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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98화 (982/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8화 >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진정하게."

    머리를 감싸 쥐고 정신없이 방안을 왕복하는 날 디아나가 타일렀지만, 아무리 우리 귀여운 디아나의 말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진정하란 말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등 뒤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된 경위는 이랬다.

    계속되는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을 이겨내지 못한 나는 결국 머리의 좋지 않은 부분을 정통으로 맞아서······ 같은 이유는 당연히 아니었다.

    그 이후로 조금 더 토닥토닥 공격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디아나도 마나 고갈 현상이 일어난 날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는 말을 듣고 이해해줬다.

    "하, 하지만 이제 괜찮지 않은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인가."

    그래도 사라에게 복잡한 시선을 던지며 얼굴을 붉히면서 한마디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디아나야. 노출 플레이가 부러운 건 알겠는데,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봐도 우리 연결부는 안 보여.

    날 구하기 위해서는 한시가 급했을 테니까 말이야. 사라는 내 바지 앞섶만 풀어헤쳐서 물건을 꺼내고 자기 팬티를 옆으로 비낀 다음 바로 삽입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 미니스커트에 가려져서 우리의 연결부위는 보이지 않고 있었고, 처음 봤을 때 다른 애들이 곧장 눈치 못 챈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뒤돌아달라고 했잖아. 아니면 보고 싶어?"

    "그,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아!"

    내 이마에 혼신의 딱밤을 먹인 다음, 디아나는 황급히 뒤를 돌아서 몸을 웅크려 자신의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그러고 나서 두 손으로 귀를 단단히 틀어막기까지.

    아니.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여간 노출에 관련된 일에는 뭐든 과민반응한다니까 우리 노출증 대마법사님은. 그 점이 귀엽지만!

    "레이아랑 마틸다도. 잠깐이면 되니까."

    "네에······ 당시인······."

    마틸다는 내 목덜미에 또 한 번 진하게 키스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이후 고분고분하게 떨어져서 뒤로 돌아줬다.

    그제야 나는 다시 사라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는데, 사라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눈이 완전히 풀려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네.

    사라가 디아나처럼 이런 취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애들 바로 옆에서 몰래 이러고 있으면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할 테니까.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섹스니 평소보다 자극이 더 강하기도 해서, 결국 용사님도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는 얘기다.

    이거 다른 애들이 진작 눈치 못 챈 게 신기할 정도잖아.

    뭐, 그만큼 나밖에 눈에 안 들어왔다는 얘기겠지만. 헤헷.

    아무튼 사라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혼자서 삽입을 풀고 뒤처리를 하는 건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사라의 가는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그 몸을 들어 올렸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골반은 이렇게나 넓으면서 허리는 또 이렇게나 가늘단 말이야. 진짜 사라의 이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곡선은 신이 만든 예술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사라의 몸을 들어 올려서 슬슬 내 귀두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려는 그 순간, 그냥 뒤돌아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는 뭔가 무안했는지 레이아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구원 씨. 그러면 실비아 씨는 아직 저쪽에 계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천천히 들어 올리던 사라의 허리를 그대로 아래로 내리꽂았다.

    "흥그읏?!"

    "무, 무, 무, 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겐가아아아!"

    그 갑작스러운 기습에 손으로 틀어막고 있던 사라의 입에서 짧고 강한 신음이 터져 나온 것은 물론, 뒤를 돈 채 웅크리고 있던 디아나마저도 공중에 껑충 뛰어오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디아나야. 너 귀 막고 있던 거 아니었니? 대체 사라가 낸 신음은 어떻게 들은 거야.

    평소라면 당연히 튀어나왔을 그런 장난 섞인 한 마디마저도, 지금의 나는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 오랜만에 우리 애들과 만났다는 기쁨에 잠겨서 잠깐 잊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실비아를 저쪽에 두고 왔던 거다. 그것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즉, 실비아의 입장에서 보면, 잠깐 정찰하고 온다던 내가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린 거다.

    이거 진짜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잖아.

    거기까지 생각하자,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해졌다.

