빼낸 다음 그대로 그 음부에 물건을 삽입했다.

    만에 하나 쓰레온이 엿보더라도 실비아의 몸은 보이지 않도록, 바위 쪽으로 등을 돌려서.

    "흐아으으······."

    그것만으로도 실비아는 기분이 좋아서 승천할 것 같은지, 내 가슴에 노곤하게 기대면서 팔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개는 위로 들어서 시선을 내 얼굴에 고정하고는, 한 시도 눈을 떼지 않는 실비아.

    마치 안색을 살피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는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나한테 이렇게 안겨있는데 실비아가 행복해 죽으려고 하지 않는다니. 그 말은 즉, 행복해하는 것보다 더 집중해야 할 일이 있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섹스해달라는 말을 꺼낸 것도 그렇고, 얘 혹시······.

    "내 안색이 그렇게 안 좋았어?"

    "느, 느헤? 그, 그게······."

    "탓하는 거 아니야. 고마워서 그래."

    "······네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우물쭈물하던 실비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역시나. 실비아는 단순히 안심하려고 안아달라는 게 아니었다. 내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그런데도 나는 자기만 치료하려고 하니까, 둘 다 치료될 수 있는 힐링 섹스라는 방법을 택한 거였다.

    사실 티는 안 냈지만, 아까부터 살짝 어질어질한 기분이기는 했다. 안 그래도 마나가 부족한데 그림자 이동을 두 번이나 더 썼으니까.

    그런데도 그걸 귀신같이 알아채고 힐링 섹스를 하자고 하다니.

    "고마워. 그래도 걱정 안 해도 돼. 난 단순히 마나가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실비아의 마음 씀씀이를 알고 나니 더욱 실비아가 사랑스러워 보여서, 나는 그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아으으······마, 마나······마립니까아?"

    내 말에 조금 긴장이 풀어진 건지 아까보다 눈에 띄게 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그래도 실비아는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래. 자세한 얘기는 조금 나중에 해줄게."

    본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쓰레온한테도 얘기는 해줘야 하니까.

    "그래도 실비아가 걱정할만한 일은 하나도 없었어. 정말이야. 나 믿지?"

    "네, 네헤······."

    그 말로 완전히 안심했는지, 실비아는 점차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실비아 테라피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실비아 테라피는 그다지 오래 즐길 수 없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난 다 끝났는데."

    바위 너머에서 들려오는 저 망할 눈치 없는 놈의 목소리 때문에 말이다.

    그래도 일단 목소리에 무안한 기색이 섞여 있는 걸 보니,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뭐, 그야 그렇겠지. 아까 실비아가 외치는 소리를 못 들을 정도로 가는 귀가 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잠깐 기다려! 실비아."

    "네흐읍으응읏?!"

    나는 쓰레온에게 외침과 동시에 실비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그것만으로도 실비아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기습 키스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면서도 절정은 절정대로 느끼는 실비아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후우······이걸로 대충 상처는 회복됐겠지."

    바들바들 떨리던 실비아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내게 축 늘어지게 된 다음에야, 나는 그 말랑말랑한 입술에서 입술을 떼고 물의 정령을 불렀다.

    그리고 여전히 피로 범벅이 되어있는 실비아의 몸을 깨끗하게 씻겨내자, 드디어 새하얀 실비아의 피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보자. 으음.

    축 늘어진 실비아의 몸을 움직이며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그 몸에서는 작은 생채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금 실비아가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

    물론 내 힐링 섹스의 위력이 강한 것도 있다. 섹스할 때마다 자동으로 스킬 경험치가 쌓이는 스킬인 만큼, 내 스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은 스킬 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정 한 번에 그 어떤 상처든 말끔히 치유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이렇게나 깔끔하게 치유됐다는 건 그만큼 실비아의 상처가 많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즉, 실비아의 몸을 물들이고 있던 피는 대부분 다른 놈의 피였다는 얘기다.

    "됐다. 이제 와라."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의 몸이 말끔히 치유된 것을 확인한 다음, 나는 실비아의 옷을 제대로 입혀주고 쓰레온을 불렀다.

    "넌 진짜 시도 때도 없이······."

    투덜투덜 불평하면서 기어 나온 쓰레온이었지만, 그 시선은 명백하게 날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야 쓰레기. 그 더러운 시선으로 계속 우리 실비아를 힐끔거리지 마라.

