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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성자-954화 (938/1,205)
  •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4화 >

    그렇게 저녁이 될 때까지, 나와 바넷사는 삽입만 한 채 허리를 움직이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그저 가만히 서로 이어진 채 알콩달콩하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저녁까지 섹스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고, 처음부터 쾌락이 아니라 스킨십의 연장으로 섹스하고 싶어 했던 바넷사 역시도 나와 똑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처음에는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끌어안은 상태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넷사의 태도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응······후읏······하아······네. 그렇······군요."

    민감한 꼬리를 자신의 허리에 감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몸에 닿는 부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렇게 밀착된 부분은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자극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쾌감이 축적되어서 결국 참기 힘들어진 걸까?

    아니면 조금 더 직접적인 이유, 그러니까 움직이고 있지 않더라도 내 물건이 삽입되어 있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아서 흥분이 고조되어 버린 걸까?

    나와 대화를 나누는 바넷사의 목소리는 점점 달콤한 한숨을 곁들이게 됐고, 그 매력적인 엉덩이는 가끔씩 좌우로 움직이며 쾌락을 갈구했다.

    아마 바넷사 자신은 앉는 자세를 고치며 자연스럽게 움직일 셈이었겠지만, 그 엉덩이의 움직임은 누가 봐도 내 물건이 자신의 안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비벼지기를 기대하는 움직임이었다.

    "응. 꽤 평이 괜찮은 모양이더라고. 바넷사도 맨날 저택 안에만 있는 것보다는 가끔씩 밖에 나가는 것도 좋잖아? 그러니까 언제 한 번 같이 가자."

    하지만 그걸 다 알면서도, 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중간중간 바넷사의 목덜미에 가벼운 버드 키스를 반복하면서.

    "응흣······전 딱히······저택에만 있어도······."

    "또 그런다. 진짜 생긴 거 답지 않게 집순이 기질이 있다니까."

    특히 생기가 넘치는 이 탄력적인 몸매만 보면 엄청 활동적인 성격일 것 같은데도 말이야.

    뭐, 나도 드래곤 족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 이런 성격이 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응······구원 님."

    그렇게 실없는 얘기를 나누면서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참지 못하겠다는 듯, 바넷사가 고개를 돌려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응?"

    "그······후읏······안 하시는 겁니까?"

    "뭘?"

    "······."

    결심이 섰으니 말을 꺼낸 것일 텐데도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는 듯, 바넷사는 살짝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바넷사는 다시 시선을 들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것 말입니다."

    뭐, 그래도 직접적인 표현은 피하고, 대신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며 밀어붙이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대놓고 섹스라고 하는 것보다 이런 식의 표현이 더 야하다는 걸, 바넷사는 알고 있는 걸까?

    "하고 싶어졌어?"

    "으읏······이렇게 계속 가만히만 있으면······하앗······조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이번에도 아주 살짝 망설인 바네사였지만, 그래도 피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완곡히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바넷사는 순순히 하고 싶다고 인정했다.

    "그래?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조금 더 바넷사가 흐트러져서는, 내게 섹스를 애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원래는 정말로 그럴 생각 없이 순수하게 알콩달콩한 시간만 보낼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게 더 말이 안 되잖아.

    그를 위해서 더욱 바넷사를 애태울 생각으로 입을 연 나였지만, 그 순간 예기치 못한 방문객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

    "구원. 자네 방에 있는가?"

    바로 내 사랑스러운 여자이자, 바넷사가 경애해 마지않는 우리의 대마법사님이었다.

    이거, 왠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뭐, 디아나는 문밖에서 안쪽을 보고 있지도 않으니, 그때랑 비교하기에는 아직 많이 이르지만.

    "응? 왜 무슨 일이야?"

    "음. 바넷사가 자네와 같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네만······거기 있는가?"

    그리고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반쯤 확신한다는 듯, 디아나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이었다.

    "네.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바넷사의 골반 쪽을 톡 두드려주자, 바넷사는 황급히 대답했다.

    "음. 다행이구먼. 실은 연구 중 필요한 자재가 보이지 않아서 말일세. 메이드들에게 물어봤지만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눈치더구먼. 예전에 나르카에서 얻었던 마정석 말이네만······."

    하지만 바넷사가 여기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도, 디아나는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용무만 마치고 사라지겠다는 듯, 문밖에서 용건을 말하는 디아나.

    하지만 그걸 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내가 아니었다.

    "들어와."

