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성자-974화 (958/1,205)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74화 >

"오늘도 노숙인가."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 넣으면서, 나는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제일 처음 들렀던 마을을 떠나고 나서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단 한 차례도 새로운 마을을 보지 못해서, 지금까지 쭉 노숙하면서 목적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진짜 땅덩어리는 쓸데없이 넓단 말이지.

아니. 따지고 보면 던전 밖의 세계랑 별 차이 없겠지만, 던전 밖에서는 도시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보니 괜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아마 하루 이틀 정도 더 걸으면 마을이 보일 겁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아니. 난 노숙을 해도 딱히 문제없지만, 너희 때문에 그렇지."

노숙은 정말로 문제없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노숙이 아니라, 우리 애들이 있는 곳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는 그냥 정찰만 하다 오는 게 목적이었는데, 신이랑 유리를 너무 그럴듯하게 구슬리는 바람에 되돌아갈 생각도 못 하고 여기까지 와버렸으니까 말이야.

매일 밤 반지 너머로 우리 애들이 괜찮다고 해주기는 했지만, 썩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물론 이 커플한테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으니, 쾌활하게 받아쳐 줬지만.

"저, 저희요? 괜찮습니다. 도망치면서 노숙은 익숙해졌······."

"그게 아니라 자식아. 너도 슬슬 배운 걸 써보고 싶을 거 아냐."

"으윽······!"

내 말에 신은 딱히 부정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정곡을 찔렸다는 듯 몸을 딱딱하게 굳히며 힐끔힐끔 유리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당연히 섹스를 말하는 거다.

여기까지 오면서 중간중간 몬스터도 만나기는 했지만, 던전에 있을 때보다 몬스터와 만나는 빈도가 훨씬 줄었으니까 말이야.

아니. 따지고 보면 여기도 던전 안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몬스터와 만나는 빈도도 줄고, 심지어 몬스터의 레벨도 5, 6계층 몬스터보다 낮은 게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이 풀어져서, 오는 내내 쓸데없는 얘기로 꽃을 피웠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얘기의 주된 주제가 바로 신과 유리에게 알려주는 성교육이었다는 거지.

"혀, 형님도 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 형님이라는 호칭만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친해졌는지 알겠지?

역시 남자끼리 친해지는 방법은 야한 얘기를 주고받는 게 제일이라니까. 묘한 유대감이 쌓인다고 할까.

특히 나는 딜도까지 꺼내서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을 강의까지 해줬으니, 신이 이렇게까지 내게 친밀감을 가지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네 딜도는 나 말고 다른 놈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으니까 안심해도 좋아. 디아나야.

"이거 반응이 수상한데. 야. 솔직히 말해봐. 진짜 둘이서 아무것도 안 했어?"

나는 신의 목에 팔을 감아서 구석으로 끌고 온 다음, 유리에게 들리지 않을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정말 안 했습니다!"

"진짜로? 내가 일부러 맨날 둘이 같은 텐트 쓰게 짜주고 있는데 진짜 둘이 손만 잡고 잤단 말이야? 너 혹시 안 서?"

"제대로 섭니다! 하지만 주변에 형님들이 계시는데 어떻게 그런······."

"야. 내가 말했잖아. 결국 애를 낳지 않으면서 기분 좋아지면 걸레 신을 엿먹이는 거라니까? 그리고 주변에 소리 안 들리도록 기분 좋아질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오늘 밤에는 남자답게 먼저 들이대서 뭐라도 해 봐. 직접 삽입은 안 하더라도, 입으로 해달라고 한

다든지. 뭣하면 손으로 해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으니까."

"그, 그······!"

야. 동정한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심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움찔거리지 마라. 기분 나쁘다.

"너도 하고 싶잖아?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잖아?"

"그, 그야······."

"그럼 오늘 밤에는 남자답게 부딪히고 와!"

신의 등을 가볍게 툭 때려주고,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모닥불을 피워둔 곳으로 돌아갔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오늘 밤에는 뭐라도 하기는 하겠지.

아니. 나도 다른 커플이 진도가 느리든 떡을 안치든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바프라를 본격적으로 들쑤시기 전에는 저 녀석도 섹스의 맛을 알아야 하니까.

나보다는 원래 알고 지내던 저 녀석이 섹스의 기분 좋음을 설파해줘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그런데도 저놈은 진짜로 며칠 동안 자기 여자랑 같이 자면서 진짜로 손만 잡고 자고 있으니, 간섭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저건 저렇게 숙맥이면서 대체 어떻게 둘이 도망쳐올 생각을 한 거야? 혹시 도피행부터 유리가 먼저 주도한 건가?