    물론 우리 애들이랑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기쁘고, 이대로 조금 더 우리 애들과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지만, 그래도 실비아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혼자 남은 실비아가 돌아오지 않는 날 기다리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할지. 게다가 어쩌면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위험한 강을 건너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 지금까지 짜놓은 계획이 망가진다든가,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만약 실비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날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이 넷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돌아가야겠어.

    어차피 올 수 있는 수단은 생겼으니까, 실비아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나중에 다시 오면 되지.

    "디아나!"

    "뭔흐야응!?"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웅크리고 있는 디아나를 잡아다가 끌어안았다.

    "무, 무, 무······ !"

    사라에게 힐끔 시선을 줘서 여전히 사라가 내 고간 위에 걸터앉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굳어져 버린 디아나.

    하지만 나는 그런 디아나를 다독이기보다, 거의 다그치는 것처럼 강하게 외쳤다.

    "마나 회복 좀 부탁해!"

    "가, 갑자기······."

    "빨리!"

    "대, 대체 뭔가아······."

    디아나는 이제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자신의 마나를 천천히 내게 전달해줬다.

    최대한 사라에게 닿지 않으려고 몸을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아니. 움찔거리는 건 사라에게 닿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일지도.

    아무튼 디아나와 맞붙은 부위가 따뜻해지면서, 급속도로 기운이 펄펄 솟아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몇 번 받았을 때보다도 훨씬 더 회복이 빠른 것 같은데.

    레벨이 벌어지면서 나와 디아나 사이의 마나 총량도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지게 됐으니, 그래서 그런 건가.

    이럴 거면 굳이 사라에게 다시 삽입해서 조금이라도 더 힐링 섹스 효과를 받으려고 할 필요도 없었는데.

    뭐, 이제 와서 그런 생각 해봤자 늦었지만.

    "응흐읏?!"

    "끄야으악! 무, 뭘 보여주는 겐가아아!"

    그렇게 사라와의 힐링 섹스, 그리고 디아나와의 마나 전달을 통해서 빠르게 마나를 회복할 수 있었던 나는, 곧바로 사라를 들어 올려서 삽입을 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게 된 디아나는 당연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라의 미니스커트에 가려져서 그 음부 자체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사라의 스커트 아래에서 내 물건 위로 뚝뚝 떨어지는 애액과 그 애액으로 듬뿍 젖은 내 물건은 고스란히 보게 된 거니까.

    솔직히 말해서 미안한 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디아나에게 사과할 시간이 없었다.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진청색이었던 하늘은 어느샌가 아스라이 빛이 스며들면서 본래의 밝은 푸른빛을 되찾기 시작하고 있었으니까.

    젠장. 실비아 성격에 분명 잠도 안 자고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

    "사라야! 아까 내가 있는 등대를 봤다고 한 곳, 어디였어?!"

    빠르게 물의 정령을 불러서 대충 나와 사라의 하반신을 처리하게 하면서, 나는 황급히 사라를 다그쳤다.

    "응······ 흐읏······ 저, 저기······."

    삽입을 풀어도 여전히 호흡이 거친 사라는 제대로 말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내 모습에서 다급함을 느꼈는지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위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이 산에서도 유독 크고 높아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저 꼭대기에서 봤다는 건가. 그럼.

    "미안. 일단 한 번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다음에 또 보자!"

    아무리 급해도 작별 인사 정도는 해야겠지.

    이걸 제대로 된 작별 인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급한 거다. 이 정도는 용서해줘.

    "네?! 당신?!"

    갑작스러운 내 작별 인사에 마틸다는 황급히 내 옷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내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나는 사라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그 몸을 옆구리에 끼고, 곧바로 나무 위로 질주했다.

    "사라야! 내가 있던 등대, 어디야?!"

    "잠깐 기다려······ 저기······."

    사라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바다처럼 넓은 강 너머로 여기서도 확실히 보일 정도로 넓은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라처럼 등대 같은 세세한 건물의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어림짐작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할 가문의 저택 부지가 도시에서도 높은 곳에 위치한 넓은 곳이었으니, 분명 저기쯤이겠지?