    "으, 음?! 바, 방 안에 말인가?!"

    내가 디아나의 말을 끊고 그렇게 말하자, 역시나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실제로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밖에서 얼마나 허둥지둥 놀라고 있을지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바넷사 역시도, 팔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내 팔을 꽉 붙잡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밖에서 그렇게 대화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괜히 더 피곤하고. 그냥 안에 들어와서 얘기해."

    문밖에 있는 마법 구를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얼굴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보다는 조금 목소리를 키워서 대화할 필요가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하, 하지만 자네들······."

    "섹스 안 하고 있으니까 들어와."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삽입만 하고 있을 뿐, 이걸 섹스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잖아.

    "······저, 정말인가? 거짓말이 아닌가?"

    뭔가 살짝 기대도 담긴 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디아나는 되물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도, 바넷사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며 흥분하고 있었지.

    그때는 여차저차 하다 보니 제대로 활용도 못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 버렸지만.

    "······."

    내가 다시 한번 바넷사의 골반 쪽을 툭 치자, 바넷사가 진심이냐는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그럼. 진심이고 말고. 섹스는 안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잖아? 자, 자아!

    재촉하듯 몇 번 더 골반 옆을 두드려주자, 바넷사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애하는 주인님이냐. 아니면 사랑하는 남자냐. 극한의 이지선다에서 바넷사가 고른 쪽은 당연히······.

    "······정말입니다."

    내 쪽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디아나를 이겼다!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나랑 달달한 분위기였잖아.

    아무리 우리 철혈 집사님이라도, 아까까지 그렇게 달달한 분위기를 냈던 내 부탁을 거절하기란 힘들지.

    "그, 그런가. 그럼······."

    설마 바넷사가 내 편을 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거겠지.

    바넷사의 대답을 들은 디아나는 안심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를 보는 순간······.

    "여, 역시 하고 있지 않은가아!"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외치는 카이사르와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재빨리 밖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아니. 진짜로 안 하고 있는데. 그냥 같이 앉아있을 뿐이야. 너도 자주 하잖아. 내 무릎 위에 앉기."

    하지만 디아나가 완전히 도망가기 전에 내가 재빨리 말하자, 디아나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는 녹이 슨 기계가 움직이는 느낌으로 삐걱삐걱 고개만 돌려서 우리를 힐끔 보더니,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열심히 우리 모습을 살폈다.

    진짜로 삽입만 하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숨이 거칠지도 않고, 얼굴이 엄청나게 빨개지거나 하지도 않았다.

    바넷사는 가끔씩 한숨 쉬는 것처럼 숨을 푸욱 내쉬면서 고르기는 했지만, 나하고 섹스를 하던 것치고는 너무 멀쩡한 모습이었다.

    특히 디아나는 전에 한 번 바네사가 나랑 하면서 얼마나 흐트러지는지 본 적이 있는 만큼, 더욱 그렇게 생각했겠지.

    "으, 음."

    그렇게 관찰하자 조금 확신이 없어졌는지, 디아나는 뒤로 돌아섰던 몸의 방향을 다시 우리와 마주 보게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디아나는 시선을 이번엔 바넷사의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뿔이 있구먼."

    "내가 시켰어. 나랑 둘이 있을 때는 본모습 그대로 있으라고."

    "그, 그런가. 그럼 꼬리······아,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대답하지 말게!"

    이렇게 된 이상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진짜로 섹스 중이든 아니든, 겉보기는 멀쩡하니 자신만 아니라고 믿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건지, 디아나는 황급히 귀를 막으며 그렇게 외쳤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지 않아도, 나도 이번에는 대놓고 보여주거나 할 생각 없다고.

    그야 보여주면 디아나의 반응은 재미있겠지만, 지금은 바넷사와의 시간이니까.

    디아나로 노는 건 이 정도 선에서 그쳐야지.

    "그래서, 디아나 할 말이······디아나!"

    "햐읏?! 뭐, 뭔가아?!"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하기로 했어도 불안하기는 한지, 여전히 귀를 막고 있는 디아나.

    내 평범한 말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아서 큰 소리로 그 이름을 부르자,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서는 살짝 눈가에 눈물까지 고이며 귀에서 손을 뗐다.

    "아니. 바넷사한테 용무가 있어서 온 거잖아."

    "으, 으음! 바넷사. 예전에 나르카에서 얻었던 마정석 말이네만······."