아무튼 그렇게 또다시 노숙하게 된 우리는,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서 잠을 청하게 됐다. 물론 나는 곧바로 잠을 자지 않았지만.

신을 그렇게 부추겼으면서, 나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잖아?

"실비아······."

"아우으읍······으읍······."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을 틀어막고 있는 실비아의 바지를 벗긴 다음, 스패츠도 허벅지 중간까지 내렸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살색 쌍두 딜도를 음부에서 뽑아낸 다음, 눅진눅진해져 있는 실비아의 음부에 그대로 물건을 삽입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실비아의 음부가 눅진눅진하게 되어 있는 건 애액 때문이 아니다.

당연하잖아? 실비아는 이런 걸 넣고 있다고 느끼지 않으니까.

실비아의 안을 끈적끈적하게 만들고 있는 건 바로 플레이용 윤활액으로, 평범한 상태에서는 젖지 않아 딜도의 삽입도 힘든 실비아에게는 필수품이었다.

물론 내가 도와줘서 애액을 내게 하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그러면 또 하고 싶어져서 말이야.

아무튼 그런 이유로 윤활액을 써서 딜도를 삽입하고 다닌 실비아였기 때문에, 그 안쪽은 윤활액으로 눅진눅진해져서 평범하게 애액으로 젖은 음부와는 또 다른 끈적끈적함을 느끼게 해줬다.

게다가 이렇게 삽입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해서, 윤활액과 애액이 섞이며 더욱 환상적인······아, 안되지 안 돼. 하마터면 아무 생각 없이 허리를 흔들어댈 뻔했네.

"실비아. 조금만 더 참아줘."

나는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텐트 안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는, 실비아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응흐읍······! 읍!"

그리고 실비아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연락용 반지를 작동시켰다.

그래. 텐트에 들어오자마자 일단 삽입부터 한 건, 다름 아닌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우리 애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려면 소리를 차단해야 하는데, 내 실력으로 텐트같이 얇고 방음이 전혀 안 되는 곳의 소리를 차단하려고 하면 마나 소모가 극심해서 말이야.

이렇게 힐링 섹스로 마나를 충당하지 않으면 우리 애들이랑 자유롭게 연락도 주고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뭐, 이렇게 밤마다 정령을 엄청나게 써야 하는 처지가 된 덕분에, 정령사의 레벨이 쑥쑥 올라가고 있기는 했지만.

반지 너머의 내가 이렇게 삽입 중이라는 걸 디아나가 알면, 아마 난리가 나겠지.

아니. 꼭 디아나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겠지만.

"어머, 구원 씨. 오늘 하루도 괜찮으셨어요? 어디 다치지는 않으셨고요?"

아무튼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자, 우리 천사님의 상냥한 목소리가 날 반겨줬다. 아무래도 오늘은 천사님이 반지를 맡고 있었던 모양이다.

후우. 실비아 테라피에 엔젤 보이스까지 겹쳐지다니. 이중으로 치유된다.

"응.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뭐해? 왠지 목소리가 울리는 느낌인데."

"아, 네. 지금 씻는 중이었어요. 마을 근처에 있는 동굴 온천을 소개해주셔서. 물도 미끌미끌하고 천장이 뚫려 있어서 달도 볼 수 있는, 무척 좋은 곳이에요."

목욕을 좋아하시는 우리 천사님은 온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들뜬 목소리로 주변 풍경을 전해줬다.

구미호 마을의 비밀 온천이라······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멈추지 않는군.

각양각색의 미녀들이 몸을 담그고 있는, 남자의 로망이 가득 찬 공간이겠지.

젠장. 난 왜 그런 풍경을 눈에 담기도 전에 이런 데에 와서!

"여기에 구원 씨도 같이 오셨으면 얼마나······아, 그, 저, 저만 말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다른 분들도 부를게요."

그리고는 조금 쓸쓸한 목소리로 날 그리워하고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천사님. 저도 보고 싶습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 네가 부족하다는 건 전혀 아니야.

"아흣······."

괘, 괜히 쓰다듬어 줬나?

그냥 고맙다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뿐인데, 실비아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가볍게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레이아는 이동하느라 반지에서 귀를 떼고 있어서 못 들은 모양이지만.

그나저나 참방참방하는 물소리를 내면서 이동하는 걸 보니, 다들 근처에서 씻고 있는 건가?

"오늘은 조금 늦었잖아. 혹시 무슨 일 있었어?"

"길드 카드는 아직 멀쩡한 것 같네만."

내 예상대로 다들 근처에서 씻고 있었던 건지, 곧이어서 사라와 디아나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젠장! 진짜로 천국이었잖아! 그냥 미녀들이 씻고 있기만 했어도 엄청난 그림이었을 텐데, 우리 애들이 전부 같이 씻고 있는 노천 온천이라니!

