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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82화 (966/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82화 >

    스스로 말했던 대로, 실비아는 먼저 잠들지 않고 착실히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위아래로 몸에 딱 붙는 검은 옷만을 입고, 침대 끝에 오도카니 앉아서 맹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실비아.

    그 모습이 너무도 흐뭇해서, 나는 이런 상황임에도 무심코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진짜 나랑 있을 때랑은 완전히 딴 사람 같다니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시간만 있었다면 하염없이 지켜보고 싶은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으응?"

    곧바로 창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때까지 멍하니 앉아있던 갑자기 실비아가 시선을 돌려 창가 쪽을 바라보는 바람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아니. 숨을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그만 몸이 움직여버렸다. 조금 전까지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녔기 때문인가?

    정신을 차리고 이번에야말로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움직인 나였지만, 이번에도 역시 창문에 붙어서 가만히 그 안을 엿보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창문 너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입고 있던 스패츠를 내리는 실비아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딜도를 삽입하고 있었는지, 실비아는 스패츠를 허벅지 중간까지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그 안에 있던 딜도부터 꺼냈다.

    윤활액이 끈적하게 늘어지며 그 예쁜 음부와 딜도 사이에 투명한 끈들이 생겨나며 야릇한 그림을 연출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실비아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그 딜도를 침대 위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자기도 침대 위로 벌러덩 눕더니, 굽힌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자신의 다리 사이를 손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기다리다 못해 먼저 자위를 하려는 건가? 그야 성감대가 없는 실비아라도 내 생각을 하면서 하다 보면 정신적인 흥분으로 혼자서도 어느 정도 느끼기는 하겠지만······.

    무심코 창문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눈을 크게 뜨고 방 안의 상황을 주시한 나였지만, 자세히 보니 자위를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실비아의 얼굴은 변함없이 멍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거든.

    아무리 내가 없을 때는 저 표정이 기본인 실비아라고 하더라도, 자위할 때 정도는 표정이 조금이나마 변할 테니까.

    "으응······."

    그럼 대체 뭘 하는 건지 계속해서 관찰하고 있자, 실비아는 자신의 음부 안으로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고는 가볍게 휘젓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심지어 자위 중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내가 봐도 자위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실비아는 흥분한 표정을 짓기는커녕 오히려 뭔가 조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아까 침대 위에 던져놨던 딜도 쪽에 힐끔 눈길을 줬지만, 그 시선에 별 의미는 없었던 건지 곧바로 다시 시선을 자신의 음부 쪽으로 향했다.

    "아응······."

    그러고 나서 실비아는 다시 자신의 음부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치 일과를 처리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 말랑말랑한 뺨이 살짝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잠깐만. 이번에는 진짜로 자위하는 거야?

    무표정한 기사님이 더는 기다릴 수 없어져서 그 무표정한 얼굴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자위하는······으아악! 안 돼! 난 지금 왜 창문에 달라붙어서 이런 걸 보고 있는 거야! 지금 이럴 시간 없다고!

    "실비아!"

    이 이상 보고 있으면 나도 이성을 잃고 덮쳐버릴 것 같아서, 나는 이성이 황급히 창문을 열고 방으로 침입했다.

    "느헤아읏?! 이, 이건! 이건 아닙니다아!"

    실비아는 대체 얼마나 놀란 건지, 조금 전까지의 무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온몸을 파닥파닥 움직이며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필 스패츠를 허벅지 중간에 걸친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결국 다리만 파닥파닥 거리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젠장. 완전히 해달라고 보채는 것 같은 자세인데,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니.

    "괜찮아. 난 다 이해해."

    "그, 그런 것이 아닙니다아!"

    내 포용력 넘치는 미소에도 실비아는 울상을 지어 보이며 끝까지 변명했지만, 지금은 그런 실비아의 말을 다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창밖에서 괜히 시간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보다 실비아. 급한 일이 생겼어. 미안하지만 나갈 준비를 해줘."