    나는 대충 할 가문의 부지로 짐작되는 곳에 시선을 맞추고, 그림자 이동을 사용했다.

    정원에 나무도 엄청 심어져 있었으니, 분명 그림자 하나 정도는······ 젠장!

    하지만 아무리 그림자 이동을 쓰려고 해봐도, 내 몸이 이동하는 느낌은커녕 마나 고갈 현상이 일으키는 격한 구토감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역시 시야에 들어온 곳 어딘가에 그림자 하나 정도 있겠지 하는 애매한 수준으로는 안 되는 건가!

    스킬 설명에 쓰여 있던 대로, 역시나 내가 제대로 그림자 부분을 바라보면서 써야지만 스킬이 발동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여신님도 그림자 이동으로 이런 장거리 워프를 시도할 거란 생각을 못 하고 스킬 설명에 거리 제약을 써놓지 않으셨겠지.

    내가 여기 올 때 그림자 이동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 세계의 밤이 달빛 하나 없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인 밤이기 때문이다.

    즉, 일부러 불빛을 비추고 있는 곳이 아니면 바라보는 곳 어디로든 그림자 이동을 쓸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이 산 쪽을 적당히 바라보면서 그림자 이동을 써도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는 지금은 그런 편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다시 밤이 될 때까지, 나는 실비아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거다.

    이런 경위를 거쳐서,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방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게 되었다는 얘기다.

    젠장. 실비아가 무모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아무리 날 철석같이 믿는 실비아라고 할지라도, 하루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 불안감에 행동을 일으킬 공산이 컸다.

    실비아가 평소에 맨날 내 곁에서 바들바들 떨거나 그냥 멍하게 있어서 착각하기 쉽지만, 걔가 그래 봬도 엄청난 행동파란 말이지.

    처음 내 여자가 될 때 나한테 성노예 취급해도 좋으니까 데리고 다녀주기만 해달라고 들이댔던 걸 생각해보라고.

    게다가 그 성격이 무슨 일이든 기사 수업으로 익숙하다면서 버텨내는 그 터프한 기사 정신과 합쳐지면, 진짜 무슨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실비아 곁에 레이까지 있으니까 더더욱.

    안 그래도 내가 혼자 정찰을 가는 게 걱정된다면서 바람을 넣었던 레이다.

    어젯밤에는 레이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무시했던 실비아였지만, 과연 내가 하루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레이의 말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잖아.

    이렇게 따져 보고 저렇게 따져봐도, 역시나 하루 사이에 실비아가 뭔가 큰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짜놓은 계획이 틀어지는 건 상관없다.

    아니. 솔직히 상관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다. 퍼부은 노력이 아깝기는 해도, 어차피 계획이야 처음부터 다시 짜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만약 실비아의 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으아아아! 이걸 대체 어쩌면 좋으냐고!"

    "구원 씨. 진정하세요. 분명······."

    옆에서 천사님이 날 필사적으로 다독여주셨지만, 이번만큼은 그 엔젤 보이스마저도 날 진정시켜주지 못했다.

    "레이아. 기다려 봐요. 이럴 때는······."

    그리고 그런 날 보다 못했는지, 드디어 아까의 강렬한 쾌감에서 완전히 회복한 사라가 앞으로 나섰다.

    "네? 사라 씨. 무얼······ 꺅!"

    응? 꺅이라니. 천사님. 갑자기 왜······.

    짜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하는 와중에도 천사님의 비명은 귀에 들어와서, 고개를 살짝 들고 천사님을 바라보려 했던 그 순간, 갑자기 등 뒤가 불타오르는 것 같은 격통이 내 몸을 덮쳤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방금까지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고민까지 전부 지워버리고 백지장으로 만드는 강렬한 통증.

    정신을 차리자, 나는 바닥에 얼굴을 비비면서 탭댄스를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귀로, 사라의 뭔가 후련한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좀 진정했어?"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방식이 너무 과격하지 않니?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8화 > 끝

    ⓒ CurtainCall#o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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