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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68화 (952/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68화 >

    실비아의 필사적인 부탁으로 아쉽게도 쓰레기 정리에 실패한 나는, 하는 수 없이 방에 세 얼간이를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 아니! ······얘기가 다르잖아."

    한순간 욱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던 쓰레온은, 그래도 필사적으로 심호흡하면서 얼굴을 들이밀고 조용하게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얼굴에 한숨 불어넣지 마라. 기분 나쁘다."

    "누군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뭐, 잠깐 기다려."

    또다시 욱하는 쓰레온에게 한숨을 쉬어주고 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더 골려주고 싶지만, 그래 봤자 실비아와의 밤이 짧아지기만 할 뿐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슬슬 얘들한테도 진짜 사정을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된 것도 사실이고.

    나는 방문을 닫고, 바람의 정령을 불러냈다.

    디아나처럼 전용 마법을 쓰는 게 아니니까 뻥 뚫린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밀폐된 방 안 정도라면 나도 소리가 새어나가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거다.

    어차피 소리는 공기의 진동으로 전달되는 거니까, 방 안의 공기만 잡아두면 되겠지.

    여전히 정령사 레벨은 낮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도 해서 마나를 엄청나게 잡아먹을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의 내 마나라면 사정을 설명하는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다.

    지금부터 할 얘기가 이 세계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 그야말로 세력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미친 듯이 우릴 죽이려고 달려들 만한 내용이니까 말이야.

    여관의 방음 설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는 만큼, 주의에 주의를 거듭해서 나쁠 건 없겠지.

    "역시나 성자 님. 정령도 쓸 수 있으셨군요."

    그러고 보니 얘들은 몰랐던가?

    뭐, 섹스의 뒤처리를 할 때 빼고는 거의 부르질 않으니까 당연한 건가.

    딱히 자랑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사정을 설명해 달라 이 말이지."

    "그래."

    "혹시 지금까지 조용했던 게, 사정을 몰라서 그랬던 거였어?"

    "함부로 입을 열었다가 성자 님의 일에 지장이 생기시면 곤란하니까요."

    어쩐지. 이 여러모로 개성 넘치고 시끄러운 녀석들이 묘하게 조용하다 싶더라니.

    잠깐. 그러면 이대로 계속 설명을 안 해주면, 쭉 조용하게 지낼 수 있다는 얘기가······.

    "야. 너 설마 허튼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이런 망할. 저 쓰레기는 또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어떻게 아는 거야?!

    우리 애들이 생각을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불쾌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지만, 착한 나는 한 번 참아주기로 했다.

    하는 수 없지. 제대로 얘기해줄까.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나는 지금의 상황을 간략하게 세 얼간이에게 설명해줬다.

    구미호 마을에서 들은 이 세계의 간략한 설명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도.

    뒷부분은 신과 유리를 만나서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계획이었기 때문에, 실비아도 아직 모르는 얘기였다.

    덕분에 실비아도 귀를 쫑긋 세우고 가끔 고개까지 끄덕이며 열심히 내 얘기를 들어줘서, 세 얼간이 상대로만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보람찬 기분으로 설명을 마칠 수 있었다.

    "즉, 구미호 마을 얘기는 전부 거짓말이었다는 거냐?!"

    야. 지금 설명을 듣고 제일 먼저 할 말이 진짜 그거밖에 없냐? 대체 얼마나 여자에 굶주린 거야.

    "그러니까 구미호 마을 자체는 있다니까. 다만 우리가 거기에 갈 일이 없다는 거지."

    "그게 그거잖아! 내가 얼마나······얼마나······크흑!"

    울지 마 이 병······진짜 얘는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사람의 언어 순화를 방해하네.

    원래는 난 거짓말 같은 거 한 적 없고, 우리가 구미호 마을에 갈 거라는 말도 한 적 없다고 맞받아쳐 주려고 했지만, 다 큰 사내놈이 진심으로 질질 짜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들었다.

    나도 참 마음이 너무 여려서 큰일이라니까.

    "진짜 하나만 생각할 줄 알고 둘은 생각할 줄 모르네. 야. 우리 계획대로 일이 풀리면, 바프라는 여자에 대한 차별은 물론 섹스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지게 될 거라고. 그러면 구미호가 계속 그 답답한 결계 안에 갇혀 지내고 싶겠어?"

    "······훌쩍······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구미호가 결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한다고 생각해봐. 그렇게 해준 일등 공신이 누구겠어? 아니. 일등 공신은 나겠지만, 너도 구미호를 해방해준 영웅 중 하나가 되는 거라고."

