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99화 (983/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9화 >

"하앗······ 하앗······ 후읏······ 레이아······ 조금만 더 부드럽게······."

"으응······ 이렇게······ 인가요?"

"크흣······ 그래. 기분 좋······ 아야!"

난 그저 사라의 철사장에 맞은 등의 치료를 레이아에게 맡기고 조심해주길 부탁했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디아나한테 딱밤을 한 대 맞았다. 그것도 아무 말 없이.

무지막지하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는 우리 귀여운 디아나의 모습을 보니 불평을 할 생각도 사라졌다.

역시 아까 그런 모습을 목격한 직후인 만큼, 이렇게 앓는 소리를 내는 것도 디아나에게는 신음으로 들려서 자극이 강한······ 아니. 노리고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아니고말고. 난 그저 아파서 그런 것뿐이야. ······ 정말이라니까?

"자, 다 됐어요."

아무튼 성녀님이 되면서 한층 더 파워업한 우리 천사님의 치유 능력은 엄청나서, 용사에게 당한 등의 상흔도 순식간에 아물어갔다. 너무 치유가 빨리 되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조금 더 그 부드러운 손길로 여기저기 쓰다듬어 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럼 다음은 여기네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이아는 이번엔 그 부드러운 손길을 내 목으로 가져왔다.

어? 천사님? 거기는 딱히 다치지 않았는데요?

뭐, 기분 좋으니까 상관없나. 역시 천사님의 손길이 최고야.

"표정을 보니 진정은 한 모양이네. 하여간 한 번 당황하면 꼭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그렇게 천사님의 손길에 헤실헤실 풀어진 날, 사라가 팔짱을 끼고 조금 못마땅한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그런 말을 툭 내뱉었다.

크윽. 용사 녀석. 누가 전쟁 신의 수족 아니랄까 봐 미안한 기색도 없이 뻔뻔하게!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다 수가 있다고!

"너희랑 관련된 일이 아니면 이렇게 당황할 일도 없어! 내가 뛰어난 위기대처능력과 순발력으로 혼자서 얼마나 활약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나 너희를 너무 좋아해서 생기는 일이야! 탓할 거면 내 사랑이 너무 큰 걸······ !"

"바, 바보. 뭘 그렇게 열 내면서 말하는 거야. 그런 것쯤은 나도 알아."

훗. 이겼다. 이봐 용사. 못 본 사이에 이런 말에 대한 내성이 좀 약해진 거 아니야? 조금 더 버텨내지 못하면 이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수 없을 거라고.

"코홈. 실비아 양을 걱정하는 마음은 잘 알겠네만, 그렇게 걱정할 일인가?"

내가 용사를 물리치고 승리감에 도취되어있자, 옆에서 대마법사님이 헛기침을 하면서 이상한 말을 해왔다.

얘는 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연하지. 실비아가 보기보다 행동파라는 건 디아나도 알잖아.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실비아는 분명······."

"물론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네만, 이 몸이 하고자 하는 말은 그런 것이 아닐세. 만약 실비아 양이 폭주하더라도, 그곳에 실비아 양을 위협할만한 존재가 있는지를 묻는 것일세."

"으, 응?"

아니. 잠깐만. 생각해보니······.

"누구보다 자네가 가장 잘 알 것으로 생각하네만, 실비아 양의 레벨도 어느덧 250을 돌파하였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사라는 얘기일세. 마물과의 전투나 던전 탐사 능력은 모르겠으나, 인간 대 인간의 전투로만 놓고 보면 실비아 양은 미리엘 양보다도 강할 걸세. 그런데 그런 실비아 양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 생각하는 겐가?"

확실히 디아나가 말하는 대로였다.

용사나 대마법사, 성녀 같은 엄청난 특수 직업에 가려져서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실비아도 250레벨에 도달하자마자 내가 전직을 시켜줬었다.

기사에서 로얄 가드로.

기사라는 직업은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상위 전직 루트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공수 밸런스가 좋고 완전체에 가까운 것이 이 로얄 가드였다.

사실 좋은 직업인 만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전직이 불가능했고, 친위대에 소속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지만, 실비아는 애초에 왕실 친위대 소속 기사님인 만큼 전직시키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금은 비록 우리랑 같이 행동하고 있지만, 형식상으로는 펠리시아가 실비아를 우리에게 파견해줬다는 식으로 되어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로얄 가드가 된 실비아는, 확실히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일 거다.