    "으헤? 엣? 지, 지금부터 말입니까아?"

    나한테 붙잡혀서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도 전투 상황만 되면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을 정도로 훈련이 잘된 우리 기사님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제아무리 실비아라도 곧바로 기사님 모드로 들어갈 수 없었던 모양이다.

    뭐, 그러면서도 주섬주섬 스패츠를 끌어 올려 입는 모습이 역시라는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옷부터 챙겨입어. 나는 다른 녀석들을 깨우고 올게."

    "네, 네헵!"

    그렇게 말하고 문을 나서서, 나는 차례차례 두 개의 방을 방문했다.

    먼저 문을 두드린 쓰레온네 방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곤히 자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저래 봬도 일단 한 가락 하는 놈들만 모아 놓은 삼인방이다.

    용사와 베테랑 모험가라는 조합답게 문을 두드리기 무섭게 그렉이 문을 열어줬고, 나머지 두 놈은 눈을 비비면서도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구원 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할게. 너희는 지금부터 따로 마을을 빠져나가. 곳곳에 경비병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지만 우리를 노리는 게 아니니까 안심하고. 그냥 태연하게 빠져나가면 돼. 모이는 곳은······그래. 마을에 오기 전에 이정표 같은 게 있었지? 거기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

    나는 사정 설명도 생략하고 우선 삼인방을 먼저 밖으로 보내기로 했다.

    경비병들이 노리는 건 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니. 신과 유리가 도망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야.

    괜히 다 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눈길을 끌었다가는 경비병의 눈에 걸리게 될 거다.

    그러니 우선 삼인방부터 먼저 마을을 빠져나가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셋은 어차피 얼굴도 안 팔렸으니, 혹시 경비병한테 걸리더라도 후드 속에 숨긴 얼굴을 보여주고 평범하게 지나가면 그만이니까.

    물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나 실비아 역시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에게는 신과 유리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역할이 있었다.

    "아, 알겠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바보 같기만 한 놈들이지만 그래도 나름 할 때는 하는 녀석들이라, 내 진지한 말투에 삼인방은 불평 하나 없이 곧바로 채비를 마치고 여관 밖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는 신과 유리의 방문을 두드렸다.

    "신! 유리! 일어나!"

    "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형님!"

    당연히 자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문을 쾅쾅 두드리며 신과 유리를 부른 나였지만, 의외로 문을 두드리기가 무섭게 곧장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안에서 잠시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렸다.

    방문을 열어준 건 신으로,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게다가 급하게 대충 걸쳐 입었다는 듯, 그 옷차림은 엄청나게 흐트러져 있었다.

    이 녀석들 설마······.

    힐끔 방 안쪽을 보니, 침대에 앉은 유리가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불 위로 드러난 그 어깨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았고, 심지어 이불 위에는 사용이 끝난 콘돔까지 하나 놓여있었다.

    거기까지 보고 나서 다시 신을 바라보니, 그 손에 새로운 콘돔이 하나 더 들려있기까지 했다.

    마치 새로운 것으로 갈아 끼우기 직전에 내가 쳐들어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오늘 밤에야말로 결판을 지으라고 엄청 부추겼었지.

    밤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어.

    이거 한창 좋을 때 방해해서 어쩌냐. 처음 동정을 떼는 거면 한 번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미안. 방해해서 진짜 미안한데, 옷 입어라. 지금부터 여길 빠져나가야 해."

    이번만큼은 나도 같은 남자로서 진심으로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을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네에에?! 혀, 형님!"

    "······문제가 생긴 모양이죠?"

    역시나 신은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처럼 죽을상을 지어 보였지만, 의외로 유리는 냉정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냉정하다고 할까, 기분 탓인지 오히려 조금 반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뭐지? 첫 경험은 여자한테도 중요한 경험일 테니,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텐데?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지금은 그런 걸 일일이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문제라고 할까. 기회라고 할까. 아무튼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우선 최대한 빨리 옷부터 챙겨입어."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기를 수 분.