    뭐, 아는 여자가, 그것도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방금까지 근처에서 섹스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그걸 의식하지 말라는 것도 가혹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건 마음에 안 드는 거니까.

    "그래서, 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조금 우리 애들 좀 만나고 왔어."

    "······뭐?"

    황당해하는 쓰레온과 말없이 머리 위에 의문 부호를 띄우는 실비아에게, 나는 하나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혹시나 해서 그림자 이동을 써봤는데 진짜로 거기까지 위프가 됐고, 마나가 부족해진 나는 정신을 잃어서 다시 그림자 이동을 쓸 수 있는 밤이 될 때까지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뭐야 그거. 사기잖아."

    그리고 내 설명을 전부 들은 후, 쓰레온이 처음 내뱉은 감상이 이거였다.

    사기라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제일 사기 직업인 용사를 가지고 있는 놈이 그런 말을 해봤자 말이지.

    게다가 이 그림자 이동이 이렇게까지 사기인 건, 어디까지나 여기 7계층 한정이었다.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다른 계층은 말할 것도 없고, 던전 밖으로 나가더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이 떠 있는 만큼 아무리 밤이라도 그림자의 구분은 명확했고, 애초에 지평선이 있는 세계이니 그렇게까지 멀리 볼 수도 없으니까.

    지평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 시력이 되는 한 어디까지든 끝없이 볼 수 있고, 밤에는 달빛 하나 없이 완전한 어둠이 되는 이곳 7계층만이 그림자 이동을 능력을 한계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나도 설마 진짜로 될 줄은 몰랐어."

    "그런 것 때문에 내가 그 고생을 했다니······."

    "상당히 고생한 모양이지?"

    내 얘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이쪽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은 차례다.

    그러기 위해 쓰레온에게 운을 떼자,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사람이 모처럼 좋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저 무식한 여자가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그대로 내 멱살을 잡아끌고 성문으로 가더니, ‘지금부터 여기로 개미 한 마리도 못 지나가게 하는 겁니다.’ 같은 말을 하잖아!"

    아, 어쩐지. 옷차림이 상당히 가볍더라.

    헬레나랑 섹스하던 중에 실비아한테 강제로 끌려온 거였냐.

    "원래부터 저 여자가 막무가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일 줄이야! 특수 부대니 뭐니 이상한 놈은 덤벼들지 않나! 이 여자는 이 여자대로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무슨 미친······크헉! 컥!"

    열변을 토해내는 쓰레온이었지만, 그 말은 그다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실비아가 은근슬쩍 팔꿈치로 쓰레온의 복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그, 그게 여, 여심이라는 겁니다아······."

    부끄러워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실비아였지만, 이 부끄러워하는 아가씨가 쓰레온이 저기서 저렇게 캑캑대고 있게 한 장본인이란 말이지.

    방심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저놈도 용사인데 피할 틈도 주지 않고 팔꿈치로 찍어버리다니.

    뭐, 나한테는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그래서 둘만 성문에 있었다는 거군. 그러면 다른 애들은?"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실비아는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쓰레온을 데리고 성문으로 돌격한 모양이다.

    전투 상황에서 제일 도움이 되는 쓰레온을 데려간 건 탁월한 선택이지만, 나머지 애들도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알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텐데?

    "내, 내가 알겠냐!"

    실비아한테 살짝 거리를 벌리면서, 쓰레온은 그렇게 외쳤다.

    "실비아는?"

    "죄, 죄송합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역시나인가. 뭐, 나도 실비아한테 뭔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눈이 돌아갔을 테니까, 이해는 되지만.

    그러면 다른 놈들이 그동안 뭘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야겠군.

    나는 밤사이에 돌아오지 않았고, 성문에서는 실비아와 쓰레온이 그런 소동을 벌인 거다. 분명 다른 애들도 나름대로 뭔가 행동에 나섰을 게 틀림없었다.

    괜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 이상 뭔가 수습할 일이 생기는 건 사양이야.

    "좋아. 그럼 일단 강으로 가서 항구를 통해 저택으로······."

    "저기······구원 님······?"

    하지만 그런 내 바람은, 실비아의 한 마디로 덧없이 사라져버렸다.

    "응?"

    "그 여자······레이는 아마······배에 갔을 겁니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002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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