미리엘조차 진작에 250레벨에 도달하고도 전직 방법을 찾지 못해서 계속 250레벨에 머물러있는 실정인 만큼, 250레벨을 돌파한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인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 500레벨까지 찍어봤던 대마법사님이 계셔서 잘 실감은 안 되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사도 임명을 통해 스테이터스 창을 만질 수 있다는 게 참 사기적인 능력이라니까.

전직 루트나 조건도 세세하게 다 볼 수 있고, 조건만 충족되면 까다로운 전직 방법을 거치지 않아도 간단하게 전직이 가능하니까.

"아니면 그곳에 실비아 양을 위협할만한 강자라도 있었던 겐가? 이전에 자네가 이곳 전쟁 신의 세계도 최상위권의 레벨은 이 몸들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으니, 그런 인물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네만."

그리고 이어지는 디아나의 의문 역시도, 나는 딱히 부정하지 못했다.

확실히 그랬다. 신과 유리가 검귀라고 두려워하던 그 할아범의 레벨만 봐도 알 수 있듯, 사실 전쟁 신의 세계라고 해서 최상위권의 강자들이 여신님 세계의 강자들보다 강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상위권의 레벨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차이는 오히려 일반인의 수준에서 나오고 있었다.

레벨 10도 안 되는 일반인들이 넘쳐나는 여신님의 세계와 달리, 거기는 일반인들도 평균적으로 20레벨 언저리는 되고, 전원이 전투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바프라의 직속 중에서도 제일 높아 보이는 두 놈만 보더라도, 그렇게까지 강한 건 아니었지.

나는 전투직의 레벨이 부족해서 성자 스킬로 제압했지만, 실비아라면 둘이 동시에 덤벼들어도 충분히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거다.

그러니 만약 실비아가 날 구출하기 위해 그 배에 돌진했다고 하더라도, 실비아에게 불상사를 당할 확률보다는 그 배에 있는 놈들이 박살 날 확률이 높았다.

물론 배에 그 두 놈만 있는 게 아닌 만큼 다른 놈들을 동시에 더 상대해야 하겠지만, 실비아 혼자서 날 구하러 가지는 않을 테니까.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게 쓰레온밖에 없다는 게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쓰레온 하나만 실비아한테 붙어 줘도 그 배를 박살 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거다.

물론 그렇게 되면 바프라 몰래 일을 처리하려던 내 계획은 전부 물거품이 되는 거지만, 우선은 실비아의 안전이 최우선이지.

그렇게 생각하자,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고, 밤이 되자마자 바로 저쪽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래. 디아나 네 말이 맞아. 고마워."

역시나라고 해야 할지. 우리 대마법사님은 나 같은 놈이랑 달리 이성적이셔서 언제나 도움을 받는다니까.

"음. 그러니 거기서 궁상맞게 그러고 있지 말고, 밤까지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하세."

구, 궁상······ 이거 아까 노출증으로 조금 놀린 거 복수하는 거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귀여운 말을 끼워 넣으니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었다.

너 당근과 채찍을 너무 잘 쓰는 거 아니야? 과연 오래 산 만큼······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았어."

"꺅!"

"꺄앗!"

"아응!"

"으햣?! 무, 뭘 하는 겐가?!"

디아나의 말에 수긍한 나는, 팔을 뻗어서 사라와 디아나, 그리고 레이아와 마틸다까지 모두의 몸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마틸다야. 다들 깜짝 놀라는 와중에 혼자서 자연스럽게 안겨들면서 내 가슴에 뺨을 비비다니. 이쯤 되니까 빨리 안아주지 않은 게 미안할 정도였다.

"응? 뭘 하냐니. 네 말대로 시간을 유효 활용하고 있는데. 밤까지 최대한 너희랑 붙어있어야지."

물론 오는 방법을 알았으니 실비아한테 얘기만 제대로 되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밤이 되자마자 또 헤어져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오늘은 철저하게 이 넷이랑 붙어 지내겠어!

"이 몸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세!"

"뭐!? 디아나는 이러고 싶지 않다는 얘기야?! 밤이 되면 또 못 보는데?!"

"그, 그런 말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달리······ 우으······."

할 말이 있지만 그러면 나랑 붙어있기 싫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더 못하겠다는 듯, 디아나는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만 오물오물거리게 됐다.

"달리? 뭔가 더 할 일이 있었어?"

"음! 크아응!"

