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1화 >
게다가 구경하는 건 호랑이 한 놈에서 그치지 않았다.
호랑이 옆에는 듀크도 팔짱을 끼고 ‘성자님이 정의를 실천하시는 걸 지켜보는 게 제 의무입니다.’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저놈은 저런 표정 짓고 있으면 쓸데없이 정의감 넘쳐서 주인공 같은 느낌을 풀풀 풍기니까 거슬린단 말이지. 로리콤 주제에.
그리고 그렉과 듀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어째서인지 실비아와 레이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니. 그나마 실비아는 이해가 된다.
애초에 우리 애들이 실비아만이라도 내게 붙이려고 한 이유가 허튼짓 못 하게 감시하기 위함도 있었을 테니까. 실비아는 자기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하지만 레이 넌 왜 보고 있냐? 너 어제 범해지는 헬레나를 보면서 트라우마 제대로 폭발했었잖아.
그야 강제로 범해지는 것과 지금부터 하려는 건 차이가 많이 크지만, 그래도 진짜 보고 있어도 괜찮은 거 맞아?
뭔가 고민하는 것 같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레이는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친구가 걱정돼도 그렇지. 쟤도 진짜 멘탈이 강한 건지 약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관중이 많아서 상당히 신경에 거슬렸지만, 그렇다고 쟤들을 일일이 다 쫓아내다가는 해가 지겠지.
나는 하는 수 없이 외야에는 신경 끄고 실습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실습에서조차도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아니. 어떻게 보면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옷도 벗기지 않고, 무드도 뭣도 아무것도 없이 시작부터 거칠게 헬레나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쓰레온.
너 진짜 엄청 못하는구나. 이건 그냥 단순히 저주 때문에 못 하는 게 아니잖아. 라고 내가 한 마디 해주려는 순간.
"아으응······."
헬레나의 입에서 간드러진 신음성이 들려온 거다.
"하핫, 보여?! 보여?! 구원 네 도움 따위 없어도 난······ !"
게다가 쓰레온은 자기 손으로 여자가 저런 목소리를 내는 걸 처음 경험해보는지 무척이나 격앙된 표정으로 내게 소리쳐서 외쳤다.
저건 진짜 뭐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조금 더 부드럽게 해라. 그리고 괜히 나 보지 말고 헬레나의 눈을 보면서 분위기를 잡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은 제일 필요한 두 개부터 간결하게 지적하기로 했다.
진짜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게다가 이 쓰레기 놈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적해주고 있는지도 모르는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내 조언을 거부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네 눈에는 이 여자의 표정이 안 보이는 거냐?! 하항. 네놈. 질투하는군? 네 도움 없이도 내가 이렇게······ !"
"아 좀 꺼져봐."
슬슬 대꾸해주기도 귀찮아져서, 나는 쓰레온의 몸을 밀어내고 내가 대신 누워있는 헬레나의 몸 위로 올라탔다.
"헬레나."
"아······ 구원 님······."
그리고 몸을 숙여 헬레나의 눈을 똑바로 부드럽게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자, 쓰레온의 손길에 조금 달아오른 헬레나가 물기 어린 시선으로 날 마주 봐줬다.
"예쁘네."
"그, 그런······ 흐아으응읏!?."
그런 상태에서 옷 위로 헬레나의 허벅지 바깥쪽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자, 헬레나의 하반신이 마치 물 위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위아래로 크게 퍼덕였다.
그냥 분위기 잡고 가슴 좀 만진 것치고는 반응이 너무 민감했지만, 애초에 쓰레온의 그런 기교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손길에조차 신음성을 흘린 거다. 게다가 아무리 약자 태세로 레벨을 낮추고 있어도 내 매력이 쓰레온보다는 훨씬 높으니까,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군. 역시 어제 마셨던 포션이 뭔가 작용을 하는 거야.
그것도 그냥 몸이 살짝 달아오른 정도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수준으로.
그렇게 진상을 알아낸 나였지만, 주변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뚫어져라 보고 있는 신과 파란의 감탄 섞인 목소리. 분한 듯 이를 가는 레온의 침음성. 그리고 작게 여성의 침음성도 들렸던 것 같지만, 그건 아마 실비아겠지.