    "······그 마정석이라면 지하의 2번 창고 안쪽에서 세 번째 선반의······제가 직접 가서 꺼내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는 자신의 허벅지에 걸쳐져 있는 바지를 손으로 잡았다.

    설마 일어나면서 끌어올려 입을 생각이야? 그게 가능해? 아무리 자연스럽게 행동해도 들킬 텐데?

    "아, 아닐세! 이 몸이 가겠네! 자네는 여기서 쉬게! 그래도 되네! 자네는 조금 쉬어야 하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바넷사가 살짝 엉덩이를 들었을 때, 디아나는 황급히 바넷사를 만류하며 다시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만약 정말로 바넷사가 일어났을 때 바지를 깔끔하게 입고 있으면 모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이지만, 거기까지 확인할 용기는 디아나에게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용기가 없는 게 아니라, 확신이 있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바넷사가 엉덩이를 살짝 들었을 때, 아주 희미하게나마 찔꺽하고 물소리가 들렸으니까.

    "그, 그럼 이 몸은 가보겠네! 방해했네!"

    그렇게 외치고, 바넷사가 더 일어나기 전에 디아나는 황급히 밖으로 도망가버렸다. 그런 와중에도 문은 꼭꼭 닫고서.

    "가버렸네."

    "······무슨 생각을 하신 겁니까."

    디아나가 나가고 나자, 바넷사가 무서운 눈으로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까의 달달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뭐, 자업자득이지만.

    "아니. 진짜로 섹스는 안 하고 있었으니까, 조금 장난쳐볼 생각으로······미안. 기분 나빴어?"

    "······그렇게 표현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솔직하게 사과하자, 바넷사도 조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더니 결국 쉽게 용서해주고 말았다.

    얘도 은근히 무른 구석이 있단 말이야. 뭐, 나한테만 그런 거겠지만.

    "고마워. 그러면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하자. 하고 싶다고?"

    "······괜찮습니다. 흥이 식었습니다."

    그래도 깨진 분위기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듯 한 번 튕기는 바넷사.

    "정말로? 이상하다. 내 여기에 느껴지는 감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으흥읏?!"

    하지만 내가 살짝 들어 올려진 바넷사의 엉덩이를 다시 힘껏 아래로 내리며 말하자, 바넷사는 몸을 앞으로 숙여서 팔꿈치로 책상을 짚고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중간에 분위기가 잠깐 깨졌으면 뭐 어때. 분위기야 다시 만들면 그만이지.

    "그래서, 정말 안 할 거야?"

    "하앗······하앗······. 으흐읏!"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바넷사의 얼굴 쪽에 손을 뻗어서 그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이어서 귓불을 손끝으로 더듬는다. 그러고 나서 마무리로 머리 위에 솟은 뿔을 살짝 잡아주자, 바넷사는 엉덩이를 좌우로 크게 떨면서 더욱 달뜬 신음을 흘렸다.

    "어때? 계속하고 싶어졌지?"

    "하앗······흐읏······크흣······네······."

    조금의 망설임 끝에, 결국 바넷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응. 나도 그래."

    나는 그런 바넷사의 등에 바짝 밀착하고는, 잡고 있는 뿔을 살짝 잡아당겨서 그 고개가 뒤로 젖혀지도록 했다.

    그러고는 그 귓불을 이번에는 입술로 가볍게 깨물면서, 바넷사의 귀에 조용히 속삭여줬다.

    "그런데 아쉽게도 벌써 저녁 시간이네."

    "으읏?!"

    그래. 삽입만 한 채로 둘이서 알콩달콩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게 문제였다.

    도중에 디아나의 난입만 없었어도 한 번 정도는 할 시간이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벌써 타임아웃이었다.

    "아쉽지만 이다음은 저녁 먹고 하는 걸로."

    "으응······크흣······!"

    바넷사의 몸을 완전히 눕혀서 책상에 밀착시키고, 나는 의자째로 몸을 뒤로 이동시켜 삽입을 풀었다.

    하지만 바넷사가 그걸로 납득할 리가 없어서, 불길을 담은 것 같은 눈동자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까는 튕기기까지 했지만, 막상 진짜로 안 한다고 하니까 아쉬워진 모양이다.

    아마 이대로 방치하고 저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하면, 엄청난 걸 볼 수 있을 것 같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런 바넷사의 뿔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바넷사."

    그리고 그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바넷사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여줬다.

    <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954화 > 끝

    ⓒ Curtain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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