너무 괴롭힌 것 같아서 그 말랑말랑한 뺨에 가볍게 입술을 맞춰주며 물어보자, 디아나는 그제야 안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가슴을 쫙 폈다.

다만 넷이서 내 품이 안겨있었기 때문에 디아나가 가슴을 쫙 펴자 그 가슴이 그대로 바로 옆에 있던 레이아의 옆 가슴에 닿았고, 디아나는 위협이라도 하려는 건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바로 레이아에게서 멀어졌다. 얜 대체 뭐 하는 거야.

"저기······ 사라 씨랑 자리 바꿀까요?"

하지마 우리 착한 천사님은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도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으면서, 그런 천사 같은 제안을 하셨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 나한테 안겨있는 순서는 왼쪽에서부터 디아나 레이아 마틸다 사라 순이었다.

위치로 보면 마틸다랑 바꾸는 게 더 빠를 텐데, 굳이 가슴이 더 작은 사라랑 바꿔준다고 하는 점에서 천사님의 상냥함이 느껴졌다.

"필요 없네! 이 몸을 동정하지 말게! 이 몸도······ !"

"그래요 레이아! 그러면 마치 저도 가슴이 없는 것 같잖아요. 저는 제대로 가슴이 있다고요!"

"이 몸도 제대로 있네! 이 몸이 성장하면 사라양 자네 정도는······ !"

"지금은 없잖아요."

"지금도 있네!"

디아나야. 아무리 너라도 그런 주제로는 승산이 없으니까 말싸움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마틸다야. 저런 류의 말싸움에 관심 없는 건 잘 알겠으니까, 너무 그렇게 목덜미에 달라붙지 말아줘.

아까도 그렇게 빨아대는 바람에 결국 사라의 안에 사정······ 아니. 아무튼. 슬슬 커질 것 같아서 위험하니까 진짜 그만둬주세요.

반지 너머로 대화할 때도 얘 안 본 사이에 핑크빛 모드가 더 심해진 거 아니야? 구미호 마을에 있었으니까 그사이에 저주가 더 심해졌을 리도 없는데.

······ 설마 진짜로 심해진 건 아니겠지?

"아응······ 당시인······."

혹시나 싶어서 마틸다의 치마를 걷어서 저주의 흔적을 살짝 확인해보려고 하자, 마틸다가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뺨을 살포시 물들이며 자진해서 속옷이 보일 정도까지 치마를 걷어줬다.

아니. 추기경님. 성직자들의 교리가 있는데 거기 간부인 당신이 다들 보는 앞에서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뭐, 덕분에 속옷이 보일 정도로 걷어도 저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확인했지만.

"자, 자네는 혼란을 틈타 뭘 하는 겐가?!"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오해야!"

그래도 디아나의 꾸중은 피할 수 없었다.

디아나야. 충분히 착각할만한 상황인 건 알겠는데, 이번에는 진짜 오해라니까? 그런 게 아니라······.

"어머, 구원 씨······ 이런 곳에서는······."

변명을 하려는 순간, 레이아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내 품에는 디아나 레이아 마틸다 사라 순으로 안겨있었다.

즉,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건 레이아와 마틸다라는 얘기로, 내 물건이 커지면 당연히 그 둘 사이에······ 이런 망할! 방심한 사이에 서버렸잖아?!

게다가 레이아가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그 커다란 가슴이 내 가슴팍에 비벼지고, 그 골반이 물건을 은근슬쩍 툭툭 건드리면서 더욱······.

"이 변태가 설마?!"

내 표정을 보고 뭔가를 알아챘는지, 사라가 갑자기 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사, 사라양은 대체 뭘 하는 겐가?!"

"이러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잖아요. 이 변태 역시 커졌잖아."

사라야. 알았으니까 주물럭대지 말아 줄래?

너 혹시 하고 싶니?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아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아니면 아까 그게 오히려 더 불을 지핀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라는 확인할 걸 확인했다는 듯 깔끔하게 내 물건에서 손을 떼고 바지에서도 손을 꺼냈다.

······ 그렇다고 진짜 떼버리시는 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확인할 수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냥 봐도······ !"

"훗. 하긴. 내 게 좀 크긴 하지."

"자랑스러워하라고 한 말이 아닐세!"

사방에서 공격받은 디아나는 결국 참을 수 없게 됐는지, 다시 한 번 내게 토닥토닥 어택을 감행해왔다.

분명 아까 뭔가 더 할 게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래서야 그 할 일이라는 게 뭔지 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9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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