    "······구미호랑 할 수 있을 거라고?"

    야. 옆에 실비아도 듣고 있는데 너무 대놓고 욕망을 표출하는 거 아니냐?

    나는 그래도 성자라는 직업 때문에 성욕이 너무 왕성하다는 변명이라도 있지. 넌 진짜······보면 볼수록 얼굴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때. 지금은 헛된 희망이라도 불어넣어 줘서 의욕을 가져주면 그걸로 됐어.

    "그런 거지. 그것도 네가 매달리는 게 아니라, 구미호들이 앞다퉈서······."

    "으헤, 으헤헤헤."

    야. 상상하는 건 좋은데, 표정 진짜······진짜 어쩌다 이런 새끼가 하필 용사라서.

    "사정은 파악했어. 그런 일이라면, 이 용사 레온 플리투스! 이 피 칠갑 된 세계에 여신님의 은총을 내리기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헌신하도록 하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성자 구원!"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고 있자 쓰레온도 곧 정신을 차렸는지, 뒤늦게 표정을 다잡으면서 그럴듯한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이제 와서 정통파 용사인 척해봤자 하나도 안 어울린다 새끼야.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임기응변을 발휘하시다니. 역시 성자 님이십니다."

    "그렇지? 꽤 그럴듯한 계획 같지?"

    나중에 디아나한테도 연락해서 계획을 검토할 생각이지만, 일단 같이 실행해야 하는 건 이놈들이다.

    그런 의미로 셋에게 동의를 구하자, 다들 이견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좋아. 그럼 일단 이 계획대로 밀고 나가기로 하고.

    "볼일 다 봤지? 그럼 가봐."

    "하핫. 네. 쉬시는 와중에 실례했습니다."

    내 계획과 사탕발림이 상당히 흡족했는지, 다행히 셋 다 더 물고 늘어지는 일 없이 방을 나갔다.

    참고로 다행이라고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만약 안 나가고 질질 끌었으면 내가 폭발할 것 같았거든.

    "실비아아아!"

    "흐아읏?!"

    그리고 세 얼간이가 방을 빠져나가기 무섭게, 나는 실비아의 몸에 달려들었다.

    방금까지 한 얘기가 분위기는 둘째치고 내용 자체는 진지한 것이었기 때문에, 실비아는 조금 생각에 빠져서 방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샌가 진동이 멎어있던 그 몸을 다시 꽉 끌어안자, 실비아는 다시 기분 좋은 진동으로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아으읏······구원니임······."

    부드럽게 그 입술을 찾아 입을 맞춰주자, 실비아의 몸에서 살짝 힘이 빠지며 내 몸에 그 가녀린 몸을 부드럽게 기대왔다.

    평소와 다른 헤어 스타일에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가 살짝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는 했지만, 역시 실비아는 실비아야.

    나는 바르르 떨리는 실비아의 입술 감촉을 탐하면서 갑옷 안에 덧입고 있던 질긴 재질의 옷을 벗기자, 역시나 그 안에는 딱 달라붙는 재질의 옷을 하나 더 껴입고 있었다.

    다만 상반신 전체를 감싸는 옷은 아니었고, 스포츠 브라가 목까지 감싸며 올라온 형태라고 할까?

    뭐, 목 앞에 있는 마법구를 감추고, 가슴만 압박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을 테니까. 굳이 전신 타이즈 같은 걸 입을 필요는 없었겠지.

    하지만 안 그래도 가슴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실비아가 이렇게 타이트한 스포츠 브라까지 입고 있으니, 정말로 남자 가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평면이 완성되었다.

    숏컷에 튀어나온 목울대까지 더해져서, 아무리 내가 안고 있는 게 실비아라는 걸 알고 있어도 살짝 미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뭐라고 할까. 일부러 내 여자를 남장시키고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에, 에잇! 빨리 전부 벗겨버리든가 해야지!

    나는 그 목에 달려있던 마법구를 황급히 꺼내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실비아의 바지에까지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바지를 살짝 아래로 끌어내리자, 그 안에서도 위쪽과 마찬가지로 새까맣고 몸에 딱 붙는 재질의 옷이 엿보였다.

    "아래도 위랑 맞춰 입은 거야?"

    "아우······네, 네에······."

    위에는 가슴이랑 목울대 때문에 그렇다 쳐도, 아래는 딱히 이런 옷을 입을 필요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질문을 던지자, 실비아는 묘하게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뭔가 이상한데.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보다 빨리 실비아를 전부 벗겨버리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실비아의 바지를 그대로 잡아서 내렸고, 그 안에서 역시나 레깅스, 아니. 길이가 허벅지 중간까지밖에 오지 않으니까, 저런 건 스패츠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 스패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포츠 브라와 스패츠.