미안. 실비아. 그래도 이 이상은 안 할 거니까.
"무, 무슨 말인지 알았으니까 빨리 비켜봐!"
모처럼 자기 손에도 느끼는 여자를 만났는데, 이대로 가면 나한테 뺏겨버리고 만다. 그런 위기감이 들었는지, 레온은 다급하게 날 밀쳐내려고 했다.
그래. 어차피 나도 더 할 생각도 없었다.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아까 그건 순전히 매력 스탯의 차이였지만, 그래도 헬레나의 몸이 펄떡이는 모습을 보고 나자 내 말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어진 모양이었다.
뭐, 여자의 저런 반응을 쓰레온놈이 언제 봤겠어. 그야 뇌리에 콱 박혔겠지.
그래서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쓰레온은 조심조심 부드럽게 헬레나의 허벅지 바깥쪽부터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나한테 말 걸지 말고 헬레나한테 집중해. 일단 저 둘한테 시범을 보여주는 거니까, 지금만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지적할 게 있으면 내가 알아서 말해줄 테니까."
그렇게 해서, 드디어 본격적인 쓰레온이 남자 구실 하게 하기 프로젝트······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신과 유리에게 애무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설명하는 실습 시간을 가졌다.
본의는 절대 아니지만 이런 건 그 망할 대장간 커플부터 조금 익숙해져 있어서, 강의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조금 너무 순조롭게 흘러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헬레나! 헬레나! 여기? 여기가 기분 좋아?"
두 남녀는 중반부터 역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아예 끝까지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니까 애무 강의가 목적이었는데 왜 끝까지 하냐고.
물론 중간까지는 나도 이런 생각을 못 하고 왠지 역할에 몰두해서, 예정에도 없던 섹스 하면서 허리 움직이는 방법이나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입이나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어딜 어떻게 만지면 좋을지까지 가르쳐버렸지만.
"그래! 그거야! 좌삼삼 우삼삼 얕게얕게 깊게 깊게 싸! 지금 싸! 밖에 말고 안에! 어휴······ 이걸 용사라고. 비켜······ 아, 아니. 계속해."
"아흐읏······ 네! 레온님! 멋져요!"
"너, 너도! 너도 엄청 예뻐!"
그나마 나는 중간에 이성을 되찾았지만, 이 둘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조차 잊었는지, 둘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어서 그런 애정 섞인 대화마저 나눠대기 시작했다.
이놈 이거 아무리 봐도 연기로 안 보이는데. 설마······ 아니. 뭐, 거기까지는 내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 일단 다들 나가자. 쟤들은 다 끝나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뒤처리하고 나오겠지."
이 이상 보고 있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방을 빠져나오기로 했다.
그리고 방문이 닫히자마자, 신과 파란이 각각 유리와 제니를 황급히 옆구리에 끌어안았다.
파란과 제니의 관계는 잘 모르니까 내가 할 말이 없다만, 신과 유리는 분명 신이 엉덩이에 깔려 사는 입장이었는데.
저렇게 유리의 허리를 휘어잡고, 유리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다니.
남자의 성욕은 위대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유리도 흥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구나.
"파란! 창밖을 봐! 벌써 밤이 다 되어가는군!"
아무튼 그렇게 유리를 옆구리에 낀 채로, 신은 창밖을 바라보며 파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직 하늘은 어두워지지도 않아서 붉은 저녁노을로 물들어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아직 못다 한 얘기는 많지만, 밤이 이렇게 깊어서야 어쩔 수 없군! 아쉽게도 얘기는 내일 계속해야 할 것 같군요!"
하지만 그 붉은 하늘을 보고, 파란은 마치 지금이 깜깜한 한밤중인 것처럼 그렇게 대답했다.
표정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 주제에 잘도 저런 말을 내뱉는군.
"저희는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거기 자네! 이분들을 객실로 안내해드리게!"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주변에 있던 메이드에게 우리를 안내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신과 파란은 마치 둘이 짜기라도 한 듯 뒤도 안 돌아보고 황급히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진짜 저런 놈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섹스도 안 하고 산 거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무척이나 합당한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나였다.