    역시나 삼인방만큼 빠르게 준비를 끝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서둘러서 두 커플은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가자. 우선은 마을을 빠져나갈 거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기척을 숨겨."

    신은 여전히 울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었다.

    실비아와 두 커플을 데리고 여관을 빠져나온 나는, 그대로 맵을 보며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골목길을 사이사이 빠져나갔다.

    레이를 데리고 배까지 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실비아와 두 커플은 은신을 전혀 쓰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레이도 은신이 어설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큰 차이였다.

    게다가 감시병들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감지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는 모양이어서 더더욱.

    "잠깐! 거기 누구냐!"

    그 결과, 최대한 경비병들 근처에도 가지 않게 조심했음에도 결국 우리는 마을을 빠져나가기 직전에 감시병에게 걸리고 말았다.

    어차피 마을 밖으로 나갈 때는 몸을 숨길 골목길도 없으니, 어차피 한 번은 걸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뭐? 너야말로 누구야. 어디서 건방지게 창을 들이밀어?"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신과 유리에게는 계속 숨어있으라고 손짓하면서, 나는 실비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약자태세로 레벨을 조금 낮추고는, 당당하게 후드를 벗으면서.

    "무, 뭐?"

    내가 창을 옆으로 확 밀어내자, 감시병은 당황하면서 황급히 창을 회수했다.

    아마 상대방이 더 뻔뻔하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겠지.

    게다가 약자 태세로 레벨을 다소 낮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 매력은 엄청나게 높으니까.

    갑자기 보기 드문 미남이 나타나자 당황하기도 했을 거다.

    "처음 보는 얼굴이잖아. 여기 마을 놈이 아니군? 그런 놈이 무슨 경비병처럼 건방지게 창을 들이민 거지?"

    "나, 나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경비병은 당황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나 그랬군. 물론 이 마을의 자체 경비병도 있을 테고, 일이 커진 이상 그 배의 놈들도 마을의 경비병들에게 협력 요청을 했을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그 배의 인원들이 주축이 되어 마을을 살필 테니, 이 녀석도 그중 하나라는 것에 한 번 걸어본 거다.

    "나는 바프라님의 직속 부대 소속의······!"

    "부대명은?"

    "그, 그건······!"

    겨우 정신을 차린 경비병은 자신이 꿀릴 게 없다는 듯 그렇게 외쳤지만, 내 짧은 질문에 다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안 그래도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던 놈들이다.

    특히 대장 격으로 보였던 그 두 놈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도저히 소속을 드러내고 행동할 놈들의 대화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내 예상은 멋지게 들어맞아서, 놈은 저렇게 당황하고 있다는 얘기다.

    "네놈. 수상하군. 바프라님의 직속 부대를 사칭하는 도적놈인가. 도적놈이 머리를 좀 썼군. 그렇게 말하면 일반인들은 겁을 먹고 뭐든 내줬겠지."

    "누, 누가······!"

    "실비아."

    "넵."

    내가 가볍게 턱짓하자, 내 한 발짝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실비아가 평소와는 다른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경비병에게 달려들었다.

    "무, 크학!"

    굳이 검을 쓸 것도 없다는 듯 맨손으로.

    경비병도 일단 바프라의 직속 부대답게 창을 휘두르며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애초에 실력 차가 너무 심하게 났다.

    실비아는 창을 가볍게 잡아서 아예 부러뜨려버리고는, 권투를 하는 것처럼 주먹으로 가볍게 원투 펀치를 날려 경비병을 기절시켰다.

    "거기! 뭐 하는 거냐!"

    눈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근처에 있던 경비병들은 소란을 눈치채고 차례차례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뭐, 나도 그걸 노린 거지만.

    경비병들이 황급히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은근슬쩍 손을 뒤로 돌려서 신과 유리에게 손짓했다.

    경비병들의 이목이 모두 우리에게 쏠려있는 틈에 먼저 마을을 빠져나가 있으라고.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82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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