    실비아와 같이 가녀린 여자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사님이라는 이미지에 걸맞은 스포티한 차림이었다.

    아마 이런 차림새를 좋아하는 남자도 상당수 존재하겠지.

    아니. 평소 같으면 나 역시도 이런 차림에 적잖이 흥분했을 거다.

    다만 문제는 그 차림이 아니었다.

    실비아의 스패츠 한가운데, 긴 막대기 모양으로 불룩 튀어나온 저게 문제였다.

    "시, 시, 시, 실비, 실비아 씨······?"

    설마 남장이 아니라, 진짜 남자로 변신한 거였어요?! 디아나가 내 쇼타화 팔찌보다 효율 좋은 획기적인 폴리모프 마법구라도 개발해낸 거야!?

    "아, 아니, 아닙니다아!"

    내가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무심코 실비아에게 한걸음 떨어지며 그 다리 사이를 엿보자, 실비아는 당황해서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내 예리한 눈은, 그 순간 실비아의 다리 사이에 있는 그것이 꿈틀하고 움직이는 것을 정확히 포착했다.

    감정이랑 움직임이 연동되고 있잖아?!

    그, 그, 그럼 진짜로?!

    "정말 아닙니다아!"

    실비아도 이대로 가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건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스패츠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당장 벗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비아야! 그렇게 대놓고 똑똑히 보이는데 무고고 뭐고 있겠니?!

    "아악! 안돼! 하지 마! 실비아! 내가 널 사랑하는 것도 맞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치 않겠지만, 아무리 네 것이라고 해도 빨딱 선 남자 거기를 보고 싶지는 않아!"

    그것도 그 가녀린 몸에 안 어울리게 엄청 크잖아!

    내 아들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쇼타화 팔찌로 작아졌을 때의 크기만큼은 충분히 되는 것 같은······으아아악! 난 왜 또 스패츠 너머에 감춰진 물건의 크기를 감정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상대가 실비아라고 해도 그렇지! 이건 아니야! 정신 차려 구원!

    "보, 보십시오!"

    하지만 내 저항이 무색하게도, 실비아는 자신의 스패츠를 확하고 아래로 내려버렸다.

    다행히 그 속살을 보기 직전에 손으로 눈을 막아버렸기에 망정이지.

    "실비아. 그만둬. 난 네 모든 걸 사랑할 각오가 되어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로서의 너를 말하는 거지, 아무리 나라도 거기까지는······."

    "그런 거 아닙니다아! 보십시오! 이거 보십시오오!"

    기어코 자신의 물건을 내게 자랑하고 싶은 건지, 실비아는 내 팔목을 잡고 필사적으로 손을 아래로 내리게 하려고 했다.

    으윽! 얜 또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 아무리 힘쓰는 직업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 가녀린 몸으로 나 같은 덩치랑 힘이 비슷하다는 게 말이 돼?!

    안돼. 젠장. 질 수 없어. 이번만큼은 아무리 상대가 실비아라도 져줄 수······으윽. 힘이······힘이 빠진······.

    "우으으으읏!"

    "크흐으윽!"

    결국 기사님과의 힘 싸움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내 손은 아래로 곤두박질쳐졌고, 내 눈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실비아의 다리 사이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내 망막에 비친 것은······.

    "보, 보십시오!"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음부 옆 살을 활짝 벌리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벌어진 음부에는 실비아의 피부색과 비슷한 색의 딜도가 박혀서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저건 그러니까 즉······전문 용어로 쌍두 딜도라고 하는 물건인가.

    시선을 실비아의 다리 사이에서 위로 옮겨서 그 얼굴을 엿보자, 드물게도. 아니. 실비아는 그 얼굴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미약하게 원망을 담은 표정 말이다.

    "으, 으하, 으하하하핫! 그럼 그렇지! 알고 있었어! 응! 당연히 그렇겠지!"

    "우으으읏······."

    호쾌하게 웃으면서 필사적으로 얼버무려 봤지만, 실비아의 홍당무처럼 달아오른 얼굴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위, 위험해. 원래 화 안 내던 애가 화나면 더 오래 간다고 하잖아?

    게다가 지금은 땀내 나는 사내놈들에게 둘러싸여서 우리 실비아만이 내 유일한 마음의 오아시스인 상황. 여기서 실비아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면 난 끝이야.

    침착하자. 침착해. 이,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말은······.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68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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