아무튼 두 놈 다 발정 나서 달려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꼴불견이었지만, 슬슬 쉴 수 있다는 건 나로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지난밤은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 많았으니까 말이야.
밤을 거의 새우고 새벽에서야, 그것도 물속에서 배에 끌려가면서 쪽잠을 잔 게 전부였으니까.
드디어 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니, 온몸이 피로감으로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그래서 나는 사양할 것 없이 메이드의 안내에 따라 객실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아까 봤던 상단이나 신과 유리를 배에 태워줬다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여기 할 가문은 상당히 돈이 많은 가문인 모양이었다.
저택도 당연히 이 거대 항구 도시에서도 눈에 띄는 대저택이었고, 우리 파티도 전원 각자 따로 방을 배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객실도 많았다.
"난 구원 님의 호위 기사다. 다른 방은 필요 없다."
뭐, 각자 따로 방을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약 한 명 있었지만 말이다.
잘한다. 우리 실비아! 파이팅!
아, 각방 쓰는 걸 싫어하는 건 나까지 포함해서 두 명인가?
"하, 하지만 기사님. 모든 객실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상관없다."
메이드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저했지만, 실비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네에!?"
아니. 메이드 아가씨? 그 묘한 탄성은 대체 뭐죠? 왜 갑자기 실비아와 절 번갈아 가면서 황급히 보는 거죠? 그 시선은 대체 어떤 의미입니까?
이 저택, 주인만 이상한 게 아니었잖아.
"그, 그러시다면······."
뭔가를 엄청 기대하고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수긍하는 게 상당히 마음에 걸렸지만, 실비아랑 같은 방을 쓸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실비아아아!"
"햐으응?!"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실비아의 몸을 끌어안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까 쓰레온이 허리를 흔드는 걸 보고 나서 드물게도 성욕이 떨어진 나였지만, 그래도 역시 이렇게 실비아를 끌어안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실비아를 벗기고는, 오늘도 애액과 윤활액이 한데 섞여 눅진눅진하게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비아의 음부에 바로 내 물건을 삽입했다.
"아으으으······."
후우. 역시 실비아 테라피는 최고야.
이대로 아까의 답답했던 기분까지 토해낼 겸 맹렬하게 허리를 흔들고 싶었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어제도 제때 연락을 못 했는데,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수는 없지.
"실비아. 조금만 참아."
"으읍! 읍!"
벌써부터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실비아의 정수리에 가볍게 뺨을 비벼준 다음, 나는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자네! 괜찮은가?!"
그리고 마나를 불어넣기 무섭게, 곧바로 디아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역시 엄청 걱정했던 모양이다.
"괜찮아. 다 잘 풀렸어."
나는 아까까지 느꼈던 피로감조차 알아채지 못하도록 건강한 목소리로 디아나에게 대답해줬다.
사실 실제로도 피로감이 풀리기는 했다. 디아나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리고 실비아 테라피와 힐링 섹스를 동시에 맛봄으로써.
"정말인가?"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는 걱정이 다 가시지 않는지, 불안한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하여간 우리 디아나도 걱정이 많다니까.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훈훈한 기분에 젖었던 나였지만.
"당신! 기다리세요! 제가 구하러 가겠어요!"
"마틸다! 어딜 가려는 거예요?! 어제 마을 밖으로 나갔다가 쓰러진 거 기억 안 나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살짝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아니. 마틸다도 내가 걱정돼서 저러는 거니까 고맙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보다 마틸다, 어제 쓰러졌구나. 대체 마을 밖에는 왜 나갔던 거야? 설마 진짜 날 찾으러 오려고 했던 건 아니겠지?
제발 자중해줘. 나도 최대한 빨리 너희를 만날 수단을 찾아볼 테니까.
"마틸다, 왠지 날이 갈수록 폭주하는 것 같은데."
"저래 봬도 자네와 통화할 때만 저러네."
그런 것치고는 너도 목소리가 좀 지친 것 같은데. 혹시 너도 마틸다 제압을 거들고 있니?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9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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