빨리 여기 일을 처리하고 구미호 마을에 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어.

"아니. 그냥 노숙 직전에 몬스터 무리랑 마주쳐서 조금 늦어졌어."

조용하게 혼자 의욕을 불태우면서도, 나는 착실하게 사라와 디아나의 의문에 대답해줬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내 귀에 지금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당신······."

내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듯, 꿀이 떨어질 것같이 달콤한 목소리.

나랑 얘기할 때는 다들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달달하지만, 이렇게까지 달달한 목소리를 내는 건 나는 한 명밖에 모른다.

"마틸다?"

"네······. 당신의 마틸다에요."

"마틸다가 어떻게 거기에?"

"그야 물론,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의 힘이죠. 저희 사랑을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어요. 음······쪽."

"햐응?! 추, 추기경님?!"

오랜만에 듣는 내 목소리에 완전히 폭주한 건지, 오늘의 핑크빛 마틸다는 평소보다도 더 핑크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방금 천사님 입에서 무척이나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온 것 같은데. 마틸다, 너 대체 어디에 키스한 거냐? 아니. 아마도 반지를 끼고 있는 손가락에 한 거겠지만.

"아아······도망가면 안 돼요. 쪽. 쪽."

"아흣······추기경님······응흣······거긴······! 안······흐읏!"

소, 손가락에 하는 거 맞지?

괜히 더 야하게 들리는 건, 그냥 내 머릿속에 마구니가 가득 차서 그런 거지?

"마틸다, 진정해요."

"아아······안 돼······당시인······."

"저건 통신용 반지지 구원이 아니에요! 읏······가만히 있어요! 힘은 왜 이렇게 세요?!"

"제, 제가 움직임을 멈출게요! 추기경님 죄송해요!"

"아으응······."

반지 너머로 잠깐 참방참방하고 물싸움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 끝에, 결국 마틸다는 사라와 레이아에게 제압된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소동을 반지 너머로 듣고 있었던 나로 말하자면.

젠장. 노천 온천에서 절세 미녀들이 알몸으로 펼치는 캣파이트라니! 난 왜 저기에 없는 거지!

분해서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남자가 고작 이 정도로 눈물이 나냐고 하지 마라. 이건 오히려 남자니까 흘릴 수 있는 뜨거운 눈물이야.

"오늘 텔레포트 마법진을 구미호 마을의 중앙으로 옮겼다네."

아무튼 그렇게 상황이 종료된 후에, 디아나가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사정을 설명해줬다.

아, 그런 건가. 그러면 당연히 마나 성질 변환기도 같이 설치됐을 테니까, 구미호 마을은 마틸다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나에 대한 저항감은? 괜찮았어?"

몬스터들은 여신님의 마나에 저항감을 느낀다.

몬스터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저항감을 느끼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마나 변환기가 설치된 곳은 몬스터들이 되도록 피한다는 결과를 직접 확인했으니 분명 어떤 식으로든 저항감을 느끼기는 할 거다.

그리고 그건 마신의 종족인 구미호 역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어떻게 마을의 중앙에 그런 걸 설치한 거지?

아니. 생각해 보니 리사, 말끝마다 남자 남자라고 틱틱대던 그 구미호 꼬맹이도 텔레포트 마법진 바로 근처까지 왔었지.

혹시 몬스터와 달리, 마신의 종족은 여신님의 마나에 딱히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 건가?

"음. 그것 말이네만······이런. 시간이 다 된 모양이구먼. 이 얘기는 내일 이어서 하세."

듣고 보니 어느샌가 반지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꺼질 듯 약해져 있었다.

아까 마틸다의 소동으로 시간을 너무 잡아먹은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해서 마틸다를 원망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목소리 들어서 나도 좋았고, 내 목소리만으로 저렇게 좋아해 주는 것도 좋았으니까.

"응. 하는 수 없지. 그럼 잘 자."

"음. 자네도 잘 자게."

"구원 씨, 안녕히 주무세요."

"실비아를 너무 괴롭히지 말······꺄악!"

"당시인! 벌써 가시면 안······!"

마틸다의 애절한 외침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반지는 완전히 빛을 잃고 말았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응. 굳이 한마디만 하자면, 사라야. 너희랑 대화하는 내내 실비아는 괴롭혀지고 있었는데.

"응흐으읏!"

지금까지 입을 틀어막은 채 몇 번이나 작은 절정을 맞이하면서도 끝까지 버텨내던 실비아는, 통신이 끊어지자마자 더 참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을 맞으며 그대로 격렬한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74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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